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최첨단은 달리고 있으면서 온갖 자본주의 병폐를 볼 수 있는 한국은 이상하게도 경제 교육을 제대로 확실하고 강력하게 시키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고 비교하고 돈 이야기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실제로 경제 공부나 교육을 안 하거나 무척 약하게 합니다. 반면 유태인들은 어려서부터 경제 교육을 시킨다고 하죠. 뭐 유태인들이야 역사적으로 유럽의 거간꾼으로 활동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경제 교육은 한국도 시켰으면 합니다.
방학입니다. 아이들과 어디로든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쉽게 멀리 가지 못합니다. 아이들 특히 중고등학생 자녀와 함께 여름방할 때 가볼만한 곳이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입니다.
위치는 남대문시장 바로 옆이자 명동 바로 앞으로 서울 중심에 있습니다. 한국은행 건물 일부가 화폐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가 한국은행인지는 알지만 화폐박물관이 있다는 건 잘 모르십니다. 그래서 그런지 평일에는 청원 경찰분반, 방문객 반으로 사람이 없습니다. 너무 없어서 무안할 정도입니다. 주말에는 좀 더 많겠죠.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들어서면 넓고 높은 공간이 맞이합니다. 건물 자체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유럽식 건물이라서 천장이 아주 높네요. 연회장으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가운데는 거대한 상들리에가 여러개 있습니다.
1층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화폐와 화폐이야기를 소개하는 상설 전시장입니다.
공간이 꽤 크죠. 피라미드 형태의 전시 조형물이 많이 있습니다
타이 국왕부처 결혼 50주년 기념 화폐도 볼 수 있습니다.
1층 전시 공간 뒤에는 한국은행이 하는 일과 금리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금리에 대한 이야기는 초등학생은 이해하기 어렵고 중고등학생 정도 되어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금리는 정말 중요하고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이 금리 즉 돈에 대한 이자를 정하는 곳이 한국은행입니다. 기준금리를 매달 발표를 하죠. 지금 기준금리는 1.5%입니다. 아주 낮은 금리입니다. 얼마나 낮은지 미국의 기준금리 2%보다 0.5%가 낮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낮으면 외국 자본이 미국으로 이탈할 수 있고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릅니다. 기준금리가 1.5%이다 보니 예금 적금을 드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여기에 물가상승을 따지면 지금 기준금리로로 예적금을 하면 은행 금고에 돈을 보관하는 역할 밖에 못하죠. 즉 실질금리 0% 시대입니다.
이렇게 실질금리가 0%이다 보니 여유돈들이 가는 곳은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입니다. 특히 부동산 쪽으로 돈이 확 몰리자 부동산 거품이 잔뜩 끼게 됩니다. 이 부동산 거품을 끄려면 기준금리를 하루 빨리 더 올려야 하지만 한은총재는 별 신경을 안 쓰는 듯 합니다. 정부가 백날천날 부동산 정책 내놓으면 뭐해요 기준금리가 저금리인데요.
물론 기준금리를 부동산 하나만 보고 올리고 내릴 수는 없고 경제 전반, 경기를 잘 봐야 합니다만 기준금리가 너무 낮아서 생기는 부작용이 꽤 많네요.
종이 화폐는 그 자체는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그냥 이걸 돈이라고 부르고 이 돈에 가치를 넣을테니 믿고 돈에 적힌 숫자대로 가치를 인정하라고 하는 종이 쪼라기입니다. 단 그 가치와 믿음을 심어주는 곳이 정부입니다. 정부가 보증을 서는 종이 쪼가리가 종이 화폐입니다. 이 종이 화폐는 원래는 한국은행이 가지고 있는 금괴의 가치만큼만 조폐공사에서 윤전기 돌려서 찍어냈습니다. 이걸 금태환 화폐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 가벼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기 위해서 금태환 제도를 폐지하고 정부가 원하면 언제든지 돈을 찍어서 발행하는 명목화폐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명목화폐라서 보유한 금에 비례해서 돈을 찍어내는 시대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한국은행에는 많은 금이 있습니다. 금괴를 만드는 디오라마도 볼 수 있습니다.
최초의 한국은행권 천원 화폐도 볼 수 있습니다.
매년 수천억을 들여서 종이와 동전 화폐를 만들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신용카드나 각종 페이를 통해서 물건을 구매하고 거래하기 때문에 종이 화폐 사용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종이 화폐 사용량이 줄어들어서 폐기되는 종이 화폐도 줄어들고 있네요. 그런데 이 종이 화폐를 파쇄기로 파쇄한 후에 건축 자재로 만들어서 사용한다고 하네요. 다른 건축자재보다 가격이 싸다고 하는데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지는 모르겠네요
한국의 종이 화폐 제조 기술은 아주 높습니다. 그래서 한국 화폐는 물론 여러 국가의 종이 화폐를 위탁 제조하고 있습니다. 위조 화폐 감별법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네요.
총 8가지 방법으로 위조 화폐를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화폐박물관은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나선형 계단을 타고 2층에 오르면 볼 거리가 더 많습니다.
2층에는 한국은행이 소장한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왜 한국은행이 미술품을 소장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질 좋은 미술품들이 많네요.
<서울풍경. 최덕휴, 1987년>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최덕휴 화가의 서울풍경입니다. 1987년 제작된 작품으로 서울 도심을 그린 그림이네요. 자세히 보니 남산 중턱에서 내려다 본 을지로 명동이네요. 그림 왼쪽 아래에 보면 한국은행 건물이 보입니다.
<우중구압, 조중현>
이 작품도 꽤 눈길을 끄네요. 비 표현력이 엄청나네요. 마치 실제로 비가 오는 느낌입니다. 이 그림들은 한국은행 소장 미술 명품전으로 8월 26일까지 전시를 합니다. 그러나 워낙 한국은행이 미술 소장품이 많은지 이 작품들 전시가 끝나면 또 다른 소장 미술품을 늦가을까지 전시를 합니다.
2층 중간에 조폐공사를 살짝 재현한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조폐공사 체험 공간 바로 아래층에 '옛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을 재현한 곳이 있습니다. 이 공간은 처음 본 공간입니다. 화폐박물관을 2~3번 와봤는데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알아보니 최근에 생긴 공간입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매달 모여서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동결하거나 내리는 것을 결정합니다. 아주 중요한 회의입니다.
현재 한국은행 총재인 이주열입니다. 부동산 거품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분이죠. 전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이런 분을 왜 부동산 거품 끄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함께 하는 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이주열 총재 혼자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금융통회위원회 여러 의원들과 함께 결정합니다. 정부는 참관만 하고 간섭을 하지 않아요. 그러나 그건 명목상이고 정부의 입김이 알게 모르게 들어가죠.
한국은행 거리를 재현한 디오라마가 있네요
모두 옛 건물들입니다. 일제시대 풍경을 재현했네요. 명동 일대가 금융과 쇼핑의 중심지였죠.
한국은행 건물도 있네요. 일제시대에 지어진 석조 건물들은 참 오래가요. 구 서울역도 이 한국은행 건물도 그렇고 100년이 넘었지만 금 간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건물은 정말 튼튼하게 잘 지어요.
한은 총재실을 재현한 곳도 있습니다. 누구나 편하게 앉아 볼 수 있습니다.
역대 한은총재들입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으로부터 받은 선물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한은 총재 QR님이십니다. ㅋㅋㅋ
농담이고 한은 총재는 이주열입니다.
2층에는 전 세계 화폐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보고 싶은 나라 이름이 적힌 슬라이드를 확 잡아 빼면 이렇게 화폐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화폐는 얼마나 많이 뽑아서 보셨는지 미국만 손잡이가 반짝이네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입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에 대한 혜택을 아주 잘 받고 있죠. 돈 없으면 그냥 마구잡이로 달러를 찍어서 매꿉니다.
이 기축통화국 지위가 사라지만 미국 경제력은 크게 휘청이게 됩니다. 가상화폐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어렵지만 대안이 되기만 해도 미국 금융 권력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공간도 있고 스탬프 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금융이나 경제는 21세기 언어라고 할 정도로 그 원리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경제 교육과 화폐의 존재 이유, 기준 금리, 통화 정책과 다양한 나라의 화폐를 구경할 수 있는 화폐박물관입니다. 여름방학 때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세요. 근처에 명동도 있고 남대문 시장도 있어서 구경할 곳과 쉬고 놀곳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