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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서울역 앞 헌신발 조형물 슈즈 트리는 흉물이 아니다

by 썬도그 2017.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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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을 지나가는 고가도로가 만든지 오래 되어서 안전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뉴욕 공중보도처럼 고가도로를 허물지 않고 보행로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 고가도로를 가끔 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가 있었는데 고가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창밖을 내려다 보면 서울역 주변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짜릿했습니다. 조망이 아주 좋죠. 서울시는 이 고가도로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기 위한 7017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7017이란 1970년에 만들어서 2017년 재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숫자입니다. 어제 잠시 들려봤는데 좋은 점도 아쉬움 점도 강렬하네요.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가도로 위에서 밝은 5월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 고가도로 앞에는 이 새로운 인도교로 탈바꿈한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기념하기 위한 거대한 조형물이 생겼습니다. 


5월 20일부터 5월 28일까지 플로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조형물인 슈즈 트리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 슈즈 트리는 헌신발 3만컬레를 이용해서 만든 공공미술입니다. 황지해 작가가 만든 슈즈 트리입니다. 


그런데 이 슈즈 트리를 보고 흉물 논란이 있네요. 


냄새가 나고 더러운 헌신발이고 어울리지 않다고 흉물이라는 사람들

이 거대한 슈즈 트리를 보고 많은 시민들이 흉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예쁘지가 않습니다. 다양한 신발을 색깔별로 뭉쳐서 무지개나 어떤 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냥 3만 컬레의 다양한 신발을 대충 쌓아 올린 모습처럼 보입니다. 구두, 운동화, 슬리퍼 등등 다양한 신발이 그냥 뭉쳐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조형미가 거의 없습니다. 이점은 저도 공감을 합니다.


또 하나의 흉물 이유는 악취가 난다는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신발 특히 가죽 신발은 비에 젖으면 악취가 나죠. 고무 재질 또는 플라스틱 재질의 슬리퍼도 마찬가지로 햇볕에 노출되면 악취가 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설치 이유와 작품의 메시지를 잘 모르겠다는 소리가 많습니다. 


그러나 슈즈 트리는 흉물이 아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본 슈즈 트리는 흉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조형미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저도 적극 공감합니다. 그러나 예술이라는 것이 꼭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현대 미술은 일부러 추한 것을 추구하면서 차별화 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 슈즈 트리가 비난을 받은 이유는 현대 미술이 아닌 공공미술이라는 공공이 공감을 하고 즐길 수 있는 미술이라는 점입니다. 

공공미술은 정부나 지자체의 의뢰를 받고 만드는 공공 상업 미술입니다. 따라서 공공인 시민들의 호응이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예술적 가치 보다는 기능에 충실하거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런면에서 이 작품은 대중의 큰 호응을 받지 못하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모든 공공미술이 시민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입구에 세운 거대한 소라 같은 '스프링'이라는 이 작품은 처음에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인데 초기에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에펠탑 효과인지 지금은 비난하는 사람은 없고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에펠탑 효과가 나와서 말하자면 세계만국박람회를 기념해서 만든 에펠탑도 초기에는 거대한 쇳덩어리를 파리 한 가운데 세웠다고 많은 예술가와 파리 시민들이 비난을 했습니다. 특히 모파상은 꼴뵈기 싫다면서 에펠탑이 안 보이는 매일 같이 에펠탑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고 하죠. 이외에도 지금은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 받는 많은 공공 미술 작품들이 초기에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평가와 미래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슈즈 트리는 제가 보기에는 오래 놓아도 흉물스럽다는 의견이 많을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슈즈 트리는 1달 간만 설치하고 해체될 임시 설치 작품입니다. 따라서 비가 오고 마르면서 신발에서 악취가 나올 것이라는 비난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그런데 쭉 둘러 보다가 거대한 신발 터널 아래에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이 조형물 멀리서 보면 별 특색이 없지만  신발 터널 안에 들어가니 꽤 근사하더군요. 


다른 곳과 달리 이 터널에는 운동화와 등산화 같은 신발 끈이 있는 공간은 조형미도 좋스니다. 형형색색 신발들이 운동화 끈을 주렁주렁 늘어 놓은 것이 마치 여름철 인기 많은 수세미가 주렁주렁 달린 터널 같습니다. 


또한, 끝 부분은 신발을 화분 삼아서 식물을 담은 신발 화분도 꽤 보기 좋았습니다. 아마도 흉물스럽다고 한 분들은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어떤 예술을 접할 때 좋고 나쁨이 다르기에 제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도 그래서도 안됩니다. 분명 아름다운 작품은 아니긴 합니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 딱 보자마자 보행로로 탈바꿈한 서울 고가도로가 걷기 좋은 길로 변신한 것을 형상화 하기 위해서 신발을 주렁주렁 달아 놓은 것이라고 알았기에 의미에 대한 비난이 나오질 않네요.  또한 예술을 보고 어떤 의미인지는 각자 판단하는 것이기도 하죠. 

작품 해설에 대한 푯말이 없어서 무의미하다는 주장은 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예술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간단 명료하다

예술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간단명료합니다. 블링블링하고 예쁘고 사랑스럽거나 아니면 강렬해야 합니다. 또한 쉬워야 합니다. 대중은 예술을 즐겨 찾기 하지 않고 여유가 생길 때 예술을 찾아봅니다. 따라서 대중이 예술을 보는 눈 높이는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대미술과 같이 공부를 해야 이해를 할 수 있는 작품들은 대중들의 외면을 받습니다. 대신 인상파 화가 같은 딱 봐도 예쁘고 좋은 미술전이나 추상이 거의 없는 사진전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대중은 예쁘고 아름다운 예술을 좋아합니다. 그런 시선으로 이 작품을 보면 분명 돈 낭비로 비추어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시가 작품 선정을 할 때 좀 더 세심하게 했어야 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급조해서 작품 선정을 했다는 소리가 있던데 그게 맞다면 서울시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슈즈 트리가 그렇게 꼴뵈기 싫은 정도냐? 그것도 좀 애매합니다. 나름 의미가 있고 전 크게 보면 시커먼 신발 폐품 같지만 가까이가서 보면 꽤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비난을 하고 싶은 것은 단 1달 간 설치할 조형물에 1억원 이상의 돈을 투입한 것은 아쉽습니다. 상시 전시물에 1억원을 투자해서 설치하지 단 1달 보여주려고 1억원 이상의 돈을 투입하는 것은 아쉽네요. 게다가 어제 서울고가 7017을 올랐는데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너무 많네요. 공모전을 통해서 선정작을 골랐고 저도 그 공모전을 유심히 봤지만 올라가서 돌아보니 쉼터라기 보다는 거대한 나무 둥지 같다는 들었습니다. 

뭐 초기에는 뭐든 비난을 많이 받고 나무처럼 서서히 변화하면서 정착을 하겠죠. 

아무튼 오랜만에 공공예술에 대한 흉물 논란을 보게 되네요. 뭐든 급하게 하면 안됩니다. 충분히 심사숙고를 해야 하고 대중의 반응도 살피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과정이 없었네요. 그러나 우리 대중도 예술에 대한 판단을 너무 간단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꼼꼼히 살펴봤으면 합니다. 슈즈 트리는 흉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작품도 절대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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