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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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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사건을 담백하고 매끈하게 담은 남산의 부장들 추천영화

썬도그 썬도그 2020. 1. 22. 15:17

한국 현대사는 정말 다양한 일들이 참 많았지만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사건을 꼽으라면 10.26 사건을 꼽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1979년 10월 26일에 일어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총격 사망 사건은 어린 나에게도 기억이 선명합니다. 하교 길에 동네 입구에 걸린 박정희 대통령 서거 플래카드가 잊히지 않습니다. 매일 뉴스에서는 포승줄에 묶인 사람이 총으로 앞에 있는 사람을 죽이는 재현 장면이 연일 나왔습니다. 이 10.26 사건 이후 한국 정치는 소용돌이가 쳤고 또 다른 군부인 전두환 신군부가 한국을 또다시 독재 공화국으로 만듭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중앙정보부장(현 국정원장)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유신의 심장을 쐈다고 하지만 현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더 악랄하게 보이는 전두환 대통령을 만들어 버리는 현대사의 비극을 만들어 버립니다. 가끔 김재규를 독재자를 죽인 열사로 묘사하는 분들이 있지만 그런 사람이 박정희의 2인자 였다는 자체가 모순입니다. 다만 우국충정의 마음이 강했던 사람이었고 여기에 권력 이탈의 공포감이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게 했습니다. 이게 정설입니다. 다만 워낙 큰 사건이라서 CIA 사주설에 별별 카더라 뉴스가 많습니다. 

90년도 동아일보에 연재된 취재록이 원작인 <남산의 부장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건이 위키백과에 아주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사건이지만 관심 없는 사람들은 이 사건의 내막을 잘 모릅니다. 영화관에는 방학을 맞은 10대들도 꽤 많이 보일 정도로 10대들도 이 영화를 많이 보네요. 

속으로는 10대들이 이 사건에 관심이 있나?라는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0대들이 봐도 좋은 영화이고 오히려 꼭 봤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같은 소재의 영화 임상수 감독의 2005년 개봉작 <그때 그 사람들>이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진 10.26 사건에만 집중했고 약간 희화했다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담백하고 더하고 뺌 없이 있는 그대로를 잘 보여줍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 영화가 기자가 쓴 책이 원작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원작은 전 동아일보 기자인 김충식 기자가 동아일보에 90년도부터 연재한 취재록을 묶은 동명의 책이 원작입니다. 따라서 감독의 시선으로 담기 보다는 김충식 기자의 시선이 영화의 시선인데 이 시선이 정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하면서 중앙정보부에 대해서 소개를 하면서 시작합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초법적 권력기관인 중앙정보부 건물이 남산 밑에 많아서 중앙정보부(이하 중정) 부장들을 남산의 부장들이라고 불렀습니다. 영화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만 빼고 남산의 부장들과 차지철 경호실장 모두 다른 이름으로 담습니다. 유족들의 항의를 대비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명으로 담지는 않네요. 

10.26 사건이 일어나기 전 40일을 담은 <남산의 부장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0.26 사건이 일어나기 40일 전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당시 권력 2인자인 중정 부장은 김규평(이병헌 분)으로 김재규입니다. 전 중정부장이었던 박용각(곽도원 분)은 미국 의회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100만 달러의 로비를 하고 있다고 그게 박정희 대통령이 지시한 사건이라고 폭로합니다. 일명 코리아 게이트 사건을 터트립니다. 이 박용각은 김형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박통(이성민 분)은 불같이 화를 내고 김규평 부장은 자신이 조용히 해결하겠다면서 미국으로 건너가 박용각을 만납니다. 두 사람은 5.16 쿠테타를 일으킨 혁명 동지로 친분이 강합니다. 김규평 부장은 박통의 치부가 담겨 있는 박용각 회고록 원고를 달라고 협박을 합니다. 이에 박용각은 순순히 원고를 주면서 박통이 우리 말고 또 다른 친위 세력이 있다고 귀띔을 합니다. 권력 2인자 인 줄 알았던 중정 부장 김규평에게는 이 말에 흔들립니다. 

이 친위세력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김규평 중정 부장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인물이 바로 곽상천(이희준 분) 경호실장입니다. 그 유명한 차지철이죠. 곽상천과 김규평은 각하의 2인자가 되기 위해서 서로 으르렁거립니다. 두 사람의 알력 다툼은 수시로 일어나지만 점점 김규평에게 안 좋은 사건들이 터집니다. 박용각의 회고록 원고를 가져왔는데 일본에서 박용각의 회고록이 출간되고 박통의 치부가 전 세계에 알려집니다. 

이에 불같이 화를 내는 박통은 점점 곽상천 경호실장을 더 옆에 두려고 합니다. 

2인자에서 밀려나는 것이 두려웠던 김규평. 유신의 심장을 쏘다. 

청와대를 미국 CIA가 도청했던 사건이 터지자 김규평의 입지는 더 좁아집니다. 그러나 박통은 박용각 전 중정부장에게 했던 말을 김규평 부장에게 합니다. 

"님자 옆에는 내가 있어. 님자 하고 싶은 대로 해"
이 말을 들은 김규평은 다시 평온을 찾지만 확실한 신임을 얻지 못하던 중에 박용각 전 중정부장 처리 문제를 가지고 차지철과 대결을 합니다. 그리고 "님자 옆에는 내가 있어. 님자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을 곽상천 경호실장에 하는 말을 궁정동 안가에서 도청으로 듣다가 암살 계획을 세웁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10.26 사건에 대한 음모론을 말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소리는 김재규가 차지철과 권력다툼에서 밀려나자 저격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이 정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김규평 중정부장이 차지철만 예뻐하는 모습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치욕을 느끼고 암살을 꾸밉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일은 부마 민주 항쟁 사건 처리를 두고 차지철이 캄보디아에서 200~300만 명 죽인 것처럼 탱크로 밀어서 100만 명 정도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는 말을 하고 이 말에 박통이 힘을 실어줍니다. 

4.16은 발포 명령을 내린 사람이 처벌받았지만 대통령이 내가 내리면 누가 감히 대통령에게 사형을 내리겠냐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이 권총 방아쇠 역할을 한 후 10.26 사건이 일어납니다. 

역사적 사실을 담백하게 담은 <남산의 부장들>

<그때 그사람들>이 감독의 시선이 많이 들어갔다면 이 <남산의 부장들>은 역사적 사실을 취재한 취재록을 바탕으로 해서인지 선동하거나 감독의 시선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그냥 역사 교과서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담백하게 잘 담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영화를 현재의 10,20대들이 더 많이 봤으면 합니다. 

다만 당시 보안사령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약간 희화되어서 나오고 마지막 장면은 현재의 이미지를 그대로 압축한 장면인 점만 빼면 전체적으로 더하거나 빼지 않고 담백하고 깔끔하게 담았습니다.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마지막 행동이 사실이라는 소리도 많습니다. 그 돈의 일부가 부모님을 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고 하죠. 

영화를 보면서 이런 어두운 역사를 지나고 민주주의가 도래했지만 다시 박통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라는 사실에 영화와 상관없이 잠시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민주주의가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자꾸 독재자를 키우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 잘 나왔습니다. <내부자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의 권력 다툼에 대한 묘사와 연출이 아주 좋네요. 여기에 사생활 때문에 인간 이병헌은 좋아하지 않지만 연기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병헌의 뛰어난 연기도 아주 보기 좋습니다.  박통의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이라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김재규가 권력 서열 싸움에서 밀려서 대통령을 시해하는 사건이고 이게 한 개인의 욕망에서 발현된 일이라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어떻게 요동치는지에 대한 거시적인 시선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 역사에서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알 수는 없고 다만 권력 다툼의 긴장감만 가득 담겨 있습니다. 

혁명을 꿈꾼 김재규. 그가 만든 세상에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자 혁명이 바라던 세상이 아님을 알게 되고 박통에게 직언을 하는 모습도 잘 담겨 있습니다. 그가 꿈꾸던 세상이 박통의 하야였다면 좀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어야 했으나 차지철에 대한 열등감에서 급하게 행해진 행동이었고 참모총장을 태워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야 하는데 판단 착오가 신군부라는 잔혹한 정권을 태어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모습까지 영화는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미 있습니다. 차지철과 김재규의 권력 다툼의 긴장감이 영화 전체에 긴장감을 잔잔하게 깔아주고 배우들의 열연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다 아는 역사였지만 이렇게 영화로 제대로 보니 또 색다르네요. 추천하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10.26 사건을 밀도 높고 담백하게 담은 꽤 잘 만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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