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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서 대중성이 아주 뛰어난 영화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버프를 받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6월 11일 현재 737만이라는 어마어마한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오락 영화가 아닌 영화 중에 이렇게 많은 관객을 동원하기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네요.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들 대부분 대규모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주는 미덕인 쾌감과 감동 보다는 씁쓸한 감정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한국의 부익부 빈익빈을 정조준한 영화입니다. 이 부익부 빈인빈을 아주 쉬운 구도로 잘 담은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워낙 영화가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하게 여러 시선을 녹여서 같은 영화를 보고 각자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 대한 전형적인 구도를 비틀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보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부자들은 갑질이 일상이고 재산 분할 때문에 머리 끄댕이 잡고 싸우는 악당으로 묘사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비록 돈은 없지만 심성이 곱고 착하며 가정이 화목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부자는 악당 가난한 사람은 우리편이자 주인공으로 그린 영화들이 실제 우리들의 모습일까요? 제가 경험한 우리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케바케라고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 다르듯 인성과 심성이 다 다릅니다. 부자라서 다 악당이 아니고 가난하다고 다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편견어린 구도를 깨서 참 좋았던 영화 <기생충>입니다. 다층적인 영화 <기생충>에서 부자를 보는 시선을 담은 대사가 눈 여겨 볼만합니다. 


"부자인데 착하기까지 해"

가장 기택 가족이 모두 박사장 집에 위장 취업을 한 후 가족끼리 하는 대사 중에 대사를 합니다.  

"부자인데 착하기까지 해"

이 대사는 우리들이 부자를 보는 전형적인 시선입니다. 부자는 삐뚫어지고 머리에 뿔이나고 심술보가 덕지덕지 붙은 놀부 같은 인간인데 착한 부자를 보니 어리둥절해 하는 대사입니다. 이 시선이 합당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란 무 자르듯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지만 재벌 1세가 경영을 하던 1990년대까지는 이런 시선이 합당한 시선이었습니다. 

우리네 부자들 재벌 1세들 중에 바른 경영을 해서 성공한 기업인이 몇이나 있을까요? 군사 정권에 알랑방귀 껴 가면서 독점적 지위와 정부의 지원을 받고 보호무역에서 국산품 애용운동의 수혜를 받으면서 편하게 성장한 재벌들이 대부분입니다. 정치와 경제가 끈끈한 공생관계를 통해서 성장을 한 전형적인 비합리적인 경영을 했던 시대의 재벌들은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재벌이 아닌 사람 중에 큰 돈을 번 사람들은 강남에 땅을 투자해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강남 졸부라고 합니다.물론 모든 강남 졸부, 재벌 1세들의 인성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대체적으로 강남 졸부나 재벌 1세들이 인성이 좋다고도 할 수 없고 평균적으로 보면 대체적으로 나쁩니다. 이때 생긴 것이 반기업정서입니다. 지금도 세계적인 대기업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분식회계를 하고 서버를 땅에 묻는 등 범죄 영화에서 보는 장면들을 만들고 있죠. 

부자는 악당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지금도 이 인식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 재벌 2세, 3세나 부자들을 만나보면 매너가 좋고 심성도 곱고 착하기까지 하는 모습에 당혹해 합니다. 기택 가족이 "부자인데 착하기까지 해"라는 말에는 이런 당혹감이 있습니다. 박사장 가족은 대체적으로 착합니다. 매너도 좋습니다. 영화 후반에 박사장의 선을 침범한 기택에게 선을 넘는 행동을 해서 본색을 드러내지만 본색까지 드러낼 일이 없이 잠시 한 공간에서 마주치고 사라지는 요즘 부자들을 잠시 보는 모습은 착하고 바르고 인성까지 좋아 보입니다.


"부자니까 착한거야"

"부자인데 착하기까지 해"라는 말 다음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부자니까 착한거야"

두 대사가 맞물려서 나오는데 서로의 대사를 잡아 먹는 느낌입니다. 반대말 같은 대사지만 이 두 대사는 반대말이 아닌 시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부자인데 착하기까지 해"는 재벌 1세 즉 온갖 편법과 로비와 학연,지연,혈연으로 성공한 재벌 1세와 졸부들에 대한 비판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나오는 대사인 "부자니까 착한거야"라는 대사는 재벌 2,3세와 건물주 부모를 둔 졸부 2세, 3세들의 이야기입니다.

2004년 상영된 영화 <쓰리 몬스터>라는 영화를 만든 박찬욱 감독이 한 인터뷰에 해답이 나옵니다.

이 스토리를 만들 때 제일 처음 떠올랐던 경험이 있는데 << JSA >> 가 흥행한 직후 여기 저기서 초청이 많았다. 그중에 거절할 수 없었던 조찬모임이 있었는데 ' 21세기를 준비하는 어쩌구 모임 ' 이었다. 재벌 2세나 교수, 의사 등 나이가 나보다는 조금 어린 친구들이 모여 있는 모임이라 가긴 가면서도 밥맛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다들 매너 좋고 겸손하고 지적이고 ......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졌다. 

사람이 삐딱하다 보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텐데 좋은 사람이라는 호감보다는 다 가진 놈들이 착하기까지 하구나 싶어 화가 나고 슬펐다. 이 사람들은 맨손으로 뭘 한 게 아니라 이미 다 부자들이고 부를 세습한 이들이라 뭐 하나 부족함이 없어서 성격이 나빠질 일이 뭐있냐, 

이전엔 천민자본주의가 있었지만 그들의 2,3세는 상류사회 환경 속에서 성장해서 나쁜 것을 할 필요가 없다. 그와 반대로 가난뱅이들은 욕망이 많은데 채워지지 않으니 삐뚤어질 수 밖에 없다. 미덕이 세습된다는 것. 그런 식으로 계급이 정착되고 벗어나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그래봐야 상류사회의 매너나 교양을 얻을 수는 없다. 그건 나중에 다뤄봐야겠다, ' 너무 착해 미움 는 사람 '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 팔자 반 팔자라고 부모 잘 만나서 호가호위하는 재벌 2세, 3세들 중에 매너 좋은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몇몇 재벌 2세, 3세의 일탈이 문제가 되고 그게 그들의 본모습이자 그들만의 리그에서 놀 때의 실제 모습이지만 대외적인 관계를 할 때는 매너 좋고 성격도 호탕하고 사교적입니다. 우리가 졸부라고 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로 부에 맞는 교양을 쌓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교양을 쌓는 속도보다 돈을 버는 속도가 더 빨라서 교양이 따라오지 못해 교양이 떨어져 보이는 사람들을 졸부라고 하죠. 

그러나 재벌 2세, 3세와 졸부 2세들은 다릅니다. 어려서부터 교양과 매너에 대해서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졸부가 아닌 진짜 부자가 된 것이죠. 물론 몇몇 재벌 2세들의 갑질이 보도 되지만 대부분의 부자 2세들은 매너가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기생충>보다 더 심도 깊은 부익부 빈익빈 세상을 다룬 영화 <버닝>에서 매너 좋고 성격 좋은 재벌 2세의 전형적인 모습을 한 캐릭터가 나옵니다. 바로 스티븐 연이 연기한 벤이라는 인물입니다. 벤은 특별한 직업이 없습니다. 그러나 부모를 잘 만나서인지 고급 외제차를 타고다니면서 한량짓을 하고 다닙니다. 가난한 여자를 꼬셔서 재미로 데리고 노는 인간이죠. 

그러나 대학 졸업을 하고서도 이렇다 할 직장을 구하지 못한 가난한 종수는 이 벤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그러나 매너도 좋고 성격도 좋고 무엇보다 종수처럼 구김이 있지도 않습니다.  


벤은 삶에 구김이 생길 일이 없습니다. 부모 잘 만나서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화낼 일도 별로 없습니다. 세상 자체가 그냥 천국입니다. 상류층이라서 중산층과 하층민과 섞일 일도 없습니다. 기생충의 박사장이 선을 넘지 않았으면 하는 그 선이란 상류층의 선입니다. 그 선을 넘보려고 하면 단호하게 제지를 합니다. 

최근 판사들이 사회 상식과 어긋한 판결을 하는 일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나이대가 딱 재벌 2세들의 나이대인 40,50대 판사들이 이런 사회 통념과 다른 판결을 자주 합니다. 이 판사들이 바로 벤처럼 상류사회의 인간들만 만나고 섞이다 보니 세상의 평균적인 삶과 시선을 잘 모르고 상류사회의 룰이 세상의 평균이자 전부인 줄 압니다. 

부자니까 착하다는 말은 부자들의 여유를 말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뒤에서 굴러오는 돈이라는 스트레스 덩어리를 피해서 하루 종일 달려야 합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뒤에서 굴러오는 돌이 없습니다. 그냥 하루 종일 놀아도 돈이 생깁니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생충들이죠.  


"돈이 다리미야, 구김살을 쫙 펴줘"

<다리미질 하는 사람/작성자: Wstockstudio/셔터스톡>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대사입니다. 돈이 다리미입니다. 재벌 2,3세와 졸부의 자식들과 건물주 자식들은 돈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돈이 다리미라서 삶의 구김살을 쫙쫙 펴줍니다. 돈에 쪼들려서 짜증이 기본 태도인 가난한 사람과 달리 항상 돈이 많아서 여유로운 부자들의 기본 태도는 여유를 바탕으로 한 넉넉함함과 편안함입니다. 그러나 선을 넘으면 부자들의 추악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을 사는 부자들의 모습을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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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emocoffee.tistory.com BlogIcon 세모커피 2019.06.12 14: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여정은 정말 딱 요즘 보는 부잣집딸이 다른 부잣집으로 결혼한 새댁 느낌 연기를 너무 잘한 거 같아요. 극본과 연출의 힘도 있겠구요.

    세상 착하고 순수하고, 순진해서 겁 많은~

    •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9.06.12 14: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부자들이 상류사회 그룹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친절하고 매너 좋고 착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맹한 면도 많죠.

  2. Favicon of https://nilsrine.tistory.com BlogIcon 유또짱 2019.06.13 1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가요 ㅎㅎ

  3. Favicon of https://bluetree01.tistory.com BlogIcon 블루아나 2019.06.13 2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영화를 관람하고 나오는 사람들의 말들이 들리더라구요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부를 가진 자들을 삐딱하게 볼 수도 있고
    송강호의 살인이 일어나기 직전의 장면
    박사장이 죽어 있는 집사 남편의 등 밑에 깔린 키를
    들면서 냄새난다면 코를 막는데 그때 살인이.....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빈부격차라는 흔하디 흔한 얘기를 담고 싶었을까요?
    위에 말씀하신대로 두 부류였어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서로 양쪽을 비난하면서
    뭐 이런 영화를 만든거야? ㅎㅎ 봉준호 감독의 실력으로
    설마 확연하게 편 가르기를 하려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죠?
    부와 빈 어느쪽을 택하든 그건 관람한 분들 마음이니까 뭐라 할 순
    없겠지만 빈쪽에 치우친 제 자신도 갸우뚱 고개를 흔들게 되더군요^^

    • Favicon of https://photohistory.tistory.com BlogIcon 썬도그 2019.06.13 2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좋았던 점은 부자는 악당, 빈자는 선한자라는 보편적인 시선을 파괴했어요. 부자도 악당, 빈자도 악당 쉽게 말하면 양비론이에요.

      기택 가족들은 사기죄를 저지른 범죄자에요.이것만 봐도 빈자는 착한 사람이라는 구도를 파괴했고 그렇다고 부자들이 그래도 선하다라고 하지도 않아요. 단 선을 넘으면 물지언정 안 넘으면 여유넘치고 기품있고 매너 좋게 보이죠.

      문제는 냄새는 선을 넘어요. 선을 넘는 지하실 냄새에 박사장은 불쾌해했고 냄새가 자신의 정체성으로 느낀 기택은 파티에서 박사장이 이게 무슨 냄새야!라는 소리에 폭발하게 됩니다. 그 냄새가 기택을 지적하는 냄새가 아니지만 냄새라는 키워드에 발끈한 기택은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을 칼에 실어 버립니다.

  4. Favicon of https://bluetree01.tistory.com BlogIcon 블루아나 2019.06.14 2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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