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고궁 마니아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 고궁입니다. 서울에는 5대 고궁이 있지만 경희궁을 빼고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경복궁이 있습니다. 종묘가 있긴 하지만 거긴 제사하고 위패를 모시는 곳이라서 뺐습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극한 후에는 시간 단위로 관람객을 받아서 요즘은 잘 가지 않습니다.
이 4대 고궁들을 매년 가을마다 찾습니다. 고궁에는 고궁 전각처럼 오래된 나무들 특히 단풍이 곱게 드는 거대한 단풍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이중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곳이 창경궁입니다. 창경궁은 입장료 1천 원에 아름다운 단풍 나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춘당지라는 큰 연못 수변에 하늘을 가릴 정도의 거대한 단풍나무가 많아서 단풍빛 샤워를 할 수 있습니다.
창경궁은 4대 고궁 중에 대중교통 접근성이 가장 떨어집니다. 원래는 종묘를 지나서 창경궁까지 이어졌는데 종묘와 창경궁 사이를 매꾸는 공사 때문에 단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4호선 혜화역에서 내려서 걸어가거나 종로 5가역이나 3가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가거나 걸어가야 합니다. 많이 불편해졌지만 대신 그 가치 이상의 예쁜 가을 빛을 제공합니다.
이 창경궁을 10월 30일에 찾아갔는데 이틀 전인 10월 24일에도 찾았습니다. 한 주 차이지만 확 달라졌습니다. 다음 주까지가 절정일 듯 하네요. 휴일에 찾아가기 딱 좋은데 아쉽게도 비 예보가 있습니다. 다음 주 중이라도 한 번 찾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정말 단풍 빛이 곱기 곱네요.
단풍은 역시 역광입니다. 같은 단풍도 태양 빛을 머금으면 더 빛이 납니다. 창경궁이 좋은 이유는 이 아름다운 단풍 나무들도 많지만 호수를 끼고 있고 전각도 있어서 단풍과 함께 아름다운 전각과 조형물과 건물을 넣어서 촬영할 수 있습니다.
단풍나무들은 창경궁 전각 주변에 많이 있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창경궁 호수인 춘당지 주변에 많습니다. 단풍 나무 종류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무척 커서 사진으로 담기 좋고 단풍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습니다.
전각이 많은 곳도 좋긴 한데 춘당지 주변을 꼭 돌아보셔야 합니다. 길은 마사토가 깔려 있어서 먼지가 많이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걸을때마다 자박자박한 발걸음이 들립니다.
제가 창경궁 단풍에 빠진 게 15년 전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게 2007년이고 그해 가을에 창경궁을 찾았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단풍에 깜짝 놀랐고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창경궁 단풍을 담고 있습니다. 절 단풍 맛집인 창경궁으로 이끈 건 이 나무입니다. 춘당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5시 방향에 있는 이 단풍나무는 많은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크기도 크지만 단풍 색이 예뻐서 사진으로 담으면 별을 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막 단풍이 들기 시작했고 다음 주에 절정일 듯 하네요. 녹색에서 시작해서 붉은색으로 끝나는 색의 그라데이션이 대단합니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단풍 터널이 나옵니다. 불이난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불타 오르고 있습니다.
녹색, 노란색, 빨간색 단풍의 3원색이 다 담겨 있네요.
이 길을 안 걸어보셨다면 창경궁 단풍을 제대로 보지 못한겁니다.
고궁마다 연못이 다 있습니다. 덕수궁에도 물론 있지만 구석에 있고 작습니다. 반면 창경궁의 춘당지는 크기도 크지만 호안이 곡선이라서 더 운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특히 주변에 다양한 색과 다양한 종류의 단풍이 가득합니다.
가운데는 작은 섬이 있어서 청둥오리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합니다. 단풍 반영 사진 촬영하기도 쉽죠.
춘당지 둘레길만 돌아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다시 말하지만 춘당지 둘레길 뒤쪽 큰 길도 꼭 둘러보세요.
물론 춘당지 주변도 참 예쁘죠.
춘당지는 연못이 2개입니다. 큰 연못이 있고 그 위에 작은 연못도 있습니다. 이 작은 연못 주변에도 단풍이 든 나무들이 가득합니다.
이 작은 연못 주변도 엄청난 가을빛을 내뿜네요.
창경궁에는 식물원도 있습니다. 이 식물원은 아픈 과거이기도 합니다. 고종이 만든 국내 최초의 유리 온실이지만 이 식물원과 창경원이라는 동물원이 세트가 되어서 일제 시대를 지나서 1980년대초까지 동물원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저 어렸을 때 어머니가 김밥 싸서 창경궁 벚꽃 놀이 및 동물 구경하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창경원이에요. 일제가 고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망측한 일이죠. 춘당지 위를 지나는 케이블카도 있었고 춘당지는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했습니다.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서울대공원과 동물원 미술관의 과천에 만들어지면서 동물들은 다 이주를 하고 창경궁은 고궁으로 재탄생합니다. 이 온실은 현재 방명록을 쓰고 입장을 해야 합니다. 작년 말에 리모델링을 통해서 재탄생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죠.
돌 사진, 웨딩 사진 촬영하는 분들도 좀 보이네요. 여기서 웨딩 촬영하려면 촬영 허가를 받아야 하고 얼마의 돈을 내야 하더라고요.
창경궁에서 가장 덜 알려졌지만 가장 아름다운 단풍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춘당지 뒤 유리식물원을 정면으로 보고 14시 방향에 있는 관덕정입니다. 이 정자가 있는 줄 창경궁 들락거린지 4년 지나서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자꾸 식물원 옆 길로 사라지기에 호기심에 올랐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정자가 있는데 주변이 온통 단풍나무입니다.
이 사진들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도 단풍색이 너무 예뻐서 절경이 잘 담기네요.
관덕정 안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관람객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엉덩이 걸치고 가을 빛을 보고 있노라면 창경궁에서 기거하는 고양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한 30분 앉아 있으면 내 마음도 가을로 물듭니다. 오후 2시 이후에 가면 빛이 내리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온통 노란색으로 가득찹니다.
고양이들이 더 늘었네요. 보이 한 아주머니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더라고요. 창경궁 고양이들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자랍니다.
사람 손을 타서 그런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도 않습니다. 꼬리들이 짧은 게 가족임을 알 수 있습니다.
평온한 오후네요. 코로나 때문에 마음에 우울이 낀 분들이 많은데 이런 가을 빛을 받고 다시 우울을 떨쳐낼 정도로 온화와 평온 그 자체였습니다.
관덕정의 단청과 가을 단풍 색이 참 비슷하네요.
창경궁 전각들이 몰려 있는 곳을 지나면 또 다른 공간이 나옵니다.
창덕궁과 담장을 이웃하는 곳인데 여기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잘 안 찾더라고요.
하지만 여기도 단풍나무가 참 많아요. 이 가을도 이렇게 절정으로 다다르고 있네요
창경궁에서 만추를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