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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공모전

단체 출사 사진이 대상을 받아서 논란이 되고 있는 HIPA 사진공모전

by 썬도그 201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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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덜 하지만 사진이 크게 인기를 끌었던 2010년 경 전후로 전국에서 많은 사진 공모전을 펼쳤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지자체들이 공모하는 사진전들이 있고 각종 관공서들이 특정한 주제로 진행하는 사진 공모전이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의 사진 공모전도 꽤 많습니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사진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이 사진 공모전은 2가지 역할을 합니다. 

하나는 사진 공모전 자체가 하나의 홍보 효과이자 마케팅 도구의 역할을 합니다. 또 하나는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진들에게 지불하는 총상금과 그 상금을 주고 입상한 사진을 공모를 주최한 기업이나 관공서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비슷합니다. 유명 사진가 또는 프로 사진가를 고용해서 지불하는 비용과 사진 공모전 비용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진 공모전이 더 이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번 그 사진이 그 사진 같은 사진공모전 수상 사진들

제 블로그에서 전 세계의 유명 사진공모전 수상작들을 자주 많이 매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진공모전 수상작들을 보면 매번 감탄을 하지만 요즘은 그 감탄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진 공모전 수상작들을 보다 보면 어디서 많이 봤던 사진 같다는 느낌이 가득 듭니다.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도 많고 사진 구도와 빛을 이용한 구도 등등 비슷한 느낌의 사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또한, 사진공모전의 사진들 대부분이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탐미적인 사진들이 많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아름다움만 추구하다 보니 고통스러운 현실을 담은 보도 사진도 다큐 사진에서도 아름답다고 느껴집니다. 특히 보도 사진, 다큐 사진은 현장성, 고발성이 뛰어나야 하는데 현장감은 떨어지고 마치 연출 사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완벽한 조명과 구도의 사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개인이 촬영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건, 사고 현장 사진이 더 보도 사진 같고 전문가들이 촬영하는 보도, 다큐 사진은 연출 사진처럼 느껴집니다. 사진 공모전의 병폐는 이것 뿐이 아닙니다. 사진 공모전에서 입상 이상을 하는 자체가 자신의 명예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1등을 위해서 무리하게 촬영하는 사진들이 많습니다. 특히 비도덕적인 사진 촬영을 해서 수상을 하는 사진들도 가끔 발견되곤 합니다.


함단 국제 사진 상(HIPA) 대상 수상작이 사진 비윤리성 논란에 휩싸이다


전 세계에는 수많은 사진공모전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사진공모전 수상작의 상금이 가장 많은 사진공모전 중 하나가 두바이 국왕인 셰이크 함단 빈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 만든 '함단 국제 사진상(HIPA)'입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이 HIPA 사진공모전은 희망, 포트폴리오, 일반, 항공 사진/동영상, 스페셜 어워드 등 여러 카테고리를 통해서 사진 및 동영상을 공모하고 수상을 합니다. 대상을 받은 작품은 무려 120,000달러(약 1억 3천만원)의 상금을 수상할 수 있습니다. 


올해 HIPA 사진공모전 대상 수상작은 말레이시아 사진 애호가 Edwin Ong Wee Kee이 촬영한 'Mother's Hope'라는 작품이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한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네요. 이 어머니는 언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입니다. 장애인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고 우리는 뭘 느낄 수 있을까요? 혹독한 삶의 풍랑이 넘치는 역경 속에서 아이라는 희망을 위해서 세상을 헤쳐나가는 강렬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을까요?


<이민자 어머니. 1936년. 도로시아 랭 촬영>

이런 사진은 우리는 숱하게 봤습니다. 그 유명한 도로시아 랭이 촬영한 '이민자 어머니'도 비슷한 구도와 주제의 사진입니다. 제 8회 HIPA 사진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Mother's Hope'의 사진은 뛰어난 창의성을 가진 작품은 아닙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도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는 충분합니다. 

우리는  'Mother's Hope'라는 사진을 보고 측은심을 느끼게 됩니다. 장애를 가진 어머니가 어린아이라는 세상의 버팀목을 끌어안고 힘겨운 삶의 사투를 벌이고 있거나 강인한 모성애로 이 힘겨운 삶을 극복해 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동시에 저 불행이 나에게까지 전염되지 않음을 감사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도 사는데! 넌 행복한 줄 알어!라고 쉽게 말하죠. 우리가 전쟁의 사진을 보고 전쟁의 비참함을 느끼면서 평화를 외치지만 동시에 폭탄 또는 포탄이 내가 사는 지역에 떨어지지 않음에 감사해 합니다. 이런 비교는 천박한 비교이고 거기서 느끼는 안위는 이해하지만 그걸 행복으로 연결시키는 행동은 무례하고 천한 감정입니다. 행복은 나에게서 오는 것이지 남과 비교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행복을 남과 비교하면서 얻습니다. 

Edwin Ong Wee Kee이 촬영한 'Mother's Hope'는 사진공모전 대상 수상을 이해가 가긴 하지만 너무나 전형적인 사진이라서 좋은 사진은 결코 아닙니다. 저런 주제와 구도의 사진은 이미 숱하게 봤습니다. 폐지가 가득 담긴 리어커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몰래 사진으로 담고 '희망'이라는 제목을 잘 붙이죠. 그러나 사진에 담긴 할아버지, 할머니가 삶이 괴로운지 힘든 지를 직접 물어보지도 않고 우리는 그냥 자신의 편견과 잣대로 힘들고 고단한 삶일 것이라고 예상을 합니다. 물론 폐지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취미로 폐지를 줍지는 않으실테니까요. 그렇다고 폐지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두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속단일 수 있고 무례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마치 장애인을 보면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과 비슷하죠. 장애인들도 하나의 주체를 가진 분들입니다. 그분들을 도와주고 싶은 고운 마음이 앞서다 보니 장애인 분들을 보면 무조건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도와드릴까요?라는 질문도 하지 않고 무조건 도와줍니다. 장애인 입장에서는 이런 도움은 폭력일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하거나 또는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본 뒤에 도와드려야 합니다. 그러나 장애인=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고정된 생각이 장애인은 무조건 비장애인의 친구라고 말하는 '장애우'라는 단어가 태어난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가난의 상징체가 된 폐지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에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지도 않고 초상권까지 어기면서 사진으로 담고 '희망', '삶'이라고 하는 제목으로 SNS나 올리는 행위 자체는 폐지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사진을 이용한 시선 폭력입니다. 또한 그런 사진들의 이면에는 이런 사진을 올림으로서 난 다정다감한 사람이라는 자신을 치장하는 용도로 사진을 이용하거나 사진 명예욕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위선적인 사진으로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런 비판은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날카로운 비판이고 우리는 제 8회 HIPA 사진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Mother's Hope'를 보고 모성애의 위대함을 느낄 겁니다. 이런 생각이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좀 더 깊게 보면 좋은 사진은 아님을 적어봤습니다.


 HIPA 사진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Mother's Hope'은 사진 동호회 출사 촬영이었다?

다큐 사진과 연출 사진은 사진이라는 도구만 동일할 뿐 장르가 아예 다른 사진입니다. 다큐, 보도 사진이 수필이나 논픽션이라면 연출 사진은 소설입니다. 우리는 어떤 책을 읽을 때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인지하고 봅니다. 영화도 영화 초반에 논픽션인지 픽션인지 또는 사실을 가공한 허구인지를 밝힙니다.

그러나 사진은 이걸 안 밝힙니다. 그러나 우리는 딱 보자마자 연출 사진임을 알 수 있는 광고, 패션, 상업 사진은 연출 사진임을 알고 봅니다. 반대로 신문이나 방송 또는 뉴스나 보도 매체에 올라온 사진은 누가 설명하지 않아도 어떠한 가공도 하지 않고 연출도 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를 담은 사진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럼 사진공모전에 올라온 사진은 다큐 사진일까요? 연출 사진일까요?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는 사진공모전마다 다릅니다. 풀리쳐나 세계보도사진 같은 보도, 다큐 사진공모전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사진공모전에서는 연출 사진은 금지한다는 내용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포토샵을  과도하게 사용한 합성 사진이나 과도한 후보정을 금지하고 나중에 걸리게 되면 수상을 박탈한다고 하는 내용은 있을지라도 연출 사진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HIPA 사진공모전은 연출 사진을 허용하는 사진공모전입니다. 

제 8회 HIPA 사진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Mother's Hope'을 선정한 HIPA는 대상 수상작에 대해서 '장애를 가진 베트남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통해서 어려운 삶의 한 가운데 있지만 아이라는 희망을 안고 나아가는 강인한 모성애'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사진을 촬영한 한의사인 Edwin Ong Wee Kee 사진애호가는 한 인터뷰에서 계획되지 않은 순간을 촬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우연히 촬영한 사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방글라데시 사진 잡지 운영자인 Ab Rashi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진의 촬영 현장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위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진가 혼자 또는 조수나 현지 가이드와 함께 찾아가서 여러가지 질문을 하고 사진 촬영을 허락받고 촬영한 사진 또는 멀리서 촬영한 후에 나중에 초상권을 얻은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알았는데 사진 동호회 또는 사진 투어 그룹이 촬영한 사진으로 느껴져서 배신감을 느끼나요? 아니면 다큐, 보도 사진도 아닌데 이렇게 촬영하는 게 무슨 문제가 있나? 하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Mother's Hope' 사진은 사진 투어 그룹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최근 해외 여행도 하고 사진도 촬영하는 사진 투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네팔이나 인도같이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 곳으로 많이들 가더라고요. 이런 사진 투어 그룹이 촬영한 사진은 한정된 공간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 보니 사진 소재도 앵글도 빛도 비슷비슷합니다. 쉽게 말해서 사진 동호회의 해외 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촬영자인  Edwin Ong Wee Kee의 주장에 따르면 'Mother's Hope' 사진은 연출 사진은 아닙니다. 논을 지나가고 있는데 어린 딸을 안고 있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이에 촬영 허락을 받고 사진 투어 그룹과 함께 촬영을 했습니다. 어떤한 포즈도 요구하지 않았고 위치 이동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피사체에 손을 대지도 포즈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 건 다큐 사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Edwin Ong Wee Kee의 일방적인 주장이라서 솔직히 믿기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진 출사 현장에서 피사체나 모델에게 각종 요구를 합니다. 그 유명한 우포늪의 뱃사공 사진도 포즈를 요구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요구를 합니다. 

Edwin Ong Wee Kee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이 부분은 넘어간다고 해도 사진의 유일성에 큰 흠이 생겼습니다. 


사진공모전 제도의 문제점

사진공모전 시스템은 구멍이 참 많습니다. 특정 사진단체가 상을 나눠 먹는 비윤리성을 차지하고라도 오로지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사진만 우대하다 보니 사진이 아름답지만 감흥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잘 찍은 그림 같은 느낌입니다. 시쳇말로 이발소 그림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아름다운 사진이 주는 힘과 효용은 잘 알고 있고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창의성보다는 아름다움만 추구하다 보니 찐득하고 쉽게 물립니다. 여기에 연출 사진도 허락하다 보니 연출력이 좋은 사진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또한, 사진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없다 보니 이게 연출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오해할 여지가 참 많습니다. 

사진공모전은 사진결과물만 보고 심사를 합니다. 몇몇 의식 있고 공신력 높은 사진공모전은 입선작 이상, 특히 대상과 우수상에 관해서는 촬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진 촬영 과정에서의 비윤리성이나 불법 행위나 위법 행위가 없는 지를 살피지만 대부분의 사진공모전은 결과물만 보고 수상을 합니다. 이러다 보니 대상 수상을 결정해 놓고 촬영 과정의 비윤리성이 제기되어서 수상을 취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Mother's Hope'의 사진은 촬영자인 Edwin Ong Wee Kee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연출 사진 의혹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피사체와의 교감을 통해서 멋진 순간을 담은 것이 아닌 다른 사람도 함께 촬영한 사진이라는 사실이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키게 됩니다. 

좋은 사진공모전이 되려면 입상작 이상의 사진들은 수상 전에 촬영자와 전화로 사진 촬영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그 설명이 거짓일 경우 수상을 박탈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진공모전 수상작들이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연출이 많이 가미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 사진이 연출 사진이라고 나서서 말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영화나 책은 감상자가 보기 전에 연출, 다큐임을 구분하는데 왜 사진은 구분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구분되지 못하다 보니 다큐로 위장한 연출 사진들이 늘어가는 것 아닐까요?

지금도 사진공모전용 사진을 찍기 위해서 연출을 하는 사진애호가와 사진가들이 있을 겁니다. 사진공모전이 연출 사진을 거부하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다만 영화나 책처럼 사진도 장르를 구분해서 볼 수 있게 했으면 하네요. 사진공모전 사진들이 점점 식상한 이유는 현장성은 뒤로 하고 아름다움이라는 달콤함만 추구하다가 사진의 매력인 재현성과 현장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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