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번 이상 웃으면 그 날은 좋은 날이자 잘 산 날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웃을 일이 없는 요즘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매일 웃습니다. KBS 2FM에서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하는 '장항준 김진수의 미스터라디오'를 들으면서 매일 웃습니다.
제가 라디오 마니아라서 매일 같이 라디오를 끼고 삽니다. 라디오 중에 가장 많이 기다리고 재미있는 라디오가 '장항준 김진수의 미스터라디오'입니다. 지난 봄 개편부터 영화감독 장항준과 영화배우 김승우가 공동 진행을 시작할 때부터 들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영화감독 장항준은 영화 감독 중에 가장 웃기는 감독입니다.
이분을 처음 본 건 25년 전 군대에서 처음 봤습니다. SBS가 개국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SBS는 매주 일요일 오전 코미디 방송을 했습니다. 이 코미디 방송에는 서울예전 출신의 코미디 작가와 개그맨들이 많이 출연했습니다. 이중 황당 인터뷰라는 코너를 진행한 분이 장항준입니다. 그런데 이분이 꽤 시간이 지난 후인 2002년 경에 영화감독으로 입봉을 합니다. 그리고 입봉작이 중박을 터트립니다. 그 영화가 바로 <라이터를 켜라>입니다.
지금봐도 웃긴 대박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런 코미디 영화가 요즘은 왜 안 나올까요? 그때 인연으로 장항준과 김승우가 함께 라디오를 진행을 했고 지금은 매일 듣고 있습니다. 배우 김승우가 개인사정으로 중도 하차를 하고 그 자리에 서울예전 동기인 개그맨 김진수가 들어옵니다. 김진수가 투입된 후 방송이 상당히 매끄러워졌습니다. 이전에는 재미있지만 좀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는데 김진수의 능숙한 진행과 장항준 감독의 재치넘치는 입담의 시너지 효과가 아주 좋네요. 장항준 감독은 드라마 시그널의 작가인 김은희 작가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이 미스터라디오가 12월 31일 남산에서 연말 공개방송을 한다는 소리에 냉큼 찾아가 봤습니다. 제가 12월 31일에 일몰, 1월 1일 일출 이런 거 안 봅니다. 미신 같아서 잘 보지 않는데 미스터라디오 공개방송도 보고 일몰도 촬영하기 위해서 남산에 올랐습니다.
남산을 자주 오릅니다. 서울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서 자주 오릅니다. 남산 좋습니다. 자주 오르길 권합니다. 걸어 올라가기 불편하면 남산순환버스 타면 바로 앞에 내려줍니다.
남산순환버스에서 내려서 걸어 올라가니 12월 31일 미라 올방마(올해의 방송을 마치며)를 시작하고 있네요. KBS 라디오 차량이네요.
약 200~300명 정도의 관람객들이 있네요. 이중에는 저 같은 미스터라디오 팬도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도 있고 게스트들의 팬도 있었습니다. 그걸 감안해도 꽤 많은 분들이 방송을 보고 있네요.
공개방송이라서 게스트가 많이 출연했습니다. 가장 먼저 '마이티 마우스'의 쇼리와 상추가 공연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라디오 방송 차량이 작더라고요. 이에 대한 불만을 두 MC인 장항준과 김진수가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이날 방송은 유튜브로도 생중계 되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라디오 광고가 나올 때 잠시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남산 N타워 광장 끝 작은 전망대를 공사를 한 후에 전망대가 싹 바뀌었습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마천루들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게 바뀌었네요.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서 셀카를 열심히 찍더군요. 관광객 대부분은 중국인 관광객들입니다. 사드다 뭐다 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1위는 중국 관광객입니다.
야경 촬영하기도 좋은 곳입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라면 야경 명소인 남산에서 촬영해 보세요.
다시 미스터라디오가 시작되었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장샘이 나왔습니다. 미스터라디오의 최고 인기 코너인 '수능전문가 장샘', 이 코너는 청취자의 질문을 장샘이 풀어주는 방식인데 그 대답이 황당하고 재미있습니다. 장항준 감독이 장샘으로 변신해서 능청맞는 대답을 해주죠.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고 어제 방송처럼 어이없게 끝낼 때도 있지만 장샘 때문에 하루가 즐겁습니다.
카이젤 수염과 가발과 판초의를 입고 나타난 장샘. 장샘은 50대 여자분이고 푸초(푸에르토리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만중학교, 룩고(룩셈부르크 고등학교)를 졸업한 분입니다. 황당하죠? 가상의 캐릭터 장샘은 정말 황당 그 자체이자 재미 그 자체입니다.
장샘은 샤이해서 초등학생과 눈이 마주치고 동공지진이 일어났네요.
서울찬가 노래를 두 MC가 부르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패~~~ ㅋㅋㅋ
주변을 둘러보니 미스터라디오 작가와 PD로 보이는 분이 포스트잇에 소원을 적는 테이블을 마련했네요.
많은 분들이 새해소망을 적었고 이 소망의 일부는 라디오 방송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러고보면 남산에 새해 소망 적는 게시판 같은 걸 매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은 해외처럼 요란한 불꽃도 안 쏘고 생각보다 조용한 새해 행사를 해요. 이날 미스터라디오는 약 150개 정도의 무릎담요를 나눠줬습니다.
라디오 팬질이 두 번째네요. 작년 여름에는 오후 12시 10분에서 2시까지 하는 TBS 교통방송의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팬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라디오는 정말 좋은 매체에요.
미스터라디오가 진행되는 동안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12월 31일 2018년의 마지막 해가 여의도 쪽으로 지고 있습니다.
일몰을 촬영하기 위해서 남산 광장에서 살짝 내려왔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남산 N타워에서는 라디오가 잘 안 잡힙니다. 다른 채널 방송이 잡히기도 하고요. 잡음이 많이 낀 미스터라디오를 들으면서 해넘이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날 가장 아쉬웠던 것은 미스터라디오 시그널 음악을 담당하는 가수 중 한 명인 스텔라 장을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게스트 중에 가장 보고 싶었는데 촬영 때문에 보지 못했네요.
이 노래 아세요? 정말 노래 좋습니다. 나나나나나나나나나하는 도입부가 매혹적입니다. 스텔라 장의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는 독특한 노래입니다. 그냥 우스게 말인데 이걸 노래로 만들었네요. 직장인들이 좋아할만한 노래입니다.
일몰이 끝난 후 듀에토 공연 때 다시 미스터라디오 방송 차량 앞에 도착했습니다. 성악을 하는 듀오인 듀에토는 팬들이 꽤 많네요. 듀에토 팬 분인지 대포만한 백통 렌즈도 보였습니다. 노래 정말 잘해요. 미스터라디오 오프닝 시그널 음악을 만들어준 가수이기도 하죠. 입담도 참 좋고요.
이 미스터라디오가 끝나고 방송되는 이금희의 사랑하기 좋은날의 고정 게스트이기도 한 듀에토. 귀가 호강했네요. 연말 그것도 12월 31일에 아름다운 노래를 직접들었습니다.
해가 진후 매직아워가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해의 온기가 지평선에 자박자박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12월 31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네요. 또 4시가 돌아옵니다. ^^ 기분 좋은 오후 4시를 만들어주는 미라 오랫동안 방송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