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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오우삼의 영화를 망친 서극의 영웅본색3

by 썬도그 2019.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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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태가 연일 격해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땅이였지만 민주주의 국가인 영국 시스템으로 돌아가던 국가가 공산주의로 흡수 되려고 하니 당연히 큰 저항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홍콩은 국제 무역으로 유명하지만 80 ~ 9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 다양한 홍콩 영화를 판매하던 영화 제조 강국이었습니다.

지금은 인기 스타도 많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서 한국에 수입도 되지 않고 수입 되더라도 작게 개봉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홍콩 영화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던 건 성룡의 쿵푸 영화만 만들던 시절을 지나서 서극이라는 불세출의 영화 감독이자 제작자가 <영웅본색>, <천녀유혼>같은 훌륭한 대중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중에서 <영웅본색>은 홍콩느와르의 시조새였습니다. 이 영화가 뒤늦게 터지면서 주윤발, 장국영이라는 스타가 한국을 휩쓸었습니다. 2류 개봉관에서 개봉했다가 대박이 난 <영웅본색>은 2편이 개봉하던 1987년 한국이 들썩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얼마나 홍콩 배우들이 인기가 높았는지 홍콩에서 태어 났었으면 하는 바람들도 참 많았죠. <영웅본색1,2>편이 대박이 났지만 <영웅본색3>은 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당시 홍콩영화 소식지 역할을 했던 영화 잡지 '로드쇼'는 영웅본색3 제작 불화를 소개하면서 감독이 오우삼 감독이 아닌 제작자인 서극이 연출한다는 소식을 전했고 많은 팬들이 의아해 했습니다. 

서극이라는 제작자는 연출도 잘 하기에 잘 만들겠지 했지만 영화를 보고 온 친구가 별로라는 말에 관람을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개봉한 지 30년이 지나서 이 영화 <영웅본색3>를 봤습니다. 

의리는 어디 가고 유치한 3각 관계로 점철된 영웅본색3

영웅본색 1,2편은 남자들 사이의 의리를 담았습니다. 당시는 의리가 주제가 되는 영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홍콩느와르 영화들이 남자들의 의리를 건들면서 남자들 사이에서 홍콩 영화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영웅본색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마크(주윤발 분)가 갱과 형사로 갈라진 형제 사이를 이으려다가 장렬하게 산화하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쌍권총의 천사인 마크의 과거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영웅본색3>입니다. 영웅본색1,2편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죠. 원래 이 영화는 오우삼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하려고 했지만 베트남 출신의 서극 감독이 자신이 베트남을 더 잘 안다고 다툼을 하다가 헤어지고 직접 연출을 합니다. 오우삼 감독은 자신이 쓴 영웅본색3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쳡혈가두>라는 영화로 만듭니다. 

두 영화가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당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플래툰>이나 <7월 4일생> 같은 베트남 전쟁을 반성하는 반전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홍콩 영화는 철저하게 상업성을 추구하지 무슨 인류애나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담는 영화들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나 흥행 감독인 서극 아닙니까?

베트남 출신이라서 고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드는 것을 서극 감독은 좋게 봤겠지만 영웅본색1,2편의 홍콩을 좋아하던 관객들에게는 뜬금포 같은 설정이었죠. 그래도 좋습니다. 액션만 잘 나온다면 이 영웅본색 3부작을 볼 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졸작으로 만들어 놓았네요. 

먼저 1,2편과 다르게 남자들의 의리가 없는 것은 아닌데 추잡하게 담깁니다. 보면서 저게 의리야? 사랑 놀음에서 친구에게 짝사랑 하는 여자를 넘기는 의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마지막 시퀀스에서 방금 전까지 서로 죽이려고 싸우다가 연적임을 알고 손을 잡고 권총을 쏘는 모습은 유치해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입니다. 

그나마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은 지금은 고인이 된 매염방의 화려한 액션과 매력 때문입니다. 이 마저도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져서 한 숨이 나오네요. 

영화의 배경은 1974년 패망 직전의 베트남을 담고 있습니다. 마크(주윤발 분)과 아민(양가휘 분)이 베트남에서 약재상을 하는 삼촌을 데리고 오기 위해 베트남에 도착합니다. 부패한 군부와 검은 거래를 하다가 알게 된 암흑가의 보스인 주영걸(매염방 분)과 마크와 아민은 친해지게 됩니다. 주영걸은 마크와 아민이 부패한 군인이 이끄는 군인들을 권총으로 제압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줍니다. 

세 사람은 그렇게 친구처럼 지내다 주영걸이 마크에 푹 빠집니다. 하지만 마크는 자신의 사촌인 아민이 주영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두 사람을 엮어주려고 노력하죠. 그렇게 세 사람의 잠깐 동안의 행복을 뒤로 한 채 약재상에서 근무하던 베트남 소년 초팔을 두고 베트남을 떠나 홍콩으로 이주합니다. 

몇 년 후 주영걸도 홍콩에 도착하고 세 사람은 또 다시 사랑의 줄다리기를 합니다. 그러다 주영걸이 잠시 맡고 있던 조직의 진짜 보스인 하장청이 네덜란드에서 숨어 있다가 뜬금 없이 등장하더니 배신자를 색출합니다. 여기에 자신의 연인인 주영걸과 베트남에서 신나게 놀았던 마크와 아민에게 주영걸 이름으로 화환을 보냈는데 이 화환 속에 폭탄이 있었고 이 폭탄으로 마크의 삼촌이 죽습니다. 

당혹스러운 스토리의 연속입니다. 하장청은 아민과 마크에게 홍콩을 떠나라고 협박을 하더니 주영걸과 함께 베트남에 숨겨 둔 돈을 찾으러 떠나고 이 베트남을 또 아민과 마크가 따라갑니다. 아주 스토리가 엉망진창입니다. 더 이상 스토리를 말해봐야 욕만 나오네요. 

의리가 주제인 영화를 유치한 삼각 로맨스물로 변질시켰는데 이 마저도 어색하고 유치합니다. 스토리야 그렇다고 쳐도 액션 영화가 액션이 많지도 않고 아주 유치해서 헛 웃음이 나옵니다. 80년대라는 것을 감안해도 액션 연출이 조악 그 자체입니다. 

명품 액션 영화를 조악한 액션 영화로 만든 서극 감독

쌍권총의 천사인 마크의 모습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총질(?)이 어설픈 자동차 수리공으로 나옵니다. 중간에 주영걸에게 총 쏘는 법을 배우지만 혹독한 훈련이 아닌 데이트가 주 목적으로 보입니다. 이야기를 풀어갈려면 주영걸이라는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총 쏘는 법을 배워서 쌍권총을 달인으로 거듭나는 걸 보여줘야 영웅본색 1편과 이어지는데 그게 없습니다.

그마나 1편과 잘 이어지는 건 주영걸이 마크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랜치 코트를 선물로 준 것은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액션 장면은 초반과 후반에 있는데 초반 총격 장면은 그런대로 볼만합니다. 특히 여전사라고 느껴질 정도로 매염방의 멋진 권총 사격 장면은 꽤 흥미롭고 화려합니다. 

그러나 M16을 든 군인을 권총으로 추풍낙엽으로 쓸어버리는 모습은 과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반대로 마크가 M16을 들고 권총을 든 주영걸의 옛 연인이자 보스인 하창청과의 싸우는 장면은 어설픔의 극치로 보여집니다. 특히 발목에서 쌍권총을 차 올리는 모습에서 슬랩스틱 코미디 인 줄 알았습니다. 액션이 유치찬란입니다. 

게다가 아민이라는 캐릭터는 왜 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많은 분들이 미군의 M48 패튼 탱크와 오토바이 액션을 꽤 좋게 평가하는데 탱크의 등장은 놀랍기만 할 뿐 짜임새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혼자 조정하고 포를 쏘는 자체가 쉽지 않는 등의 비현실적인 모습도 보입니다. 뭐 액션 전체가 비현실적이긴 하죠. 

베트남의 비극을 담으려고 노력하지만 잘 담기지가 않은 <영웅본색3>

베트남의 비극을 영화는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서극 감독의 출생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을 보낸 베트남을 고향처럼 느껴서 그런지 베트남의 비극을 소재로 삼습니다. 부패한 남베트남 장교를 빌런으로 투입하면서 남베트남 당국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돈으로 움직이는 부패한 관료사회를 그리는 모습은 꽤 좋습니다. 

여기에 패망 직전의 남 베트남의 혼란과 패망 직전에 헬기를 서로 타려는 지옥과 같은 상황 묘사를 넣어서 나름 구색은 잘 맞추었지만 그 표현법이 너무나 수준이 낮습니다. 연인을 살리려고 다른 피난민들을 물리치고 자기들만 타는 것 자체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마나 베트남 소년 초팔의 마지막 행동이 약간의 마음의 움직임을 줄 뿐입니다. 

이래서 다들 영웅본색은 1,2편만 인정하고 3편은 인정하지 않네요. 그나마 매염방의 화려한 액션과 주제가 석영지가 노래만은 꽤 좋네요 영화를 졸작이지만 현제 홍콩 사태를 보면 영웅본색3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네요. 홍콩도 이대로 가다가는 탈출 행렬이 길어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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