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소지섭, 송승헌, 이정재, 이미연, 김민희, 고소영 이 배우들의 공통점은 사진가 조세현이 발굴한 스타입니다. 조세현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상업 사진가로 지금도 그 명성이 대단합니다. 도봉구에 2023년에 설립되는 서울 사진미술관 건립에 많은 조언을 해준 사람도 조세현 사진가입니다.
아마도 컨필레이션 CD 붐을 일으킨 연인이라는 3장짜리 음반을 대박 나게 한 건 이 사진 1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요즘 10,20대들은 조세현을 잘 모를 겁니다. 최근에 많은 활동을 하는 것도 최근에 촬영한 사진 중에 대중이 많이 본 사진도 거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인지도도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조세현 사진가를 아주 잘 알죠. 구본창 사진가도 상업 사진과 예술사진을 겸엄하다가 예술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되었지만 조세현 사진가는 개인 사진전이 10년 전에 하고 최근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조세현은 광고 사진, 출판 사진, 선거 사진 등 주로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사진을 찍는 상업 사진가라서 사진작가로 분류하기에는 좀 애매한 사진가입니다. 물론 그 구분을 할 필요는 없지만 무분별하게 사진작가라는 호칭을 쓰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인물 사진가 조세현이 쓴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
인물 사진 잘 찍는 사진가 조세현이라는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습니다. 정말 인물 사진 잘 찍습니다. 이 뛰어난 인물 사진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을 들었습니다. 조세현은 2019년에 자신의 사진 이야기를 담긴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을 출간했습니다. 책은 두껍지 않고 앉아서 6시간이면 다 읽을 정도로 얇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책 초반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 사진가가 어떻게 사진을 시작했는지가 궁금했는데 길거리에 떨어진 필름롤을 보고 사진을 알게 되었고 집안의 반대에도 열정적인 사진에 대한 애정으로 알아주는 사진학과인 중앙대 사진학과 입학 과정과 수전증이 있지만 손떨림 보정 기능이 있는 디카가 나와서 좋았다는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조세현이 발굴한 연예인들은 참 많습니다. 지금이야 연예기획사가 길거리 캐스팅을 하든 여러가지 방법으로 발굴하지만 90년대에는 조세현 같은 유명한 사진가가 잡지 표지 모델이나 모델을 직접 발굴하기도 했고 대표적인 사진가가 조세현입니다. 위에서 거론한 연예인들이 바로 조세현의 모델로 시작한 연예인입니다.
책에는 이미현 특히 김민희를 발굴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1장 사진가의 일에서는 조세현이 어떻게 카메라를 들게 되었고 어떻게 성공한 얼굴 사진 전문가가 되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생각보다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이 상업 사진 생태계를 깊게 다루지는 않네요. 아마도 제가 예상했던 것은 상업 사진 시장이나 이쪽 사진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양이 적었습니다.
2장 얼굴이야기에서는 얼굴 사진의 핵심은 눈이고 그 눈에서 나오는 눈빛을 잘 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담깁니다. 본격적인 얼굴 사진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도 생각보다 깊게 다루지 않습니다. 그냥 큰 스님이 선문답 같은 두루뭉술 수리하고 구름같이 잡을 수 없는 말들이 가득 담기네요.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은 조세현 개인의 이야기는 초반에 거의 다 끝나고 사진에 관한 조세현의 다양한 시선과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쭉 쏟아냅니다. 글들은 꽤 좋습니다. 들을만하고요. 그러나 이런 글들은 이미 수 많은 사진가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사진 관련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사진책에서 하는 사진의 속성이나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사진책을 많이 접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이 글들이 꽤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조세현이라는 사진가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말. 즉 국내 최고의 인물 사진가라면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다양한 인물 사진, 상업 사진과 이 생태계의 이야기로 다른 사진책과 차별성을 둘 수 있을 텐데 책 후반은 그냥 흔하디 흔한 사진 관련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특별히 조세현만의 차별성 있는 글은 거의 없는 것이 아쉽네요.
카메라는 도구일 뿐 수단이 아니라는 말이나 그럼에도 사진을 잘 찍기 위한 팁 3.4.5.6은 조세현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는 글이고 갑자기 카메라 매뉴얼 스러운 글은 출판사가 넣어달라고 해서 넣은 것이 아닐까 하는 글이 담겨 있네요. 배경을 단순하게 하고 눈높이를 맞추고 사진은 뺄셈이다라는 말은 너무 흔한 이야기입니다.
조세현 사진만의 특징. 자신만 가진 노하우나 세상을 보는 시선등에 관한 이야기가 적어서 여러모로 참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장터에 나온 할머니들을 흑백 사진으로 찍고 다양한 선한 영향력 활동을 하는 조세현 사진가. 앞으로도 사진으로 세상을 좀 더 밝게 하는 일을 많이 했으면 하네요. 책은 아쉽지만 조세현 사진가의 언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짙어지고 향긋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