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은 준공업지역입니다. 따라서 공장도 많고 주택지역도 많습니다. 보통 공장 지대엔 공해물질이 많이 배출되어서 주거할 수 있는 집이나 아파트 건설 허가가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만 공해 배출을 많이 하지 않은 경공업 공장들과 주거 공간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경공업이라고 하지만 서울시 어느 지역보다 공해 물질 배출이 많은 지역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매연 감소, 미세먼지 감소 지역으로 독산동과 영등포 등을 지정해서 집중 관리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스로 공해지역이라고 서울시가 인정해 주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공장이 밀집한 지역은 공해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공무원들은 기준치 이하의 공해가 나온다면서 특별한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독산동은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반만 맞는 말입니다. 독산동 그것도 독산 1동은 생각보다 큰 동입니다. 안양천 너머의 광명시와 붙어 있는 곳도 독산1동이고 주거 인구도 엄청 많은 3만 6천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 독산 1동은 1호선 독산역 1번 출구를 나와서 오른쪽은 대형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전형적인 주거 지역이고 왼쪽은 수많은 공장들이 들어선 공업 지역입니다. 같은 동이지만 주거 지역에서 공장지대가 확 바뀝니다.
이 공장 지대 한 가운데 공장을 개조한 '금천예술공장'이 있습니다. 여기는 예술가들의 레지던시로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예술가들이 여기서 작품 창작 활동을 하는데 가끔 정기전을 합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예약이 기본이고 예약하지 않고 찾아가도 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찾아오는 방문객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집에서 10분 거리라서 지나다가 들려봤습니다. 주말에 5분 정도 왔다 갔네요. 평일에는 제가 처음이네요.
전시는 소개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별로였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이곳에서 전시한 많은 전시회 중에 가장 재미도 흥미가 없네요. 솔직히 말하면 이거 보려고 온 제가 한심하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금천예술공장은 예술 창작 공간이고 부단히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잘 되고 있는 느낌은 없습니다.
큰 기대를 안 했지만 그 기대보다 큰 실망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거대한 지식산업센터가 거대한 탑처럼 보이는 독산1동 골목을 걸어나오는데 이상한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뭔가 많이 이질적인 공간이 눈 앞에 있었습니다. 뭐지 여긴? 외모를 보면 최신 건물처럼 보입니다.
다가가서 보니 전개 UNFOLDING 전시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갑분띠(갑자기 분위기 띠용)입니다. 정말 네가 왜 거기서 나오네요. 이 동네에 이런 갤러리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공장 지대에 무슨 갤러리입니까? 성수동도 아니고 독산동에 공장과 갤러리가 함께 한다고요?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공장 지대에 갤러리나 카페 클러스트가 생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문래동, 을지로처럼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서 예술가들이 아지트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지만 여기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소규모 공장도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중소형 공장들이 많습니다.
아무튼 신기해서 지켜보다가 아닐거야~라면서 가려고 했는데 혹시 여기 진짜인가?라는 호기심이 생겼고 검색을 해보니 운영하는 곳이네요. 최근에 생겼다고 하네요. 5월 중순에 정식 오픈을 했으니 1달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가가서 보니 운영을 하네요. 평일인 월~금은 오전 10시에서 18시까지 운영하고 토요일은 12시에서 19시까지 운영을 하고 일요일은 운영하지 않습니다. 이름이 2개가 있습니다. 예술의 시간, 카페 독산 둘의 차이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갤러리가 보이네요. 아! 여기는 2,4층은 '예술의 시간'이라는 갤러리이고 3층은 카페입니다. 카페와 갤러리가 함께 있는 갤러리 카페네요. 다만 공간이 층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예술품 감상도 하고 카페에서 쉬었다 가도 되고 카페에만 들려도 됩니다.
2,4층 갤러리 예술의 시간
2층에는 음료를 제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커피와 다양한 음료를 주문해서 마실 수 있습니다. 주문 후에 3층 카페에서 먹으면 됩니다. 2층은 갤러리 '예술의 시간'이 있는데 7월 25일까지 '전개 UNFOLDING'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강준영, 박진아, 박준범, 임상빈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고 갤러리이니 구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 작가들은 미술 장르가 다 다른 작가들인데 각기 다른 장르의 작가들 중에 눈여겨 볼만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요즘 유행하는 노출 콘크리트인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되어 있네요. 성수동에 가면 흔하게 보는 인테리어죠.
작품들 소개는 다른 포스팅에 따로 하고 이 공간이 참 궁금해서 여러 가지로 물어봤습니다.
영일 프레시젼 기숙사를 개조한 '예술의 시간'
독산역 앞을 지나가다 보면 영일프레시젼이라고 있습니다. 마을버스 1번 차고지 바로 뒤에 있어서 이름은 익숙하지만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뭘 만드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나와 상관없는 공간일 뿐이죠. 그런데 이 '예술의 시간'과 '카페 독산'은 영일프레시젼의 기숙사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입니다.
영일프레시젼은 반도체 실리콘 방열 그리스와 방열 접착제를 만드는 곳입니다. 왜 우리가 사용하는 PC의 CPU 위에 열기를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방열판을 달 때 방열 그리스나 방열 접착제를 바르는데 이걸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전에는 수입했었는데 최근에 국산화에 성공했네요. 방열판도 만드는 회사입니다.
공장 건물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일프레시젼 공장 건물 중 하나인 기숙사 건물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대표의 아내 분과 자녀분이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가능했다고 하네요.
삼성그룹의 홍라희 이건희 회장 부인도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이태원에 리움미술관을 만들고 한진그룹의 이명희 여사도 일우재단이라는 문화예술 재단을 운영하고 일우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걱정했던 것은 이 공간이 저에게는 너무 좋은 공간이고 까놓고 말해서 금천예술공장 보다는 여기가 더 예술공장 느낌이 더 듭니다. 그러나 운영을 하려면 수익이 나야죠. 지속 가능성 때문에 걱정이 좀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업체가 운영하는 공간이면 일단 임대료가 들어가지 않을 테니 안심이 되네요. 지나가는 말로 금천예술공장과 연관이 있나 했는데 전혀 없다고 하네요.
앞으로 이 독산동 일대가 성수동이나 문래동처럼 준공업 지역에 다양한 카페와 휴게소 같은 쉼터 공간과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늘어나면 이색 카페, 독특한 공간들이 많이 늘었으면 하네요. 그러려면 누군가가 총성을 울려줘야 하는데 이 '예술의 시간'이 시작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독산동에 이런 카페가? 카페 독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바로 나왔습니다. 아아는 3,500원으로 괜찮은 가격입니다. 커피는 싱글 오리진은 아니고 여러가지 원두를 섞은 블랜드입니다.
3층에 올라서고 깜짝 놀랐습니다. 독산동에 이런 카페가 있다니. 독산동에도 카페 참 많아졌습니다. 롯데캐슬이라는 수천 세대가 사는 대규모 아파트 상가에 각종 카페들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최근에는 금천구청역 앞에 스타벅스까지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최신 건물에 들어간 카페들은 두부 자르듯이 정형화 된 공간이고 크기도 작습니다. 반면 여기는 엄청 크네요. 한 50m는 되어 보이는데 기둥이 없어서 더 넓어 보입니다. 여기도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되어 있네요. 카페 테이블과 의자가 제각각입니다.
전선 공장에서 가져온 전선패네요. 실을 감아 놓은 걸 실패라고 하니 전선 패가 맞겠죠? 공장지대라서 그런지 공장의 느낌이 물씬 납니다. 차라리 이 전선 패를 포차에서 이용하면 딱 좋겠는데요.
큰 테이블도 있고 작은 테이블도 있습니다. 카공족 친화적인 공간은 아니지만 벽에 콘센트가 있고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서 공부나 책 읽기는 좋습니다. 큰 테이블 가운데 전기 콘센트 폴딩이 있어서 열어보니 없네요.
벽은 벽돌이 그대로 노출 되어 있고 원형 테이블도 꽤 있습니다.
한가운데는 십자가 테이블이 있습니다. 이건 어디서 구한 것일까요? 십자가 모양이 독특하네요.
이 테이블에 전기 콘센트가 있네요. 그래서 그런지 여기서 노트북을 이용해서 기업 미팅을 하는 분들도 좀 보이네요.
카공족도 적극적으로 올 수 있게 하고 푹신한 소파가 이곳밖에 없는데 푹신한 소파를 조금만 더 늘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빔프로젝터도 있는데 회의룸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고 어련히 알아서 인테리어를 했겠죠.
여닫이 차양막 창문도 있네요. 주말에 책 하나 들고 가서 휴게실처럼 사용해야겠습니다.
끝에는 싱크대가 있네요. 여러모로 참 독특하네요. 재미있습니다. 공간이 워낙 크다 보니 큰 규모의 모임도 할 수 있어 보입니다.
천장에는 석가래가 있네요. 어느 건물 석가래일까요? 여기 인스타그램 사진 찍기 좋은데요. 이런 공간은 성수동이나 문래동 같이 오래된 공장 지역의 큰 카페에서만 볼 수 있나 했는데 독산동에서도 볼 수 있네요.
4층은 자연광이 들어오는 갤러리입니다. 보통 갤러리는 창문이 없는데 여기는 기숙사 건물 창문을 그대로 활용해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금천예술공장 예술가들의 시내의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는데 차라리 이런 공간에 전시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걸어서 10분 거리이니 전시 작품도 보고 아틀리에도 개방해서 작업 과정 설명도 하면 콜렉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좋지 않을까 합니다.
금천구에 생긴 갤러리 카페 '예술의 시간'과 '카페 독산'은 앞으로 자주 찾아가야겠습니다. 찾아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1호선 독산역 바로 앞에 있는 1번 마을버스 차고지 바로 뒷 건물입니다.
예술의 시간 & 카페 독산 운영시간
평일 월 ~ 금 오전 10시 ~ 오후 6시, 토요일 오후 12시 ~ 오후 7시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