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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화려하지만 교과서 같은 스토리가 아쉬웠던 영화 <안시성>

by 썬도그 2018.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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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갈수록 한국 영화들이 재미없고 올해는 그 절정을 보여주는 한 해가 아닐까 할 정도로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들이 거의 없네요. 그럼에도 올 해 히트를 친 영화 중 하나가 <안시성>입니다.

지난 추석에 개봉해서 544만 명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둔 영화가 <안시성>입니다. 추석에 <명당>, <협상>이라는 쟁쟁한 한국 영화와 동시에 개봉해서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안시성>입니다. 영화 <안시성>의 흥행 요소는 액션 영화라는 점과 조인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강동원이 자신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연기력 한계를 <인랑>에서 드러내면서 무너졋지만 조인성은 <비열한 거리>로 연기력을 충분히 인정 받은 배우입니다. 게다가 이미지도 참 깔끔하고 좋은 배우이기도 하죠. 


스토리 구축은 좋으나 캐릭터 구축은 아쉬웠던 초반

조인성이 당나라 태종의 20만 대군을 막는 안시성 성주 양만춘으로 나온다는 말에 좀 갸우뚱했습니다. 조인성은 아직 젊은 배우이고 성주를 하기엔 무리가 있는 나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를 보니 분장도 나이들어 보이게 했고 표정이나 행동 모두가 합격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어린 성주가 아닌 근엄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은 합격점이었습니다. 

안시성의 성주이자 안시성 그 자체인 양만춘의 캐릭터 구축은 잘 되었지만 문제는 주변 장수들의 캐릭터 구축이 선명하지 않네요. 물론 이는 제 욕심이기도 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궁술, 검술 등등 각자 잘 다루는 병기를 들고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영화 <안시성>은 각 장수들의 특징 있는 액션을 넣지는 않습니다. 그냥 오로지 양만춘이라는 거대한 성과 같은 인물을 꾸미는 역할만 합니다. 

영화 내용은 역사 교과서에서 배워서 잘 아실겁니다. 서기 645년 삼국시대 시절 고구려의 최북단 성인 안시성을 당 태종인 이세민(박성웅 분)이 20만 대군을 이끌고 안시성에 도착합니다. 이에 안시성 성주 양만춘(조인성 분)은 5천 병사를 이끌고 20만 대군을 막아낸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 만으로는 영화의 재미를 이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양만춘을 옥죄이게 하기 위해서 연개소문과 양만춘의 관계가 껄끄러웠다는 이야기를 넣습니다. 실제로 양만춘과 연개소문 관계가 좋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양만춘이라는 인물이 중국의 소설에서 나온 이름이고 실제로 성주의 이름은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가공의 이야기가 초반에 탄탄한 성채를 만들어 줍니다. 


영화 <안시성>의 실제 주인공은 공성전 그러나....



제가 인정하는 최고의 공성전 전투를 다룬 영화는 <반지의 제왕>입니다. <반지의 제왕> 2편과 3편의 공성전은 지금봐도 얼을 놓고 볼 정도로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공성전입니다. 그런 거대한 공성전을 그리기는 어렵겠지만 비슷한 느낌만이라도 내줬으면 했지만 안타깝게도 영화 초반부터 <반지의 제왕>의 그 웅장함과 정밀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먼저 웅장함은 나름대로 CG의 힘을 빌려서 그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CG가 게임 CG보다 못한 조악함이 많이 보입니다. 


이 CG가 좋지 못하다 보니 액션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네요. 그렇다고 액션이 짜임새 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냥 흔한 사극 드라마의 액션보다 약간 더 화려한 정도입니다. 많은 분들이 액션을 슬로우모션으로 촬영한 장면에 높은 평점을 주더군요. 그 장면은 저도 꽤 흥미롭게 봤지만 색다른 시도도 아니고 액션 시퀀스가 좋지 못하니 그런 잔기술로 관객들의 눈을 홀리는 모습 같아서 그 마저도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창의성 높지 않고 액션의 화려함도 생각보다 높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킬링 타임용으로는 충분하긴 합니다.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고 더듬 더듬 말하는 듯한 스토리

진짜 이 장면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얼굴만 둥둥떠서 다가오는 모습이 몽달 귀신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석궁수들은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요긴하게 활약하지도 못합니다. 그냥 잠시 눈요기로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장수들의 활약이 대단한 것도 없습니다. 기마부대장인 파소(엄태구 분)이나 환도수장 풍(박병은 분)이나 부월수장 활보(오대환 분) 등등 부관들의 활약이 대단하지도 않습니다. 액션이 비슷하다보니 그냥 기타등등으로 분류할 정도로 액션의 차별성도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이야기가 덫 입혀 진 캐릭터가 양만춘의 여동생으로 나온 백하부대장 백하(설현 분)과 기마부대장 파소(엄태구 분)의 러브 라인입니다. 사실 이 러브 라인도 알차게 그려진 것도 아닙니다. 불필요한 관계라고 할 정도로 살짝 그려냅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그림을 그리다 만 것처럼 알차지 못합니다. 뭔가 넣고 싶은 건 많은데 다 흘려버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정은채가 연기한 고구려 신녀와 양만춘의 동생 백하라는 캐릭터는 영화에서 참 밉상으로 그려집니다. 특히 고구려 신녀는 뜬금없는 행동에 황당하기까지 하네요. 


영화 <안시성>에서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는 양만춘을 암살하라는 연개소문의 명령을 받은 사물(남주혁 분)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변화가 심한 캐릭터가 감독이 관객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죠. 사물은 안시성 출신이지만 양만춘이 대막리지 연개소문을 따르지 않고 고구려군이 대패를 하는데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면서 양만춘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물을 잘 아는 양만춘은 사물이 암살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넓은 품으로 안아줍니다. 사물은 양만춘에 감화 되어갑니다. 이런 스토리는 너무 흔하고 흔해서 너무 식상합니다. 그러나 요즘 한국 영화에서 독특한 스토리나 놀라운 반전 이야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스릴러 영화가 아닌 액션 영화라도 해도 스토리 자체가 너무나 투박합니다. 


마치 80년대 토요일마다 했던 국군방송 같은 배달의 기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 도덕 교과서를 읽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강력한 악당 캐릭터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당 태종 이세민이 그 역할을 하지만 너무 싱겁습니다. 그래서 괴력을 보여주는 당나라 장수에게 큰 기대를 했지만 너무나 허무하게 액션이 끝나는 모습에 안타깝기만 하네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 영화입니다. 이것도 말하고 싶고 저것도 보여주고 싶고 그러나 제대로 보여주는 건 거의 없고 오로지 안시성 성주 양만춘에 대한 용비어천가만 가득합니다. 웅장함과 액션은 그런대로 시간 때우기 용으로 괜찮지만 그외의 캐릭터 구축이나 스토리텔링이 허약하네요. 조인성이 혼자 하드캐리하는 영화 <안시성>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양만춘 용비어천가 + 물량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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