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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참으로 시의적절한 소재를 담은 영화 걸캅스

by 썬도그 2019.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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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캅스>에 영혼 보내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서 뭔가 했습니다. 영화 예매를 하고 영화를 보지 않는 행위로 영혼만 영화관에 간다고 해서 영혼 보내기라고 합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나 했는데 영화에 대한 응원을 하기 위한 의사 표현이라고 하더군요. 이 영혼보내기는 여성 관객들이 영화 손익 분기점을 넘기게 하기 위한 자발적인 운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전 이 행동이 영화 시장 교란 행위라고 생각했고 좋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화 <걸캅스>를 보고 나니 여자 분들의 울분이 가득 느껴졌고 영혼 보내기 운동이 이해가 갔습니다. 영화 <걸캅스>는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사는 것의 두려움과 울분을 잘 느끼게 하는 꽤 괜찮은 영화입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코미디로 담은 영화 <걸캅스>

영화 스토리 자체는 별 다른 것도 특별한 것도 없습니다. 또한 영화 연출도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이음새가 헐거운 연출이나 한치 앞이 예상이 되는 스토리와 질펀한 욕사발을 비벼 놓은 건 2천 년 대 초 유행했던 조폭 영화와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걸캅스>를 좋게 보는 이유는 이 영화는 버닝썬 사태를 예견 했다는 듯 영화 범죄 내용이 버닝썬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2018년 제작을 시작했으니 버닝썬 사태 이전에 시나리오가 나왔을텐데 놀랍게도 버닝썬 사태를 그대로 재현한 듯해서 꽤 놀랐습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영화가 아닐 수 없고 이 때문에 영화 내내 집중을 하면서 봤습니다. 


왕년에 여성 형사기동대에서 맹활약을 하던 전설의 여형사 박미영(라미란 분)은 만년 검사지망생인 못난 남편과 함께 삽니다. 왕년에는 잘나갔지만 애를 낳고 가정이 생기다 보니 범죄 현장을 뛰기 보다는 땡보직인 민원실의 보직을 얻었고 이 땡보직을 지키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러나 이 민원실 땡보직을 노리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신참 여형사 조지혜(이성경 분)은 성추행범을 잡기 위해서 위장 근무를 하다가 자신의 친오빠를 범인으로 오해해 때려 잡고 근신처리를 받습니다. 이 한줄의 줄거리로도 알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개연성이 촘촘한 영화가 아닙니다. 우연의 연속이 영화 초반 좀 맥 빠지게 합니다. 친 오빠를 때려 잡은 조 형사의 올케는 같은 경찰 그것도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박미영 경찰입니다. 

우연과 우연의 연속으로  영화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집니다. 그러나 초반 덜컹거리는 구간만 지나면 라미란 특유의 능청과 넉살로 무장한 생활 코미디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징계 받은 조 형사와 올케인 박미영 그리고 공대 출신의 해커이자 경찰인 양장미(수영 분)은 민원 봉사실에서 근무하다 한 여대생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탁자 위에 올려 놓고 사라진 것을 봅니다. 스마트폰을 돌려주려고 박미영은 뛰쳐 나가지만 눈 앞에서 달리는 차에 뛰어 들어 자살 시도를 합니다.

그렇게 손에 든 스마트폰에 뭔가 있다고 판단해서 스마트폰 패턴을 풀고 그 안을 보니 성범죄 녹화 영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협박범은 SNS의 좋아요 3만 개를 달성하면 성범죄 영상을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공헌을 합니다. 말을 순화해서 적었지만 피해 여성의 수치스러운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유괴 사건과 함께 초기 대응이 무척 중요하고 일분일초가 중요합니다.

이에 조 형사는 징계를 받고 있지만 여성청소년과 여자 경찰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바쁘다면서 쌍욕까지 하면서 휑하고 가버립니다. 이에 조 형사와 전설적인 여형사 박미영 그리고 해커 양장미가 똘똘 뭉쳐서 이 사건을 추적하고 동영상 유포를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섭니다.


버닝썬, 정준영 사태와 너무나 유사했던 스토리에 크게 놀랐던 영화 걸캅스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늘고 있습니다. 현실만큼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없으니까요. 근 미래에는 지난 주에 일어난 뉴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1달 만에 만들어져서 개봉하는 일도 생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버닝썬, 승리, 정준영 사태가 터지기 전에 이런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는 것이 무척 놀랍네요. 

뭐 시나리오 작업 전에 사전 조사를 통해서 강남 클럽 문화를 하루만 느껴봐도 술술 이야기는 잘 써졌을테지만 그럼에도 버닝썬 사태와 강남 유흥 문화와 경찰의 무능하고 안일한 대처 등등 영화 <걸캅스>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복사한 영화입니다. 

특히 여자를 약물로 기절 시키고 음란 동영상을 촬영하고 그 영상으로 돈을 버는 디지털 성범죄의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영화 <걸캅스>는 많은 여성들이 영혼 보내기 지지를 받을만한 영화입니다. 실제로 불법 촬영 동영상으로 피해를 본 여성들이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극악한 범죄를 다스리는 법은 너무 느슨하고 경찰은 중대 범죄가 아니라면서 실적 깜도 안 되는 이런 디지털 성범죄를 간과하고 무시하는 모습을 영화 <걸캅스>는 아주 잘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습하고 어두운 스릴러 형식으로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배우 라미란을 보면 아시겠지만 라미란은 코미디에 최적화 된 배우로 라미란식의 가볍게 툭툭 던지는 애드립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안 가는 능청스러움은 영화 곳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웃기고 웃음을 많이 유발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냥 가볍게 툭툭 던지는 조크 정도의 웃음만 가끔 나옵니다.

여성들의 고통을 여성 경찰이 해결한다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동성의 고통을 동성이 잘 알고 있죠. 이런 이유로 여성 경찰은 꼭 있어야 합니다. 최근 여성 경찰 무용론으로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비록 여성 경찰이 남성 경찰보다 근력이 딸리지만 이런 민감한 성범죄, 아동 관련 범죄는 남자들 보다 여자들의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영화 <걸캅스>는 그 부분까지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액션과 연출이 아쉬웠던 영화 걸캅스

영화 <걸캅스>의 소재와 여성 성범죄에 대한 민감성을 잘 담은 모습은 무척 좋습니다. 시의성이 영화 재미의 6할을 차지했다고 할 정도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한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소재를 코미디로 흐르게 하지도 않으면서도 간간히 웃음을 준 라미란 그리고 이성경의 연기도 무척 뛰어나고 캐미도 좋았습니다. 이 두 형사의 합동 수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왔으면 할 정도로 여성 경찰의 활약이 꽤 흥미롭네요.

다만 라미란의 남편인 윤상현이 연기한 캐릭터는 불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또한 수영이 연기한 해커 연기는 좀 과장되어 보입니다. CCTV 검색을 마우스가 아닌 키보드로 한다는 설정도 너무 부담스럽네요. 전체적으로 사건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과정은 현실직이지 못하고 까불거리는 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여기에 형사가 주인공이면 꼭 등장하는 액션 장면도 품질이 좋지 못하네요. 과감한 카 체이싱이 있고 여기까지는 좋지만 전체적으로 액션이 느슨한 편입니다. 또한 창의성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참으로 시의적절한 소재를 다루었고 꼭 생각해봐야 할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영화 <걸캅스>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특히 이 영화를 현직 경찰들이 단체 관람해서 자신들이 현재 국민들로부터 어떤 비판을 받고 있는 지 알았으면 합니다. 요즘 한국 경찰을 보면 경찰들은 구제불능을 넘어서 같이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에 조금의 희망도 기대도 안 하게 되네요. 경찰 비판 영화이자 한국 사회를 비판한 코미디지만 다큐처럼 느껴진 영화 <걸캅스>입니다

참 하정우가 까메오로 나오는데 하정우가 나오는 장면은 하정우가 연출했는지 딱 하정우식 코미디가 나오네요. 보다가 빵 터졌네요. 

별점 : ★★★

40자 평 : 참으로 시의 적절하게 한국 경찰과 사회를 정조준한 다큐 코미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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