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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서울책보고의 문제점 2가지 좋은 점 1가지

by 썬도그 2019.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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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의존도가 높은 사람은 어떤 정보를 구할 때 유튜브나 인터넷이 아닌 서점에 가서 관련 정보가 담긴 책을 찾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어떤 분야에 대한 정보를 구하려고 할 때 책부터 찾아봅니다. 물론 얕은 정보는 인터넷이나 유튜브가 낫고 저도 그걸 이용하지만 좀 더 심도 높은 정보는 책에 있기에 책을 사서 읽고 지식을 얻습니다. 

책 의존도가 높은 저이지만 작년 그리고 올해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에 대한 흥미가 확 떨어진 것도 있지만 신도서정가제로 책 구입 문턱이 크게 높아져서 신간 서적에 대한 관심이 뚝 끊겼습니다. 그럼에도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헌책을 사고 파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구매합니다. 

독서률을 끌어내린 정부의 '신도서정가제'는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하지만 계속 이어가고 있네요. 이렇게 독서 인구가 줄다 보니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은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월정액 무제한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신간과 구간 모두 책 정가의 15% 이상 싸게 팔 수 없는 2014년에 만들어진 '신도서정가제'는 새책 보다는 헌책 또는 중고 서적 구매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헌책 열풍을 이어가는 곳이 또 한 곳 생겼습니다. 바로 '서울책보고'입니다.

 서울시가 만든 대형 헌책방 <서울책보고>

첵 좋아하는 분들에게 지난 달 말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암웨이 창고를 서울시가 매입한 후 대형 헌책방을 만들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책보고'라고 불리는 이 복합문화공간이자 대형헌책방은 서울 전역에 있는 헌책방의 책을 위탁판매하는 공간입니다.

오늘 꽃구경 갔다가 송파구에 있는 '서울책보고'를 다녀왔습니다. 


위치는 2호선 잠실나루역 2번 출구 바로 앞입니다. 잠실나루역? 원래는 성내역으로 알고 있는데 이름을 바꾸었네요. 그러고보니 잠실새내역도 원래는 신천역이었죠. 잠실이라는 상징적인 단어로 바꾸었네요. 이렇게 잠실 시리즈 역 3개가 태어났습니다. 


잠실나루역 2번 출구로 나간 후에 왼쪽으로 100m 걸어가면 서울책보고라는 건물이 보입니다. 1층짜리 건물로 가건물 느낌도 납니다. 암웨이의 창고였다고 하니 창고 스멜이 많이 나네요. 


1층 창가에는 테이블도 있네요. 오! 기대가 많이 됩니다. 


운영시간은 매주 월요일은 휴무이고 화~금은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8시 30분이고 토~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입니다. 문 앞에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립니다. 입구와 출구가 따로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꽤 잘 되어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면 아치형 책장이 가득합니다. 

무슨 책굴 같은 느낌입니다. 인테리어는 꽤 잘되어 있네요. 그러나 '서울책보고'를 보고 감탄하는데는 10초가 걸렸지만 이후 5분 만에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실망은 계속 깊어졌습니다. 


서울책보고의 문제점 2가지

1. 대형 서점과 달리 책 찾기가 어렵다. 

안내데스크 바로 앞에는 검색용 PC가 2대 있습니다. 검색용 PC가 부족합니다. 최소 4대 이상은 둬야 하는데 딱 2대만 있다보니 손님이 적은 평일 낮에도 줄서서 검색을 해야 합니다. 한대는 아동용이라서 어른이 검색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진 관련 책을 검색해 봤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검색이 됩니다. 


이중에서 관심 있는 책 3권을 사기 위해서 도서정보가 찍힌 영수증 같은 걸 들고 책을 찾았습니다. 도서정보에는 서점명과 서명 출판사 가격이 적혀 있지만 서재 몇번 째 칸에 있다는 정보가 없습니다.

유일한 위치 정보는 서점명입니다.


숨어있는 책이라는 코너를 발견했습니다. 이 '서울책보고'는 헌책방들의 책을 위탁판매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각 서점별로 책을 배치했지만 책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습니다. 

숨어있는 책 서점은 아치형 책장을 총 4개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들이 어떤 분류체계의 의해서 배치된 것이 아니라서 맨 땅에 헤딩하듯 하나씩 찾아야했습니다. 찾다가 짜증나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네요.

이는 기존 헌책방과 비슷합니다. 제가 즐겨 찾아갔던 용산역 근처의 뿌리서점도 특정 책을 말하니 사장님이 자신이 어떤 책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만 소설, 인문학, 자연학, 컴퓨터관련 등등 큰 분류로만 분류는 해놓았습니다. 이러다보니 대형서점처럼 내가 찾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게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정책을 사기 위함이 아닌 쭉 둘러보다가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해서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특정 서적을 빠르게 구매하는데는 걸림돌이 되네요. 그냥 기존 헌책방들의 문제점을 그대로 이식했네요. 


책 찾기도 어렵지만 헌책 서점 위치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점명이 앞뒤가 아닌 한쪽에만 붙어 있어서 반대방향에서는 서점이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2. 안 팔리는 책들이 많은 레몬시장 

중고차 매매시장에 나온 중고차들은 안 좋은 차들이 대부분입니다. 좋은 차는 매매상들이 아는 사람에게 먼저 판매하고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중고차를 판매합니다. 일부러 그렇게 파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차는 이미 다른 사람이 다 사갔고 나쁜 차가 많이 남아 있다는 소리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헌책방에 가보면 좋은 책은 이미 다 집어가고 안 팔리는 책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되고 팔릴 것 같지 않은 책들이 참 많습니다. 기존 헌책방들을 찾아가면 이상하게도 출간된지 1년이 안 된 중고서적은 거의 없고 대부분으 1년 이상이 된 심지어는 60년대 책, 80년대 히트 소설, 90년대 초 인기 교양서 등이 즐비합니다. 무슨 박물관 느낌이라고 할까요?

왜 그런가 궁금해서 헌책방 주인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책들이 다 20~30년이 넘은 책들이 많은가요?라고 묻지 않고 제가 가지고 있는 구입한지 1년이 안 된 책도 매입하시나요?라고 물으니 안 받는다고 하네요. 그럼 이 책들은 다 어디서 오냐고 물으니 

"이사 가면서 버린 책들이나 방 정리하면서 버린 책들이 대부분이야"라고 하는 말에 이해가 갔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책들만 가득한가 봅니다. 

'서울책보고'의 책 대부분이 10년 이상 30년 가까이 된 책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서울책보고'는 헌책방이지만 여기도 다른 헌책방처럼 헌책을 기증 받지도 매입하지도 않습니다. 이러니 정말 박물관에 보관해야 할 정도의 오래된 책들이 즐비합니다. 


물론 오래된 책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육명심 사진작가가 쓴 30년이 넘은 책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출간 된지 1년 안 쪽의 새책 같은 중고서적을 구매할 수는 없습니다. 최신 서적은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야겠네요. 알라딘 중고서점은 책 매입도 합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이 인기 있는 이유가 최신 서적 중 읽고 싶지만 돈을 아끼고 싶은 분들이나 소장 가치가 없는 책은 다 읽고 재판매할 수 있어서 인기가 높습니다.

'서울책보고'는 기존 헌책방의 문제점인 책 매입 거부, 오래되고 안 팔리는 책이 많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모든 책장을 둘러 본 것은 아니지만 몇몇 책장의 책들은 한숨이 나옵니다. 이런 책을 살 사람들이 있을까요? 


물론 가끔 구매하고 싶은 책들도 있긴 합니다만 많지는 않았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이 훨씬 더 좋네요. 


책장도 비실용적입니다. 저 높은 곳의 책은 디스플레이용인가 했는데 놀랍게도 판매용 책도 저 위에 꽂아 놓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직접 올라가서 꺼내야 합니다. 그렇다고 사다리가 많으냐? 많지 않습니다. 책 하나 사는데 이렇게 불편해서야 누가 또 오고 싶겠습니까? 비실용적인 면이 많네요. 

인테리어만 발달한 큰 헌책방이네요. 


책 가격은 싼지 비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유명한 WHY 시리즈가 1권에 2천원으로 알라딘 중고서점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저렴한 느낌입니다. 그러나 크게 저렴하다고 느껴지지 않네요. 


서울책보고 좋은점 1가지

서울책보고의 좋은점도 있습니다. 레몬시장이고 안 팔리니까 헌책방에 나온 책들이라고 하지만 가끔 좋은 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절판되어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책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절판된 책을 구하기에는 딱 좋습니다. 

서울책보고 홈페이지 http://www.seoulbookbogo.kr/front/ 에서 검색을 해서 절판되어서 구하기 어려운 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장점 말고는 없습니다. 


휴게 및 강연 공간이 있긴 한데 한 사람이 4개의 테이블을 다 차지하는 등 비효율적인 모습니다. 대형서점처럼 긴 테이블을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공간이 수시로 강연장이 되기에 저렇게 이동하기 편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듯 합니다. 


다시 찾아가고 싶지 않은 '서울책보고''였습니다. 그냥 서울 전역에 있는 헌책방의 책을 위탁 판매하는 공간이네요. 절판된 책 아니면 집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 가는게 더 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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