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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다시 돌아온 MBC FM 라디오에게 바라는 점 3가지

by 썬도그 2017.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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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월요일 오전 5시. MBC 라디오가 다시 시작했습니다. 지난 여름 파업을 시작해서 겨울 초입에 파업을 끝내고 다시 리부팅을 했습니다. 무려 72일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9년 MBC는 이명박근혜 정권의 훌륭한 딸랑이였습니다. 이에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MBC 채널을 지우거나 최소한 MBC 뉴스를 보지 않았습니다. 

적폐 세력이 꽂은 김장겸 사장이 물러간 후 MBC는 긴 파업을 풀고 현업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고생했습니다. MBC가 다시 예전의 엣지이고 품격 있는 MBC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현 문재인 정권의 호위무사가 되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상식과 진실이라면 현 정권이라고 날카롭게 파고 비판해야 합니다. 그게 MBC의 본 모습입니다. 


다시 돌아온 MBC FM 라디오에게 바라는 점 3가지

MBC 노조원들은 파업을 끝냈고 가장 먼저 MBC 라디오가 복귀했습니다. 파업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MBC 라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파업 기간 동안 MBC는 24시간 음악만 틀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이야기의 대부분은 '음악만 나와서 좋았다'라는 다소 비판적인 목소리였습니다. 특히 선곡들이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MBC만 튼다는 사람도 있었고 저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하루 종일 라디오를 켜 놓고 글을 쓰고 작업을 하다 보니 저에게 라디오는 공기와 같은 존재입니다. 파업 전에는 주로 TBS를 틀어 놓았지만 파업 후에는 자주 MBC를 하루 종일 틀어 놓기도 했습니다. 음악만 나와서 좋았다는 MBC 라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MBC 라디오 관계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음악만 나와서 좋다'는 리플을 읽으며 라는 한 라디오 PD의 글을 읽으면서  MBC 라디오 관계자들도 이런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네요. 뭐 방송 복귀 하는 날 한 MBC 라디오 DJ는 '음악만 나와서 좋았다'라는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고 했고 전화 통화로 연결된 한 청취자는 음악만 나와서 좋았다는 말을 농담식으로 했었습니다.

분명 현재의 MBC 라디오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파업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났고 MBC 라디오 관계자들도 이런 사실을 인지함을 넘어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더 깊게 해보면 어떨까 해서 청취자 입장에서 MBC 라디오에 바라는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1. 라디오 스타가 없다 

MBC FM은 라디오스타가 거의 없습니다. 저녁 노을이 붉어지면 시작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라디오DJ가 없습니다. MBC AM(표준FM)에는 10년을 넘어서 20년 넘게 DJ를 하는 라디오 스타들이 좀 보이지만 MBC FM은 DJ 배철수 말고는 딱히 안 보입니다. 새벽 3시에 하는 '이주연의 영화음악'이 10년 넘게 진행을 하고 있지만 새벽 3시 라디오는 거의 듣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장시간 라디오 DJ를 하고 있고 단단한 청취자 층이 있는 '이주연의 영화음악'을 듣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것인지 새벽 3시에 배치하는 모습을 보면 MBC 라디오가 얼마나 자신들의 라디오에 대한 깊이 있는 애정이 없고 청취율에 휘둘리는지를 잘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라디오는 음악 선곡도 중요하지만 라디오 DJ가 가장 중요합니다. 라디오 DJ의 영향력이 8할 이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라디오DJ가 누구냐에 따라서 라디오 채널 주파수를 고정하거나 돌립니다. 그간 MBC FM은 배철수외에 라디오스타를 키울 생각을 했었나요? 정이 들려고 하면 DJ에서 하차하는 모습이 너무 잦다 보니 정을 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저녁 시간대는 10,20대들이 많이 듣는다고 아이돌스타를 라디오 DJ로 기용하는데 이는 청취율지상주의의 결과입니다. 그렇게 오래 하면 또 다르지만 대부분의 아이돌이나 인기 있는 연예인을 DJ로 모시면 5년도 안되어서 하차합니다. 

MBC FM의 전성기였던 80년대를 돌아보면 AM에서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있었고 FM은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가 있었습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5년 이상 장수를 했던 프로그램입니다. 오래 진행하는 라디오 DJ의 부재는 MBC FM의 큰 아쉬움입니다. 이렇게 라디오 DJ들이 자주 바뀌니 어수선한 느낌이 강합니다. 반면 SBS FM는 장수하는 라디오DJ들이 많습니다. 김영철, 김창완, 최화정, 컬투, 박소현 등 장수 DJ들이 많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안타까운 사고로 돌아가신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를 팟캐스트로 듣고 있습니다. 다시 들어도 정말 명 DJ였던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서 영원히 종영되지 않은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를 방송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DJ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사라져도 고인이 되어도 사람들이 영원히 즐겨찾기를 합니다. 이는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디오 DJ가 좋으면 영원에 가깝게 사람들이 찾고 또 찾습니다. 

지금 MBC FM 중에서 정은임 아나운서와 신해철처럼 종방 후에도 즐겨 찾는 라디오가 있을까요? 



2. 라디오 DJ의 주례사 같은 멘트와 신변잡기식 두서 없는 대화들

장수하는 라디오 DJ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공감 능력입니다. 청취자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고 좋아하면서 덕담이나 깊이 있는 경험과 영혼의 울림 같은 혜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쭉정이 DJ들은 영혼 없는 멘트를 남발합니다.

가끔 MBC FM을 듣다 보면 영혼없는 멘트를 하는 라디오 DJ들이 보입니다. 라디오DJ의 역량이 없음에도 대중적인 인기 때문에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쭉정이 DJ들은 MBC FM라디오를 외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물론, 대부분의 MBC FM 라디오 DJ들은 진행을 잘 하는 편이지만 진행을 잘하는 것과 인품이 좋은 DJ는 또 다릅니다. 진행만 잘하고 인품이 별로인 라디오DJ들은 자신의 언어로 사연을 소개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 기계적인 멘트, 기계적인 중립의 언어로 대답을 합니다. 이런 진정성 없는 멘트들이 라디오 채널을 돌리게 합니다. 

여기에 '음악만 나와서 좋다'는 리플을 읽으며라는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홍보를 위해 출연하는 출연진들과 두서 없이 신변잡기식 농담따먹기들도 별 재미가 없습니다. 라디오DJ와 출연자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내용을 청취자들이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대화를 하더라도 청취자가 궁금해하고 출연자가 다른 곳에서 하지 못하는 말을 이끌어내는 것이 뛰어난 라디오 DJ의 수완입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식의 무미건조한 멘트들이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라디오DJ 잘 뽑아야 합니다. 매번 검증 안된 라디오DJ를 앉혀 놓으니 채널이 고정되지 않습니다. 



3. 음악이나 듣는 라디오가 아닌 음악을 듣는 라디오

아무리 음악이 공기처럼 무료에 가까운 시대, 듣고 싶으면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음악만큼 3분 안에 다른 세상으로 이동시켜주는 도구도 없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4분 짜리 타임머신이라고 하죠. 

라디오 전성기였던 80,90년대에는 라디오가 음악 선생님이자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창구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라디오들은 음악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습니다. 이는 MBC FM만의 문제는 아니고 대부분의 라디오들이 그렇습니다. 그나마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전문 음악 방송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CBS 라디오가 인기 있는 이유가 출연자를 음소거하고 청취자들의 사연만 소개하면서도 뛰어난 선곡으로 다듬어진 노래들을 주로 들려주는 것이 큰 인기의 요인입니다. 이는 MBC가 파업을 하면서 본의아니게 CBS 라디오처럼 음악만 틀어줘서 큰 호응을 받았던 것과 비슷하죠. 그렇다고 지금부터 CBS 라디오처럼 음악만 틀어주거나 음악 위주 방송으로 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해봐야 CBS 라디오의 아류 밖에 되지 않습니다. MBC는 MBC 라디오만의 색깔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보면 현재 MBC 라디오는 색깔이 없습니다. SBS나 KBS와 라디오 편성이 비슷합니다. 출근길에는 경쾌한 방송, 오전에는 조용한 방송, 점심에는 활기찬 방송 4시부터 6시에는 80.90년대 히트곡을 틀어주는 중년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 편성은 타 방송사와 차별성이 없습니다. 이렇게 공중파 3사가 비슷한 방송 포멧으로 라디오를 운영하는 모습이 구내식당이나 같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식당 같다는 느낌입니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았으면 합니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CBS처럼 음악 위주 방송으로 가는 것 보다는 지금같이 무미건조하게 음악을 틀어주는 방식이 아닌 음악 1곡을 틀더라도 음악에 대한 소개를 하거나 그냥 배경음으로 틀어 놓는 라디오 음악이라고 해도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소개를 하면 어떨까 합니다. 

음악이 아무리 예전 만큼의 애틋함과 강한 애정이 사라졌다고 해도 라디오의 주식은 음악입니다. 라디오 DJ들이 음악이나 듣죠가 아닌 음악을 존중해야 청취자들도 음악에 대한 욕망을 더 키울 것입니다. 음악이 흔해지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이 아닌 대중의 취향인 멜론 TOP100을 틀어 놓고 듣습니다. 이런 몰취향의 시대에 라디오 DJ들이 숨겨진 음악. TOP100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좋은 음악을 발굴해서 소개해주면 라디오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또한, 출연자와의 농담따먹기 대화를 하느니 출연자 코너를 줄이고 청취자와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 어떨까 하네요. 써 놓고 보니 괜한 오지랖 같기도 하네요. 그러나 MBC 라디오가 파업을 하면서 들은 '음악만 나와서 좋아요'라는 청취자들의 쓴소리를 간과하지 않아야 함은 분명합니다. 이는 그동안 들리지 않던 숨은 청취자들의 목소리이기에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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