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떤 영화는 출연 배우들만 보고 큰 기대를 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는 감독 놀음이라서 감독이 가장 중요하지만 다수의 명배우들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기대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언론사 용어로 치자면 '크로스체크'같은 것이죠.
1명의 명배우가 작품을 잘못 선택할 확률보다 4명의 명배우가 작품을 잘못 선택할 일을 확률적으로 적습니다. 이 영화 <아수라>는 감독의 브랜드 파워보다는 배우들 때문에 봤습니다. 여기에 +알파로 지난 주에 <무한도전>에서 함박 웃음을 선물해줬다는 고마움에 이 영화를 개봉 첫 날 감상했습니다. 마침 '문화의 날'이라서 5,000원에 볼 수 있었습니다
악인들의 대잔치. 영화 <아수라>
인구 25만의 도시 안남시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은 공공 앞에서는 선량하고 힘 좋은 시장입니다. 박성배는 안남시의 거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개발에 적극 개입해서 큰 돈을 버는 악마 같은 시장입니다. '뉴타운' 같은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을 자신의 이익으로 전환하는 시장입니다.
이 악덕 시장은 자신의 수족으로 경찰 '한도경(정우성 분)을 종처럼 부립니다. 한도경의 아내는 불치병에 걸려서 죽음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도경의 아내는 박성배의 이복동생이라서 두 사람은 아주 끈끈한 관계에 있습니다. 한도경은 박성배의 이권 사업에 수족이 되어서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는 청부업자 같은 일을 합니다.
이런 박성배를 무너뜨리려고 부장 검사가 갖은 노력을 하지만 워낙 권력의 파워가 쎄고 물불 가리지 않는 박성배의 파워 게임에 밀립니다. 이에 부장 검사는 김차인(곽도원 분) 검사에게 박성배 시장을 감옥에 보낼 방법을 강구하라고 하죠. 이에 김차인 검사는 박성배의 충견인 '한도경'을 윽박지릅니다.
'한도경'은 김찬인 검사로부터 박성배가 저지른 비리와 살인 교사 등등 범죄에 대한 자백을 담은 녹취록을 가져오면 '한도경'이 박성배 밑에서 저지른 증인 납치 회유 같은 비리를 눈감아 주겠다고 딜을 합니다. '한도경'은 박성배의 충견이 될지 자신의 감옥에 보낼 수 있는 검찰 권력의 아이콘 '김차인' 검사를 새로운 주인으로 삼을지 딜레마에 빠집니다. 이 진퇴양난의 진흙구덩이를 담은 영화가 바로 <아수라>입니다.
영화 <아수라>는 4명의 주인공 중에 선한 사람이 없습니다. 4명 모두 악인이죠. 가장 거악은 박성배 시장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 충견 역할을 하는 해결사인 한도경과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돈 맛을 느끼고 변하는 문선모(주지훈 분) 도 악인으로 변합니다. 김차인 검사가 좀 애매합니다. 이 캐릭터는 악인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죠. 물론, 김차인 검사가 한도경 경찰을 다루는 태도는 악이지만 수단이 악일 뿐 결과까지 악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합니다.
큰 그림으로 보면 시장의 거대 권력과 그 권력에 맞서는 검찰 권력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기 배틀을 보는 듯한 4명의 주인공의 강력한 연기
먼저 좋은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영화 <아수라>는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이 공동 주인공입니다. 다만, 영화의 시선은 정우성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글거리면서도 맥락도 없는 정우성의 나레이션이 중간중간 나옵니다. 이 4명의 배우는 이 영화에서 강력한 연기를 뿜어냅니다.
정말 보면서 '코리아 갓 탤런트'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4명 모두 연기들이 어마무시합니다. 황정민과 곽도원이야 워낙 연기를 잘하니 그렇다고 쳐도 정우성의 연기도 엄청나네요. 정우성도 참 연기 잘하죠. 주지훈의 연기는 무척 놀랍습니다. 제가 분명히 2006년에 방영한 인기 드라마 <궁>에서 주지훈의 다듬어지지 않는 어색한 연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10년 사이에 연기가 엄청나게 진화했네요. 주지훈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3명의 형님 배우들에 밀리지 않는 연기를 합니다. 4명의 불꽃 튀는 연기를 보면서 연신 감탄하게 되네요. 정말 4명의 연기의 신들이 연기의 링에서 육박전을 하는 느낌입니다. 정우성의 맞는 연기도 일품입니다. 정우성도 이 영화가 필모그래피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연기를 무척 뛰어나게 잘 합니다.
그러나...
일은 벌여 놓고 이상하게 마무리하는 이상한 스토리
영화 초반 기세는 아주 좋았습니다. 안남시 재개발을 통한 이권 다툼을 그럴싸하게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4명의 주인공들의 출신 배경을 전혀 담지 않습니다. 조폭 출신이라든지 왜 경찰 한도경이 박성배 시장에게 절절매는 지에 대해서 설명이 부족하고 설득력도 부족합니다.
아무리 시장 이복동생이 자신의 아내라고 해도 그게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맥락없이 악인이라고 설정하니 쉽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박성배 시장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과합니다. 세상 어떤 시장이 직접 살인 교사를 시키고 직접 폭력을 행사합니까? 다 밑에 직원 시키죠. 여기에 뜬금없이 시장의 엉덩이 노출은 눈쌀이 찌푸려지네요. 박성배 시장 캐릭터만 그런게 아닙니다. 김차인 검사 말고 한도경, 문선모 캐릭터도 어색합니다.
문선모는 쑥맥에서 돈 냄새를 맡고 한도경을 넘어서는 박성배의 충견이 되지만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충실하게 일하는 지에 대한 설득력이 약합니다. 한도경도 마찬가지죠. 어떻게 이쪽 바닥에 접어들었는지도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만, 중간에 박성배 시장과 김차인 검사 중간에 껴서 오도가도 못하는 지옥에서 허덕이는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게 하네요.
그 부분을 좀 더 키웠어야 합니다. 이쪽도 저쪽도 손 잡을 수도 뿌리칠 수도 없는 자신의 신세한탄에 순간 감정이입이 되네요. 그리고 이 구렁텅이를 탈출할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까지는 영화가 그나마 볼만합니다. 그러나 결말은 정말 짜증이네요. 영화 결말 부분은 그나마 연기력으로 만든 성을 다 무너트리네요. 영화 후반의 개싸움을 보면서 짜증만 엄습합니다.
좋은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김성수 감독
영화 <아수라> 재미없습니다. 이 좋은 배우들을 가지고 이렇게 재미 없게 만들어도 되나? 할 정도로 감정이입이 되는 캐릭터도 설득력 있는 스토리도 아닙니다. 이게 다 김성수 감독의 연출력 때문입니다. 감독의 역량이 딱 거기까지인가 봅니다. 다만, 액션 장면 중에 한국 영화에 길이 남을 멋진 카체이싱 장면은 눈여겨 볼만 합니다. 비가 오는 도로에서 두 대의 차량이 엉겨 붙어서 혈투를 벌이는 장면을 차 밖과 차 안을 카메라가 이동하며서 담은 장면은 길이 남을 명장면입니다. 그 장면 보면서 한국 영화 표현력도 이 정도까지 왔구나 할 정도로 대단한 카 체이싱입니다.
스토리는 그나마 초중반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결말에서 모든 것을 말아 먹습니다. 마치 결말을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비장미도 연민의 정도 느끼지 못합니다. 영화 자체가 누구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이 참 아쉽네요. 여러모로 김성수 감독의 연출력과 스토리에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에너지가 엄청난 영화입니다. 이 정도까지 하겠지라고 예상하면 그걸 넘어서네요. 캐릭터의 개연성 없고 설득력이 약하고 엉성한 캐릭터 표현이 모든 것을 망친 듯합니다. <아수라>를 보면서 영화 <내부자들>이 얼마나 잘 만든 영화인지 새삼 깨닫게 되네요. 비추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연기만 보이고 스토리와 연출이 보이지 않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