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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한국인 최초 퓰리처 사진상 받은 김경훈 기자의 수상의 배경이 된 공정한 언론

by 썬도그 2019.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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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유명한 사진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하면서 매번 놀라는 건 카메라와 렌즈를 잘 만드는 한국과 일본 출신 사진가나 사진기자가 입선 이상의 수상을 한 것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삼성전자가 카메라 제조를 포기해서 렌즈만 만드는 회사이지만 그럼에도 두 나라는 카메라 제조 강국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나라는 세계 유명 사진공모전에서 수상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소니월드포토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한 모습을 봤지만 이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고 대부분의 세계 유명 사진공모전에서 입상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과 동남아 작가들은 심심찮게 자주 입상 이상의 성적을 거둡니다. 왜 이러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제 짐작으로는 사진 문화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탐미성만 중시하는 한국 사진 문화

매년 개최되는 '빛 공해 사진전' 수상작을 보면서 의아했던 것이 빛 공해에 대한 경각심을 담아야 하는 사진공모전 같은데 오히려 빛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들이 수상을 하는 모습이 기이하기까지 했습니다. 

한국의 사진 문화는 각종 사진 공모전에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사진공모전 수상은 내 사진 경험에 큰 영향을 주고 내 프로필을 장식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각종 사진 공모전과 지자체가 주최하는 사진공모전들은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탐미적인 사진들을 주로 수상작으로 선정합니다. 

아름다운 사진을 싫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문제는 주제 보다 아름다움을 더 우선시하는 사진공모전들이 꽤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아름다운 사진만이 가치있고 옹호받고 사랑받음을 넘어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많은 분들이 노력합니다. 

문제는 사진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그 외의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편협적인 이발소 사진들이 우대를 받다 보니 사진들이 그 사진이 그 사진 같고 오래보면 쉽게 물리고 질리게 됩니다.


데스크가 좌지우지하는 보도 사진 문화

< 촬영하고 있는 사진기자들/작성자: Tom Wang/셔터스톡>

한국의 보도 사진 문화는 어떨까요? 직접 경험한 것은 없지만 사진기자가 쓴 책을 보면 데스크의 입김이 상당하다고 하네요. 사진기자는 현장에서 무조건 많이 찍고 대립이 첨예한 현장에서는 양쪽의 시선으로 모두 촬영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을 보고하면 데스크에 앉아 있는 편집권을 가진 데스크가 언론사의 성향이나 입맛에 맞는 사진을 골라서 세상에 공개합니다. 

이러다 보니 한국 언론은 균형과 공평 보다는 자신들의 일관된 시선을 꾸미는 삽화 정도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하죠. 한국 언론들은 참 저질들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발전하는 한국이지만 정치, 언론, 검찰, 경찰, 법원 쪽은 뒤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후퇴한 분야가 언론입니다.

이러니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 발행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서  38개 국가 중에서 자국 언론 불신 순위 37위를 차지했습니다. 기레기라는 말이 헛말이 아닙니다. 정말 인간 같지 않은 기자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몰염치를 덕지덕지 붙이고 오늘도 기자라는 완장차고 뻐기는 기자들이 참 많죠. 

모든 기자를 싸잡아서 비판하는 건 아니지만 기자분들 스스로도 기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추락한 현실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세상을 명확하고 정확하고 공정하게 바라보고 그 현상을 기사로 쓰는 것이 아닌 시나리오를 써 놓고 거기에 맞는 사실과 사진을 편집 보도하는 한국 언론은 심하게 말하면 언론이 아닌 현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가 창작집단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환경에서 무슨 세계적인 보도사진 공모전에서 입선을 할 수 있겠습니까?

현장에서 발로 뛰고 현장의 상황과 냄새를 잘 아는 사진기자가 좀 더 강한 발언을 하고 자신의 사진을 자신이 책임지고 보도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한 한국의 보도 사진 기자들은 사진기자가 아닌 언론사 삽화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인 최초 퓰리처 상을 받는 김경훈 기자

언론인이라면 꼭 한 번 받고 싶은 상이 퓰리처 상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보인 언론, 문학, 음악에 주는 상으로 신문왕 조셉 퓰리처의 유산을 기금으로 뉴스, 보도사진 14개 분야와 음악, 드라마, 문학 7개 분야에서 1917년부터 수상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퓰리처상 긴급뉴스 사진 부문 수상작은 중남미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서 미국 국경을 넘는 중남미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 행렬을 담은 로이터 사진팀이 수상을 했습니다. 


중남미 이민자들은 약속의 땅이자 희망의 땅인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많이 합니다. 미국도 이걸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이고 이민자들의 유용함을 잘 알기에 무조건 배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보수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취지아래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국경철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남미 이민자들들은 긴 행렬을 만들어서 이에 미국의 이민자 정책에 대한 항의 및 미국 국경을 넘어서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거대한 철책과 함께 최루탄을 쏘면서 중남미 이민자들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이 중남미 이민자 행렬을 세계적인 통신사인 로이터 사진팀이 촬영했습니다. 이 중남미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 행렬을 담은 사진 중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사진 3장이 있습니다. 앞니가 다 나간 아버지가 아리르 안고 공포와 애원하는 눈빛을 담은 사진과 


다급하고 공포스러운 아버지와 달리 천진만만하지만 동시에 살짝 두려움이 느껴지는 여자 아이를 아버지가 안고 강을 건너는 사진 

그리고 국경 지역에서 최루탄을 피해서 두 딸의 손을 끌고 피하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기억에 참 많이 남습니다. 특히 마지막 사진은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고 이 캐러벤 행렬에 대한 관심을 크게 올려 놓은 사진입니다. 

엄마가 입고 있는 겨울왕국의 엘사, 안나 자매가 그려진 티셔츠는 미국이라는 판타지를 담고 있지만 현실은 엘사와 안나가 되지 못한 두 딸에게 기저귀를 채우고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고 있습니다. 사람은 시각에 약하죠. 100줄의 텍스트로 된 기사보다는 1장의 사진이 사람을 더 크게 흔들어 놓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거나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합니다. 

위 사진을 촬영한 분은 놀랍게도 한국인 사진기자인 김경훈 기자입니다. 김경훈 기자는 이 사진으로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 상을 받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김경훈 기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돈으로 밥 사주고 술 사주고 기술과 경험까지 몽땅 전수해준 한국의 선배 사진기자들 덕분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외국 사진기자들은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해서 잘 알려주지 않나 봅니다. 반면 한국 사진기자들은 동아리 선후배처럼 경험을 전수하고 알려주나 보네요. 이런 끈끈함은 아주 보기 좋네요. 하지만 전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경훈 기자가 한국 언론사 소속 사진기자였다면 저런 사진을 담을 수 있었을까?
김경훈 기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젠다를 세팅하고 취재하지 않는다. 있는 상태를 그대로 취재한다. '공정하고 편견 없는 보도'가 우리 회사 룰(rule)이다."

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417034026283?rcmd=rn

이게 보도 사진의 올바른 태도입니다. 현장을 취재하고 현장의 공기를 사진으로 담아야 합니다. 취재 전에 뭘 찍겠다는 글에 대한 삽화를 찍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사진기자가 느낀 현장의 분위기를 사진으로 잘 녹여내야 합니다. 로이터 통신은 다양한 시각으로 이 캐러벤 행렬을 담기 위해서 전 세계 여러 나라 출신의 로이터 기자를 이 캐러벤 행렬 사진 장기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래야 합니다. 이게 언론이죠. 로이터니까 이런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하튼 한국인 사진가자의 퓰리처상 수상은 너무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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