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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기생충에서 아버지 기택은 왜 계획이 없고 기우는 계획이 있을까?

by 썬도그 2019.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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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이 대사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예고편에 나온 대사입니다. <기생충>의 예고편은 길지도 특이하지도 않은데 이 대사가 아주 중요한 대사처럼 나옵니다. 실제로 이 대사는 영화 <기생충>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글은 스포를 내포하고 있기에 영화 <기생충>을 보신 분만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계획이 있는 아들 기우

영화 기생충

군대까지 갔다 온 4 수생인 기우는 친구가 유학을 가는 바람에 생긴 고액 대입 과외 자리를 덥석 잡습니다. 이는 기우에 계획에 없던 일입니다. 이 계획이 없던 고액 과외 자리를 잡기 확실히 잡기 위해 계획을 짜기 시작합니다. 먼저 백수인 기우는 동생 기정에게 부탁을 해서 유명 대학교 재학증명서를 위조합니다. 

그렇게 고액 과외 자리에 안착한 기우는 서서히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기우는 똑같은 백수인 기정을 미술 치료 교사로 소개를 하고 기정은 백수인 아버지 기택을 운전기사로 소개를 하고 기택은 다시 아내인 충숙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온 가족이 IT기업 사장인 박사장의 대저택에 고용이 됩니다.

기우의 계획은 잘 수행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기우의 계획은 뜻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박사장 집에서 온 가족이 기생하는 계획의 초석을 다진 기우는 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계획의 종지부를 찍으려고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이 계획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지하실에 기생하는 아버지를 구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박사장이 살았던 집을 사는 것이고 그 집을 사기 위해서 기우는 다시 계획을 세웁니다. 

 

계획이 없는 아빠 기택

 

영화 기생충

가장인 아빠 기택은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와이파이도 끊기고 핸드폰도 끊긴 위기 가정의 가장인 기택은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아무런 계획이 없기에 아무 생각도 없는 무능한 가장으로 비추어집니다. 아내가 "계획이 뭐야?"라고 물어봐도 아무 계획이 없는 기택은 대답할 계획이 없습니다. 

계획이 없는 기택에게 기우가 마련한 계획에 따라서 직장을 구하는 계획에 없던 일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계획하지 않은 직업을 얻고 기우와 기정의 계획에 따라서 움직이지만 계획하지 않던 폭우로 인해 박사장 가족이 계획과 다르게 캠핑장에서 돌아오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위기에 놓입니다. 

불안에 떨고 있는 기우와 기정을 달래기 위해서 영화에서 딱 한 번 계획이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반지하 방이 물에 잠긴 후 체육관에서 기거하게 되고 다시 불안이 엄습해오자 아들 기우는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아버지 계획이 뭐예요?"

기택은 말합니다. "무계획이 계획이다" 

 

계획대로 살았던 기택, 계획 없이 삶이 덜 상처받는 걸 알게 되다.

영화 기생충

기택은 무책임하고 무능한 가장입니다. 그러나 기택은 원래 계획을 하고 살았던 사람입니다. 집 살 계획을 하고 차 살 계획을 하고 결혼할 계획을 하고 계획대로 살았습니다. 기택이 청년이던 70, 80년대는 노력한 만큼 돈을 버는 시대였습니다. 일자리는 넘쳤고 3년 내내 대학교에서 시위를 해도 4학년 1년 바짝 공부를 하면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중견 기업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계획을 하지 않고 살아도 누구나 밥 굶지 않고 살 수 있었고 계획을 하고 살면 더 큰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택의 삶은 IMF 이후 파괴됩니다.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언제든지 쉽게 고용하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들어옵니다. 그럼에도 기택은 계획을 했습니다. 계획대로 살았지만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 일들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평생직장이라고 여긴 곳에서 계획에 없던 해고 통보가 날아오고 퇴직금과 대출을 받아서 대만 카스텔라 같은 프랜차이즈 장사를 시작하지만 계획에 없던 방송이 문제점을 지적한 후 크게 망합니다. 이는 대저택에 사는 박사장 집의 집사 아줌마인 문광의 집안도 비슷합니다. 

계획을 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이 계속되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일을 해도 반지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대만 카스텔라 장사로 반지하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기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을 원망하면서 덜 상처받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그게 바로 계획 없는 삶입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세상, 그냥 계획 없이 살면 상처받을 일이 없습니다. 그렇게 기택은 움직이지 않는 식물처럼 마음이 굳어 버립니다. 바라보는 것은 태양 같은 기정과 기우 두 자녀뿐입니다. 

계획이 있는 기우와 기정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아들아 네가 자랑스럽다"

그렇게 아들과 딸이 세운 계획대로 기택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계획에 없던 지하가 열리고 파국으로 치닫다

박사장 집으로 기택의 가족 모두가 침투하는 계획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습니다. 아들은 가정교사로 딸은 미술치료 교사로 아빠는 운전사로 엄마는 집사로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나 사기로 취직을 한 것이기에 박사장 집 안에서는 서로 아는 체를 하지 않습니다. 

마침 박사장 가족이 캠핑을 가면서 이 4명의 가족은 박사장 집을 내 집처럼 사용하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러나 계획에 없던 일이 발생합니다. 자신들이 밀어낸  전에 일하던 아줌마인 문광은 폭우가 내리던 날 갑작스럽게 방문을 합니다. 아줌마는 급하게 쫓겨나서 자신의 물건을 찾으러 가겠다면서 지하로 갑니다. 지하로 내려가서 올라오지 않는 아줌마를 뒤 따라간 기택 가족은 놀라운 광경을 봅니다. 

영화 기생충

아줌마의 남편이 지하 비밀 공간에서 기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딱 기생충이었습니다. 숙주 밖으로 나오면 죽고 숙주에게 걸리지 않으면 오래 살 수 있는 기생충. 기택 가족은 크게 놀랍니다. 이 계획에도 없는 사건은 두 가족을 파국으로 몰고 갑니다. 이 계획되지 않은 일은 박사장의 아들 생일 파티에 또 한 번 폭발하게 됩니다. 

기택은 가난의 냄새를 역겨워한 박사장을 칼로 찌릅니다. 참고 있던 가난을 경멸하는 시선을 참지 못하고 폭발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지하 공간에 자신을 숨깁니다. 그렇게 기택은 기생충이 자라는 공간 같은 지하에서 살게 됩니다. 기택은 이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박사장의 저택에 기생하면 감옥에 안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생 지하에 살아야 합니다. 기택이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아들 기우가 돈을 벌어서 이 대저택을 사면 아버지는 30초도 안 걸려서 지상으로 나와 햇빛을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구출 계획을 짜는 기우가 안타까웠던 이유

영화 기생충

계획이 없는 아버지 기택은 계획에도 없는 기생충 같은 삶을 시작합니다. 이런 계획이 없고 미래도 안 보이는 아버지를 위해 아들 기우는 아버지를 꺼낼 계획을 세웁니다. 그 계획은 큰돈을 벌어서 대저택을 사면 아버지를 구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기우의 계획이 성공할 수 없음을 잘 압니다.

돈이 돈을 버는 돈이 생산 수단이 된 최첨단 자본주의 국가 한국에서 돈 한 푼 없이 대저택을 사기 쉽지 않습니다. 살 수 있다고 해도 기우가 중, 노년이 되어야 합니다. 기우가 중노년이 되면 아버지 기택은 이 세상에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로또 1등에 당첨이 되어야 하고 그 마저도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서 사거나 전세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로또 1등 당첨은 가장 계획한다고 1등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로또 판매량이 매년 증가한다고 하죠. 그만큼 계획대로 살고 노력해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굶어 죽는 사람은 없지만 굶는 고통보다 심한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빈인빈부익부 세상이 만든 살풍경입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선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 선을 깨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관객들은 기우의 아버지 구축 계획이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기우도 많은 계획을 살고 살겠지만 기우가 기택의 나이가 되기 이전에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 세상임을 깨닫게 될 것 같네요. 

 

기우와 수석

수석을 보는 기우

기우는 자신이 세운 계획이 의도하지 않게 흘러가자 행운을 기원하는 수석을 폭우에 침수된 집에서 들고 나옵니다. 기우는 자신이 세운 계획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자 자신의 계획을 종지부 찍으려고 마지막 계획을 세웁니다. 기우는 수석을 들고 지하로 내려가지만 이 계획도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우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또 계획을 세웁니다.  

기생충 같이 지하에서 나오지 못하는 기택은 계획이 있는 아들을 잘 알기에 모오스 부호로 밤마다 아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기택의 계획이 다 있구나! 는 아직도 넌 꿈이 있구나로 들려서 마음이 무척 아팠고 이 대사는 우리 사회의 병든 부분을 날카롭게 찌르는 송곳 같았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계획이 많은 한국 사회.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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