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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전시회

식물로 무성한 공터의 역설을 담은 강홍구 개인전 '녹색연구 서울 공터 '

by 썬도그 202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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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인구 대비 공원이 많지 않은 도시입니다. 뉴욕처럼 거대한 공원이 몇몇 곳에 있긴 하지만 크기도 크지 않고 서울 구석에 있어서 찾기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서울 서남부 지역의 거대한 공원은 보라매 공원이 유일합니다. 서울 동서부는 서울숲이 있죠. 서울숲은 꽤 큽니다만 중심이 아닌 끝에 있어서 접근성은 높지 않습니다. 

강남을 보면 올림픽공원이 있습니다. 여기는 진짜 크기도 크고 걷고 즐기기에 좋은 유일한 서울의 거대한 공원이 아닐까 합니다. 도시 개발을 하면 공원을 크게 만들고 그 주변에 주택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공터만 생기면 그냥마냥 아파트만 꽂아대니 공원이 많지 않습니다. 이제서야 서울시가 공원을 많이 만들겠다고 했지만 공터가 있어야 공원을 지을 수 있는데 공터가 없습니다. 

제가 사는 금천구는 공원 없는 서울에서도 가장 공원이 없는 구로 서울 꼴찌입니다. 제가 봐도 주변에 공원이 없습니다. 안양천이 공원 대체를 하고 있지만 공원의 각종 시설과 편의시설 및 다양성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금천구청 청사 건물 옆에 대한전선 공장이 떠난 공터가 있습니다. 여기는 2009년 경에 대한전선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공터가 되었습니다. 여러 기업이 이 땅을 소유하고 있다가 최근에 부영이 이 땅을 구입한 후에 금천구에 없는 종합병원과 아파트를 짓겠다고 허가를 요청한 상태이지만 개발이 될지 안 될지는 모릅니다. 무려 10년 넘게 공터로 남겨진 이 대한전선 공장 부지터는 거대한 숲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유지라서 개방도 하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마을 텃밭으로 잠시 사용되기도 했지만 잠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개발한다고 문을 닫아 놓고 있습니다. 

개발하기 전까지 그냥 동네 공원 및 쉼터로 활용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특히 저 정도 규모이면 지역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거대한 공원이 되기에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사유지이고 이 공간을 금천구가 살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 심각한 곳은 가산디지털단지입니다. 유동인구가 서울 1위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근무를 하는 국가산업단지이지만 공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파트형 공장을 지금도 올리고 있습니다. 신기해요.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무려 100만 명에 가까운 인구들이 공원 하나 없이 지내는 것 자체가 아주 신기합니다. 공원 대신 옥상을 공원으로 꾸며 놓긴 했습니다. 

녹색 공터의 역설을 담은 강홍구 작가의 녹색연구 서울공터 전시회

 5월 31일까지 종로구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옆에 있는 윈앤제이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녹색연구 서울 공터' 전시회는 이 서울 곳곳의 녹색으로 물들어진 공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전시를 한 강홍구 작가의 이력이 참 흥미롭습니다. 교사로 출발해서 화가로 활동하다가 10년 전인가 사진작가로 변신했습니다. 뭐 사실 하나의 작가가 화가가 되었다가 사진가가 되었다가 하는 건 그가 들고 있는 것이 붓과 카메라만 다를 뿐 사람은 동일하기에 도구에 얽매는 관습에 강홍구 작가를 옭아맬 수 없습니다.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송현동 2〉, 2019.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90 x 200 cm.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송현동 1〉, 2019.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90 x 200 cm.

먼저 '녹색연구-서울공터' 작품들이 담은 공간들이 흥미롭습니다. 여기는 최근에 뉴스에 나온 송현동 공터입니다. 인사동 거리를 지나면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덕성여고 뒷편 공터입니다. 미국 대사관 근무 직원들의 기숙사가 있다가 떠난 후 국방부가 삼성생명에 팔았다가 IMF가 터져서 대한항공에 넘깁니다. 대한항공이 여기에 호텔 올린다고 했다가 경복궁 인근이고 학교 근처라서 호텔을 올리기 어렵게 됩니다. 뭐 MB 정권에서는 올릴 수 있었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호텔을 올리지 못하자 여러 가지 활용방안을 강구하다가 최근 대한항공이 코로나에 재벌 2세 이슈가 터져서 회사가 어려워지자 여기를 6천억에 팔려고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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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서울시가 세금으로 여길 사서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6천억! 말이 6천억이지 꽤 큰돈이죠. 그럼에도 서울 종로에 이렇다할 공원이 없는 것도 참 문제입니다. 관광객이 많은 곳인데 숲이나 쉼터는 고궁이 공원 역할을 할 정도로 공원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송현동 공터를 숲으로 그것도 한국 정원으로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밤섬〉, 2019.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100 x 300 cm.

밤섬은 서울의 DMZ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강 하구에 만들어진 자연섬으로 영양분이 풍부한 토양이라서 덩굴 식물과 식물의 천국입니다. 그리고 철새들의 쉼터이기도 합니다. 아마 서울에 사람이 사라지면 이렇게 변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원시림 같은 곳입니다.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용산 미군기지〉, 2020.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55 x 145 cm.

서울의 가장 큰 공터는 용산역 인근과 미8군 군부대 부지입니다. 용산역 근처는 아파트 올린다고 하고 이 미 8군 공터들도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서울의 거대한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들이 참 많습니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증식도 안되고 축소도 안되어서 수요가 많은 땅은 꾸준하게 지가가 상승합니다. 따라서 아파트를 지어서 서울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과 가뜩이나 쉴 공간이 없는 서울에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사실 홍대 옆 연남동의 연트럴파크가 서울의 센트럴파크다라고 말하는 자체가 좀 창피합니다. 가보면 철길 정도의 규모의 공터가 길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용산 센트럴파크가 생기면 한국도 자연을 품고 있는 거대한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강홍구 작가는 이 공터들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녹색연구 - 서울 공터 전시 제목에서 녹색이 얼마나 없으면 연구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서울에 녹색이 많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가로수도 많고 산도 있고 공원마다 큰 나무들이 있습니다. 다만 녹색보다 회색 아파트와 거대한 건물이 더 많습니다. 녹색이 피어나지 못하는 거대 도시입니다. 

서울은 공터가 거의 없습니다. 공터만 있으면 거기에 건물을 올리기에 공터가 거의 없고 그래서 개발을 할 땅이 없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소리도 많습니다. 그러나 공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소개한 금천구청역 주변에 거대한 공터는 무려 10년 넘게 방치되어 있고 개발 예정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개발이 중단된 곳들은 공터로 남아 있습니다. 그 공터엔 어김없이 녹색 식물이 불법 점유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냥 방치하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자연은 뛰어난 복원력으로 복원을 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DMZ입니다. 생태계의 원형을 제대로 보려면 DMZ를 보라고 하죠. 재개발을 못하는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많은 돈을 주고 샀는데 그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야 하고 재개발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개발의 꿈이 사라진 곳은 공터가 되고 폐부지가 되고 녹색 식물이 가득하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돈 때문에 재개발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은 곳에 공짜 식물이 가득한 공간이 됩니다. 강홍구 작가는 이런 역설을 사진 아니 그림 아니 혼합매체로 담았습니다. 

사진이야 그림이야?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경복궁〉, 2019.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100 x 120 cm.

그림이죠. 물감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런데 사물의 테두리를 그린 밑그림은 사진처럼 정교합니다.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삼청동 1〉, 2019.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46 x 120 cm.

이 작품을 보니 확실히 알겠네요 오른쪽 한 분이 몸이 반쪽입니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하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그럼 사진이 맞죠. 그러나 색을 보면 붓으로 칠한 느낌입니다. 

강홍구 작가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흑백 프린팅 한 후에 그 위에 물감을 칠했습니다. 그림보다 사진이 사물 묘사력이 뛰어나기에 그림의 뼈대인 윤곽선은 사진을 이용하고 색은 그림을 이용했습니다.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연남동〉, 2019.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과슈, 46 x 120 cm.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창신동 1〉, 2019.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100 x 240 cm.

사진과 그림의 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과 그림은 경쟁 관계였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워낙 뛰어난 재현력을 보이자 그림은 두 손을 들고 사진이 표현 못하는 입체파, 야수파, 인상파 같이 색이나 형태를 허물거나 추상화를 만들어서 사진과 차별화를 합니다. 그만큼 사진은 뛰어난 재현력을 지닌 매체입니다. 그래서 증거물로도 채택이 됩니다. 

그러나 사진만큼 조작하기 쉬운 매체도 없습니다. 프레임 조작, 앵글만 바꿔도 사실을 왜곡하기 쉬운 매체입니다. 따라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뛰어난 양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강홍구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쉬운 왜곡을 물감으로 채색해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 전시회네요. 조만간 기회되면 찾아가서 봐야겠습니다. 

전시제목: 녹색연구 서울 공터
참여작가: 강홍구 일 정: 2020 5월 1일 - 5월 31일
입 장 료: 무료
전시장소: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31-14) 원앤제이 갤러리 
관람시간: ( 오전 11시 오후6시 ), 월요일 휴관 
웹사이트: www.oneandj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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