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사진은 권력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 기택은 왜 계획이 없고 기우는 계획이 있을까? 본문

세상 모든 리뷰/영화창고

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 기택은 왜 계획이 없고 기우는 계획이 있을까?

썬도그 2019. 6. 7. 20:12

"아들아!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이 대사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예고편에 나온 대사입니다. <기생충>의 예고편은 길지도 특이하지도 않은데 이 대사가 아주 중요한 대사처럼 나옵니다. 실제로 이 대사는 영화 <기생충>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글은 스포를 내포하고 있기에 영화 <기생충>을 보신 분만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계획이 있는 아들 기우

군대까지 갔다 온 4수생인 기우는 친구가 유학을 가는 바람에 생긴 고액 대입 과외 자리를 덥석 잡습니다. 이는 기우에 계획에 없던 일입니다. 이 계획이 없던 고액 과외 자리를 잡기 확실히 잡기 위해 계획을 짜기 시작합니다. 먼저 백수인 기우는 동생 기정에게 부탁을 해서 유명 대학교 재학증명서를 위조합니다. 

그렇게 고액 과외 자리에 안착한 기우는 서서히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기우는 똑같은 백수인 기정을 미술 치료 교사로 소개를 하고 기정은 백수인 아버지 기택을 운전기사로 소개를 하고 기택은 다시 아내인 충숙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온 가족이 IT기업 사장인 박사장의 대저택에 고용이 됩니다.

기우의 계획은 잘 수행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기우의 계획은 뜻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박사장 집에서 온 가족이 기생하는 계획의 초석을 다진 기우는 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계획의 종지부를 찍으려고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이 계획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지하실에 기생하는 아버지를 구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박사장이 살았던 집을 사는 것이고 그 집을 사기 위해서 기우는 다시 계획을 세웁니다. 


계획이 없는 아빠 기택

가장인 아빠 기택은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와이파이도 끊기고 핸드폰도 끊긴 위기 가정의 가장인 기택은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아무런 계획이 없기에 아무 생각도 없는 무능한 가장으로 비추어집니다. 아내가 "계획이 뭐야?"라고 물어봐도 아무 계획이 없는 기택은 대답할 계획이 없습니다. 

계획이 없는 기택에게 기우가 마련한 계획에 따라서 직장을 구하는 계획에 없던 일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계획하지 않은 직업을 얻고 기우와 기정의 계획에 따라서 움직이지만 계획하지 않던 폭우로 인해 박사장 가족이 계획과 다르게 캠핑장에서 돌아오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위기에 놓입니다. 

불안에 떨고 있는 기우와 기정을 달래기 위해서 영화에서 딱 한 번 계획이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반지하 방이 물에 잠긴 후 체육관에서 기거하게 되고 다시 불안이 엄습해오자 아들 기우는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아버지 계획이 뭐에요?"

기택은 말합니다. "무계획이 계획이다" 


계획대로 살았던 기택, 계획 없이 삶이 덜 상처 받는 걸 알게 되다.

기택은 무책임하고 무능한 가장입니다. 그러나 기택은 원래 계획을 하고 살았던 사람입니다. 집 살 계획을 하고 차 살 계획을 하고 결혼할 계획을 하고 계획대로 살았습니다. 기택이 청년이던 70, 80년대는 노력한만큼 돈을 버는 시대였습니다. 일자리는 넘쳤고 3년 내내 대학교에서 시위를 해도 4학년 1년 바짝 공부를 하면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중견 기업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계획을 하지 않고 살아도 누구나 밥 굶지 않고 살 수 있었고 계획을 하고 살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택의 삶은 IMF 이후 파괴됩니다. 평생 직장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언제든지 쉽게 고용하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들어옵니다. 그럼에도 기택은 계획을 했습니다. 계획대로 살았지만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 일들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평생 직장이라고 여긴 곳에서 계획에 없던 해고 통보가 날아오고 퇴직금과 대출을 받아서 대만 카스테라 같은 프랜차이즈 장사를 시작하지만 계획에 없던 방송이 문제점을 지적한 후 크게 망합니다. 이는 대저택에 사는 박사장 집의 집사 아줌마인 문광의 집안도 비슷합니다. 

계획을 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이 계속되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일을 해도 반지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대만카스테라 장사로 반지하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기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을 원망하면서 덜 상처 받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그게 바로 계획 없는 삶입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세상, 그냥 계획없이 살면 상처 받을 일이 없습니다. 그렇게 기택은 움직이지 않는 식물처럼 마음이 굳어 버립니다. 바라보는 것은 태양 같은 기정과 기우 두 자녀 뿐입니다. 

계획이 있는 기우와 기정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아들아 네가 자랑스럽다"

그렇게 아들과 딸이 세운 계획대로 기택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계획에 없던 지하가 열리고 파국으로 치닫다

박사장 집으로 기택의 가족 모두가 침투하는 계획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습니다. 아들은 가정교사로 딸은 미술치료 교사로 아빠는 운전사로 엄마는 집사로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나 사기로 취직을 한 것이기에 박사장 집 안에서는 서로 아는 체를 하지 않습니다. 

마침 박사장 가족이 캠핑을 가면서 이 4명의 가족은 박사장 집을 내 집처럼 사용하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러나 계획에 없던 일이 발생합니다. 자신들이 밀어낸  전에 일하던 아줌마인 문광은 폭우가 내리던 날 갑작스럽게 방문을 합니다. 아줌마는 급하게 쫓겨나서 자신의 물건을 찾으러 가겠다면서 지하로 갑니다. 지하로 내려가서 올라오지 않는 아줌마를 뒤 따라간 기택 가족은 놀라운 광경을 봅니다. 

아줌마의 남편이 지하 비밀 공간에서 기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딱 기생충이었습니다. 숙주 밖으로 나오면 죽고 숙주에게 걸리지 않으면 오래 살 수 있는 기생충. 기택 가족은 크게 놀랍니다. 이 계획에도 없는 사건은 두 가족을 파국으로 몰고갑니다. 이 계획되지 않은 일은 박사장의 아들 생일 파티에 또 한 번 폭발하게 됩니다. 

기택은 가난의 냄새를 역겨워한 박사장을 칼로 찌릅니다. 참고 있던 가난을 경멸하는 시선을 참지 못하고 폭발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지하 공간에 자신을 숨깁니다. 그렇게 기택은 기생충이 자라는 공간 같은 지하에서 살게 됩니다. 기택은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박사장의 저택에 기생하면 감옥에 안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생 지하에 살아야 합니다. 기택이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아들 기우가 돈을 벌어서 이 대저택을 사면 아버지는 30초도 안 걸려서 지상으로 나와 햇빛을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구출 계획을 짜는 기우가 안타까웠던 이유

계획이 없는 아버지 기택은 계획에도 없는 기생충 같은 삶을 시작합니다. 이런 계획이 없고 미래도 안 보이는 아버지를 위해 아들 기우는 아버지를 꺼낼 계획을 세웁니다. 그 계획은 큰 돈을 벌어서 대저택을 사면 아버지를 구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기우의 계획이 성공할 수 없음을 잘 압니다.

돈이 돈을 버는 돈이 생산 수단이 된 최첨단 자본주의 국가 한국에서 돈 한 푼 없이 대저택을 사기 쉽지 않습니다. 살 수 있다고 해도 기우가 중,노년이 되어야 합니다. 기우가 중노년이 되면 아버지 기택은 이세상에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로또 1등에 당첨이 되어야 하고 그 마저도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서 사거나 전세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로또 1등 당첨은 가장 계획한다고 1등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로또 판매량이 매년 증가한다고 하죠. 그만큼 계획대로 살고 노력해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굶어 죽는 사람은 없지만 굶는 고통보다 심한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빈인빈부익부 세상이 만든 살풍경입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선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 선을 깨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관객들은 기우의 아버지 구축 계획이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기우도 많은 계획을 살고 살겠지만 기우가 기택의 나이가 되기 이전에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 세상임을 깨닫게 될 것 같네요. 


기우와 수석

기우는 자신이 세운 계획이 의도하지 않게 흘러가자 행운을 기원하는 수석을 폭우에 침수된 집에서 들고 나옵니다. 기우는 자신이 세운 계획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자 자신의 계획을 종지부 찍으려고 마지막 계획을 세웁니다. 기우는 수석을 들고 지하로 내려가지만 이 계획도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우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또 계획을 세웁니다.  

기생충 같이 지하에서 나오지 못하는 기택은 계획이 있는 아들을 잘 알기에 모오스 부호로 밤마다 아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기택의 계획이 다 있구나! 는 아직도 넌 꿈이 있구나로 들려서 마음이 무척 아팠고 이 대사는 우리 사회의 병든 부분을 날카롭게 찌르는 송곳같았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계획이 많은 한국 사회.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5 Comments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06.10 17:39 신고 영화를 곰씹어 볼수록 부익부 빈익빈 이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 프로필사진 소뒷발 2020.01.15 12:09 리뷰 잘 보고갑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때 봉준호 감독의 사상이 드디어 봐줄만한 것으로 발전했다 생각했는데 막상 리뷰를 보니 소 뒷발에 쥐잡는 격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라는 말이 슬프고 우스운건 아들의 계획이 계획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계획이 있다고 말하지만 극 내내 흘러간 스토리에서 가족의 기생은 운좋은 상황에 맞춘 임기응변 그 자체입니다. 마지막에 또다른 계획을 세웠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들은 계획을 세울 줄 모릅니다. 세워본 적도 없고 계획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계획이 불가능한게 아니라 애초에 계획 자체가 없습니다. 이것이 빈부 격차를 굳건히하는 요인인 교육 수준의 차이에 의한 것이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가족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없는 이유는 자본주의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도, 그걸 세울 능력도 갖지 못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드디어 이 빈익빈부익부라는 것이 그저 금전을 넘어서 사고력을 포함하여 부자로서 살기위해 필요한 수많은 것들의 고착임을 이해했다 생각했는데, 과대평가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20.01.15 12:28 신고 네 역설적이죠. 아들아! 다 계획이 있구나. 무계획으로 살던 아빠와 달리 아들은 망상이라고 할 정도로 이 학교에 갈거라고 합니다. 갔으면 진작에 갔죠. 말씀처럼 기택 가족은 계획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생충처럼 스며들 계획은 놀랍게도 세우고 실행하고 성공합니다. 이건 또 기가막힌 계획인데 성공했어요. 그러나 부자가 되려는 계획은 그게 세운다고 해도 실현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로또 3번 연속 맞으면 몰라도요. 부자라면 허망한 계획도 망상인 계획도 돈으로 실현할 수 있고 기본 자본이 있으면 실현 가능성은 높잖아요.

    소 뒷발에 쥐 잡았다는 생각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부러 노리고 만든 영화입니다.
  • 프로필사진 그렇지않음 2020.04.09 12:17 영화 초반부터 아들 기우는 계획적이고 딸 기정 아버지 기택 어머니 층숙도 대저택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만듭니다. 아들,딸,아버지,어머니가 능력이 없다 말씀하시는데 기우는 영어를 잘하며 그걸 인정받으니 친구한테 과외를 부탁받은 것이고 기정도 포토샵능력과 미술쪽 지식 속이는 연기력 경험만봐도 능력이 뛰어납니다 단지 대학을 갈 돈이 없기에 못가는 것이지요 아버지는 치킨사업도 하고 랜터카 일도 잘하지요 그건 박사장을 태우면서 커브길을 틀면서 인정받은 부분이였고요 어머니또한 과거에 전국육상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경력이 있지요 초반에 지하방에서 하층민으로 보여주지만 아들의 영어 미술공부를 했다는것은 아버지가 치킨집을 하던 시절엔 중산층이 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코 능력이 없는게 아니지요 아들은 계획이 있으나 아버지 말처럼 아무리 계획을 세운다한들 홍수로 집이 물바다가 될지도 몰랐고 집에서 사건 하나하나가 계획과는 다른 일들이고 틀어졌죠 계획은 누구나 있죠 하지만 미래엔 무슨일이 터질지 모르니 계획이 우습기도 합니다.
  • 프로필사진 Make a Plan 2020.03.07 00:40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고 생각합니다. 계획이 있어야 사람은 행동하니까요!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