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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걷고 싶은 거리 서순라길을 파괴한 서울시의 졸속 행정

by 썬도그 2019.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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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걷고 싶은 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우수 골목길'이라는 명패를 만들어서 좋은 골목길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골목길'도 막상 가보면 우수한 골목길이 아닌 경우도 꽤 있습니다. 먼저 골목길이 우수하다고 판정을 하려면 걷기 좋아야 하는데 '우수 골목길'에서도 걷기 좋은 골목길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아파트와 자동차라는 주거와 이동의 편의만 발달한 도시 서울! 이런 삭막한 서울을 바꿔보고자 서민을 위한 서울을 지향하는 인권 변호사 출신의 3선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님은 가끔 엉뚱생뚱한 일을 많이 합니다. 


민둥산이 되어버린 아름다운 길 서순라길

카메라 테스트 겸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위해서 흔하지 않고 오랜 역사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골목길을 담기 위해서 종로 구석 구석을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마지막 코스로 종묘 서쪽 돌담길인 '서순라길'로 향했습니다. 여기는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돈화문 일대의 한옥 지대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서순라길을 카메라로 담으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뭐지? 뭔가 이상한데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굉장히 밝고 뭔가 없습니다. 

뭐지 이건? 뭔가 허전한데 그걸 몰라서 1분 동안 어리둥절 했습니다. 혹시 가로수가 사라진 걸까? 급하게 서순라길을 촬영한 내 사진을 구글 포토와 제 블로그에서 살펴봤습니다. 


맞네요. 가로수가 사라졌습니다. 가로수를 싹 잘라 버렸습니다. 1차선 일방통행로 양 옆에 있는 가로수를 싹 잘라 버렸네요.

이 종묘 담장을 끼고 있는 서순라길은 조선 시대에 종묘를 순찰하는 순라꾼들이 야간에 딱딱이를 치면서 순찰을 하던 길입니다. 이 서순라길은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가을입니다. 왼쪽에 은행나무 오른쪽에 이름 모를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가을만 되면 노란 빛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이 서순라길을 걸어서 창경궁과 창덕궁을 찾아갑니다. 


정말 아름다운 길이자 걷고 싶은 길입니다. 아쉽게도 1차선 도로에 차가 다녀서 인도로만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도로와 달리 차량이 가끔 지나가기에 걷기 좋습니다. 

제 블로그에 정말 예쁜 길이라고 소개를 했고 입소문을 타고 많은 분들이 찾은 곳입니다. 최근에는 마당이라는 예쁜 플라워 카페와 커피숍들과 서양 음식점들이 생기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서울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습니다. 


특히 수령이 최소 20년이 넘은 아름드리 은행나무의 노란 잎은 가을을 더 풍성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죠. 그런데  이 풍경이 사라졌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다산 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다신콜센터에서 종로구 가로수를 담당하는 부서의 전화번호를 알려줬고 종로 구청 가로수 담당 직원과 통화를 해봤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돈화문로 주변의 재정비 작업을 위해서 고령의 은행나무를 싹 잘랐다고 하네요. 그래서 은행나무만 잘랐냐고 물었더니 1차로 은행나무만 잘라고 나머지 가로수도 자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종로구청 가로수 담당 직원은 자신은 서울시가 하는 도로 정비 사업을 따르는 것이라고 하네요. 제가 서순라길이 아름다운 이유가 큰 가로수 특히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만드는 나무 그늘과 특히 가을에는 단풍이 예쁜 길인데 왜 이런 행정을 하는지 아쉬운 소리를 했더니

상인들이 가을 낙엽과 은행 때문에 민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말 민원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한 발 물러서면서 서울시의 돈화문 주변 정비 사업의 일환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을 돌리네요. 

조금 이해는 갑니다. 사진 찍고 걷기 좋은 길이지만 이 길 옆에 있는 상가의 상인들에게는 골치 아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드리우는 나무 그늘과 가을 낙엽이 오히려 이 서순라길로 사람을 모셔오는 데 그걸 자르는 것이 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더니 서울시에 문의하라고 하네요. 

서울시 담당 부서를 알려주려고 하는 모습에서 말을 더 이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잘라진 가로수 다시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럼 이대로 가로수 없는 길이 끝이냐고 물었더니 정비가 끝나면 가로수를 다시 심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말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가로수를 다시 심을 거면 가로수를 잘라버린 곳에 시멘트로 봉인하지 않았겠죠. 

뭐 가로수를 다시 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0미터 가까이 큰 거대한 은행나무 가로수를 심지는 않을 게 뻔합니다. 끽해야 사람 키보다 2~3배 정도 큰 어린 가로수를 심겠죠. 


끝났습니다. 가로수가 만든 나무 그늘도 사라졌고 그 거대한 가로수가 만드는 가을 단풍길도 사라졌습니다. 서울은 거대한 도시지만 나무가 많은 도시는 아닙니다. 이에 서울시는 푸른 서울을 만들겠다면서 가로수를 더 많이 심겠다는 발표도 했습니다. 가로수가 미세먼지 줄이고 도심의 열섬 효과도 줄이는 것을 잘 안다면서 서울 숲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가로수를 잘라 버리는 행동을 하네요.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냥 흔한 돌담길이 되었습습니다. 돌담이 주는 운치야 사라지지 않았지만 돌담과 큰 은행나무가 만든 그늘과 단풍이 주는 운치는 사라졌습니다. 

서울시는 매년 서울시 안에 있는 예쁜 단풍길을 발표합니다. 그 단풍길에 이 서순라길은 없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잘라버린 것일까요? 단풍이 만드는 서순라길 단풍 동굴에서 많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즐기는 모습은 앞으로 볼 수 없게 되었네요. 

마치 푸른 숲을 민둥산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저도 서순라길을 앞으로 안 찾거나 덜 찾게 될 것 같네요. 도시를 정비하는 것 이해는 합니다. 편의를 위해서 하는 건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운치 있는 길을 삭막한 길로 만드는 것이 서울시가 바라고 원하고 지향하는 모습일까요? 여러모로 서울시의 행정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편의만 추구하기 위해서 예쁜 골목길의 매력을 지워가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인가요?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에게 묻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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