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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백두산이 아닌 내 머리가 폭발한 260억 졸작 영화 백두산

by 썬도그 201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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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에 개봉한다는 영화가 12월 19일 중순으로 밀렸다는 소리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또한 시사회도 전국 단위 대규모로 하지 않고 개봉 며칠 전에 하는 모습에 웅성거렸습니다. 이에 영화사는 CG 작업에 더 공을 들이기 위해서 개봉이 연기되었다는 해명을 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 영화 <백두산>을 피하기 위해서 개봉을 앞당기거나 연기한 영화들이 있다는 건 영화가 아주 잘 빠졌다는 소리로 착각하고 영화 <백두산>을 봤습니다. 주변에서 시사회로  이 영화 <백두산>을 본 사람도 없고  SNS에도 시사회 후기도 잘 안 보여서 무턱대고 봤습니다.

그리고 영화 상영 1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폭발했습니다. 터졌습니다. 백두산이 아닌 제 머리가 터졌습니다. 머릿속에서 부글부글 용암이 끊기 시작합니다. 시계를 봤고 화가 났습니다. 분노가 끊어 올랐고 2~3번 더 폭발을 하다 나도 모르고 욕이 분출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는데 옆에서 관람하던 관객이 절 쳐다봤습니다. 영화 보다가 현웃이 아닌 현욕이 터지는 영화 <백두산>입니다. 

초반 강남역 4거리 건물 파괴 장면은 꽤 잘 만들었다. 

영화 <백두산>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재난, 재앙 영화입니다. 제작비 때문에 한국에서 재난 영화는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죽기 전에 남산 타워 뿌러지고 경복궁 파괴되고 롯데월드 타워가 붕괴되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요? 우리가 매일 보는 그 익숙한 공간에 외계인이 침공하거나 테러가 나거나 재난으로 파괴되는 장면을 본다면 많은 관람객들의 동공이 커질 겁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울 도심 한 복판을 쑥대밭으로 만든 영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백두산>이 했습니다. 예고편을 보면 강남역 4거리 주변의 건물이 파괴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진빌딩, 서초동 삼성전자 등등 강남역 고층빌딩이 백두산 폭발 후 지진으로 붕괴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장면은 꽤 흥미롭습니다. 테헤란로 고층빌딩들이 붕괴되는 모습을 드디어 보게 되네요. 역시 260억 때깔이 좋긴 좋구나하고 아주 좋아했습니다. 쾌속 질주를 할 줄 알고 안전벨트를 체크했는데 영화 <백두산>은 초반 강남 빌딩 붕괴 시퀀스가 지나자마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아주 간단한 스토리임에도 개연성을 투입하지 못한 영화 <백두산>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남북한 비핵화 실현을 위해서 북한은 핵을 미국에 반출을 합니다. 그렇게 남북한 모두 핵이 사라진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이 됩니다. 그러나 이 결정적인 순간에 백두산이 폭발을 하면서 진도 8 이상의 큰 지진이 일어납니다. 이 지진은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서울도 지진 피해로 건물이 붕괴됩니다.

더 큰 문제는 1차 폭발 후에 2차, 3차 폭발이 있고 가장 큰 마그마방이 폭발하면 한반도 전체의 50%가 파괴됩니다. 이에 청와대 민정수석(전혜진 분)은 이 백두산 폭발을 3년 전에 예견한 미국인 강봉래 교수(마동석 분)을 찾아가서 해결 방법을 알려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이에 강봉래 교수는 마그마방의 높은 압력을 빼내 줘야 하는데 이 압력을 빼기 위해서는 백두산에 파 놓은 갱도에 들어가서 핵폭탄을 터트려야 한다고 합니다. 성공 확률은 3.48%. 이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위해서 전역식을 앞둔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 팀이 발탁됩니다.

폭발물 처리팀을 이끄는 조인창 대위는 수송기를 타고 북한으로 침투해 북한이 숨겨 놓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속에 있는 핵탄두를 빼낸 후에 이걸 백두산 밑에서 터트릴 계획을 세웁니다. 이 북한의 핵무기 위치는 북한 무력부 소속이지만 남한 정권이 포섭한 '리준평(이병헌 분)'이 안내해줄 겁니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오류와 개연성 없는 스토리

봉준호 감독 영화가 공감을 쉽게 받는 이유가 뛰어난 디테일에 있습니다. 디테일이 뛰어나니 실제라는 느낌이 풍부해서 쉽게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그렇다고 모든 감독이 봉테일이 될 수는 없습니다만 관객 수준이 높아졌으면 밀도 높은 디테일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 <백두산>은 디테일이 엄청 낮은 영화입니다. 먼저 하정우가 연기하는 특전사 EOD팀은 폭발물 전문 처리팀이라는 설정이지만 총을 쏴 본지 오래 되었고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비치어집니다. 아무리 그래도 특전사인데요. 하정우가 그린 EOD팀은 공군 EOD팀이 어울립니다. 그래서 전 공군인 줄 알았습니다. 수송기에서 공중 낙하를 하면 특전사 같은데 총격술이 딸리는 모습은 공군처럼 보입니다. 주인공 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수송기도 좀 이상합니다. 미국 몰래 북한 핵무기를 빼돌려야 해서 한국 공군의 수송기를 타고 북한으로 침투해야 하는데 수송기 엔진이 제트 엔진입니다. 한국 공군의 수송기는 프로펠로로 돌아가는 CN-235나 C-130 밖에 없습니다. 제트 엔진이 달린 수송기는 미군 수송기입니다. 그것도 뜨는 곳이 오산 공군기지로 미군이 있는 기지입니다. 

물론 이런 디테일은 저만 알 수 있고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이상한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먼저 그렇게 북한에 침투해서 핵무기를 탈취해야 하는데 군인들이 북한군으로 위장도 안 합니다. 딱 봐도 남한 특공대 느낌입니다. 게다가 타고 다니는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 같은 장갑차는 북한 장갑차가 아닌 그냥 특전사가 타는 장갑차 같습니다. 이런 남한 군인과 장갑차를 보면 북한군이 출동하거나 지나가던 북한 주민이 보고 신고를 하거나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북한 주민들이 조인창 대위팀을 만나도 놀라지도 않고 그냥 자기 갈 길 갑니다. 

그마저도 그 먼거리를 이동하면서 만나는 몇 안 되는 북한 주민입니다. 아무리 백두산 폭발로 큰 지진으로 많은 지역의 건물이 붕괴되었다고 해도 북한군이 지진으로 전멸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화 <백두산>에서 북한군은 핵무기 탈취를 하는 과정에서 조우하는 10명 정도밖에 없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북한 땅인데 북한군이 이렇게 없다뇨. 더 웃긴 것은 북한 땅에서 핵무기를 두고 한국군과 미군이 서로 싸웁니다. 이 설정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남의 집에서 부부 싸움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스토리를 누가 만들었나 보니 예상대로 2명의 감독이 연출하고 각본까지 썼네요. 시나리오 정말 저질입니다. 제작비 260억 중에 시나리오에 1억만 투입해도 이 저질 스토리가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우연의 연속과 팔당댐이 터졌다고 재난 문자가 온 후 30초도 안 되어서 잠수대교까지 물이 밀려 왔다는 설정 자체도 그렇고 영화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엿 바꿔 먹은 느낌입니다. 영화 후반에 북한 땅에서 중국, 미국, 한국군의 대립 구도를 보면서 진한 한숨이 나오더군요. 

가장 궁금한 건 백두산은 중국과 북한에 걸쳐 있고 중국에도 핵이 있다면 중국에 연락해서 이러저러한 상황이니 한반도 및 중국 국경 지대에 피해가 있으니 핵무기로 마그마방을 터트려 달라고 하면 될 것을 북한과 연락이 두절되었고 시간이 없다고 수송기를 타고 바로 북한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자체도 무리한 설정으로 보입니다. 

강철비의 코믹 버전 느낌의 영화 <백두산>

이와 비슷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강철비>입니다. <강철비>는 북한 쿠테타를 소재로 남북한 요원이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백두산>도 비슷합니다. 남북한 요원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서로를 의심하고 이용하고 반목하면서 우정을 키운다는 전형적인 브로맨스 영화입니다. 다만 두 영화는 결이 다릅니다. 

<강철비>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거운 톤을 유지하면서 동족이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우정을 쌓는 훈훈한 모습을 그렸다면 <백두산>의 두 주인공은 서로 누가 많이 웃기나 하는 내기를 하는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하정우가 연기하는 조인창 대위는 상황이 심각함에도 너무 깐족거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철이 없어 보이는 행동을 많이 보여줍니다. 무능한 리더십도 문제지만 여러 가지로 재난 상황임을 느끼지 못하는 행동이 많이 보입니다. 

영화 후반까지 이런 가벼운 톤을 유지되다가 두 사람이 자식을 위해서 이 일을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영화는 흔하고 뻔한 신파극 톤으로 전환이 됩니다. 영화는 간간히 웃기지만 그 웃음이 맑지는 못합니다. 그 마저도 이병헌이 하드캐리하는 느낌이고 하정우는 질질 끌려가는 느낌입니다. 2개의 바퀴로 달려야 하는 자전거가 하정우라는 바퀴가 터져서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두 캐릭터 모두 매력이 없습니다. 

 여기에 지질학자 강봉래, 청와대 민정수석, 조인창의 아내 최지영(수지 분)은 재난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캐릭터 역할만 합니다. 너무 창의력이 없는 설정에 지루함은 더해만 가고 이렇게 계속 진행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에 드디어 머리가 폭발했고 쌍욕이 절로 튀어 나왔습니다. 

CG는 볼만 했지만 액션엔 TV 드라마 급 액션

몇몇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액션 영화에 스토리가 뭐가 중요하냐고. 맞습니다. 액션 영화는 액션이 주인공이지 스토리는 조연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액션을 담으려면 좋은 스토리가 있어야 그 액션이 더 의미있고 화려하게 보입니다. 많은 것 안 바랍니다. 제가 이 <백두산>에 남북 간의 동족애나 남북한 현실이나 철학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상식적인 스토리만 넣었으면 하는데 그 최소한이 없네요. 

예를 들어 하정우가 부상을 당한 부하를 보고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합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습니다. 북한 함흥시의 인민 병원으로 후송하라는 건지 미군 헬기에 태우라는 건지 뭔 소리인지 모르겠더군요. 북한에서 남한까지 달리라는 소리인가요? 이게 이 영화가 졸작인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이야기 개연성은 묻어 버립시다. 그럼 액션이 좋냐! 아효. 액션이요. TV 드라마 수준입니다. M4 소총 싸움이 대부분입니다. 무슨 대단하고 화려한 총격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소총 싸움에 긴장감 별로 없는 카 체이싱이 대부분입니다. 영화 초반의 테헤란로 액션 장면은 CG티가 좀 보이지만 대단한 장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제작비를 초반에 200억을 다 쏟았는지 후반 액션 장면은 볼만한 구석이 없습니다. 

백두산에서 용암이 흘러 내리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워낙 허허벌판이 많이 나오고 영화 <2012>의 화산 폭발 액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신과 함께>로 대박을 낸 덱스터 CG팀이 이 영화의 CG를 담당했고 큰 기대를 했습니다. 

영화 초반의 CG로 강남 일대를 파괴한 장면은 꽤 좋았으나 잠수대교에 밀려오는 물은 너무 CG티가 심해서 감흥이 확 사라지네요. 단 파괴된 장면 묘사 CG는 아주 좋았습니다. 강남, 평양, 함흥시 파괴된 부감 장면은 꽤 괜찮았지만 다른 장면들은 그냥 볼만한 수준이지 결코 뛰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믿거 하정우가 되어버린 영화 <백두산>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였는데 작년 연말에 개봉해서 저조한 흥행을 기록한 <PCM : 더 벙커>는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에 큰 타격을 줍니다. 그런데 이 <백두산>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믿거 하정우가 되어 버린 느낌이네요. 스토리, 연출, 캐릭터, 액션 모두 기대 이하였습니다. 260억이 들어서 손익분기점이 730만이라고 하는데 손익분기점 넘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주관에서 나온 감상평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백두산 뚜껑이 열리는 게 아닌 관객 뚜껑을 여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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