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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볼품 없는 경리단길이 왜 뜨는 것일까?

by 썬도그 2017.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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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뜻이죠. 많은 사람들이 그 장소를 많이 찾아가는 이유는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매스컴의 영향인 핫플레이스도 많습니다. 

요즘 서울의 3대 핫플레이스는 연남동, 서촌, 경리단 길입니다. 이 중에서 경리단 길을 오랜만에 찾아가 봤습니다. 


경리단 길은 6호선 녹사평역에서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됩니다.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가 뒤에 있습니다. 1천만이 사는 수도에 외국 군대가 있다는 것이 여간 보기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미군의 효용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수도 서울이 아닌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아직 떠나지 않고 있네요. 

이 경리단 길은 이태원 상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산 밑자락 동네라서 동네 전체가 평지가 아닌 언덕에 세워진 동네입니다. 근처에는 해방촌도 있습니다. 경리단 길의 이름의 유래는 육군중앙경리단(현재 국군재정관리단) 여기에 있었다고 하네요. 그러고보면 용산은 국방부에 미군기지에 군대가 항상 있는 곳이네요. 

 

국방부나 미군 기지가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미군 문화가 스며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태원이 이국적인 느낌이 많이 납니다. 다만, 미군적인 것이 이국적이라고 해서는 안되겠죠. 최근에는 아랍인과 동남아시아 분들 미국, 유럽 등등 전 세계의 외군인들이 많이 몰려서 말 그대로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음식점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 경리단 길이 뜬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제 기억으로는 한 3~4년 전부터 서서히 뜨기 시작했습니다. 경리단 길이 뜬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1. 이태원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서 경리단으로 피신한 카페와 음식점들

삼청동이 뜨기 시작하자 삼청동의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삼청동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색 거리라서 핫플레이스가 되었는데 흔하디 흔한 카페 거리가 되자 인기가 뚝 떨어졌습니다. 

삼청동의 맑은 이미지를 찾던 사람들은 삼청동의 옛 이미지를 간직한 서촌으로 이동했고 지금은 삼청동보다 서촌이 더 인기가 높습니다.
이런 곳은 또 있습니다. 홍대라는 젊은이들이 가득한 소비의 거리가 뜨자 임대료가 치솟았고 그 높은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던 가게들이 홍대 옆 주택가인 연남동으로 이동했습니다. 홍대의 시끌벅적인 모습에 지친 사람들이 연트럴파크라는 경의선 철길 공원과 함께 여유를 즐기면서 요즘은 연남동이 뜨고 있습니다.

경리단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태원이 뜨자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가계들이 경리단 길로 옮겨왔습니다. 이렇게 높은 임대료를 피해서 주변 상권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이곳뿐 아니라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조물주 밑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듯이 한 상권이 뜨면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립니다. 유동 인구는 늘지 않고 임대료만 오르니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들은 울상이 되고 결국 주변 상권으로 이동을 합니다. 이렇게 상인들이 빠져 나가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춰서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하는데 건물을 놀릴지언정 임대료를 낮출 생각을 못합니다. 

그렇게 망한 상권이 신촌 상권과 압구정 로데오거리 상권입니다. 뒤늦게 임대료를 동결하거나 내리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지만 한 번 무너진 상권이 다시 쌓아 올려질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경리단 길도 건물 임대료가 올라가면 삼청동,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될 것입니다. 



2. 이색 가게들이 많은 경리단 길 

요즘 뜨는 거리의 공통점은 이색 카페, 이국적인 카페와 가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경리단 길도 이색 카페, 음식점이 많습니다. 특정 국가의 음식만 파는 음식점도 많고 이색적인 카페도 많습니다. 


일명 멋집입니다. 10,20대들은 멋집을 좋아하고 30대 이상은 맛집을 좋아한다고 하잖아요. 자신의 멋진 배경이 되어줄 수 있는 멋집들은 20대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경리단길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면 20대들이 대다수입니다. 


뉴욕의 플랫아이언 같은 건물도 있고


연예인이 운영하는 음식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볼품 없는 거리 경리단 길

경리단 길의 끝은 남산 중턱에 있는 '그랜드 하이야트 호텔'입니다.  오르막길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경사가 가파르지는 않아서 숨이 찰 정도는 아닙니다. 이렇게 남산 타워를 볼 수 있는 뷰도 그런대로 좋습니다.


그러나  인도가 껌딱지처럼 차도 옆에 붙어 있어서 걷기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이렇게 조막만한 인도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면 차도로 내려서 걸어야 할 정도로 비좁습니다. 


길 자체로만 보면 정말 볼품없는 거리입니다. 이런 불편한 길을 누가 걷고 싶어 할까요?


그러나 이런 이색적인 카페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 경리단 길을 걸어 올라가면서 놀란 것은 엄청난 숫자의 커피숍들입니다. 아무리 치킨집보다 많은 가게가 '커피숍'이라고 하지만 여긴 좀 너무 심할 정도로 많습니다. 재미있게도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안 보이고 다 개인 커피숍 같네요. 

그런데 개인 커피숍 대부분이 원두를 직접 볶는 로스터리 카페들입니다. 이렇게 다닥다닥 커피숍이 있으면 경쟁이 치열하겠죠. 아니면 로스터리 커피숍 거리로 소문나서 커피 마시러 일부러 찾아갈 수도 있긴 하겠네요


3년 전에 지나 갈 때는 이렇게까지 커피숍이 많지 않았는데 엄청나게 늘어났네요


신기한 것은 편의점에서도 에스프레소 커피를 팝니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먹는 1,000원 짜리 원두 커피는 크레마가 없는 커피 메이커로 내린 커피입니다. 에스프레소의 9기압으로 추출한 커피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편의점은 에스프레소 커피를 파네요. 

전체적으로 볼품 없는 거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볼품없는 거리를 지나서 이색적인 카페나 음식점에 들어가면 그 볼품 없음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경리단 길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리단 길 하나만 보면 전 찾아가고 싶은 거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경리단 길은 혼자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리단 길 끝에 있는 소월길을 걷다보면 산 중턱까지 가득 들어찬 잔디 같은 건물들을 볼 수 있고 근처에 요즘 뜨고 있는 해방촌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소월길은 서울에서도 걷기 좋은 거리로 손 꼽히는 길이기도 합니다. 뷰도 좋고 한적한 것이 산책하기에도 좋습니다. 산은 수 많은 능선과 하산 코스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남산에서 시작하는 수 많은 길의 일부로 존재합니다. 따라서 소월길을 따라서 또는 조금만 더 걸어서 다양한 길을 걷는다면 찾아가볼만 합니다. 그러나 경리단 길을 이색 상점의 거리라고 찾아가기에는 볼품이 없네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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