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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국내 최고의 퍼레이드 연등회, 연등행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유력 본문

삶/세상에대한 단소리

국내 최고의 퍼레이드 연등회, 연등행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유력

썬도그 2020. 11. 1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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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를 산 후에 가장 흥분했던 때는 몇 번 되지 않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피사체를 봤을 때 다시는 찍을 수 없는 피사체를 봤을 때 몸이 먼저 반응을 합니다. 긴장하고 떨리고 호흡은 살짝 가빠집니다. 제가 처음으로 흥분하던 때가 2007년 5월 20일로 기억됩니다. 제가 왜 기억하느냐 하면 제 블로그에 그 순간을 소개했습니다. 그 순간이란 바로 연등행렬입니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날 1주일 전에 열리는 연등회 또는 연등행렬은 동대문에서 종로 1가까지 펼쳐지는 거대한 퍼레이드입니다. 한국은 흥이 많은 나라이고 농번기에 줄다리기, 고싸움, 차전놀이 같은 놀이 문화가 있지만 이걸 계승 발전하려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 TV에서 수시로 보여주고 TV에서 애국가 흐를 때 배경 화면으로 고싸움 하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요즘 고싸움이나 차전놀이를 본 적이 있나요?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 거대한 전통 놀이들을 직접 눈으로 본적이 없을 겁니다. 하물며 강강술래 등도 본 적이 없을 겁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살지만 이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 놀이를 볼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딱 2개의 전통 공연은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종묘제례악이고 또하나는 연등행렬입니다. 종묘제례악은 예약제를 할 때도 있고 공간이 좁아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습니다. 단풍이 드는 가을에 열리는데  종묘제례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가 되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이자 소중히 지켜야 할 우리의 무형문화재입니다. 흥미로운 건 건물, 그림과 같이 형태가 있는 문화유산 말고 사람과 행사 같은 형태가 없는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고 계승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의 원조는 한국의 무형문화재에서 나왔다고 하죠. 

연등회, 연등행렬 역사와 변화

연등회 연등행렬

연등회 행사는 삼국시대부터 있던 행사였습니다. 한국은 불교 국가로 오랜 역사 동안 불교가 역사에 자주 많이 등장하고 일상에서 큰 영향을 줬습니다. 부처님에게 바치는 공양 중에는 등공양이 있습니다. 이 등공양은 부처님 앞에 등을 밝혀서 자신의 마음을 밝고 바르게 하고 부처님의 덕을 찬양하고 부처님에게 귀의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성북구 길상사 연등

연등에서 연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연꽃의 연입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물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애용하고 사랑합니다. 연꽃은 연못의 진흙속에서 맑고 고운 빛을 내는 꽃을 피웁니다. 더럽고 나쁜 환경에서도 자신을 결코 더럽히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지향하는 불교. 그 모습이 연꽃과 닮아서 연꽃을 무척 사랑합니다. 알사탕 같이 보이지만 연등의 연은 연꽃을 형상화한 등입니다. 

봉은사 연등

봉은사 연등이 그나마 연꽃 모양의 연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꽃 모양의 연등 안에 불을 밝히고 가두행진을 하는 것이 연등행렬입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연등행렬을 촬영하고 제 블로그에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렇게 10년 동안 같은 행사를 촬영하기 쉽지 않지만 워낙 아름다운 연등도 많고 사람들의 밝은 기운이 좋아서 매년 찾아갔습니다. 

작동 완구 같은 거대한 용이 불을 뿜고 화려한 LED가 감싸는 이 화려한 피사체를 안볼 재간이 없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화려한 조형물들이 엄청나게 많이 지나가는 것이 연등행렬입니다. 

성당에 스테인드글래스가 있다면 불교는 연등이 있습니다. 초기 연등 행렬 그러니까 제가 처음 본 90년대 초 연등행렬은 이런 거대한 연등 조형물이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건 아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냥 연꽃 모양 연등 안에 촛불을 넣고 그걸 불교 신자들이 들고 지나가는 형태였고 사물놀이와 농악대가 끊임없이 지나가는 그냥 그런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1996년 연등행사가 복원이 되고 배터리와 LED 램프가 나오면서 큰 변신을 합니다. 촛불이 아닌 안에 LED나 전등을 넣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 관문사의 쌍용 작동 연등은 보고 있으면 에버랜드에 온 느낌이 들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이와 비슷한 작동 연등 및 거대한 연등이 '부처님 오신날' 1주일 전 토요일 오후 6시~9시까지 동대문에서 종로 1가까지 이어집니다. 

각 사찰을 대표하는 거대한 연등이 지나가고 그 뒤를 불교 수만 명의 신자들이 연등을 들고 지나갑니다. 전 무교지만 이 행사를 보면서 불교가 이렇게 아름다운 종교구나를 느낄 수 있었고 저도 같이 성불하세요를 따라 할 정도였습니다. 종교 행사라고 하기엔 행사의 규모도 크고 볼거리도 많고 재미도 있어서 서울시의 대표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교 행사라는 낙인 때문인지 한국 사람들은 이런 행사가 있는지 잘 모릅니다. 

매년 찾아가면서 느낀 것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커뮤니티에서 공유를 해서 그런지 모여서 소리를 지르면서 관람을 하고 박수를 치고 호응하는데 한국 분들은 일부러 찾는 분들은 많지 않고 친구랑 술약속 때문에 종로 왔다가 이 연등행렬을 보고 대박을 외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외국인들의 환호성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좋은 퍼레이드를 왜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홍보를 안 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고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등행렬, 연등회는 계속 변화했습니다. 둘리, 타요, 손오공, 저팔계, 심지어 로봇태권V가 금강경을 들고 등장하는 등 불교와 연관이 없는 캐릭터들도 등장했습니다. 근엄함과 체통만 외쳤다면 절대로 등장할 수 없는 캐릭터들입니다. 

이런 관용적인 태도에 감동했다면 오버일까요? 솔직히 감동 많이 했습니다. 어제 혜민스님 사태가 터지면서 한국 종교 전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었지만 중생들에게 기쁨을 주고 웃음을 주는 종교라면 그 자체가 맑고 깨끗한 종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연등축제는 서울등축제로 재탄생했습니다. 진주 유등축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지만 그 진주 유등축제도 연등회의 한 지류입니다. 따라서 저작권 따질 필요 없이 종교 따지지 말고 서울을 넘어서 한국 최대의 축제로 등축제를 해마다 열면 어떨까 합니다. 연등이라는 소재는 정말 사진으로 담기 좋고 보기 좋은 밤에 피는 만국기 같은 피사체입니다.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거대한 연등을 다양한 캐릭터로 만들어서 세워만 놓아도 관광객들이 몰려 올겁니다. 실제로 서울등축제 당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였고 청계천처럼 사람들이 흘려 다닐 정도였습니다. 

 

연등회에서 연꽃 모양 아닌 연등은 인정하지 않고 전통만 고수했다면 고리타분했을 겁니다. 보시면 이렇게 연꽃 모양이 아닌 아름다운 연등들이 함께 모여서 연꽃향과 같은 연등 빛을 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즐기고 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연등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예정

연등회는 연등행렬도 있지만 각 사찰에서 피는 밤에 피는 연꽃 같은 등도 연등행사 중 하나입니다. 서울에서는 길상사 연등이 참 아름답습니다. 

오늘 아주 좋은 소식이 들렸습니다. 불교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후보로 추천되었고 다음 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1,300년 전 신라 왕이 지금은 사라진 목탑인 황룡사 9층 목탑 앞에서 연등 축제를 했다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우울한 소식만 들렸는데 오랜만에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오네요. 이번 계기로 연등행렬과 연등회를 종교를 넘어서 국가 축제로 대우하고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서 관광 상품화했으면 합니다. 참 제가 작년에 연등축제를 촬영하지 않은 이유는 매년 똑같은 연등 조형물이 나오길 5년이 넘어서 지루해서 촬영을 안 했습니다. 고생하시겠지만 해마다 새로운 연등 조형물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뽀로로 연등도, 타요 연등이 안 보이더라고요. 저작권 때문이라고 하던데 서로 상생하는 차원에서 서로 공진화 하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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