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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원작의 50% 정도만 로딩한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셀'

by 썬도그 2017.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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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제작된 일본 애니 <공각기동대>는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옵니다. 이 영화가 나온 이후 기억을 소재로한 인간 정체성에 대한 영화들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매트릭스>입니다. <매트릭스>는 <공각기동대>가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그만큼 공각기동대는 영화팬을 넘어서 많은 영화관계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준 애니입니다.


공각기동대가 명작인 이유

공각기동대에 대한 명성을 많이 들었지만 직접 본 것은 2008년 경으로 기억됩니다. 워낙 입소문이 많이 난 영화라서 큰 기대를 보고 봤는데 입소문 그대로 이 애니는 엄청난 이야기와 비쥬얼을 보여줍니다. 먼저 스토리 및 세계관이 옹골찹니다. 공각기동대는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가 사라진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돈과 마음만 먹으면 몸을 기계화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뇌도 전자장치로 만드는 전뇌화가 가능한 시대입니다. 

즉 인간의 뇌마저 디지털화 할 수 있어서 인간의 기억을 데이터화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 독특한 세계관은 1995년에는 센세이션한 세계관이었지만 지금은 이 공각기동대에서 소개한 기술들이 실현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면서 공각기동대의 예지에 더 각광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공각기동대의 가장 큰 핵심은 광활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람의 뇌를 해킹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 가장 큰 핵심입니다. 사람의 머리를 해킹하고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에 다양한 특수 지능 범죄들을 국가 비밀 조직인 공안 9과가 막아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체성을 기억이라고 정의하는 모습은 이제는 흔한 설정이지만 공각기동대는 모든 기억을 데이터화 할 수 있고 해킹할 수 있는 시대의 어두운 모습을 제대로 담았습니다. 여기에 투명인간이 되는 광학미체 기술 등의 흥미로운 기술들도 선보여서 SF 애니 매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 <공각기동대>는 호오가 강합니다. 워낙 내용이 심오하고 어려워서 1번 보고 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애니 자체가 스토리가 핵심 재미라서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즐길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스토리를 단순화 시켜 진입장벽을 낮춘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셀'

1995년 제작된 애니 <공각기동대>가 2017년 헐리우드 영화로 실사화 된 영화가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입니다. 매니아들이 열광하는 원작 애니 공각기동대를 대중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로 만드려면 필수적으로 스토리의 재해석이나 재조립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생각보다 스토리가 단순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테러로 인해 신체가 거의 다 훼손되고 뇌만 살아 남은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분>가 기계의 몸인 의체에 합체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애니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장면인데 생각보다 원작의 모습을 잘 담았습니다. 메이저는 한키 로보틱스에서 의체를 받으면서 이런 말을 듣습니다. "니가 최초야" 인류가 나아갈 전뇌(전자 두뇌)와 의체의 시대의 출발점이 메이저입니다. 이후 전뇌화와 의체가 전 세계에 전파되면서 인류는 원하는 능력을 기계의 몸을 통해서 쉽게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느슨해진 시대입니다.

한키 로보틱스는 이런 전뇌화 시대에 거대한 권력과 힘과 부를 가진 다국적 기업이 됩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한키 로보틱스의 연구원들이 차례차례 살해가 됩니다. 그 범행 현장에는 자신을 쿠제라고 부르는 사람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 메시지는 "한키 로보틱스와 협력하면 죽음이 기다릴 것이다"라는 섬뜩한 메시지입니다. 메이저는 색션 9팀과 함께 이 미스테리한 사건을 추적 조사합니다. 그 과정에서 쿠제와 메이저의 조우가 일어나고 쿠제를 만난 메이저는 자신의 실제 과거를 찾기 위해서 자신만의 미션을 실행합니다.

애니 <공각기동대>가 기억이 쉽게 조작되는 사이버 시대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정체성을 근엄하고 진중한 어조로 담고 있다면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셀>은 메이저의 정체성 찾기가 중심인 영화입니다. 


이러다 보니 색션 9팀은 메이저를 꾸미는 액세서리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합니다. 바토와 팀장인 아라마키만 대사가 많을 뿐 대부분의 팀원들은 풍경으로만 담습니다. 이 공각기동대의 재미 중 하나는 팀플레이가 주는 짜릿함입니다. 그런데 이걸 거의 다 지워버리고 오로지 주인공인 메이저에만 집중합니다. 이 점은 이 영화의 큰 아쉬움입니다. 대신, 이야기가 간결해져서 이야기에 대한 집중도는 좋습니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바로 <로보캅>입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큰 사고로 인해 수술을 하는 장면이나 뇌(머리)만 빼고 모두 사이보그화 하는 모습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등등이 <로보캅>과 흡사합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기시감이 가득해서 영화 스토리에 대한 흥미가 쭉쭉 떨어지네요. 그나마 원작의 스토리와 명장면을 넣어서 이 영화 로보캅이 아니라 공각기동대야!라고 환기 장치를 넣었지만 그럼에도 로보캅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문턱을 낮추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로보캅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네요. 이외에도 <블레이드 러너>도 생각나게 하네요


원작에 없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바로 한키 로보틱스의 연구원인 닥터 오우레(줄리엣 비노쉬 분)입니다. 이 캐릭터는 메이저를 만든 박사로 메이저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메이저의 의체를 만들어주고 메이저를 관리하고 수리하는 박사입니다. 이 오우레 박사는 창조자 같은 역할을 합니다. 줄리엣 비노쉬의 팬인데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에게는 요한슨보다 비노쉬 누님이 더 반갑고 좋더군요.


원작에 대한 오마쥬가 가득하다

스토리는 단순화 했지만 원작을 싹다 갈아 엎은 것은 아닙니다. 원작 애니의 명장면은 그대로 실사화 했습니다. 특히 홍콩 뒷골목을 연상케 하는 곳에서 광학미체를 쓴 메이저의 격투 장면은 애니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습니다. 광학미체 전투 장면은 액션의 작은 규모를 상쇄하는 놀라운 장면입니다. 
이외에도 영화는 원작의 명장면을 실사로 잘 담았습니다. 그럼에도 어색한 부분도 많습니다. 


먼저 이 색션 9팀이 다국적팀입니다. 원작이 일본 애니이니 모든 팀원이 일본인이지만 이상하게 영화는 아라마키(기타노 다케시 분)와 토쿠사만 동양 배우고 나머지는 다 서양 배우입니다. 흑인과 백인이 혼합된 팀도 그렇고 수상에게 보고한다면서 일본어로 지시하는 아라마키 팀장 등등 전체적으로 무국적 색채를 강제 주입합니다. 아무래도 글로벌 배급을 위해서 서양 배우들을 강제 주입했는데 이게 좀 어색합니다. 그렇다고 크게 티가 나고 몰입도를 방해는 것은 아니지만 집중도는 떨어지게 하네요.


액션보다는 비쥬얼로 승부한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셀>

전체적으로 호평을 줄 수 없습니다. 스토리도 액션도 원작의 반 정도도 못합니다. 그러나 원작보다 뛰어난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비쥬얼입니다. 근 미래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활약하는 색션 9팀이 종횡무진하는 도시는 온통 다양한 홀로그램과 디스플레이와 흥미로운 모습으로 담겼습니다. 도로 바닥에는 방향을 3D로 표현하는 모습 등등 흥미로운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래 기술을 좀 더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음에도 홀로그램에만 집착합니다. 또한, 이런 화려함이 탄탄한 기술적 흥미를 유도하는 것도 아닌 그냥 풍경으로만 담기는 것은 아쉽네요. 이런면에서 <백 투 더 퓨처2>가 정말 잘 만든 영화입니다. 액션은 많지 않지만 흥미로운 요소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짜릿함까지 이어지지는 않네요. 


Shell(껍데기)와 고스트(영혼)은 분리될 수 있을까?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몸? 외모? 영혼?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셀>은 몸과 영혼을 분리해보자고 제안을 합니다. 
메이저는 육체가 사라집니다. 살아 있는 것은 영혼을 담는 그릇 뇌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뇌에 로봇의 몸을 이식합니다. 그럼 메이저는 로봇인가요? 아니면 사람일까요? 메이저의 영혼은 정교한 인공지능과 뭐가 다를까요?

메이저는 이런 고민을 수없이 합니다. 자신이 이간인지 정교한 프로그램의 결과물인지 의심과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속삭입니다. 프로그램도 예측 불가능한 너만의 고유 주파수가 있는 넌 살아 있다고 속삭입니다. 

그럼 이런 질문도 나옵니다. 우리의 영혼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살면서 쌓아 올린 기억이라는 데이터? 
"기억이 우릴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기억이 해킹이나 조작으로 쉽게 조작이 되는 시대에 산다면 기억이 우리 영혼을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런 시대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기억이 조작되는 시대라면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시대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게 환상이면서 아는 환상과 환상인지 모르고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사는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시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나 그 질문의 깊이는 <매트릭스>에 비하면 표피적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이자 답은 이겁니다. "환상과 현실 모두 노이즈일 뿐이다"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셀>은 예상대로 원작을 뛰어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주 성실하게 만든 영화입니다. 하지만 재미는 크지 않습니다. 원작을 본 분이라면 그냥 흥미로 볼 수 있겠지만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로보캅과 원작을 안 본 분들에게는 약간의 재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평범함을 넘어서지는 못하네요. 스칼렛 요한슨의 눈빛과 연기는 탁월합니다. 문제는 요한슨만 보이는 점이 이 영화의 아쉬운 점입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맛집 음식을 프랜차이즈가 대중적 입맛으로 만든 영화 같네요. 원작의 50%정도만 로딩한 듯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맛집 음식을 프랜차이즈의 평범한 맛으로 변환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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