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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한국 영화 역사 100년을 돌아보는 책 한국영화 100년 100경

by 썬도그 2020.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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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으로 한국 영화가 100년이 되었습니다. 한국 영화 100년을 기념을 축하하는 일이 일어났죠. 바로 영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세계 최고의 국제영화상인 '칸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2월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 무려 6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습니다.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많은 영화광들이 지금 이 시간을 즐기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영화 100년을 정리한 한국영화 100년 100경

한국영화가 100년을 기념해서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한국 영화의 중요 사건 사고와 흐름을 100개의 챕터로 만들어서 소개하는 책 <한국영화 100년 100경>을 발간했습니다.  

<한국영화 100년 100경>은 1919년부터 2019년까지 주요 사건이나 흐름이 있었던 시대를 정리하면서 동시에 주요 영화나 영화감독, 영화배우를 넣어서 한국 영화를 시대순으로 조명했습니다. 1명의 작가가 쓴 책이 아닌 영화 평론가, 영화 기자, 영화 연구자, 교수, 영화감독, 씨네 21 편집장 등 영화 관계자들이 동시에 집필을 했습니다. 

책을 열어보면 1919년이 아닌 1901년 한국에서 영화를 촤령한 시간부터 소개합니다. 한국 최초의 영화 상영은 1903년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한국 최초의 영화 상영은 한미간의 갈등으로 '전차 안 타기 운동'이 벌어지자 한성전기회사를 운영하던 2명의 미국인이 활동 사진 상영으로 이 위기를 극복합니다. 사람들은 전차를 타고 동대문에 도착하면 활동 사진을 상영했고 이게 대박이 납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저를 포함한 대한민국인을 홀립니다.

매년 2억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할리우드와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우리는 참 영화를 많이 자주 봅니다. 

쭉 넘기다가 1919년 국내 최초 영화 잡지 녹성에 대한 이야기가 보이고 1919년 10월 27일 조선인 거리에 있던 단성사에서 조선인 신파극단의 연쇄극인 <의리적 구토>가 처음 상영됩니다. 이 날을 기준으로 한국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한국 영화 역사를 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사람이 나운규입니다. 나운규가 많이 거론되는 이유는 1926년에 개봉한 민족 영화 <아리랑> 덕분입니다. 

이후 일제 강점기 시절의 영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일제 강점기라서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네요. 그러다 한국전쟁이 일어나는데 놀랍게도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에도 영화관은 돌아갔고 영화 제작도 했었습니다. 

죽 내려가다가 1950년대 후반 새로운 영화관의 등장 항목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지금의 종로 동화면세점에 있었던 국제극장과 약초극장으로 시작했다가 해방 후에 이름을 바꾼 수도극장, 1937년 황금연예관으로 개관 후에 개칭한 국도극장과 함께 전쟁통에 사라진 영화관을 다시 재건한 대한극장, 명보극장, 아카데미극장, 을지 극장, 반도 극장(현재 피카디리 극장)이 1957~59년 사이에 신축을 합니다.  이때 지어진 영화관 중에 가장 큰 영화관은 대한극장이었습니다. 

지금은 멀티플렉스관으로 변신을 했지만 2천 석 규모의 대한극장은 무슨 놀이동산 느낌이었습니다. 2천 명이 꽉차서 70mm 필름으로 영화 <탑건>, <로보캅>을 보는 그 경험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겁니다. 화면도 크고 사람도 많아서 영화 장면마다 일비일희했습니다. 지금처럼 영화를 숨죽여서 보는 시대도 아니라서 가끔 관객 중에 한 사람이 큰 소리를 내면 그 소리에 박장대소를 하기도 했고 좋은 영화는 끝나고 기립박수를 치는 문화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영화관에서 기립박수 치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쳐다보겠죠. 

<한국영화 100년 100경>은 영화 산업적인 성장이나 영화제작사나 배우들에 대한 연표를 담지는 않았습니다. 하나의 키워드로 그 시절의 풍경을 함께 담는 글들이 100개나 있습니다. 한국 영화 중흥기였던 1960년대의 스타들의 이력이나 당시 사건 사고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는데 글들이 아주 쉬워서 술술 읽힙니다. 

그러나 <7인의 여포로>와 <춘몽> 사건이 터지게 되면서 한국 영화는 암흑기로 접어듭니다. 이 암흑기를 가져온 사람은 박정희 군사 정권입니다. 모든 영화를 검열하기 시작했고 영화 감독을 감옥에 집어넣는 등 잔혹한 행동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인기 만화책인 '공포의 외인구단'을 영화로 만드려고 했지만 공포라는 단어가 문제가 있다면서 빼라고 했고 이에 이장호 감독은 '이장호의 외인구단'으로 심의를 통과합니다. 

이후 19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문희,남정임,윤정희의 전성시대를 조명하고 80년대에는 정윤희도 소개합니다. 윤정희 배우는 할머니 모습만 봤는데 젊은 시절 영상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오드리 햅번과 비슷할 정도로 정말 곱디 고운 배우였네요. 그런 면에서 2020년 이 여배우가 나오면 꼭 봐야 한다는 티켓파워가 강한 여배우가 거의 없네요. 

이제는 단순히 외모만 곱다고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 시대도 지났에 배우의 티켓 파워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조정석, 윤아라는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배우가 출연해도 1천만에 가까운 관객 동원을 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80년대 애마부인 시리즈가 6년 동안 큰 인기를 끌다가 비디오 시장이 열리면서 애로 영화들이 영화관이 아닌 바로 비디오 시장으로 흘러가면서 애로물은 사라지게 되었다는 점과 1998년 강변역 CGV가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관으로 오픈한 것을 점과 스크린쿼터 싸움, 영화 잡지들의 흥망성쇠와 2천 년 대 초 조폭 코미디의 등장과 칸 영화제에서 활약하는 한국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 이야기는 한 줄도 안 나옵니다. 나올 수 없죠. 한국 영화의 희망에서 수치가 되었으니까요. 지금은 카자흐스탄에서 영화 만들고 있다고 하네요. 

2013년 한국의 영화관 관객은 1년에 2억 명을 돌파한 소식과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이 아시아 시장에서 대박이 났다는 점과 <옥자>가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 소개된 이야기를 지나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내용으로 끝이 납니다. 정말 한국 영화 100년 100경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경치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입니다. 그리고 이 기쁨은 아카데미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이지만 아카데미 소식은 지금 나온 소식이라서 책에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영화광이나 영화를 자주보고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왼쪽에는 큰 사진 오른쪽에는 읽기 편한 텍스트가 가득합니다. 가격은 3만 원으로 가격이 좀 있긴 하지만 한국 영화 역사를 편하게 돌아볼 수 있는 책입니다. 앞으로 100년. 한국 영화는 어떤 풍경을 담아낼지 궁금하네요. <기생충>이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가 되어서 지금보다 더 좋은 한국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이제 한국 영화는 기술적으로도 영화 제작 시스템이나 영화 제작 인력이 점점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다만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다 보니 감독의 개성이 사라지고 제작자가 원하는 안전빵 영화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네요. 그래서 봉준호 이후의 감독들이 잘 안 보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로 망해서 사라졌다면 <기생충>도 없을 겁니다. 차승재 같은 훌륭한 제작자가 더 많아졌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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