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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사진의 본질을 조명한 2020 서울사진축제 '보고 싶어서' 본문

사진정보/사진전시회

사진의 본질을 조명한 2020 서울사진축제 '보고 싶어서'

썬도그 2020. 7. 31. 14:37

서울시는 서울사진축제를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0년 처음 시작했던 이 서울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서울사진축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진행하다가 문래동 일대에서 전시를 했다가 지금은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년 겨울에 진행했던 전시회도 올해는 여름인 7월 14일부터 8월 16일까지 약 1달 정도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사진전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북서울 미술관은 제가 사는 곳에서 아주 멉니다. 지하철을 타고 1시간 30분이나 가야 합니다. 이걸 보면 서울은 참 거대한 도시입니다. 서울시가 서울 변두리에 다양한 미술관을 짓고 있는데 이 서울 북쪽에는 북서울 미술관이 있습니다. 문화 소외지역에 서울시 세금으로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아주 좋은 모습이네요. 온갖 좋은 건 강남에 있는데 서울시가 균형발전을 위해서 서울 변두리에 다양한 문화 공간을 만들고 있네요. 

2023년에는 서울사진미술관이 개관을 하면 아마도 서울사진축제도 그곳에서 진행될 듯합니다. 서울사진미술관은 도봉구에 지어지니 제가 사는 곳에서 더 먼곳에 지어지겠네요. 그래도 좋은 사진전을 하면 찾아가야죠. 

코로나19 때문에 그냥 무턱대고 가면 안 되고 예약을 하고 찾아가야 합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네요. 매주 월요일만 전시를 안하고 평일과 주말에 관람할 수 있습니다. 2시간 단위로 60명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예약은 https://yeyak.seoul.go.kr/reservation/view.web?rsvsvcid=S200720145117075581

 

서울특별시공공서비스예약-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통합 전시관람 예약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통합 전시관람 예약

yeyak.seoul.go.kr

에서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 전시 내용 소개 페이지에 예약 링크라도 걸어주면 좋은데 예약 페이지를 찾기가 쉽지 않네요. 이런 걸 보면 행정 편의주의적인 모습이 여전히 많네요. 

볼만한 사진전 '보고싶어서'

총 120점의 사진이 전시됩니다. 고정남, 사나이 마사후미, 사이먼, 후지와라, 서민규, 소피 칼, 스톤 김, 애나 폭스, 왈라드 라드/아틀라스 그룹, 전시영, 캐서린 오피, 함혜경, 황예지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사진작가를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저이지만 요즘 사진에 관심이 떨어져서 인지 모두 처음 듣는 사진작가 이름들이네요. 

코로나 때문에 도슨트는 없습니다. 대신 서울시립미술관 앱을 설치하거나 아니면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설치하고 북서울미술관을 검색하면 음성 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참! 입구에서 발열체크 및 네이버로 QR코드 인증을 해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만에 하나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면 같은 시간대에 있는 분들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함 같네요. 

올해 전시회는 사진의 본질인 기록에 대한 전시 같습니다. 사진이 아니었다면 사라져 갈 것들. 이 말이 가슴에 콕 박히네요. 사진이 아니었다면 사라져 갈 것들이란 기억이겠죠. 우리의 기억은 너무 쉽게 깨지고 훼손되고 왜곡됩니다. 그리고 그 깨지고 사라지고 훼손되는 기억을 보정할 도구로 사진을 선택합니다. 

꼭 기록하고 싶을 때 우리는 사진을 찍습니다. 이 공식이 필름 시절에는 확실했지만 디지털 사진 시대에는 기록성은 점점 옅어지고 과시용 또는 나를 드러내는 일기장이나 나를 꾸미는 도구로 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셀카죠. 셀카는 기록성보다는 과시가 더 큽니다. 기록이라는 것은 객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셀카는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찍습니다. 여기에 보정 어플로 보정까지 하니 기록성은 점점 훼손됩니다. 보고 싶어서는 이 사진의 원천적인 기능인 기록성을 조명한 사진전시회 같네요.

  조앤 / 사이먼 후지와라

메인 갤러리 옆에 있는 프로젝트 갤러리 1에서는 사이먼 후지와라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사이먼 후지와라는 영국계 일본 작가로 이미지 과잉 시대이자 이미지 페티시 시대를 담은 사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강렬하죠. 아마 이 사진이 이 보고 싶어서 사진전의 메인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크기도 크지만 백라이트가 있는 라이트 박스를 사용해서 더 강렬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진을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요? 대형 쇼핑몰이나 상가들을 걷다 보면 거대한 이미지가 백라이트 빛으로 밤에도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상업 사진이자 사진 스타일도 상업 사진 스타일입니다. 무슨 스포츠 브랜드 사진 같네요. 사진의 모델은 조앤으로 2000년 ~ 2002년 후지와라의 고등학교 미술 교사입니다. 

조앤은 다양한 이력이 있습니다. 1998년 미스 북아일랜드 우승자였고 권투 챔피언이자 미술가입니다. 조앤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려고 상반신이 노출된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는데 이 사진을 학교 학생이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타블로이드 신문사에 전송합니다. 언론에 노출 사진이 누출되자 조앤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됩니다.

언론에 의해 이미지가 훼손된 조앤과 제자인 후지와라는 광고 사진처럼 사진을 촬영해서 이미지를 덧칠합니다. 어떤 것을 지우는 방법은 지우개 같은 걸로 지우는 방식도 있지만 다른 색으로 칠해 버려서 없애 버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이미지는 지우개로 지울 수 없고 다른 이미지로 칠하면 지워지거나 옅어집니다. 수많은 기업 총수들이 금융 범죄를 짓고 사회 기부를 하는 것도 다 이미지 덧칠하기입니다. 

조앤은 범죄의 희생자이지만 이상하게 이런 누출 사진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더 많은 비난을 받습니다. 최근에야 이런 시선이 잦아든 성숙한 시선이 늘었지만 전 세계 어딜 가나 노출 사진의 누출 사건은 피해자가 아주 큰 고통을 당합니다. 

보고 싶어서! 이는 관음의 말이기도 하죠. 관음의 시대에 사는 우리입니다. 남이 먹고 마시고 수다 떨고 여행 가는 걸 멍하니 지켜봅니다. 요즘 연예인들 일상 관찰하는 예능이 너무 많은데 가끔은 왜 남 노는 걸 지켜봐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고 그래서 요즘 예능을 거의 안 봅니다. 

 

살아 있는 / 사나이 마사후미 

한 여자분이 마당에 있는 화분에 물을 부고 있습니다. 정말 평화로운 분위기네요. 이 사진은 1995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사나이 마사후미 사진작가의 사진 '살아 있는' 사진 시리즈는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일상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진입니다. 요즘은 이런 사진 인스타그램에서 갬성 사진이라고 많이 올라오죠. 사진가의 표현에 따르면 이런 일상의 사진들은 이 공간이 주는 아지랑이나 정령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그런 때가 있죠. 너무나 아름다운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할 때가 있습니다. 그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진으로 담고 우린 그걸 갬성 사진이라고 합니다. 활력이 꿈틀거리는 사진. 바로 '살아 있는' 사진 시리즈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당시의 분위기를 담고 있지만 숙명적으로 시간이 쌓이면 기록 사진의 은은한 빛이 나옵니다. 

고정남

하얀 벽면 가득 작은 사이즈의 사진이 가득합니다. 이 사진은 고정남 사진가가 2003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전 사진가의 사진도 그렇고 이 사진도 최근 사진이 아닌 오래된 사진이네요. 사진이라는 것이 별거 아닌 사진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이라는 가치가 늘어나죠. 따라서 좋은 기록 사진을 담으려면 당시를 느낄 수 있는 시의성을 사진 안에 배치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록성을 따지고 촬영하기보다는 그냥 오래 기억하고 싶은 걸 사진으로 담습니다. 

사진 설명을 보니 무목적성을 가지고 촬영했다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그냥 아무거나 막 찍었다는 소리로 들리네요. 아무거나 막 찍기. 이거 생각보다 자주 많이 찍지 않습니다. 정말 사진 못 찍는 사람들이 아무거나 막 찍는 건 쉽지만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아무거나 막 찍기가 쉽지 않죠. 아무거나 막 찍기가 보기 좋은 사진들이 담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우연성이 커서 시간이 지나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2003년 당시 포토샵을 띄운 모니터네요. 당시 저런 베젤이 큰 LCD 모니터가 많았죠. 

두부 사러 가는 길 / 스톤김 

큰 사진이 벽에 걸려 있습니다. 강렬한 컬러 사진이네요. 하루 중에 가장 다채로운 색을 내는 시간이 해 뜰 녘과 해 질 녘입니다. 이 사진들은 성북 문화재단의 의뢰로 성북구 인문학 증진과 소통을 위해서 지역 내 문인들의 기록 정리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성북구는 오래된 건물과 한옥이 꽤 많습니다. 골목도 많고요. 부자들도 많이 살지만 서민들도 많이 삽니다. 또한 문인들도 많이 삽니다. 성북구를 배경으로 한 시와 소설도 많고요. 신경림 시인은 성북구민인가 봅니다. 신경림 시인이 살았던 동네의 골목과 추억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남이 찍어준 시인의 추억 기록이네요. 그나마 성북구는 오래된 골목이 그대로 있어서 추억 되새김질을 할 수 있지 저 같은 경우 그리고 많은 서울 시민들이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네가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해서 사라진 동네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추억이 분쇄된 도시가 서울입니다. 서울은 추억을 현재의 편의를 받고 팔아먹은 느낌입니다. 

아파트보다 주택들이 많은 성북구. 돌아볼만한 골목길이 참 많습니다. 

아틀라스 그룹 / 왈리드 라드

코너를 도니 정갈하게 담긴 사진들이 쭉 나열되어 있네요. 1967년 레바논 치바니에서 태어난 왈리드 라드는 15살이던 1982년 동베이루트 지역에서 이스라엘 군의 베이루트 공습을 지켜봤습니다. 

이스라엘 군이 전차 밑에서 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을 구경하고 있네요. 사진만 보고 베이루트 시민들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가 없지만 이렇게 기록해 놓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역사적 가치가 생깁니다. 왈리드 라드는 '아틀라스 그룹'이라는 가상의 아카이브 그룹을 만들어서 1975년에서 1990년까지의 레바논 내전을 담은 레바논 현대사를 문서화하고 있습니다. 

나의 첫사랑 / 함혜경

사진이 아닌 영상물입니다. 함혜경 작가의 '나의 첫사랑'은 카페에 앉아서 자신의 개인적인 기억인 첫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기억은 동영상이 아닌 사진이라고 하죠. 사진은 연속적이지 않아서 이야기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 매끄럽지 않은 기억을 메우는 것이 가짜 기억 또는 왜곡입니다. 그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홈타운 / 서민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이 서민규 사진가의 홈타운입니다. 이 홈타운은 서민규 사진가의 고향이 혁신도시 지정으로 개발되어서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카메라로 옛 동네를 촬영합니다. 저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를 떠나서 다른 지역에 살았는데 옛 동네가 개발 소식이 들려서 사진으로 기록할까 했는데 못했습니다. 결국 옛 동네에 대한 사진은 하나도 없고 기억 속에서만 남았네요. 

서울시가 재개발지역에 대한 사진을 기록하면 좋으련만 전국 지자체들이 개발 전후의 사진 기록을 소홀히 하는 느낌입니다. 

어머니의 찬장과 아버지의 말 / 애나 폭스

이 작품도 참 인상적입니다. 애나 폭스의 '어머니의 찬장과 아버지의 말'은 어머니의 찬장을 작은 크기의 사진으로 담은 사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가까이 다가가서 봐야 합니다. 그냥 흔한 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온한 사진이죠. 

그런데 이 사진 옆에 아버지가 실제로 했던 말을 적은 텍스트가 있습니다. 너무 심한 말들이 많아서 차마 소개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잘 정리된 집안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서 소개하면 우리는 평온한 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진이 담지 못하는 것이 언어이자 소리입니다. 사진작가은 사진의 맹점을 아주 잘 비틀어 놓았네요. 

절기 / 황예지

어떤 사진이나 스토리가 좋은 사진이 인상에 오래 남습니다. 사진 1장으로 승부하는 사진도 있지만 사진 속 이야기로 승부하는 연작 사진들 중에도 좋은 사진들이 많습니다. 황예지 사진가의 절기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황예지 사진가는 2명의 엄마가 있습니다. 10년 전에 엄마가 집을 나간 후에 언니가 엄마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10년 만에 집에 돌아온 엄마. 그렇게 언니와 엄마라는 2명의 엄마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2명의 엄마를 목격자의 시전으로 묵묵히 담았습니다. 

수리 / 소피 칼 

독신인 소피 칼은 2014년 키우던 고양이 수리가 죽었습니다. 생쥐라는 뜻의 수리가 죽은 후 수리를 기억하기 위해서 40명의 음악가와 가수에게 수리를 위한 노래를 제작할 것을 부탁하고 수리에 대한 노래가 담긴 앨범을 만듭니다. 사진 대신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고 큰 공간에 수리를 위한 노래가 흐르고 있습니다.

 

고양이 수리에 대한 애정이 아주 깊네요. 가끔은 사람보다 동물이 더 현명하고 똑똑하고 정이 더 갑니다. 동물들은 받는 것 이상으로 주잖아요. 

북서울 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울사진축제는 1층에 '보고 싶어서' 그룹 사진전과 함께 2층에서는 '카메라당 전성시대' 전시회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카메라당 전성시대'는 한국의 사진공모전 역사를 담은 전시회로 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습니다. 사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두 전시회 모두 추천하는 전시회입니다. 시간 나실 때 예약하고 찾아가서 천천히 작품들 관람하세요. 

2층 프로젝트 갤러리 2를 나오면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설문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시회에 대한 질문과 만족도 평가를 하는데 10분 정도면 작성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완료하신 분들은 이렇게 사은품을 주네요. 연필 3개 받아왔습니다. 

youtu.be/28d-y9KSY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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