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면서 세시풍속을 제대로 즐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통과 역사가 깊은 민속 놀이를 보기도 어렵죠. 그러나 노력을 하면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이 거대하다 보니 도심 한 가운데에서 다양한 행사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월대보름의 달집 태우기는 하천가에서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가장 화려하고 접근성이 좋은 곳이 '남산한옥마을'에서 하는 달집태우기 행사입니다.
매년 찾아오지는 못했지만 올해는 3월 초에 정월대보름이 있어서 날이 푸근해서 찾아와 봤습니다. 마당 한 가운데 달집이 서 있습니다. 예년보다 달집이 좀 크기도 작고 초라하네요. 원래 크기도 더 크고 달집에 소원을 빈 쪽지가 가득 했거든요. 아마도 너무 크면 열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좀 작게 만든 것 같기도 합니다.
부럼깨기와 귀밝이술 체험 공간이 생겼네요.
올해는 예년과 행사가 좀 달랐습니다. 먼저 다양한 등이 한옥 곳곳에 달처럼 떠 있었습니다.
이런 연등은 호롱불 같이 은은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조형물입니다. 게다가 아름답잖아요.
전각 안에는 이렇게 큰 연등도 있었습니다.
꼬마 신랑과 신부도 있네요.
여기에 푸드트럭도 있습니다.
행사도 이전과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민속 놀이가 처음부터 끝이었습니다. 올해도 북청 사자 놀이 같은 민속놀이가 있지만 관객과 함께하는 현대 무용 같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달집 태우기는 달이 떠야 시작할 수 있죠. 정월대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행사가 계속 되었습니다. 정자에는 많은 사진가들이 행사를 촬영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배치하고 있네요.
해가 진 후 퍼포먼스들이 계속되었습니다. 락 연주와 소원을 말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호불호가 갈리네요.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시끄러운 전자기타 소리에 쓴소리를 냈고 젊은 분들은 색다른 시도라고 좋아하는 분위기네요.
개인적으로는 현대식으로 해석한 것은 좋은데 전통축제이니만큼 전통 놀이 공연이 어떨까 합니다. 가뜩이나 전통 놀이 구경하기 어려운 서울인데 여기서까지 색다른 시도라면서 전통 공연 대신 미디어 아트 공연 같은 것이 좋아 보이지 않네요.
뭐 그래도 색다른 시도 자체는 괜찮습니다.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이잖아요
7시 30분이 넘어서자 드디어 달집에 불이 붙었습니다.
정자에 있었는데 정자까지 열기가 확 다가옵니다.
사실 이 달집태우기를 보러 온 이유는 이 사진 때문입니다. 정월대보름의 달집을 태우면 이런 불씨가 하늘로 날립니다. 이 불씨 뒤에는 남산이 있습니다. 남산과 불씨를 조합할 수 있어서 가끔 찾아옵니다.
때 마침 불씨가 남산 쪽으로 잘 불어오네요. 이래서 달집태우기 행사에는 패딩 같이 불씨에 녹아버리는 재질의 옷을 입고 오면 안됩니다. 캐논 EOS M3와 22mm 단렌즈를 끼고 찍은 사진인데 생각보다 잘 나오네요.
이번엔 니콘 D5200에 35mm F1.4 삼양 단렌즈입니다. 삼짜이츠라고 하는 삼양 답게 때갈부터가 다르네요. F4.0으로 조리개를 조였음에도 깔끔하게 잘 나옵니다.
달집은 어느새 다 타고 사그러지고 있었습니다. 불길이 약해지자 강강수월래 노래에 맞추어서 사람들이 강강수월래를 합니다.
아이들 데리고 온 엄마들이 많았는데 정말 산 교육 제대로 시켜주네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 행사였습니다.
불을 꺼지고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살짝 소원을 빌었습니다. 가족들 건강하도록 기원했습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아무리 좋은 먹을 것 돈 많아도 건강하지 못하면 못 즐겨요. 동시에 한국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지길 바랬습니다. 쓰러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배려심 많은 나라가 되길 기원했습니다.
모두 행복한 2018년 되세요. 건강한 한 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