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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따뜻했던 '나는 보리'

by 썬도그 2021.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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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소재로 담은 영화들은 참 많습니다. 많은 영화들이 끈기와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비장애인 못지않게 살아간다는 상투적인 모습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는 전형적으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보내는 시선입니다. 반대로 장애인을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식으로 불쌍하게 보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장애인과 장애를 도구로 활용할 뿐 장애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장애를 소재로 담은 영화들은 장애인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비장애인들을 위한 감동 드라마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장애인이 보는 비장애인에 대한 시선과 비장애인이 보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를 많이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청각 장애인 가족 속에서 홀로 비장애인인 보리의 이야기

강원도 주문진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생인 보리(김아송 분)는 엄마(허지나 분) 아빠(곽진석 분) 그리고 동생 정우(이린아 분)와 함께 삽니다. 보리만 빼고 엄마, 아빠, 동생 정우는 청각 장애인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도 못합니다. 보리 혼자 말하도 들을 수 있어서 가족은 보리에게 많이 의지합니다. 

하지만 보리는 좀 서운합니다. 동생과 아빠 엄마가 수화로 대화하는 걸 보면 자기만 다른 식구 같다는 생각이 가끔 그리고 자주 듭니다. 

불꽃놀이가 있는 날 큰 불꽃을 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리에 보리는 큰 불꽃을 보고 소원을 빕니다. 그 소원은 정우처럼 소리를 듣지 않게 해달라는 소원이었죠. 이런 사실은 단짝 친구인 은정(황유림 분)에게만 살짝 말했습니다. 어린 시절은 별게 다 부럽고 시기를 할 나이입니다. 조금만 달라도 시기 어린 시선을 보내거나 부러워합니다. 

불꽃에 소원을 빌어도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한 TV 방송을 보다가 바다에 들어가면 귀가 멍멍해진다는 말에 바다에 빠집니다. 깜짝 놀란 아빠는 보리를 바다에서 구해내지만 보리의 귀에 이상이 생깁니다. 보리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일까요? 보리는 듣지 못하게 됩니다. 

장애인의 고통을 장애를 겪게 되면서 제대로 알게 된 보리의 성장기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이 청각장애인인고 보리만 비장애인입니다. 이런 모습은 2015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와 참 비슷합니다. 벨리에는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모습을 담고 있지만 <나는 보리>는 꿈보다는 공감을 선택했습니다. 

귀가 안 들리게 된 보리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동생의 세계, 아빠의 과거, 엄마의 속마음을 알게 됩니다. 아빠가 보리가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에 우리와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말하는 아빠. 보리가 우리와 다르면 대화를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부터 했습니다. 그러나 보리는 수화를 아주 잘해서 아빠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보리가 태어났을 때 비장애인임을 알게 되었을 때 보리와 대화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우울했던 것도 외할아버지와 고모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가족 중에 청각 장애가 있으면 통역관이 되어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누구도 수화를 배워서 아빠와 엄마와 대화를 원할하게 하려고 시도를 안 했습니다. 

장애인이 되니 보리는 이 장애가 불편하기 보다는 가족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엄마 아빠는 장애가 있건 없던 자신들은 별 상관없고 그냥 너는 보리이고 내 딸이라고 말합니다. 평생 이렇게 살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장애를 가진 동생과 엄마가 당하는 괄시와 멸시를 직접 경험하고 보게 됩니다. 

축구를 좋아하고 재능이 있는 동생 정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전에서 밀려나게 되고 장애학급이 없는 학교에서는 비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습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줄 알았던 정우는 축구할 때만 즐겁고 평상시에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취급당합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엄마 뒤에 대고 욕을 하는 옷가게 점원을 보고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생생하게 듣게 됩니다. 이는 보리가 청각을 잃지 않았던 시기에는 결코 볼 수 없던 풍경입니다. 

보리는 엄마 아빠의 과거의 삶을 보게 됩니다. 외할아버지와 고모가 수화를 못하는 모습을 보고 할아버지에게 엄마는 누구랑 놀았냐고 물어봅니다. 이는 한 세대 이전의 우리들이 장애인을 보는 시선과 닿아 있습니다. 지금은 장애인과 정상인이라고 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구분합니다. 또한 장애우라는 일방적인 단어 사용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보리의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에는 장애를 학대의 도구로 삼고 멸시하는 시선이 기본 시선이었습니다. 지금도 나이 많이 든 어르신들이 장애인을 보고 일방적으로 불쌍하다거나 막말을 하는 모습을 통해 그 시절 장애아로 자란 사람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청각 장애를 가진 아빠는 놀 사람이 없어서 할아버지가 낚시를 알려주었다는 말에 보리는 장애인으로 사는 것은 자신만 괜찮으면 되는 것이 아닌 수많은 편견과 부당함을 견뎌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영화 <나는 보리>가 좋았던 이유는 장애를 감동의 수단으로 극복해야 할 장애로 여기지 않고 장애인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어려운지를 보리를 통해서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아주 묵직하고 밝고 아름답게 담습니다. 내가 본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 중에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제가 아름답다고 느낀 이유는 2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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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의 멋진 풍광 

가끔 수년 전에 여행을 갔던 주문진을 가끔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멋진 바닷가와 조용한 동네 분위기. 가끔 서울을 떠나서 바닷가에서 1달을 살아볼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보리>는 강원도 영상위원회의 후원으로 2018년 제작된 영화입니다. 그러나 다 만든 영화도 영화관에 걸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스크린에 걸어보지도 못하는 영화도 참 많습니다. <나는 보리>는 2020년 5월 개봉을 합니다. 코로나 시국에 개봉을 해서 많은 관람객이 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1만 2천 명이라는 꽤 많은 사람들이 봤습니다. 

이 영화 <나는 보리>는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느낄 정도로 너무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먼저 풍광입니다. 주문진 풍광이 아름다운 건 직접 봐서 알지만 영화에서는 더 예쁘게 나옵니다. 초등학교와 해안가 길, 골목이 많은 집 등등 아름다운 풍광들이 햇살처럼 환하게 펼쳐집니다. 

영화를 보다가 당장 짐을 싸서 주문진으로 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꽃피는 봄에는 다시 강원도 여행을 기획해봐야겠습니다. 

모두 안아주고 싶은 멋진 배우들

보리를 연기한 김아송 배우를 보면서 어쩜 저리 연기를 잘 할까 당연히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겠지 했는데 <나는 보리>만 출연했네요. 정우를 연기한 이린하 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아역 배우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짓게 됩니다. 구김살 없는 두 아역 배우 옆에는 햇볕과 햇빛 같은 곽진석 허지나 배우가 있습니다.

두 배우가 너무 연기를 잘해서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곽진석 허지나 배우가 부부 배우네요. 

www.youtube.com/channel/UCbX9VJZ6gWxHXUSXF3XXW3A

 

허지나 곽진석의 터푸라이프

허지나, 곽진석 두 배우의 라이프스타일!... 이고 나발이고 거창 할 거 없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쥬 뭐~ㅎㅎㅎ '터푸라이프' 채널에 오신걸 환영 합니다!!! 이 채널은 허지나, 곽진석이 직접 찍고

www.youtube.com

영화 다보고 검색하다가 허니나 곽진석 배우의 터푸라이프 유튜브 채널까지 구독했네요. 영상 몇 개를 보면서 이 부부 배우가 참 유쾌하고 즐겁게 사는 모습에 내 습한 우울도 날아가 버리네요. 

곽진석 배우는 넷플 <스위트홈>에서 두 아역 배우의 아빠로 잠시 나오고 거미 괴물을 연기했네요. 필모를 보니 무술팀에 있다가 영화 단역으로 많이 출연했네요. 곽진석 배우의 밝은 미소와 허지나 배우의 따뜻한 시선으로 보리를 바라보는 모습이 참 푸근하네요. 두 배우의 앞으로의 활동 응원하겠습니다. 참 보리의 친구 은정역을 한 황유림 배우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너무 좋네요. 

참 건강하고 밝은 영화 <나는 보리>

영화 <나는 보리>에서 보리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보다의 의미도 있습니다. 착한 보리가 장애인이 되면서 엄마 아빠의 수화가 질투의 대상이 아닌 생존의 도구이고 엄마 아빠 동생이 겪는 고통을 보게 됩니다. 또한 장애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과 장애든 비장애든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걸 너무 소박하고 아름답게 담고 있습니다. 

보면서 이런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연출을 누가 했나 봤습니다. 김진유 감독님이시네요. 이 이름 꼭 기억하겠습니다. 한국에도 정말 좋은 감독님들이 많습니다. 좋은 감독님과 배우님들을 알게 되었네요. 

아이들을 통해서 어른들의 삶을 보게 하는 <나는 보리>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이 영화가 꼭 장애만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보리를 통해서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과 괄시를 자연스럽게 잘 담고 있습니다.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기보다는 차별의 수단으로 삼는 우리들의 삭막한 모습을 자연스러운 어투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는 보리>는 1월 8일부터 18일까지 

www.kmdb.or.kr/vod/plan/695

 

독립영화 연말정산, 13월의 보너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관객과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던 개봉 독립영화 중 한국영상자료원 미상영작 9편을 선보인다. - [출처 : KMDB]

www.kmdb.or.kr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매년 영상자료원에서는 독립영화를 무료 상영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소개하고 있네요. 평소 같으면 영화관에서 봤을텐데 아쉽지만 이렇게 안방에서 좋은 독립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네요. 이 영화 말고도 볼만한 독립영화들이 꽤 있네요. 더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장애를 소비하지 않고 직접 목격하게 하는 힘있고 아름다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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