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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삐에로 쇼핑은 체류시간을 늘려서 충동 구매를 유도하는 잡화점

by 썬도그 2018.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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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인 정용진은 말 그대로 돈이 많습니다. 한국의 유통 강자인 신세계를 운영하는 부회장으로 엄청나고 규모가 큰 유통 상가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재벌 2세라는 꼬리표가 우러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판도 참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시선이 아닌 그가 만든 서비스를 보면 좋은 서비스도 꽤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IT제품, 전자제품을 마음껏 체험하고 둘러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일렉트로 마트'는 꿈의 매장입니다. 

정용진은 다양한 유통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돈키호테'라는 잡화점을 벤치마킹한 '삐에로 쇼핑'을 지난 여름 코엑스에 오픈했습니다. 코엑스점에 잠시 둘러봤는데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고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고 5분 만에 나왔습니다.  


삐에로 쇼핑 가산점 오픈


삐에로 쇼핑이 1호점인 코엑스점이 인기가 높아서인지 2호점,3호점을 연속으로 오픈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가산디지털단지 W몰 지하 1층에 있는 '삐에로 쇼핑 가산점'입니다. 지난 달부터 오픈한다고 하더니 12월 중순에 오픈을 했습니다. 집 근처라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쭉 둘러봤습니다.


입구에는 삐에로 쇼핑의 주색인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된 쇼핑 바구니가 있네요. 카트가 없는 이유는 여긴 골목길처럼 길이 아주 좁습니다.


  딱 두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골목길에 누가 진입하면 바싹 진열장에 붙어야 합니다. 이거 상당히 불편할 수 있지만 손님이 많지 않으면 그렇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둘러보니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고요. 물론, 대형마트의 쾌적한 환경이 훨씬 좋죠.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어 놓았을까요? 그런데 이 다닥다닥 붙은 진열장을 보면서 한 곳이 떠올랐습니다.


용산에 있는 인기 중고서점 '뿌리서점'입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책장이 가득했습니다. 


삐에로 쇼핑의 매력은 체류 시간을 늘려서 충동 구매를 유도한다

용산 뿌리서점에 간 이유는 특정 헌책을 구매하러 간 건 아닙니다.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저도 모르고 사장님도 모릅니다. 대략 소설류, 에세이류, 자기계발서적 등 분류만 되어 있을 뿐 무슨 책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 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걸 알고 갔습니다. 이리저리 둘러 봤습니다. 좁은 책장 사이사이를 다니면서 책 구경을 하다가 몇 권의 책을 샀습니다.


88년 베스트셀러였던 시집 '마주보기'를 발견했습니다. 92년 보도사진 연감과 베스트 라이프 사진집도 구매했습니다. 2개를 샀더니 마주보기는 공짜로 주시네요. 물론, 이거 사려고 여기 온 건 아닙니다. 뭘 살지 저도 몰랐습니다. 둘러보다가 혹하게 하는 책을 발견해서 집에 가지고 왔고 지금도 잘 모시고 있습니다.


삐에로 쇼핑은 헌책방과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곳 같더군요. 먼저 진열장을 다닥다닥 붙여 놓아서 이리저리 둘러 보게 만들었습니다. 온통 상품으로 가득한 골목에서 길을 잃을 정도로 다닥다박 붙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체류 시간을 늘렸습니다. 전 대형 마트에 가서 내가 사고 싶은 물건만 딱 사고 바로 나옵니다. 남자 분들 대부분 이렇죠. 

그러나 남자인 저도 이 삐에로 쇼핑 가산점에서는 30분 이상 둘러봤습니다. 이렇게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면서 쇼핑한 적이 없는데 여긴 자연스럽게 오래 있게 되네요. 


그래서 직원들의 옷에도 천장에도 '뭐가 어딨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이라고 써 있네요. 사실 어떤 제품이 어디에 있는 지 알고 있죠. 하지만 '삐에로 쇼핑'은 특정 물건을 구매하러 오는 것이 아닌 아이쇼핑 하면서 체류 시간을 늘리다가 충동 구매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마치 헌책방처럼요. 


정말 별별 상품들이 다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제품이 있는 건 아니고 식료품이 가장 많이 있네요. 


카테고리로 보면 패션잡화, 애완동물, 가전, 성인샵입니다. 국내 다른 쇼핑몰에서 볼 수 없는 제품들도 꽤 있습니다. 특히 성인샵은 성인인증을 받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품 가격들은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싼 것도 있고 더 저렴한 것도 있었습니다. 요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 구경하고 체험하고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는 쇼루밍이 일상화 되었죠. 테팔 전기포트를 검색해보니 온라인 최저가가 3만 4천원 내외인데 그보다 더 싸네요. 물론 비싼 제품도 있습니다. 따라서 구매하기 전에 가격비교해서 구매하시면 됩니다. 


삐에로 쇼핑은 일본 돈키호테의 서울 분점 같은 느낌이라서 그런지 일본 제품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일본 직수입 제품들은 온라인 최저가를 알 수 없죠. 따라서 이 제품이 비싼지 싼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비슷한 한국 제품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한국 제품이 없고 일본에서만 파는 제품이면 가격이 비싸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유통 기한이 임박한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하고 특가 상품도 있습니다. 각 코너마다 삐에로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옵니다. 이게 거슬릴 수도 있지만 전 그냥 화이트 노이즈로 들려서 괜찮더군요. 

요즘 오프라인 매장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이다. 최저임금 상승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최저임금 상승과 52시간 근무제가 영향을 주긴 합니다만 어떤 사안을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보수 언론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과 전 세계적인 현상인 '아마존 효과'입니다. '아마존 효과'는 온라인 상품 구매가 일반화 되면서 오프라인 매장들이 높은 임대료와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미국도 유럽도 오프라인 매장들이 줄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히 상품을 유통 판매하는 곳이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쇼핑몰처럼 최저가로만 승부할 수도 없습니다. 임대료가 어마어마하고 알바라도 쓰면 인건비도 높습니다. 삐에로 쇼핑은 최저가로 승부 하기도 하지만 체류 시간을 늘려서 충동 구매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상품 등의 최저가를 비교할 수 없는 상품을 판매해서 수익을 내는 듯 하네요. 한 번 들려볼 만 합니다. 저도 저렴한 제품 몇 개를 발견해서 다음에 갈 때는 장바구니를 채워서 올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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