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삼청동을 처음 간 것은 2006년 경으로 기억됩니다. 제가 기억하는 이유는 서울의 아름다운 골목길을 담은 책을 다 읽고 새벽 첫 차를 타고 삼청동 골목을 찾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 독일 월드컵 승리를 기원하는 거대한 현수막이 보였고 그게 아직도 눈에 생생합니다.
그렇게 2006년 처음으로 삼청동에 찾아갔습니다. 서울에 살았지만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서울과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아파트와 빌라가 가득한 서울이 아닌 경복궁처럼 기와지붕을 인 한옥이 가득했습니다. 골목과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삼청동, 팔판동, 가회동의 멋지고 아름다운 한옥들을 실컷 구경했고 이후에 제 '참새방앗간'이 되었습니다. 1달에 1번 이상 찾아갔던 삼청동.
삼청동은 아파트, 편의점, 프랜차이즈가 없어서 서울 같지 않은 서울이었습니다. 그렇게 삼청동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유동 인구도 거의 없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삼청동. 주택가와 상가가 적당히 있었지만 인사동이라는 문화 전시공간의 배후 지역이라서 많은 예술가와 예술가들이 만든 공방들이 색다른 풍경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동네 삼청동. 서울 같지 않아서 더 아름다웠던 삼청동.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었는데 제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삼청동은 점점 인기를 끌게 됩니다. 여기에 각종 드라마와 예능 특히 1박 2일과 무한도전에서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이때가 2012년 전후였고 주말에는 미어 터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동 인구가 엄청났습니다. 2012년 경에는 2013년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아서 일어가 가득했던 공간은 2014년 ~ 2017년 사드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중국인 관광객으로 꽉 찼습니다. 이 당시에 종로구는 삼청동 전체를 거대한 캔버스로 활용해서 공공 예술제를 펼치는 등 삼청동 일대를 관광지화 시켰습니다.
2014년 전후로 삼청동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기 시작하고 각종 현란한 상업 건물이 새로 지어지면서 지역 이미지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1월 현재 삼청동은 붕괴 되었다고 할 정도로 망했습니다. 마치 폐허를 방불케 할 정도로 유동 인구는 사라졌고 불 꺼진 상가들이 가득했습니다. 이 삼청동 상권 붕괴는 2018년 전후로 서서히 시작되더니 이제는 거의 다 붕괴된 느낌입니다.
2008년 서울 사진 공모전에서 큰 상을 받은 사진 중 하나가 이 상가의 불빛을 담은 사진이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불이 꺼져 있네요. 이때가 어제인 토요일 오후 8시입니다. 주말이라서 관광객들이 더 많고 북적이어야 했지만 불이 꺼졌네요.
총리 공관 바로 앞은 가장 유동인구가 많고 관광버스가 정차해서 관광객들을 쏟아내는 곳이라서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인기 높은데 이 건물 1층도 불이 꺼졌습니다. 배화여대 창업 HUB로 활용한다고 하네요. 서울시와 종로구가 학생들 창업 공간으로 만드려고 합니다.
장난감 박물관이 있던 자리는 작년부터 이렇게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건물을 새로 지을 건지 모르겠지만 쉽게 건물이 올라가지는 것 같지는 않네요.
모든 곳이 불이 꺼진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아직도 영업을 하는 곳도 있지만 예전만큼 유동인구가 없다 보니 장사가 잘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삼청동 입구에 블루보틀이 들어서서 삼청동 상권이 살것이라고 예상하는 분들도 있지만 삼청동 블루보틀은 초기에나 줄을 서서 먹는 사람이 많았지 지금은 그 줄도 거의 다 줄어들었고 오히려 블루보틀도 불 꺼진 삼청동 상권과 동기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네요.
다음 로드뷰에는 과거 로드뷰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상가는 삼청동을 지날 때마다 물방울 모양의 유리창 때문에 가장 삼청동스럽다고 느낀 상가입니다. 그런데 여기도 2019년에 불이 꺼졌습니다. 상점은 다른 곳으로 이전을 했습니다.
정말 격세지감입니다. 이렇게 삼청동이 유령의 거리로 변한 것은 그냥 자연스럽게 변한 것은 아닙니다. 원인은 다 있습니다.
삼청동 상권이 붕괴된 이유 3가지
1. 높은 임대료
뉴스 기사에 따르면 2019년 삼청동은 10평 당 보증금 1억원에 월 300만 원 수준입니다. 이 마저도 2018년의 보증금 2억 원에 월 450만 원에서 크게 내린 겁니다. 임대료를 내리면 상인들이 찾아올까요? 아닙니다. 임대 간판이 붙은 상가는 붕괴된 상권이라서 들어오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는 일부 상인들만 내린 것이지 아직도 월 임대료 500만 원을 유지하는 곳도 많습니다.
10평 가게에서 월 임대료 500만원을 내려면 마진율 30%라고 치면 월 매출은 최소 1500만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보통 임대료 30%, 원재료 값 30%, 인건비 30%라고 계산하면 인건비 30%가 10평 상점의 순이익이자 상인 인건비이자 월급입니다. 그러나 전기요금, 수도요금, 각종 공과금을 내야 하는데 이 공과금이 인건비를 갉아먹습니다. 따라서 먹고 살 정도의 돈을 벌려면 임대료는 전체 매출의 10~15%가 적당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월 임대료 500만 원을 여유롭게 내려면 월 매출이 4~5천만 원이어야 합니다. 매달 4~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려면 매일 1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합니다.
10평 상점에서 매일 100만 원 씩 매출 올리기가 쉽나요? 정말 정말 대박난 음식점이 아니면 어렵습니다. 아마존 이펙트라고 해서 음식점이나 미용실 같은 온라인 상점으로 대체될 수 없는 유통 상가가 아닌 직종만 그나마도 오픈이라도 하지 단순 유통 상가는 장사가 쉽지도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빈 상가에 들어서는 것들은 대부분 음식업입니다. 음식업은 근처에 비슷한 업종 하나만 생겨도 매출이 확 떨어집니다.
집 근처에 오픈한 곱창집은 연일 대박이었습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꽉 차서 근처에 사는 저도 한 번도 못 먹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근처에 고깃집이 또 하나 생기고서 손님이 확 빠졌습니다. 여기에 근거리에 횟집이 생기니 손님이 더 빠졌습니다. 삼청동 상가 풍경을 보고 집에 들어오다가 토요일 오후 9시 한창 손님들이 부어라 마셔라 해야 할 시간에 손님이 한 명도 없더군요.
장사하기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그런데 10평 가게가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가 300만 원이면 대박을 내야 겨우 먹고살 수 있는데 누가 들어가려고 할까요? 이에 많은 분들이 임대료를 낮추면 되지 않냐고 말씀을 합니다. 네 그러면 됩니다. 문제는 임대료를 한 번 낮추면 다시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에 2년마다 임대 계약을 하는 데 이때 임대료를 기존보다 10% 이상 올릴 수 없게 해 놓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한번 임대료를 낮추면 그 임대료로 꾸준히 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임대료 낮출 수 있습니다. 단 건물주가 삼청동에서 10년 이상 그 건물을 운영했을 경우입니다. 삼청동이 뜨기 전에 건물을 산 건물주는 건물을 비교적 적정 가격으로 구입했기에 임대료를 낮춰도 건물 구입 시 들어간 돈이나 은행 대출 이자를 갚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삼청동이 활황기 일 때 건물을 구입한 건물주는 자신들이 투입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 또는 은행 이자라도 내려면 임대료를 높여야 합니다. 그래서 임대료를 내리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임대료를 내리는 대신 렌트 프리라고 해서 2년 임대 계약을 할 때 3~6개월 또는 1년 동안 임대료 없이 임대를 해주고 나머지 기간에는 고액의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임대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임대료는 낮아지지 않지만 임차인인 자영업자는 싼 임대료를 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삼청동은 이미 죽은 상권이라서 임대료가 저렴해도 쉽게 들어오기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살아 남는 가게들은 거의 다가 건물주가 운영하는 가게라고 하잖아요.
2. 대체 상권의 발달
삼청동이 지자 대체 상권인 익선동과 서촌이 떴습니다. 삼청동과 비슷한 분위기지만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그래서 물건이나 음식 가격이 저렴하거나 만족스러워서 뜬 곳이 서촌이고 최근에는 차가 없고 고층 건물이 없어서 하늘이 많이 보이는 익선동이 떴습니다. 이렇게 대체 상권이 발달하니 사람들이 삼청동까지 가지 않고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익선동, 서촌으로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물론, 서촌과 익선동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고 익선동 같은 경우는 2019년 현재 10평 상점 임대료가 보증금 1억 원에 월 4~500만 원 임대료를 내야 할 정도로 엄청나게 임대료가 올랐고 여기도 삼청동 상태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익선동을 대체할 공간들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어도 을지로처럼 드문드문 맛집이 있는 곳이라서 쉽게 대체되지 못하는 점이 다릅니다.
3. 주말마다 열리는 시위
이 말을 적으면 불 같이 화를 낼 사람들이 있겠죠. 그렇다고 영향이 없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요. 삼청동은 지하철역에서 멉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종각역에서 내려서 인사동 갤러리 탐방을 마치고 쭉 올라갑니다. 꽤 긴 거리입니다. 저는 걷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별 불편함이 없지만 저와 함께 종각역에서 삼청동까지 둘러보고 오면 다들 다리 아프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시청역에서 내려서 마을 버스를 타고 삼청동을 가면 됩니다. 마을버스로 3 정거장 밖에 안 되고 10분이면 삼청동 총리 공관 앞에서 내리면 됩니다.
그런데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시위를 하면 이 길이 막힙니다. 그럼 이 마을 버스가 갈 수가 없고 간다고 해도 30분 이상 걸립니다. 이렇게 광화문 앞길을 시위대가 막으면 삼청동으로 갈 유동 인구가 확 줍니다. 물론, 이미 무너진 상권이라서 이게 결정적인 이유는 결코 아닙니다만 삼청동 상권 붕괴에 가속화를 하고 있습니다.
빈 상가에 들어서는 삼청동 갤러리들
오설록이 있던 자리에 갤러리 가모가 들어섰습니다. 처음에는 또 다른 상점으로 바뀐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갤러리네요. 사실 이 삼청동은 문화의 향기가 꽤 많이 나던 곳으로 갤러리가 많지 않았지만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삼청동이 뜨자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이 갤러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점이 뜬 곳에서 다시 갤러리가 들어왔네요.
갤러리 가모는 창가도 있고 테이블과 의자도 있어서 잠시 쉬면서 작품 감상하기도 좋았습니다. 갤러리라서 작품 구입도 할 수 있습니다. 2007년 경의 삼청동 분위기가 나네요.
이런 곳은 또 있었습니다. 삼청동 윗쪽 지역도 떠나간 상가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냥 삼청동 전체가 불 꺼진 건물들이 많아서 을씨년스러울 정도입니다.
건물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1층에도 임대를 한다는 문구가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갤러리 일호가 있네요. 갤러리 일호는 최근에 생긴 것은 아니고 이전에는 종로구 와룡동에 있었는데 삼청동으로 이전했나 봅니다.
크지는 않았지만 1,2층 모두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네요. 이런 공간이 더 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다시 예전의 삼청동 느낌이 나니까요.
그리고 해외처럼 매출 연동제 임대료 제도를 정착해야 합니다. 이미 스타벅스가 매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임대료로 내고 있어서 장사가 잘 되면 건물주도 함께 웃고 장사가 안 되면 건물주와 임차인이 함께 고통 분담을 해서 길고 오래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매출은 낮은데 고 임대료로 운영하면 상권이 싹 죽죠.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 구조를 해결하려면 매출 연동제 임대료 제도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걸 선택할 건물주가 많지 않은 것이 문제네요. 여러모로 무너 저가는 삼청동. 그러나 이런 갤러리 공간들이 많아지고 한 공간에서 여러 문화를 경험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인사동이 갤러리들이 줄어들고 거대한 상가 건물이 많이 올라가서 문화의 향기가 사라지고 있는데 그걸 삼청동이 대체하면 어떨까 하네요. 특히 근처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연계해서 삼청동 갤러리에서도 다양한 문화 행사 및 전시를 유료로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