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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금천예술공장의 폐쇄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by 썬도그 2018.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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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 금천예술공장의 오픈 스튜디오 행사가 시작되었다고 올렸더니 예상대로 대부분의 구민 분들은 '금천예술공장'이 어떤 공간인지 무슨 행사인지 물어 보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이유는 금천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서울 시민들은 자기가 사는 동네에 어떤 문화 공간이 있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내 집 앞으로 지하철 뚫리고 아파트 가격 상승하고 개발 호재만 관심 있지 내가 사는 지역에 문화 공간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관심이 있어도 그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쇄소를 리모델링해서 예술가의 아틀리에로 만든 금천예술공장

금천예술공장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은 문화에 참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확하게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죠. 서울을 디자인 수도로 만들겠다면서 큰 돈을 들여서 서울 곳을 치장합니다. 이런 문화 부흥 정책으로 서울 곳곳에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인 예술 공장이 생겼습니다. 폐건물이나 허름한 건물을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매입하고 리모델링 한 후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인 아틀리에로 탈바꿈 해줬습니다.

예술가들을 심사한 후 아틀리에를 제공하고 대신 예술가들의 창작 예술품을 기증 받는 식으로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금천예술공장'입니다. 2009년에 생긴 '금천예술공장'은 국내외 예술가들을 심사한 후 1년 동안 창작 공간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일반인들이 들어가 볼 수 없습니다. 아니 들어가도 볼 게 없습니다.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라서 함부로 들어갈 수 없죠.


금천예술공장 마당

그러나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1년에 2~3번 정도 정기 전시회 및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를 개방하는 오픈스튜디오가 열립니다. 9월 16일 오늘까지 금천예술공장은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펼칩니다. 


금천예술공장 작업실

저도 2009년 이후 꾸준하게 들리는 금천예술공장이지만 최근에는 잘 찾아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모르는 금천예술공장.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전락하다

금천예술공장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지 않습니다. 개방한다고 해도 볼 곳도 들여갈 곳도 없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다 보니 여러 행사를 통해서 자신들의 공간을 공개하고 전시회도 합니다. 또한 근처 초등학교나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예술 창작 활동을 하거나 예술 체험 활동을 합니다.

금천예술공장은 인쇄소를 리모델링 한 예술창작공간으로 가산디지털단지의 IT 기술을 주입한 듯한 테크와 예술의 융합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매년 개최합니다. 초창기에는 근처에 있는 두산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방과 후 수업의 일환으로 로봇 만들기를 하고 주변에 사는 금천구민들과 함께 파티 같은 공연이나 전시회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존재와 지역 주민과의 조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간 자체의 한계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은 지역 주민들의 외면과 예술가들의 소극적인 자세가 맞물려서 점점 지역 주민들에게 외면 받는 공간. '예술가 끼리 모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저는 문화 예술을 좋아하기에 꾸준히 방문했다가 최근에는 덜 찾게 되네요.

금천예술공장의 전시회도 흥미가 떨어지고 인기도 없었습니다. 한번은 금천예술공장 전시회를 보다가 한 예술가에게 궁금한 점을 전화로 물어 봤습니다. 보통 이렇게 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죠. 그러나 전 과감하게 연락처를 얻어내서 전화를 했는데 예술가의 태도에 좀 놀랬습니다. 무척 귀찮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다시 전시회 안내 직원에게 돌려줬더니 옆에 있는 저에게 다 들릴 정도로 쉬는 날 전화 연결하지 말라는 짜증이 흘러 나왔습니다.

예술가들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대중을 위한 작업이 아니더라도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친절하게 대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술가들은 서비스 마인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가뜩이나 재미 없는 전시회를 좀 더 덜 가게 되었습니다. 

예술과 문화를 좋아해서 많은 전시화와 예술전시회를 찾지만 예술가들의 고압적인 자세나 예술가가 아닌 대중을 대하는 태도들은 상당히 고자세인 것을 자주 많이 봅니다. 그럴 때마다 전 예술가가 무슨 대단한 벼슬이라고 저렇게 까지 고압적으로 대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모든 예술가가 그러는 것은 아니고 친절하고 재미있는 예술가들도 많습니다. 또한, 낯가림을 많이 해서 나서지 못하는 예술가들이 부드럽지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대중을 대하는 태도가 안 좋은 예술가들도 참 많습니다. 적어도 이런 서울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간에서 작업을 한 다면 좀 더 부드럽게 대해주면 안될까요?. 그렇다고 지금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한 예술가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아주 불쾌한 일과 그동안 예술가들의 태도를 돌아보면서 느낀 점입니다. 2018 오픈 스튜디오는 나름 재미있었고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여전히 예술가와 아는 사람끼리 오랜만에 만나서 회포를 푸는 전시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작품 세계에 질문을 하고 싶어도 재실이라고 써 있어서 들어가도 예술가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계셔서 이것저것 물어 보려고 해도 아는 분이 왔다고 수다삼매경을 떠는 모습에서 중간에 끊고 질문하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나온 오픈 스튜디오도 많습니다.  전시회 오픈일이라서 아는 사람 만나서 수다 떠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네요

특히나 이번 전시회는 오픈 스튜디오에서 충분히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3층 전시장에서 작품을 봐야 완성이 되는 독특한 전시회인데 오픈 스튜디오에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기 쉽지 않았습니다. 기획 아이디어는 좋은데 실행 방법이 좋아 보이지도 않네요. 전시회는 10월 초까지 이어지는데 추천하는 전시회는 아닙니다. 뭐 추천해도 워낙 인기 없는 전시회이고 매년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 전시회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금천예술공장에? 내가 꿈꾸던 풍경이 만들어지다.

금천예술공장은 1호선 독산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워낙 독산역 주변에 공장이 많아서 풍경이 좀 삭막합니다만 지리적으로 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찾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전시회를 할 때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14일 금요일 오픈 스튜디오와 전시회가 열리는 첫날 오프닝 행사에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인공 잔디 위에 놓인 다양한 소파와 테이블은 근처에 사는 주민들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네요. 아이 웃음 소리를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이 근처에 사는 지역 주민들이 이 금천에술공장에 찾아온 이유는 예술 작품을 보고 오픈스튜디오를 보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공짜 음식과 술을 먹어서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언제부터 행사 첫 날 이런 무료 음식을 제공했는지 모르겠지만 입소문이 나서 그런지 참 많이들 찾아왔네요

무료 음식과 술을 제공하고 그것만 먹고 전시회를 관람 안 하는 행동을 지적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무료 음식 먹으러 왔다가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나 공연을 보면 더 좋고 안 보고 음식만 먹고 가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멀리서 전시회를 보러 온 분들, 예술가들의 지인과 지역 주민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음식은 꽤 알찼습니다. 공짜로 먹기엔 죄송할 정도로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좋네요


그렇게 공연과 전시회를 다 보고 맥주 한 잔을 하면서 금천예술공장을 바라봤습니다. 순간 내가 꿈꾸던 그림이 펼쳐졌습니다. 어스륵한 저녁 야외 공간에서 작은 공연과 함께 가볍게 술과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홍대나 성수동 같은 야외 공연이 많은 공간에는 흔한 풍경이지만 금천구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공간입니다. 독산동은 공원도 많지 않고 있어도 크기가 작습니다. 그나마 금나래 공원이 생겼지만 공연은 없습니다. 가산동은 하루 유동 인구가 30만 명에 가까운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장소도 없습니다. 그냥 삭막 그 자체입니다. 

이 풍경을 보면서 잠시 홍대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서 함께 담소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거나 싼 가격으로 음식을 먹으면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금천예술공장을 휴게소나 쉼터 또는 공연장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작품 창작 활동하는데 방해가 되기에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외딴섬 같은 공간, 예술가들만의 공간, 주변과 융합되지 못하는 공간, 금천구민들도 관심 없고 있어도 설명도 없고 접근하기도 어려운 공간으로 방치하는 것은 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분기 또는 1달에  한 번 토요일 오후에 공연과 음식 또는 행사를 통해서 자주 모이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네요. 항상 금천예술공장 작가들은 이 주변을 탐색하면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금천구 주변에 대한 감상을 담은 작품을 선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시선이 참 비슷비슷합니다. 예술가들은 길어야 1~2년만 있는 잠시 머무는 공간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사는 곳이라서 예술가들의 시선이 전형적인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입니다.  외부인이 머무는 공간이 아닌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변신을 했으면 하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문화재단의 운영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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