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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TV 발명으로 호들갑을 떨던 영화사를 보는 듯한 옥자 논란

by 썬도그 2017.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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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11월 영국 BBC는 하이드파크에서 거행된 조지 6세 대관식을 TV로 중계를 했습니다. 1939년 미국 NBC는 첫 TV 방송을 시작합니다. TV 방송을 시작하자 가장 분노와 절망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입니다.


TV와 영화는 상호보완재이다 

TV를 구매하면 공짜로 다양한 TV 프로그램과 드라마 뉴스 그리고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신기한 신문물을 본 영화사와 영화관, 영화 관계자들은 겁을 잔뜩 먹거나 역정을 내거나 "영화는 망했다"라는 소리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TV가 나왔다고 영화관이 사라지고 영화가 사라졌나요?

오히려 TV가 없고 영화만 존재하던 시절보다 영화관은 더 많이 늘었습니다. 덩달아서 영화를 보는 인구도 더 늘었습니다.
TV는  영화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TV는 영화관에서 내려온 영화를 마지막으로 소비해주는 아울렛 역할까지 해주면서 영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면 기존 시스템과 대결 구도를 만들어 놓고 이제 XX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합니다. 전자책이 등장하자 책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전자책 등장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종이책이 사라졌나요? 반대로 종이책이 살아 남을 것을 보고 전자책의 패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자책은 종이책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입니다. 종이책의 두꺼운 부피와 무게를 줄여서 뛰어난 휴대성의 장점이 있지만 중고로 팔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종이책과 전자책의 장점이 따로 있고 우리는 취사 선택을 하면 됩니다. 또한, 종이책 많이 읽는 사람이 전자책을 많이 읽지 전자책만 읽는 사람도 종이책만 읽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포털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보다가 집에서 태블릿으로 보는 것처럼 편한 것을 선택해서 사용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TV의 등장으로 영화계에 전혀 타격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TV에 영화관으로 향하던 관객을 빼앗기기도 했죠. 이에 영화사들은 TV의 4 : 3 화면비와 다른 와이드한 화면비를 제공해서 TV 영상과의 차별화를 꽤했고 이게 먹혀 들어갔습니다.

여기에 TV의 조막만한 스피커 대신 빵빵한 사운드 등등 TV가 제공하지 못하는 뛰어난 화질과 화면비 그리고 사운드를 동원해서 TV의 파고를 넘어섰습니다. 


넷플릭스의 옥자는 새로운 상영 방식일 뿐 영화관을 죽이지 않는다

6월 29일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개봉합니다. 이 영화는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닌 영화 제작과 상영 방식에 대한 논란입니다. 옥자는 세계적인 영화 드라마 스트리밍 회사인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입니다. 넷플릭스가 만든 영화 <옥자>는 넷플릭스에서 상영될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옥자 제작비가 무려 600억입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 상영하는 영화치고는 제작비가 꽤 높습니다. 그런데 이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 자체 콘텐츠를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온라인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들은 방송사나 영화사게 제작한 콘텐츠를 단순하게 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과감하게 직접 드라마를 만들고 드라마를 넘어서 영화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넷플릭스에서 만든 옥자가 칸 영화제에 진출하자 논란이 일었습니다.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제작된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하는 것이 합당하냐며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결국 칸 국제영화제는 내년부터 프랑스 내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는 아예 경쟁부문에 초대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강경한 방침을 세운 이유는 영화 유통 질서 혼란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가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은 영화사가 영화를 제작하면 영화관이 그 영화를 상영합니다. 이후 홀드백이라는 기간을 지난 후에 IPTV나 모바일 영화 서비스 또는 방송국 같은 2차 시장에 판매해서 추가 수익을 올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홀드백입니다. 

비디오가 없던 시절에는 영화관에서 상영한 후 2년 정도 지나면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 TV에서 방영을 했습니다. 이렇게 텀을 두고 다른 매체에 영화 소스를 제공하는 것을 홀드백이라고 합니다. 80년 중후반 비디오 시대가 열리면서 홀드백 기간은 많이 줄었고 영화관에서 상영이 끝난지 3개월 또는 6개월 후에 비디오로 출시되었습니다. 

인터넷 시대를 넘어서 동영상 스트리밍 시대가 되자  이 홀드백 기간은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여기에 IPTV 시장이 열리자 홀드백 기간이 없는 영화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영화관이 없는 시골 마을들을 위해서 영화 개봉과 동시에 DVD로 발매해서 영화 관람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화 <옥자>는 영화관에 상영하는데 무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홀드백 기간 없이 영화관에서 상영과 동시에 같은 날 넷플릭스에서 <옥자>를 상영하기로 결정합니다. 이에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라는 거대한 영화 체인점은 넷플릭스에 동시에 개봉하면 영화 좌석 점유율과 수익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 <옥자> 상영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대한극장, 서울극장 같은 단독 극장들만 <옥자>를 상영하게 되었네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가 <옥자>상영을 거부한 것은 어떻게 보면 합리적 판단으로 보입니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집에서넷플릭스를 통해서 본다면 누가 영화관에서 보겠냐는 논리죠. 그런데 영화 프랜차이즈 배급 상영사들이 간과한 게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저도 볼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아서  첫달 무료로 체험하고 바로 해지했습니다. 2016년 1우러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지난 4월까지 가입자 수가 6만 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도 넷플릭스 사용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전 <옥자>를 개봉하면 영화관에서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넷플릭스 가입자라고 해도 영화관의 큰 스트린과 사운드는 안방 극장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똑같은 콘텐츠지만 좀 더 좋은 곳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반대를 하죠.

단지 6만 명이 집에서 볼까봐 <옥자>를 거부한다? 솔직히 좀 엉성한 판단 같습니다. 오히려 반감 때문에 넷플릭스 1달 정액제 끊고 보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날지도 모릅니다. 저 같은 경우도 넷플릭스를 1년 만에 다시 1달 정액제를 끈혹 옥자를 관람하고 다양하고 볼만한 넷플릭스가 제작한 미드를 볼 생각입니다. 

넷플릭스 영화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모르는 것 아닙니다. 전통적인 영화 배급 상영 방식이 아니죠. 그러나 어차피 돈 벌 목적으로 영화관 굴린다면 한 번 해보고 오히려 큰 수익을 내면 넷플릭스가 제작했다고 해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테스트는 해봐야죠. 해보지도 않고 꼴랑 6만 명이라는 숫자가 두려워서 넷플릭스 상영을 반대합니까?

겁쟁이들입니다. 마치 TV가 나와서 영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울부짖던 1930년대 영화관계자들 같은 모습이네요
<옥자> 상영해보고 우려대로 수익이 높지 않으면 그 다음부터 상영하지 않아도 되지만 해보지도 않고 거부하는 모습은 졸렬해 보이네요. 전 오히려 TV 드라마 같은 저질 한국 영화 제작 배급 상영하지 말고 양질의 영화를 발굴해서 배급하는 영화 배급 시스템이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넷플릭스는 기존 영화 생태계의 새로운 카테고리일뿐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네 대형 자본이 키운 영화 프랜차이즈 3총사는 이걸 거부했네요. 오히려 이 거부가 넷플릭스를 키우는 결과가 된다면 공생 관계가 아닌 적대 관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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