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유튜브 채널을 정리하고 청소하면서 유튜브를 유심히 들여다 봤습니다. 이 서비스는 구독자를 위한 서비스인가? 아니면 콘텐츠 생산자를 위한 서비스인가?
외견상으로 보면 구독형 서비스입니다. 유튜브에 접속을 하면 내가 좋아요 누른 영상을 기반으로 한 맞춤 동영상과 추천 동영상과 각종 주제의 영상을 추천합니다. 이것만 봐도 이 유튜브는 구독형 서비스입니다.
동시에 유튜브는 블로그처럼 콘텐츠를 생산하는 도구이자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내가 만든 동영상을 올리고 확인하려면 내 채널에 들어가서 확인해야 합니다.
요즘 너도나도 유튜버가 되겠다고 합니다. 저는 텍스트형 인간이라서 유튜브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유튜브를 지금보다는 더 열심히 올릴 생각입니다. 그래서 유튜브 관련 도서를 보고 영상을 보면서 느낀 것은 유튜브가 인기 있는 이유와 쓰레기인 이유를 동시에 알게 되었습니다.
영상의 바다 유튜브? 쓰레기 영상도 바다만큼 많다.
온갖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돈이 된다는 소리에 장롱 속에 곰팡이와 살고 있던 비디오 영상들도 유튜브에 담기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1982년 MBC 10대 가수가 올라오더군요. 영상의 바다입니다. 최근에 SBS는 2000년에 방송한 SBS 인기가요 방송을 VOD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추억에 젖게 했습니다.
그러나 바다엔 쓰레기도 많습니다. 바다 같이 많은 영상의 보고인 유튜브는 쓰레기 영상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특히 혐오 발언, 저주 폭언이 잔뜩 담긴 영상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공중파도 케이블 방송도 아닌데 공중파보다는 느슨한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알지만 세상 모든 혐오를 끌어 모아서 소개하려는 지 엄청난 혐오와 적개심을 가진 유튜버들이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짜 뉴스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 유튜브입니다. 온갖 가짜 뉴스의 출발점이 유튜브가 되고 있습니다. 검증 안 된 사실을 마치 사실인 양 포장하는 BJ들이 엄청나게 많죠.
이런 쓰레기같은 인간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차단해서 안 보면 되긴 합니다. 그러나 유튜브는 차단하는 방법이 좀 까다롭습니다. 먼저 차단하고자 하는 유튜버 채널에 들어가면 차단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보에 들어간 후에 깃발 누른 후에 사용자 차단이 있습니다. 보통의 SNS 서비스와 달리 몇 단계를 지나야 합니다. 이러다 보니 일일이 차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냥 안 보면 되기에 차단 되신 뒤로 버튼을 눌러서 나오죠.
싫어요를 눌러도 추천 동영상에 뜨는 이상한 추천 시스템을 갖춘 유튜브
최근에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우연히 추천 동영상을 보다가 헛소리와 막말에 가까운 유튜버를 보고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발언을 하는데도 추천 동영상에 뜰 수 있나? 이건 누가봐도 쓰레기 영상입니다. 막말에 혐오로 점철된 누가 봐도 쓰레기 같은 영상이지만 추천 동영상에 올라온 것을 보고 놀랬습니다.
조회수는 100만을 넘었고 추천도 5만 이상으로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차단을 하거나(이거 귀찮죠. 터치 한 번으로 차단하게 해주던가!) 싫어요를 눌러주고 나오는 겁니다. 그러나 제 싫어요는 바다에 물 한 바가지 밖에 되지 않아서 별 효과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싫어요! 누른 영상이나 관련 영상이 안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게 구글 인공지능의 힘이자 빅데이터의 힘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싫어요를 눌러도 추천 동영상에 그 유튜버가 올린 다른 동영상이 소개됩니다! 그때 알았죠!. 이 유튜브는 인기 있으면 모든 것을 무시하는 시스템이구나를요.
2018년 가을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퓨 리서치 센터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을 분석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유튜브 사용자의 3분의 2인 64%는 유튜브를 이용하는 동안 거짓 또는 사실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동영상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60%의 사람은 위험하거나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담긴 동영상을 때때로 접했다고 말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모욕적인 동영상을 때때로 본 사람이 43%였고 이중 11%는 자주 본다고 말했습니다.
남자는 여성보다 위험하거나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담긴 동영상을 보는 확률이 67%로 여성의 54%보다 높았습니다. 유튜브를 사용한 분들이라면 대부분이 이상한 영상, 문제가 있는 영상을 본 경험을 거의 다 했을 겁니다.
페이스북 뉴스피드처럼 유튜브도 영상 추천 시스템이 있고 이 추천 시스템을 통해서 내가 유튜브의 접속하면 추천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유튜브의 추천 동영상은 유튜브를 시청하는데 소비한 시간의 70%나 담당하고 있다고 2018년 CES 컨퍼런스에서 유튜브 최고 제품 책임자가 밝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추천 동영상이 엄청나게 올라오고 우리는 또 그걸 무심결에 눌러서 시청을 합니다. 그래서 유튜브는 백날 천날 날 품질 좋은 동영상 올려봐야 추천 동영상 버프 못 받으면 구독자 및 시정회수가 늘지 않는다고 하죠. 반대로 조악하고 추잡하고 혐오스러운 동영상도 추천 동영상에 걸리면 큰 인기를 끌 수 있습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 사용자 중 81%가 추천 동영상을 보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15%는 이 추천 동영상을 주기적으로 보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특히 젊은 사용자일수록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추천 동영상을 보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유튜버 중 22%로 50세 이상이 10%인 것에 비해서 추천 동영상을 주기적으로 본다고 대답했습니다.
추천 동영상을 분석해보니 대부분이 매우 인기가 높은 영상이었습니다. 추천 동영상의 64%가 조회수가 무려 백만 회 이상인 동영상이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많이 본 동영상을 추천 동영상에 소개해서 더 많은 사람이 보게 하고 있습니다. 반면 추천 동영상의 5%만이 조회수가 50,000회 미만인 동영상이었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추천 동영상은 관리자가 추천하는 것이 아닌 인공지능이 추천을 하기에 인기 있을 만한 영상을 추천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미 인기가 높은 영상을 추천 동영상으로 소개해서 인기에 인기를 더합니다. 이러다 보니 인기 동영상은 억만 단위의 조회수가 나오지만 인기가 없는 동영상은 추천 동영상에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유튜브 추천 동영상이 쓰레기 영상이 넘치는 이유!
지금은 사라진 다음블로거뉴스는 큰 홍역을 치루었습니다. 블로거들이 쓴 포스팅 중에 양질의 포스팅을 메인에 소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뷰징이 많았습니다. 다음블로거뉴스단순히 추천 지수가 높은 글을 메인에 소개하면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에 여러개의 계정과 IP 여러개를 이용해서 추천하는 어뷰징이 만연했습니다. 추천지수는 높은데 쓰레기 같은 글들이 넘쳤습니다.
이에 다음블로거뉴스는 좋은 블로그 포스팅을 발굴하는 큐레이터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운영자가 일일이 발굴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독재가 될 수 있어서 좋은 글을 발굴하는 큐레이터들을 발굴해서 후한 보상을 줬습니다. 큐레이터들은 블로그 포스팅도 하지만 좋은 글을 읽고 좋은 글은 추천을 해서 양질의 글이 추천을 많이 받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습니다.
좋은 큐레이터들에게는 매주 10만원 이상의 보상을 지급해서 다음블로거뉴스 생태계를 청정하게 했습니다. 물론 이 시스템도 나중에 어뷰징이 만연해지긴 했지만 꽤 좋은 시스템이었습니다.
지금 유튜브는 이게 없습니다. 큐레이터가 아닌 인공지능에 추천 동영상을 맞기다 보니 쌍소리가 난무하고 혐오 발언과 재미를 위해서 과한 행동과 위험한 행동을 하는 영상을 추천 동영상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정신 건강이 안 좋아진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극적인 영상, 낚시 영상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런 영상들이 추천 동영상에 올라와서 추천한 영상이니까 좋은 영상이겠지라고 봤다가 당혹한 적이 꽤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조회수나 좋아요! 숫자만 파악하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조금만 팬덤을 가진 유튜버들의 동영상은 인기동영상 & 추천 동영상 콜라보를 통해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반대로 양질의 콘텐츠, 정성어린 콘텐츠임에도 조회수가 낮고 좋아요!가 낮다 보니 추천 동영상에 올라갈일이 거의 없습니다. 위 조사기관의 내용만 봐도 추천 동영상의 5%가 조회수 5만 이하인 영상인데 이 5만 조회수도 엄청난 숫자입니다. 조회수 1천 이하는 추천 동영상에 명함도 못 내미는 것이 현실입니다.
양질의 콘텐츠, 남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콘텐츠를 꾸준히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을 큐레이터가 발굴해서 널리 멀리 퍼지게 하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양질의 채널이 있어도 구독자가 쉽게 크게 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분들이 채널을 꾸준하게 더 길게 운영하려고 할까요?
내가 열심히 만들면 유튜브 신이 알아서 널리 멀리 퍼지게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양질의 콘텐츠 대신, 병맛 콘텐츠, 자극적이고 욕질하고 자막과 편집 신공이라는 MSG 잔뜩 뿌린 찐득거리는 영상만 널리 멀리 퍼지죠.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가 거짓 뉴스의 진원지 우물가가 된 것입니다.
큐레이션을 키우지 않기 때문에 추천 동영상이 저질일 수 밖에 업습니다.
유튜브는 동영상 콘텐츠 생산자인 유튜버에게만 돈을 몰아줍니다. 좋은 영상을 발굴하고 재생 목록을 만들어서 세상에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 감별사인 큐레이터에게 어떠한 수익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래서 점점 유튜브 추천 동영상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추천 동영상을 보면 무조건 스크롤을 내려서 스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맞춤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이 좋으냐? 여기도 인기 높고 조회수 높은 영상만 소개하다 보니 자극적인 영상을 많이 소개합니다. 이건 뇌피셜이 아닙니다.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을 담당했던 엔지니어가 "유튜브 알고리즘은 좀 더 오래 체류하게 하려고 자극적인 정보 등으로 광고 수익을 늘리고 있다고 발언을 했습니다.
고인물만 늘어가는 유튜브
유튜브는 확장되고 있기에 계속 물이 유입되어도 고인물이 되지 않습니다. 점점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물은 계속 흐르고 있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유튜브의 성장이 정체되는 시가에 문제가 터질 겁니다. 고인물들이 생기기 시작하면 초보 유튜버들은 아무리 열정을 다해서 만들어도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없음을 깨닫고 유튜브를 떠날 것입니다.
이는 블로그 생태계와 비슷합니다. 고인물이 10년 이상 계속 유지되고 있다 보니 생태계 활력이 떨어지고 지금은 블로그 한다고 하면 왜 그걸 하냐고 할 정도로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신입이 없는 서비스는 사라지지는 않지만 규모가 늘지 않고 계속 축소될 겁니다. 마치 오래된 오래된 롤플레잉 게임이 20년 넘게 운영되면서 좀비처럼 망하지 않는 것처럼요.
새로운 양질의 유튜버를 발굴하는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할 겁니다. 인공지능에게만 맡기기엔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인공지능은 동영상 내용을 판별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쓰레기 영상과 가짜 뉴스가 널리 멀리 퍼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