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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아날로그 시계 읽는 법을 통해서 본 한국 교육의 병폐

by 썬도그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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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는데 한 유튜브 영상이 있어서 클릭해서 시청해 봤습니다. 전형적인 국뽕 채널이더군요. 요즘 국뽕 채널 엄청 늘었습니다. 그런 영상보다 보면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고 위대해 보이죠. 그러나 뭐든 과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음식이 달기만 하면 그게 맛있습니까? 달고 짜고 다양한 맛이 어우러져야 맛이 좋죠. 그런 면에서 국뽕 채널은 너무 달기만 합니다. 

아날로그시계를 볼 줄 알면 뭐가 좋을까?

유튜브 영상 내용은 이거였습니다. 한국은 초등학생들도 아는 아닐로그 시계 보는 법을 해외에서는 잘 모른다는 겁니다. 2018년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지미 카멜 쇼에서 미국 초등학생에게 아날로그시계를 보여주고 몇 시냐고 물으니 15명 중 1명만 맞췄습니다. 오클라호마 시티 초등학생 5명 중 4명이 아날로그시계를 읽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접하면 이런 생각이 들죠? 도대체 학교에서 뭘 가르치는거야? 우리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배웁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시계 보는 법을 어머니에게 배웠는데 어머니는 괘종시계를 멈추고 시계를 돌려가면서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 시계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고 왜 배워야 하는지도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학교 입학하면 공동생활의 시작이라서 배워야겠지만 초등학생도 아닌데 배울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몇 주 배웠다가 어머니가 포기하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각과 30분은 가끔 맞혔습니다. 시침, 분침 개념은 없지만 큰 바늘이 0과 30에 가면 읽기 쉬웠는지 잘 맞췄고 그렇게 몇 개월 후에 술술 잘 읽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아날로그 시계 보는 법을 배우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후 제 동생도 그리고 2020년 지금까지도 이 시계 보는 법을 배우면서 많은 초등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당연히 배워야 하는 것 스트레스받더라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이 생각은 해보셨나요? 왜 아날로그 시계 보는 법을 배워야 하고 어려서 배워야 할까?

반대로 생각해보죠. 오클라호마 시티 초등학생 대부분이 모르고 미국인, 유럽인 대부분이 아날로그시계를 볼 줄 모르는데 왜 그 나라는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가 많을까요? 이 상식을 몰라도 사는 데는 전혀 지장 없고 국가 발전에 전혀 지장이 없는 것 아닐까요? 이런 것들이 꽤 많습니다. 몰라도 되는 것들을 상식이라고 무조건 배워서 아는 것들이 많죠. 그런 것들이 살면서 도움이 되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만 싸인, 코싸인, 탄젠트 몰라도 우리 잘 살잖아요. 마찬가지아닐까요? 아날로스 시계 모르면 디지털시계만 차고 다니거나 스마트폰에 디지털시계 방식으로 보면 되고 디지털시계 방식만 읽을 줄 알아도 시간 약속 지킬 수 있습니다. 

물론 아날로그 시계, 디지털시계 모두 읽을 줄 알면 더 좋죠. 더 많은 시계를 볼 줄 아니까요. 그러나 디지털카메라라는 대체재가 있는데 굳이 필름 카메라 조작법까지 배워서 필름 넣는 방법을 배워야 할까요? 그냥 필름 카메라 안 쓰면 되잖아요. 난 필름 카메라의 색감과 느낌이 좋아. 아날로그 감성이 좋아!라고 하는 분들은 필름 넣는 법 안 가르쳐도 자기가 알아서 배웁니다. 

영상에서는 아날로그 시계 보는 법을 알면 좋은 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시계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서 좋고 아이들에게 시간 개념을 확실히 새겨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합니다. 공감이 갑니다. 아날로그 시계는 시간을 부피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좋은 점은 책을 어디까지 읽었고 얼마나 읽었는지를 시각적으로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자책은 책의 두께가 없다 보니 얼마큼 읽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바로 와닿지 않습니다. 다만 아날로그 시계를 못 보는 사람이 시간 개념이 약하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좋은 점이 많아서 종이책이 진리고 전자책은 몹쓸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저 사람은 아날로그 시계 볼 줄 알아서 시간관념이 확실하고 보다 계획적이고 시간 관리를 잘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그걸 몰라도 알아도 시간관념 없는 사람은 똑같습니다. 약속 시간 늦는 사람은 계속 늦습니다. 이외에도 아날로그시계의 장점은 각종 수험장에서 아날로그시계만 도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실소를 했습니다. 

아니 시험장 앞에 디지털 시계를 달아 놓으면 되지 굳이 나만의 시계를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나만의 계획을 위해서 나만 보는 시계가 필요한 수험생은 알아서 아날로그시계를 배웁니다. 어려서 배워서 그렇지 아날로그시계 보는 법 어렵지 않습니다. 나이 들면 쉽게 배우는 것들을 어려서 배우려니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이는 많은 지식이 없고 경험이 없는 나이에 뭘 억지로 배우려니 힘든 것이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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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쉽게 알고 배우는 것들을 억지로 배운 우리들

어떤 지식은 경험과 나이가 바탕이 되면 저절로 알게 되거나 쉽게 배우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정치 이야기죠. 10대 아이들이 아무리 백날 천날 정치인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배워도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20대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면 정치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때가 언제냐. 내 월급에서 떼어가는 세금이 많아지고 매달 내는 세금이 많아지면 누가 이 세금을 내라고 법을 만들고 올리고 내리나 찾다 보면 정치인들과 공무원들 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때부터 정부 비판하고 칭찬하고 정치인들 비난하기 시작하면서 정치 뉴스를 꼼꼼히 읽고 선거를 좀 더 신중하게 합니다. 이렇듯 내 삶에 영향을 주고 피부에 와닿아야 배우고 알게 되는 지식들은 금방 배우고 쉽게 배우고 깊게 배웁니다. 모든 지식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려서 배우는 지식들 중에 살면서 꼭 배워야 하는 지식이 대부분이지만 안 배워도 되는 지식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적분은 평생 1번도 안 쓰는 분들도 많습니다. 수학과나 관련 학과나 관련 직업을 가질 분들에게는 꼭 배워야 하지만 안 배워도 되는 분들도 많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죠. 오히려 학교에서 자동차 운전법은 안 가르치고 주식하는 법, 경제에 관련된 실용적인 지식은 안 가르칩니다. 

그런데 우리는 별 필요 없는 지식을 학교에서 배우고도 모잘라서 학원 가서 배웁니다. 그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생활할 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상식을 쌓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대학 입시라는 거대한 시험의 변별력을 위한 것이 아닐까요? 영어 수학 공교육비, 사교육비를 그렇게 때려 붓고도 그 효과가 미미한 것도 학생들이 원해서 배우는 지식이 아닌 대입 입시 변별력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요즘 이야기 구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리뷰를 쓰다 보면 이야기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꼬고 비틀고 하는 기술이 체계적이고 각종 용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플롯이 무엇이고 어떤 플롯이 인기 있는 플롯인지 궁금해서 유튜브를 통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에 온갖 지식이 다 올라와 있고 전문가들의 무료 강의도 많아서 누구나 배우고 싶은 지식이 있으면 유튜브에서 다 배울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보다 더 깊이 있고 재미있는 강의와 영상이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학교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시계 보는 법을 왜 배워야 하는지 되묻지 못하는 사람들 

뭐든 아는 사람에게는 그 지식이 당연하고 쉬워 보입니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모르기에 어렵습니다. 아날로그 시계를 볼 줄 아는 한국 사람들이 왜 그것도 몰라?라는 식의 시선을 보면서 왠지 모를 자긍심을 봤습니다. 그런데 전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걸 왜 알아야 할까? 몰라도 상관없지 않나? 오히려 배우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아날로그시계 보는 법을 통해서 주는 스트레스 같은 지식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는 점도 보입니다. 

시대가 변하면 안 배워도 되는 지식이나 기술들이 있습니다. PC 시대에 타자기 배워야 한다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듯, 디카 시대에 필름 카메라가 찐이다라고 외치는 사람을 외면하듯. 디지털시계라는 보기 편한 시계가 있는데도 아날로그시계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타자기, 필름 카메라를 배워야 한다는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식의 주장이면 해시계는 해만 있으면 어디서든 알 수 있기에 해시계 보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소리도 먹힐 수 있습니다. 물론 아날로그 시계는 현재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기에 아주 유용한 상식이지만 이걸 굳이 강제로 배울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히려 우리는 뭘 배울 때 이걸 왜 배우지?라는 질문 보다는 배우라면 배우는 거지 뭔 말이 많아!라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것은 아닐까요? 왜 배워야 하는지 그게 꼭 필요한 교육인지 묻고 따지는 일보다는 배우면 좋은 거 아니야? 그냥 다 배워두면 좋지라는 식으로 교육을 만들고 운영한다면 그게 건강한 교육인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 

어려서부터 책 읽고 느낌을 전하고 내 생각을 발표하고 나누고 공유하고 서로 의견 교환을 하는 것보다는 이 책의 주제와 소재가 뭐고 주인공의 심정을 정답처럼 말하는 지식, 상식 기계를 만드는 교육이 과연 바른 교육일지 모르겠네요. 그런 교육 속에서 누가 책 읽는 걸 즐겨하겠습니까. 책 자체가 나의 지식을 쌓아주는 것이 아닌 내가 얼마나 상식이 없고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지 측정하는 리트머스 종이처럼 느껴지는데요. 아날로그 시계 교육. 왜 다른 나라는 안 가르치는지도 살펴볼 줄 아는 지혜를 배웠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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