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한옥 마을을 처음 알게 되고 찾아간 것이 2008년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북촌 한옥 마을은 바로 옆 삼청동과 함께 아주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골목이 많고 서울에서 보기 어려워진 한옥이 가득해서 사진 찍기 참 좋았죠
학교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이 있고 언덕 끝에 자동차가 내려올 정도로 차량 통행도 꽤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북촌 한옥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핫플레이스인 가회동 31번지 골목길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변했습니다. 평일이건 주말이건 국내, 외국 관광객이 가득 가득합니다. 10년 사이에 참 많이 변했죠. 삼청동과 북촌 한옥 마을이 뜨기 시작한 게 2010년 전후였습니다. 각종 매체와 TV에서 여행 프로그램과 여행 예능이 많아지면서 꼭 소개하는 곳이 이 북촌 한옥 마을이었습니다.
2010년 이후 서서히 관광객이 늘기 시작하자 서울시는 북촌 8경을 만드는 등 삼청동, 가회동을 아우르는 북촌 8경을 만들어서 대외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더 많은 관광객 특히 해외 관광객들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아니 서울시가 홍보를 하지 않고 방송에 안 나와도 이 동네는 워낙 독특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동네이자 한국의 옛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동네였습니다.
서울에 한옥이 가득한 동네가 어디 있나요? 온통 아파트 천지삐까리에 무색무취한 빌딩만 가득하죠. 이런 독특한 이미지와 전통이라는 포장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방송이라는 펌프가 이 북촌 한옥 마을을 펌핑질 해줍니다. 2010~2012년 까지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고 엔저현상이 수그러들자 그 자리를 중국인 관광객들과 바통 터치 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다 오는지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북촌 한옥 마을의 한옥은 전통 한옥이라기 보다는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개량 한옥입니다. 전통 한옥은 이렇게 작지 않아요. 그러나 좁은 땅에 한옥을 많이 집어 넣기 위해서 다닥다닥 붙여서 만든 것이 지금의 북촌 한옥 마을입니다. 전통이든 개량이든 검은 기와로 된 집이 가득한 동네가 주는 풍경은 참 아름답죠.
그래서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관광객이 많이 오면 정부나 서울시는 무척 좋을 것입니다. 또한 이 지역 분들에게 관광객이 쓰는 소비로 인해 지역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관광지잖아요.
그러나 북촌 마을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심상치않은 기류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촌 한옥 마을에 가보면 곳곳에 위협감마저 느껴지는 현수막이 가득합니다.
북촌 주민들이 시끄러워서 못살겠다면서 월 ~ 토요일까지는 오전 10시에서 17시까지 일요일은 방문을 금지하고 있네요. 이게 강제사항인지 권고사항인지는 모르겠네요. 북촌 주민들이 이런 호소문을 내건 이유는 소음과 쓰레기, 무단 촬영입니다. 아무래도 주민들이 사는 곳에서 관광객들이 와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면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스트레스죠.
주민들 말에 따르면 소음도 심하고 사람이 사는 집인데 문을 벌컥벌컥 열고 들어 온다고 합니다. 저는 많이 다녀봐도 그렇게 무례하거나 시끄러운 관광객은 본 적이 없습니다만 1천명의 관광객 중에 1명의 진상이 전체 관광객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하기에 주민들의 고충도 이해합니다.
주민들이 사는 공간이 관광지가 되니 파열음이 나고 있네요. 사실 이게 어제 오늘의 문제도 이 북촌 한옥 마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의 주택을 끼고 있는 벽화 마을들이 그렇죠.
대학로 뒤 이화벽화마을은 2016년에 벽화들을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지역민이 페인트를 가지고 와서 벽화를 지워버렸습니다. 이화동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소음과 쓰레기만 유발하는 벽화가 원망스러웠는지 지워버렸습니다. 이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후에 관광객이 많이 줄었고 저 또한 이화 벽화 마을을 딱히 가고 싶지 않네요.
이 이화벽화마을은 주택가입니다. 그러나 벽화가 유명해지면서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오자 상업 시설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알록달록한 카페와 액세사리 판매점 등이 들어서면서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상업 시설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벽화가 효자 노릇을 하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밤에도 웃고 떠들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상업시설과 주택가를 분리해 놓습니다. 그래야 주민들이 밤에도 편하게 잘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섞어 놓으면 이런 불편함이 있습니다.
북촌한옥마을에는 상업 시설이 거의 없기에 상인들과의 갈등은 없지만 관광객으로 인해 주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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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고 그 홍보에 이끌려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관광객들은 북촌 입구에서 관광객을 반기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만나게 됩니다. 관광객도 주민도 달갑지 않은 요즘 북촌 풍경입니다.
크게 보면 주민들의 보금자리가 관광지가 되어서 분란이 일어나는 것은 국내 문제 만은 아닙니다. 이탈리아 베니스 같은 경우 관광객이 너무 많이 와서 지역 주민들이 관광 오지 말라고 시위를 할 정도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민들이 안 살게 하면 됩니다. 주거 지역인 한옥마을을 유료 박물관이나 카페나 게스트 하우스 등 상업시설로 개조해서 상업지구로 바꾸면 됩니다.
어차피 주거지역이라서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는데 상업시설로 바꾸면 한옥 마을을 둘러 보다가 전통차 한잔 마시면서 더 오래 머무룰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주택은 박물관 등으로 운영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이 방법은 상당히 과격한 모습입니다. 좋은 점은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가고 관광객도 편하게 관광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대책 마련을 해야 합니다.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만 강요할 수 없죠. 이런 주민과 관광객과의 갈등을 방관하고 부축인 요인 중 하는 서울시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관광지라고 홍보하면서 정작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했으니까요. 그런면에서 서울시의 관광 정책은 무척 아쉽습니다.
북촌 주민들은 계속 떠나고 있고 빈집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한옥 테마파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 테마파크에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죠. 그러나 주민들의 이런 불만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자신들에게 십원 한 푼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화가나는 것도 있습니다.
만약 이화마을 관광객들로 인해 지역 상권과 관광 수입이 많아졌으면 그 수익의 일부를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나 마을을 더 풍요롭게 하는데 사용하면 그 불만은 좀 줄어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어서 마을이 좋아진 것은 거의 없고 상인들만 그 수익의 혜택을 가져갑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북촌 한옥 마을도 관광으로 인한 수익 중 일부를 북촌 한옥 마을에 투자하거나 주민들에게 혜택을 줘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북촌 한옥 중에 빈집을 서울시가 매입해서 여러 박물관 또는 입장료를 받고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나 휴게 공간으로 바꾸는 겁니다.
북촌 축제 기간에는 북촌 곳곳에 있는 박물관을 저렴한 가격에 다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이 북촌 축제가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북촌 곳곳에 있는 박물관과 연계해서 북촌의 속까지 들여다 보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아니 관광객이 덜 오게 해야 하는데 더 오게 만드는 체험 공간 확대는 무슨 궤변이냐고 할 수 있습니다.
네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오히려 관광 상품화가 고도화가 되면 북촌 입구에 관광지도를 배치하고 그 관광지도 첫장에 강력하게 주민들이 사는 공간이니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하면 관광객들도 잘 따를 것입니다. 주의사항을 인지하고 관광을 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와도 조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북촌 마을 전체가 관광객이 넘실 거리는 것은 아닙니다. 가회동 31번지만 사람이 가득합니다. 남산 타워와 종로 빌딩과 한옥이 한번에 다 볼 수 있고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곳이라서 여기만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촌 곳곳에 박물관과 다양한 체험 공간을 마련하면 관광객 분산 효과도 있고 지역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수익으로 좀 더 깔끔하고 잘 관리되는 북촌 한옥 마을을 만들면 어떨까 하네요. 물론 어설픈 제 주장일 수 있지만 적어도 서울시가 관광상품화만 하고 고통을 받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대책이나 관리나 신경은 쓰지 않았습니다. 이런 관광 정책은 사라져야 합니다. 관광지 개발에만 몰두하고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그건 관광의 단물만 빨아먹는 졸속 행정입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 할 때 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줘야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