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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종묘 돌담과 거대한 단풍나무가 가득한 운치 있는 서순라길

by 썬도그 2016.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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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만 되면 가는 길이 있습니다. 단풍이 아름다운 서순라길입니다. 종로는 동이름도 많고 길도 예쁜 이름의 길이 많습니다. 무슨 무슨로 8길 같은 도로명 주소는 누구 발상인지 참 거북스럽습니다. 사람은 동네 위주로 주거 지역을 파악하는데 네비 다 깔린 마당에 자동차 좋으라고 도로명 주소입니까? 오히려 배달하는 분들은 도로명 주소 더 싫어 한다고 하네요. 

이 도로명 주소는 동네 이름을 싹 지워버립니다. 특히, 종로는 동 이름이 엄청 많습니다. 사실, 서울이 지금처럼 된 것은 1970년 박정희 정권 때이지 그 이전엔느 종로, 중구, 용산만 서울이었습니다. 그러다 일제 시대에 영등포 공업지대로 확장을 하고 영등포의 동쪽인 영동이 바로 강남이 된 것이죠. 따라서, 서울은 역사가 깊다고 하지만 그 깊이는 종로구, 중구만이지 제가 사는 지역을 포함 대부분의 서울 지역은 역사가 깊지 않습니다. 농촌 지대에 사람도 많이 살지 않고 역사의 변두리(역사란 주류만 기억하니)는 전해오는 이야기도 많지 많습니다.


그래서 전 종로가 좋습니다. 특히, 종로는 아직도 골목길이 많습니다. 그 골목길 중에서 좋아하는 곳이 서순라길입니다. 이 서순라길은 종묘를 정면으로 보고 왼쪽(서쪽)에 있는 골목길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에 순찰꾼이 도둑과 방화를 방지 하기 위해서 밤부터 새벽까지 종묘 돌담을 끼고 순찰을 하던 곳입니다.

그러나 이 길은 해방 후에 도둑들이 들끓자 1995년 이전까지 정부가 막아 버렸습니다.  길이 사라지지 고궁 안으로 넘어가는 사람이나 도둑들도 줄었고 그렇게 길이 사라졌습니다. 1995년 정부는 다시 길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6년입니다. 길이 열린지 바로 다음해였습니다. 뭐 알고 간 것은 아니고 대학 동아리 사진 전시회 출품할 사진을 찍기 위해 혼자 출사를 갔습니다. 종로 여기 저기를 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이 서순라길을 들어갔고 그때 이 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뭐 당시는 이 길이 서순라길인지도 모르고 이후 2010년 까지는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DSLR을 처음 산 2009년 전후로 가을만 되면 고궁의 단풍을 촬영하기 위해서 자주 들리다가 우연찮게 알게 된 길입니다. 지금은 거의 매년 찾아가고 있네요. 이 서순라길은 걷기 좋은 길은 아닙니다. 1차선 일방통행로인데 이게 차가 주인인 도로라서 수시로 차가 지나다니면 사람이 비껴줘야 합니다. 따라서 걷디 좋지는 않습니다.  다행이라면 차가 가끔 자주 옵니다. ㅠ.ㅠ

서순라길은 약 800미터로 끝은 창덕궁 정문입니다.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길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먼저 종묘 돌담이 주는 운치가 꽤 포근합니다. 그냥 돌담이지만 궁궐 안의 거대한 나무와 서순라길 가로수가 만나서 작은 숲길을 만들어줍니다.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서 청량감을 주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사람 마음을 설레이게 합니다. 

보행자 전용 도로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지만 보석 가공 상가들이 많아서 쉽지 않을 것입니다. 2~3년 전에 이 서순라길이 매스컴에 나오면서 사람들이 많아지고 커피숍이나 개인 공방 등등이 새롭게 생기고 있고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 모습보면서 여기도 젠트라피케이션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러나 워낙 길이 좁다 보니 그렇게까지 많이 찾지는 않네요. 조금만 넓었으면 카페길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돌담과 가로수의 조합이 정말 아름다운 길입니다. 안타깝게도 올해 단풍은 예년과 달리 아름답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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