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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한국판 고스트바스터즈 같은 보건교사 안은영

by 썬도그 202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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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하반기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가장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측하고 내놓은 6부작 드라마가 <보건교사 안은영>입니다. 예고편만 봐도 무슨 엉뚱 발랄한 영화일까 잔뜩 기대를 하면서 대기를 하다가 드디어 오늘 9월 25일 오픈을 했습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2015년 민음사에서 출간한 정세랑 작가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이 원작입니다. 원작과 넷플릭스 드라마가 얼마나 같고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 6부작 넷플 드라마에 기대한 것은 원작 소설보다 감독 이경미 때문입니다. 이경미 감독은 2008년 호평을 받은 <미쓰 홍당무>를 연출했고 2016년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던 영화 <비밀은 없다>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이경미 감독은 믿고 보는 감독이라고 할 정도로 평범한 이야기도 비범하게 잘 전달합니다. 

한국판 고스트바스터즈 같은 <보건교사 안은영>

<보건교사 안은영>를 장르로 치면 퇴마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신을 보는 수많은 퇴사 드라마와 영화와 다른 점은 음습함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밝습니다. 예를 들어 젤리 괴물을 죽이면 진액이 터지는 것이 아닌 젤리가 쏟아집니다. 특수효과가 엄청나다고 할 정로 CG가 고퀄이고 CG 사용한 장면도 꽤 많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야광봉 같은 검을 들고 BB탄으로 물리칩니다. 이런 모습은 고스트바스터즈와 참 비슷합니다. 밝은 톤의 퇴마물인 <보건교사 안은영>은 이 독특한 세상을 설득하는 과정이 살짝 덜컥거리면서도 그런대로 매끄럽게 연착륙을 합니다. 

목력 고등학교에 보건교사로 취직을 한 안은영(정유미 분)은 남들과 달리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는 흔하고 흔하죠. 다른 점은 안은영은 귀신도 보지만 사람들의 욕망 덩어리들을 젤리로 봅니다. 곳곳에 퍼져 있는 젤리들은 우리의 욕망처럼 크지만 무해한 젤리도 있고 작지만 사람 마음을 악하게 만드는 나쁜 젤리도 있습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어느날 한 학생이 나쁜 젤리에 공격을 당한 것을 보고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목련고등학교 지하실은 일광소독이 6개월마다 소독을 해야 하는데 일광소독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금기시되고 있는 지하실 문을 야광봉 같은 장난감 검으로 자물쇠를 내리쳐서 열고 들어간 안은영은 엄청나게 많은 젤리들을 장난감 검으로 분쇄합니다. 학교 설립자의 손자이자 한문 선생님인 홍인표(남주혁 분)이 이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 두 사람은 지하실에서 압지석을 발견합니다. 

압지석에는 이 학교가 세워진 땅의 비밀이 적혀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큰 연못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투신을 해서 물을 빼고 학교를 세우고 압지석으로 정령들이 나오지 못하게 막아 버립니다. 그런데 이것도 모른 채 한문 선생님은 잠시 압지석을 열어 버리고 그 잠깐 사이에 거대한 젤리 괴물이 나와버립니다. 

아이들은 뭐에 홀린 듯 옥상에 올라가서 철조망을 넘으려고 합니다. 이를 말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보건교사 안은영이 장난감 검을 들고 젤리들을 떼어냅니다. 

그러나 거대한 젤리 괴물의 흡입력이 워낙 강해서 아이들과 안은영 선생님까지 빨려들어갈 때 안은영 선생님은 다른 사람에게 없는 보호막을 하고 있는 한문 선생님인 홍은표 선생님의 손을 잡게 되고 한문 선생님의 깨끗한 기를 받습니다. 이에 안은영 선생님은 BB탄 총을 장전하고 홍 선생님의 기를 받아서 거대 젤리 괴물을 물리칩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홍은표 선생님은 안은영 월드에 쉽게 납득당합니다. 여기에는 한 학생도 납득이 되고 몇몇 학생들도 납득이 됩니다. 이렇게 안은영 월드에 합류한 홍은표 한문 선생님은 보건교사 안은영을 돕는 조력자가 됩니다. 

아픔이 있는 안은영과 홍은표의 젤리 월드 구하기

병맛 코드라고 할 수 있지만 꼼꼼히 보고 자세히 보면 병맛 코드는 거의 없습니다. 그냥 흔한 퇴마물로 비추어집니다. 다만 십자가나 마법봉으로 눈에 안 보이는 영혼들과 괴물들을 물리치는 것이 아닌 장난감 검과 BB탄으로 물리치는 것이 다를 뿐 병맛 코드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흔한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것도 아닙니다. 안은영 선생님이 홍은표 선생님을 좋아하는 눈치이긴 하지만 연애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전투사와 힐러가 되어서 세상을 구합니다. 장난감 검으로 최일선에서 젤리 괴물들과 싸우는 안은영 선생님에게 기를 충전해주는 사람이 홍은표 한문선생님입니다. 두 사람은 결핍이 있습니다. 안은영 선생님은 어려서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고 계모와 함께 살았습니다. 계모가 무조건 신데렐라 계모라고 할 수 없지만 안은영이 점심 도시락으로 고구마를 싸오는 걸 보면 좋은 계모는 결코 아닙니다. 여기에 귀신까지 본다고 소문이 나서 왕따 신세였습니다. 

홍문표 선생님도 학교에서 왕따입니다. 설립자 손주이고 학교를 물려 받을 인물이라서 접근하기 어려운 인물인 것도 있지만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장애인이라서 접근하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친구 없이 자란 안은영, 금수저 같지만 학교에서 왕따인 홍문표 선생님이 배터리와 충전식 광선검이 되어서 젤리가 창궐하는 목력 고등학교를 구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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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젤리 보는 거 아니야!

1,2화는 거대한 젤리 괴물을 물리치는 과정을 담고 이게 끝이나면 <보건교사 안은영>은 좀 맥이 빠지고 재미도 좀 빠집니다. 이때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이 원예부를 이끄는 영어교사 매켄지(유태오 분)입니다. 매켄지도 젤리를 봅니다. 안은영과 다른 점은 젤리를 잡아다가 팔아서 돈을 법니다. 젤리라는 존재는 혼령은 아닙니다. 젤리는 그냥 하나의 욕망 덩어리입니다.  혼령은 사람처럼 생겼습니다. 혼령이 젤리가 되기도 하지만 둘은 다릅니다. 

이런 젤리를 잡아다가 젤리의 힘을 이용해서 고객에게 팝니다. 매킨지라는 인물은 안은영과 적대적 관계로 그려지는 듯해서 흥미로운데 아쉽게도 4화 이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시즌2에서 다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네요. 매킨지는 안은영에게 너 같은 사람들을 많이 봤다면서 그렇게 혼자 기를 쓴다고 세상이 널 알아주지 않는다고 핀잔을 하고 자기처럼 젤리 장사로 돈을 벌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합니다. 

다소 지루해질 때 터지는 눈물샘

어떤 새로운 것도 그 패턴이 단조로우면 바로 지루해집니다. 뭐하는 선생님인데 장난감 검으로 젤리라는 괴물을 물리치는 걸까? 호기심에 봤다가 이 호기심은 3화, 4화가 되면서 서서히 지루해지기 시작합니다. 다만, 뛰어난 CG와 CG 물량 공세와 이경미 감독의 말끔한 미장센 등이 그나마 졸린 구간에서 지루함을 달래줍니다. 

옴을 잡아먹는 옴잡이가 나오면서 잠시 흥미로워지고 유일한 단짝이었던 강선이 유령이 되어서 등장하는 장면은 처음에는 뜬금없이 보다가 눈물샘을 터트립니다. 안은영 캐릭터를 잡아준 강선. 강선의 등장이 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라고 느껴지네요. 은영은 자신의 삶을 저주하고 있었습니다. 귀신을 보고 욕망의 질척거림 같은 젤리를 평생 죽여야 하는 은영. 마치 무당이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게 아니듯 은영도 자신의 삶을 자기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이런 삶을 사는 자체가 스트레스 그 자체입니다. 이런데 무슨 홍은표 선생님과 사랑을 하겠어요. 

자신의 삶을 저주하는 은영. 그런 삶도 삶이라고 알게 해준 강선의 등장으로 안은영 월드는 내적인 영역까지 합쳐서 더 커지게 됩니다. 아파트 공사장에서 서럽게 우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네요. 저렇게 찰지게 우는 배우가 있다니 몇 번을 다시 보았습니다. 정유미 맞나? 서러워도 저렇게 서럽게 울다니. 정유미라는 배우가 아주 연기를 잘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이 장면은 정유미가 맞나 하고 몇 번을 다시 봤네요. 

밝혀지는 실체와 아쉬운 점

6화에서는 이 목력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젤리 난동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밝혀집니다. 그러나 그 실체 찾기 과정이 탐정물이 아니라서 정교하거나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강선이 지나간 후 좀 맥이 빠지고 아쉬운 점도 좀 보입니다.

이 젤리라는 정체는 사람의 속마음 덩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 속에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게 상식 밖이라서 또는 사회생활을 위해서 숨깁니다. 어른일수록 더 잘 숨기죠. 그러나 아이들은 덜 숨깁니다. 임대아파트 산다고 괄시하는 농구부 주장 문어의 행동을 초반에 보여주고 후반에는 젤리가 창궐하자 선생님들이 한문 선생님이 장애인이라고 웃습니다. 

이런 걸 좀 더 부각하면 좋으련만 <보건교사 안은영>은 잠시 스치듯 다룹니다. 이러다 보니 젤리의 정체가 뭔지 느낌이 확 와닿지는 않습니다. 그냥 귀여운 젤리, 나쁜 젤리? 단순한 소모품으로 소비하는 느낌이네요. 처음 시작이고 시즌2로 간다면 이 지적은 주머니에 넣을 수 있습니다만 조금만 더 젤리가 우리의 속내가 튀어나온 덩어리라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또한 맥켄지 선생님의 등장만 있고 퇴장이 없어서 뭔가 말을 하다 만 느낌도 듭니다. 

시즌 2를 기다리는 보건교사 안은영

원작 소설에 어디까지 다루었는지 6부작 내용이 원작 소설 내용 전체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즌2도 나왔으면 합니다. 이제 막 안은영 선생님을 영접하게 되었는데 너무 빨리 끝난 느낌입니다. 좋은 드라마는 좋은 기를 줍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맑은 기가 흐르는 드라마입니다. 먼저 끈적거리는 남녀 사이의 로맨스가 젤리 한줌도 없습니다. 뭐 안은영 선생님이 홍은표 선생님 손목을 잡고 좋아하는 건 있지만 안은영 선생님은 자신의 앞 가름하기도 바빠서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안은영 선생님은 우리 주변에 있는 지박령, 혼령들을 보고 그들을 물리칩니다. 이런 소재라면 시즌제로 가도 소재는 꽤 많이 나올 겁니다. 물론, 기존의 퇴마물과 크게 다르지 않고 흔하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약점이지만 대신 한국에서 여성 슈퍼히어로물이 나온다는 자체가 흥미로울 듯합니다. 

전체적으로 맵고 짜다는 느낌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참 많네요. 특히 새로운 얼굴들이 참 많이 보입니다. 보통 고등학생 출연자들도 온통 화장을 하고 나오는 드라마와 달리 진짜 고등학생들이 아닐까 할 정도로 꾸미지 않고 나오는 모습이 정겹기까지 하네요. 추천하는 드라마, 볼만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입니다. 넷플릭스니까 이런 드라마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소재도 내용도 CG도 고퀄이네요. 

오리가 계속 나오는데 저 오리는 뭔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목력고등학교 터가 예전엔 연못이었고 그 연못에 살던 오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안은영은 빨리 발음하면 아는형으로 발음이 되는데 아는 형이 날 케어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을 케어하는 아는 형이 안은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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