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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킬러로 산 한 남자의 자기 고백 반성문 같은 영화 아이리시맨

by 썬도그 2020.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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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코트 입고 쌍권총 들고 입에 성냥개비를 질겅이는 킬러들이 실제로도 존재할까요? 그런 킬러는 없을 겁니다. 킬러는 은밀하게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게 튀는 패션으로 접근하면 자신의 임무를 마무리하기 쉽지 않습니다. 현란한 액션을 구사하는 킬러는 없지만 현실 세계에서 킬러는 있습니다. 특히 경제 호황기였던 1950~80년 미국에 참 많았습니다. 그 실제 킬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아이리시맨>입니다.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 아카데미 주요상 후보에 오르다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은 11월에 일부 극장에서 상영을 했습니다. CGV나 롯데시네마같은 곳은 상영 허락을 안 하고 대한극장이나 서울극장 같은 체인점이 아닌 곳에서 상영을 했습니다. 영화관에서 보기 쉬운 영화는 아니고 3시가 30분짜리 영화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3만 6천 명이라는 꽤 많은 관객이 봤습니다. 이는 영화가 좋다는 방증이겠죠. 

영화 <아이리시맨>은 <결혼이야기>와 함께 넷플릭스 영화 중에 아카데미 주요 상 후보에 올라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비록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917>에 밀려서 작품상 수상을 하지 못했지만 꽤 강력한 작품상 후보에 올라있습니다.

이 <아이리시맨>은 'I heard you paint houses'라는 책이 원작입니다. 이 책은 전미트럭 노조위원장이었던 끗발 좋던 '지미 호파'와 그의 경호원이자 해결사였던 살인청부업자 '프랭크 쉬런'과 쉬런을 키워준 '러셀 버팔리노'를 중심으로 1950~80년 사이에 일어난 실화를 각색한 책입니다. 특히 '프랭크 쉬런'이 죽기 전에 자신의 변호사에게 자신이 행했던 일들을 고백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따라서 '프랭크 쉬런'이 변호사에게 죽기 전에 한 말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이 죽기 전에는 모든 것을 고백한다고 실제로 죽기 전에 쓴 유서는 증거로 활용될 정도이기에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일 것으로 보입니다. 

 'I heard you paint houses'에서 페인트는 페인트가 아닌 피칠갑을 말합니다. 사람을 죽이면 나오는 피로 칠을 한다고 해서 킬러들을 '페인트공'이라는 은어로 불렀습니다. 

상당히 지루한 초반 

미리 고백하자면 영화 <아이리시맨>을 10번 정도 보다 말다 보다 말다 했습니다. 영화가 3시간 30분이라서 한 번에 못 볼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끊어서 봤습니다. 흥미를 끌 요소들이 많지 않습니다. 대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에 '알 파치노', '조 페시', '하비 케이틀'이 나오지만 익숙한 배우일 뿐 이야기는 화려함과는 많이 멉니다. 

영화는 프랭크 쉬런(로버트 드 니로)의 고백록을 바탕으로 했기에 쉬런의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쉬런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서 항복을 한 적군을 죽이는 등 폭력적인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당하면 그대로 갚아줍니다. 트럭 운전을 하던 쉬런은 한 주유소에서 고장 난 자동차를 고쳐준 '러셀(조 페시 분)'를 알게 됩니다. 러셀은 이탈리아 마피아로 이탈리아어를 좀 하는 쉬런을 킬러로 키웁니다. 

러셀은 쉬런을 막강하고 거대한 조직인 전미트럭 노조위원장인 '지미 호파(알 파치노 분)'을 소개해 줍니다. 쉬런은 지미를 우러러보던 시기를 지나서 지미가 거추장스러워하는 일, 걸림돌이 되는 일이 있으면 총으로 해결해주는 쉬런에 깊은 신뢰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지미와 쉬런은 친구 같은 사이가 됩니다. 

지미와 쉬런 그리고 러셀은 초법적인 사람들로 자신들의 이익과 욕망에 부합되면 살인도 서슴치 않게 합니다. 지미와 쉬런은 가족끼리도 잘 아는 사이로 이웃지간처럼 지냅니다. 영화 <아이리시맨>은 시간대가 독특합니다.  쉬런과 러셀이 자신들의 부인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과거의 한 시점과 함께 쉬런이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계속 번갈아 가면서 나옵니다. 그런데 영화가 초반이 너무 지루합니다. 킬러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액션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눈길을 끌만한 이야기나 장면이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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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미국 마피아가 연루된 실제 사건은 미국인들에게는 자신들의 기억과 연루되어서 큰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전미트럭협회 노조 회장 해결사 역할을 하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깃하게 듣기 쉽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를 보다 말다 보다 말다 했네요. 그렇게 1시간을 넘겨서 1시간 30분이 넘어가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바로 러셀, 지미 그리고 쉬런 사이에 알력 싸움이 시작되고 쉬런은 러셀과 지미 둘 중의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기름기 쫙 뺀 킬러의 냉혹한 세계를 담은 <아이리시맨>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서 과장된 이야기 전개나 액션은 전혀 없습니다. 대신 언제 죽을지 언제 총을 꺼내서 뒤에서 쏠지 모르는 긴장감은 가끔 있습니다.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이야기에는 빈틈이 없습니다. 그러나 초반과 중반까지 지루한 평지를 지나고 나서 후반에 페이소스가 밀려옵니다. 

3명의 주인공인 쉬런, 러셀 그리고 지미 사이에 틈이 생기고 쉬런이 러셀과 지미 사이에서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이 너무나도 세련되고 섬뜩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습니다. 이 시퀀스 때문에 이 영화가 극찬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후반의 갈등은 흥미롭고 깊이가 있습니다. 

쉬런은 결국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의 대가로 딸과의 관계가 끝이 납니다. 아버지로서 식구를 지키기 위해서 한 일이라고 변명을 하지만 식구들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삶을 얻었지만 식구와의 결별이라는 죽음을 대가로 받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딸 페기를 바라보는 쉬런의 애틋하면서도 자기 연민과 자기 반성이 교차하는 눈빛은 영화 <아이리시맨>을 한 장면으로 압축한 장면입니다. 보통의 킬러 영화들이 불같은 삶을 살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그리지만 이 영화는 늙어 죽는 모습을 그립니다. 

미국인을 위한 영화  <아이리시맨>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은 연쇄 살인 사건을 밀도 높게 그리면서 웃음과 스릴 그리고 멋진 반전과 이야기가 아주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더 관심 있게 봤지만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들도 이 영화를 명작 영화라고 인정을 합니다. 

반면 <아이리시맨>은 미국의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미국인들은 잘 알지만 한국인들은 이 사건이 뭐 그리 중요한지 왜 중요한지 잘 모릅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에 깊이 있게 빠져들지 못합니다. 다만 연로한 배우들의 명연기는 볼만했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다만 1시간 30분 정도 참고 보면 후반에 그에 대한 보상이 있습니다. 특히 암흑가 사람들이 사람 목숨을 쥐락펴락했지만 늙으면 힘 없는 늙은이 일뿐이라는 단순한 진리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별점 :

40자 평 : 실제 킬러들의 생태계를 노배우들로 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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