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사진은 권력이다

가족의 성장기를 담은 오인숙의 사진 에세이 '별일이야 우리가족' 본문

사진정보/사진집

가족의 성장기를 담은 오인숙의 사진 에세이 '별일이야 우리가족'

썬도그 2020. 6. 30. 18:07

사진의 기본 속성은 기록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던 원하던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은 기록물로의 가치가 있고 시간이 지나고 쌓이면 사진은 세월의 더께라는 은총을 받아서 점점 더 빛이 납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카메라 뒤에서 뷰파인더라는 창문을 통해서 세상을 카메라로 담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진작가와 사진 애호가나 취미 사진가들은 그 카메라 뒤쪽에 있는 가족을 찍지 않습니다. 항상 우리 옆에 있어서일까요? 오히려 가족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오인숙 사진작가는 이점이 차별성입니다. 

강재훈 사진학교 출신인 오인숙 사진작가는 남편을 소재로 한 '서울 염소'라는 사진집과 전시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서울 염소'를 확장해서 1명의 아들과 2명의 쌍둥이 딸까지 포함해서 새로운 가족 사진집인 '별일이야 우리가족'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지난 5월 '별일이야, 우리가족' 사진전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도 사진전들이 다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쉽게 찾아가지지 않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런 삭막한 시대에 문화 활동이 위안을 주는데 코로나는 문화 활동을 잠가 버렸네요. 하지만 사진전은 끝났어도 사진집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오인숙 사진작가는 저같이 평범한 사진애호가였다가 '강재훈 사진학교'에서 사진을 배운 후에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히 세상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3번의 개인전을 했는데 2010년은 자녀를 담았고 2014년에는 남편 그리고 2019년에 서울 염소 시리즈의 연장선상인 '봉산리 김씨'를 지나서 2020년에는 두 딸과 아들 그리고 남편을 담은 '별일이야 우리가족'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오인식 사진작가는 프로그래머인 남편이 회사일로 힘들어하는 모습과 실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을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남편은 시골에 있는 꼬챙이에 줄로 묶여진 염소 같다면서 한탄을 합니다. 자식을 낳으면 다 염소가 되죠. 자신이라는 책임져야할 가족 때문에 내 자유가 줄어듭니다.

남편은 시골에 별채를 하나 마련해서 도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농촌 생활을 하면서 풉니다. 그곳이 봉산리입니다. 봉산리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날 때 마다 봉산리와 와서 농촌 생활을 하면서 염소에 묶인 끈을 풀어버린 삶을 삽니다. 전 이 모습을 보면서 남편 분이 염소가 아닌 보헤미안이 아닐까 할 정도로 자신이 살고 싶은 모습대로 사는 자유로운 모습에 부럽기만 했습니다. 

이 '별일이야 우리가족'은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는 남편의 이야기인 '서울 염소'에서 확장해서 가족 전체의 이야기를 사진과 글이 함께하는 사진 에세이로 담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오인숙 사진작가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지 또 얼마나 가족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마음을 다잡는지와 남편과 함께 가족을 지탱하고 행복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희로애락을 잘 담고 있습니다. 건축가가 꿈은 큰 아들의 고군분투기와 대안학교를 졸업한 쌍둥이 두 딸의 이야기와 봉산리에서 안빈낙도하고 미래가 걱정이지만 그 걱정을 가족이라는 온기로 녹여내는 오인숙 작가의 가족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사실 이런 가족 이야기를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 딸이고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염소의 줄처럼 족쇄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힘과 희망과 온기의 발원지이기도 하죠. '별일이야 우리가족'은 항상 웃고 웃음 짓는 화목한 이야기만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인 고통과 갈등 등의 가족 이야기도 꽤 보입니다. 그럼에도 항상 함께 하는 가족들의 끈끈함이 자박자박 담겨 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행복인지 자문자답하면서 나아가는 우리라는 가족이 둘러 앉아서 화덕 피자를 먹는 느낌이랄까요? 봉산리 별채에서 주변 물건으로 만든 화덕에서 나온 피자를 담은 이 사진은 참 보기 좋네요. 제가 별채라고 해서 큰 집은 아니고 책 표지에도 나왔지만 그냥 시골의 작은 집입니다. 여기서 자연을 느끼면서 해독하고 치료받고 충전을 하는 두 부부의 이야기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조용하면서 동시에 복닥거리는 삶의 일기를 사진으로 잘 담았네요. 

내 인생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네 인생은 네 맘대로 하라는 아이들의 삶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은 두 부부의 강단 있는 가훈이 참 보기 좋네요.  수년 동안 책으로 지켜본 남편분은 이제는 모델처럼 능수능란한 표정과 개구쟁이 같은 모습으로 아주 사진에 잘 담기네요. 얼마나 사진 담기는 것이 즐거운지를 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오인숙 사진작가는 남들이 볼 수 있는 가족앨범을 만든 느낌입니다. 가장 찍기 쉬운 것이 가족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장 찍기 어려운 게 가족사진입니다. 너무 잘 알기에 가족의 기분 상태를 몸짓과 표정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죠. 화가 나 있는 가족에게 카메라 들이대 보세요. 대번에 화를 내죠. 따라서 가족을 촬영하려면 가족의 협조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진 에세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에게는 더 큰 의미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인 우리도 이 가족이 사는 모습을 엿 보면서 내 가족을 떠올려 볼 것입니다. 

서울 염소가 아닌 끈이 풀린 염소처럼 자유로움과 자혜가 가득한 좋은 가족 사진 에세이 <별일이야, 우리가족>입니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