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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나쁜 어른들의 나라를 고발한 영화 <어린 의뢰인>

by 썬도그 2019.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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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라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한국은 유독 자신들이 낳은 자녀에 대한 애착이 강합니다. 이 강한 애착이 부모 자신은 굶더라도 자녀에게는 따순 밥을 먹이는 거룩한 희생이 될 수 있지만 부모의 뜻대로 따르지 않으면 불 같이 화를 내고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못난 모습도 강합니다.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동반 자살이라는 끔직한 일을 벌입니다. 이 동반 자살은 엄연한 살해입니다. 정확하게는 '가족 살해 후 자살'이라는 명칭이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게 살해인지 알면서도 '지 새끼'니까라는 온정주의로 이해를 합니다. 

이런 잘못된 온정주의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식들을 함께 데리고 가겠다면서 못난 행동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줍니다.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들의 어두운 면을 담은 영화가 <어린 의뢰인>입니다. 

선생 김봉두의 장규성 감독의 신작 <어린 의뢰인>

 지난 5월에 개봉한 <어린 의뢰인>은 손익분기점이 100만 명인 비교적 작은 규모의 영화였지만 안타깝게도 20만 명의 관객만 동원한 영화입니다. 영화 <선생 김봉두>의 장규성 감독의 신작이라서 보러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러가지로 영화를 찾지 않게 한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먼저 감독입니다. 장규성 감독은 한국 최초 패러디 영화인 <재밌는 영화>를 시작으로 대박이 난 <선생 김봉두>를 지나서 <이장과 군수>까지 코미디 영화를 잘 만드는 영화 감독입니다. 그런데 사회 고발성 영화인 <어린 의뢰인>을 연출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주연 배우가 이동휘입니다. 이동휘는 코미디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데 정극 연기 그것도 사회성 짙은 고발 영화에 주인공을 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아 보였습니다. 마치 조정석이 납득이로 뜨고 다양한 연기 변신을 시도하지만 조정석이 잘 하는 연기는 코미디입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복병이 될 영화 <엑시트>의 코믹스러운 모습의 조정석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코미디 영화 잘 만드는 감독인 장규성과 코미디 연기를 잘 하는 이동휘가 왜 어둡고 음습한 사회 고발성 영화를 만들지?라는 생각에 이 영화를 안 봤습니다. 

이통사에서 무료료 제공하는 토요 무료 영화에 올라와서 봤는데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이동휘나 장규성 감독은 이런 영화 연출과 연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쓴소리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만듦새나 주연 배우의 연기가 아쉽고 어울리지 않았지만 배우 유선과 다빈이 역할을 연기한 최명빈, 민준이를 연기한 이주원이라는 두 아역 배우를 위해서라도 좋은 평을 해주고 싶습니다.

또한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칠곡 계모 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

한국 사회는 가족 문제는 가족이 해결하라는 식으로 방치합니다. 그래서 집안에서 곡소리가 나도 이웃들이 신고조차 하지 않고 신고를 하더라도 경찰이 와서는 싸우지 마세요라고 말만하고 나갑니다. 이렇게 가정에서 아내를 패고 또는 아내가 남편을 패고 부모가 아이를 패는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의 만연한 한국입니다. 

이에 정부는 가정 폭력을 가정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처럼 가해자와 피해자를 우선 격리 또는 접근 금지 명령 같은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가정 내 아동 폭력은 친권자라는 이유로 가해자인 부모에게 다시 돌려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가 지 자식을 죽이도록 패겠어?'라는 어설픈 가정법 아래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습니다. 아동 학대 피해자 아동 5명 중 4명이 부모에게 맞아서 발생한다고 하죠. 물론 많은 분들은 '사랑의 매'라고 생각해서 여전히 체벌을 옹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사랑의 매'가 오용되고 악용되면 아동 학대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죠. <어린 의뢰인>은 정엽(이동휘 분)이라는 변호사가 아동 학대 피해자 아동인 다빈을 바라보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시작되자마자 '방관자 효과'로 시작합니다. 제노비스 사건은 이제 많이들 알고 계실겁니다. 뉴욕에서 한 여성이 35분 동안 칼에 찔리는 동안 여자의 비명 소리를 듣고도 아파트 사람들이 신고조차 하지 않았던 사건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신고하겠지라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 넘기다가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뭐 사건 자체에 대한 진위 여부의 논란이 있지만 '방관자 효과'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사건입니다. 이 초반 시퀀스는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를 잘 담고 있습니다. 

정엽은 변호사 면접 시험에서 제노비스 사건에 대한 질문의 답으로 방관한 사람들은 법적으로 문제 없으니 도의적으로도 죄가 없다는 속물 근성이 쩐 대답을 합니다. 그렇게 변호사를 떨어지고 한 지방 사회복지사로 근무를 합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한 잠시 동안의 정차였습니다. 그렇게 마음에도 정도 안 가는 사회복지사 일을 하면서 계모의 구타를 참지 못한 다빈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다빈(최명빈 분)과 민준(이주원 분) 오누이를 알게 됩니다.  


폭력적인 성향의 친아빠는 지숙이라는 새엄마(유선 분)을 데리고 옵니다. 아이들에게 잘 대해주는 듯했지만 민준이가 음식을 흘리면서 먹자 화를 냅니다. 화는 화를 넘어서 폭력이 되고 지숙과 민준을 때립니다. 이에 다빈은 어른들의 말을 믿고 경찰서에 엄마의 구타를 신고하지만 경찰은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하고 사회복지사를 부릅니다. 

수사 권한이 없는 사회복지사 정엽은 다빈과 민준이가 새엄마에게 맞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습니다. 정엽은 제노비스 사건에서의 방관자처럼 사는 속물 같은 인물입니다. 


햄버거를 사주고 다빈이와 민준이를 돌려 보낸 정엽은 친엄마의 얼굴도 모르는 두 남매가 눈에 밟힙니다. 마침 매일 같이 두 남매가 아동복지기관으로 찾아와고 정엽은 이 남매와 놀면서 친해지게 됩니다. 정엽도 엄마를 어려서 잃었는데 이 공감대가 두 남매를 더 보듬어주게 됩니다. 

그러나 정엽은 서울 로펌에 취직이 되고 사회복지사 일을 그만둡니다. 두 남매의 유일한 동앗줄이었던 정엽 아저씨가 사라지자 다빈은 큰 상처를 받습니다. 새엄마의 구타는 더 심해지고 친구의 핸드폰을 빌려서 정엽 아저씨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지만 정엽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그렇게 구타가 심해지던 중 다빈은 고막 파열이 됩니다. 서울에 있던 정엽은 말로는 못 간다고 했지만 한달음에 다빈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옵니다. 그렇게 다빈은 정엽에게 마지막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정엽은 끝내 외면을 합니다. 


나쁜 어른들의 침묵이 악마를 만들어내다

영화 <어린 의뢰인>이 담고 싶은 메시지는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침묵하는 어른들입니다. 매일 같이 아이들이 맞는 소리가 나고 비명 소리가 나도 주변 아파트 사람들이 침묵을 했습니다. 큰 소리가 나면 한 번 올라가보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다빈과 민준이 지숙에게 맞을 때 누구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이걸 손가락질 할 수 있지만 다들 남의 일에 끼어 들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인지상정이라서 무작정 비판만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모두의 방관으로 인해 다빈과 민준은 지옥같은 하루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는 담임 교사도 사회복지사도 가정 폭력 피해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방관하는 모습은 분노가 치밀게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사라지게 하려면 법을 바꿔야 합니다. 미국처럼 아동에 대한 폭력과 학대는 친부모라고 해도 무조건 조사하고 처벌을 해야 합니다. 

그나마 한 세대 전에는 동네에서 아이가 맞는 소리가 나면 주변 어른들이 다가와서는 적당히 하라거나 그만 하라고 제지하는 일들이 많았고 그걸 알기에 큰 소리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졌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관심도 없습니다. 이런 세태에서 지숙 같은 악마가 자라납니다. 

여기에 공권력의 방관이 더해져서 지숙이라는 악마가 완성이 됩니다. 

또 하나의 메시지는 아동 학대입니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초반에는 아동 폭력 장면을 일부러 안 담는 듯 하지만 후반에는 너무 과할 정도로 많이 담습니다. 보는 자체가 힘들 정도로 꽤 길게 나오고 묘사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꽤 혐오스러운 장면이 많습니다. 그 표현 수위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꼭 필요했나? 라고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출과 주연 배우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던 <어린 의뢰인>

서두에 말했지만 장규성 감독이 잘하는 장르가 아닌 사회 고발성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영화는 <선생 김봉두>의 코믹과 감동 같은 뭔 울림이 없습니다. 영화 초반 민준, 다빈, 정엽이 함께 노는 장면에서는 이동휘 특유의 애드립이 살아나면서 영화가 그렇게 어둡지 만은 않구나 했는데 아동 학대가 심해지고 지숙의 폭력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바로 공포 모드로 전환을 합니다. 

속물 같은 정엽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연출이 아쉽습니다. 영화 마지막 반전도 어디서 많이 본듯한 기시감이 가득한 반전입니다. 또한 폭력 장면을 생각보다 많이 강하게 담깁니다. 물론, 강한 이미지를 통해서 한국 사회가 좀 더 바른 사회로 나아가길 위해서 강한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라서 크게 비판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지만 그런 폭력적인 이미지의 힘이 생동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연출도 상당히 투박합니다. 그나마 최명빈 양, 이주원 군 그리고 유선의 연기가 영화 후반을 지탱합니다. 두 아역 배우의 연기가 꽤 눈에 밟히고 너무나 잘 했습니다. 

이 <어린 의뢰인>과 비슷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한지민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는 <미쓰백>입니다. 두 영화가 상당히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와 교감하는 어른 주인공을 통해서 아동 폭력의 잔혹함을 담고 있지만 표현법이나 영화적인 연출 깊이는 <미쓰백>이 훨씬 좋네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던 영화 <어린 의뢰인>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통해서 아동 폭력이 줄고 무관심한 나쁜 어른들이 줄어드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네요. 


다빈이 같은 아이가 세상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갈등하고 갈팡질팡하는 영화를 두 아역 배우가 끌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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