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끊었습니다. 완전히 끊지는 않고 책 읽는 시간을 확 줄였습니다. 책을 줄인 이유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책 읽기를 줄인 것도 있지만 도서정가제 정착으로 책 구입 부담이 커졌습니다. 출판과 도서 관계자들은 매번 물가상승률을 놓고 이것 봐라 책 가격은 많이 안 올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책과 비슷한 재미와 정보를 제공하는 대체재 가격과 비교하면 책 가격은 꽤 비싸 보입니다.
책 가격 부담과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대체제가 생기면서 책 읽기를 소홀히 하고 있지만 책이 주는 효용은 아주 높고 깊습니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하는 분들 대부분이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이 많습니다. 뭐 가끔 책 많이 읽었다는 걸 자랑하면서 책을 쓰는 쭉정이 같은 분들도 있긴 하지만 책 많이 읽은 분들은 대화를 하다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토요일 오전의 셀럽 서재와 책 여행 KBS 2TV의 북유럽(Book U Love)
KBS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지만 교양 예능이 꽤 많습니다. 뭐 시청률들은 높지 않지만 억지스러운 웃음 강요를 하고 불편하게 하는 웃음을 자아내는 자극적이지 않고 사람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예능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 교양 예능 중 하나가 북유럽입니다. 북유럽은 KBS 2 TV에서 토요일 오전 11시 30분에 방송을 합니다.
북유럽은 도서 소개 프로그램입니다. 이미 많은 교양 예능이 책을 추천하고 소개하는 예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유럽은 좀 다릅니다. 먼저 북유럽은 사회 명사나 셀럽들을 모시고 그들의 서재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단박에 알려면 그 사람이 만나는 사람과 친구와 주변 사람을 보라고 하죠.
그러나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단 5분 안에 알 수 있는 방법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그사람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과 또 하나는 그 사람의 서재를 둘러보는 겁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스타그램처럼 잔뜩 꾸며서 보여주는 내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남을 의식하지 않는 진짜 나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책, 읽고 있는 책만 봐도 그 사람의 취향이나 됨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 치고 가벼운 사람 못 봤습니다. 지금까지 총 3회가 방송되었는데 1회는 '기생충'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조여정이 나왔습니다. 2,3화는 장항준 감독, 김은희 작가 부부가 나왔는데 셋 다 송은이의 절친입니다. 절친 찬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3명이 추천하는 책과 책 이야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예능이라서 재미가 없으면 안 되겠죠. 이에 서재를 공개한 셀럽이 자신이 추천하는 책 3~5권을 서재 안에 숨겨 놓고 책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면 송은이, 김숙, 유세윤이 맞추는 과정에서 다양한 재미를 줍니다.
셀럽이나 유명인사가 추천하는 책들도 참 좋습니다. 킹덤의 김은희 작가가 추천한 <나를 부르는 숲>은 저도 추천하는 책입니다. 현존하는 작가 중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인 '빌 브라이슨'은 글을 참 재미있게 씁니다. 애팔라치아 산길 종주를 하다가 포기하는 내용인데 그 과정을 아주 유머러스하게 담았습니다.
이외에도 조여정이 추천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라는 단편소설집도 추천합니다. 이 소설은 깊이가 없다고 비평가로부터 비난 받았던 사람이 자살을 하자 갑자기 깊이가 있었다는 먹물들의 추태에 가까운 위선을 꼬집은 소설입니다. 다른 책 예능과 또 다른 점은 셀럽들이 읽은 책과 그 책에 관한 추억을 넘어서 가계부나 수첩, 메모나 다양한 과거를 느낄 수 있는 추억거리를 함께 소개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넣다 보니 책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소개는 없습니다.
대신 다양한 책을 짧은 시간에 많이 소개합니다. 입담 좋은 소설가
셀럽은 자신의 서재를 공개하고 그중에서 추천하는 책을 인제에 만들어질 폐건물을 도서관으로 개조하는데 그 도서관에 기증이 됩니다. 새책으로 어떤 도서관을 채울 수 있지만 이렇게 셀럽들의 손때가 묻은 책을 읽는 재미도 좋죠. 그리고 이 도서관을 들락거리시면 아시겠지만 오래된 책은 폐기처분합니다. 책이라는 것이 20년 전에 나온 책도 오래 읽히고 좋은 책들이 있는데 이런 책도 다 폐기하더라고요.
재미와 웃음 그리고 추천하는 책까지 아주 맛 좋고 품질 좋은 교양 예능입니다. KBS는 이런 교양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들은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초기라서 미흡한 점도 많고 KBS는 요즘 이런 교양 예능을 시즌제로 하기에 좀 하다가 말더라고요. 이 북유럽은 꽤 오래 했으면 하네요. 다른 사람들의 서재를 들여다 보는 재미와 책 소개 그리고 그 사람의 추억이 묻은 다양한 물건과 메모와 앨범을 보는 재미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