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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너 덕분에라는 따스함을 담은 애니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by 썬도그 2016.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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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우리는 너무나 쉽게 합니다. 아마도 남 탓하는 것이 버릇인 사람들은 이 말이 얼마나 공격적인 말인지 잘 모릅니다. 이 말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냥 넘겨버릴 수 있지만 소심한 사람은 아주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꼬마아이 '준'은 동네 꼭대기에 있는 성에서 나오는 아빠를 보고 반가워하지만 옆에 있는 여자가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였다는 것을 엄마에게 말 합니다. 준이 말하는 성이란 성 모양의 러브호텔이었지만 어린 준은 그게 러브호텔이 아닌 동화책에 나오는 성으로 생각합니다. 

이 고자질 하나로 엄마와 아빠는 이혼하게 됩니다. 아빠는 집을 떠나면서 어린 딸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인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합니다. 준은 이 말에 충격을 받습니다. 가상의 달걀이 튀어나와서 너의 입 때문에 가족이 불행해졌다면서 입을 봉인해 버립니다.


말을 잃어버린 준의 성장을 담은 영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부모의 이혼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준은 부모의 이혼 이후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실어증은 아니고 말을 할 수 있지만 말을 하면 배가 아파서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준이 다니는 학교에서 지역 교류회를 진행하게 됩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하는 것인데 여기에 준이 뽑힙니다. 

처음에는 준이 억지로 말을 하면서 하기 싫다고 합니다. 그렇게 흐지부지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선생님에게 찾아가서 교류회 실행위원을 그만 두겠다고 말하려던 준은 같은반 친구인 타쿠미의 아코디언 소리에 반해버립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친해지게 되고 타쿠미에게 자신이 왜 말을 하지 못하는지 문자로 다 말 합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와 달걀이 나와서 자신의 입을 봉인했다는 이야기까지 다 말 합니다.


준은 타쿠미가 연주하던 곡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니 신기하게도 배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지역 교류회에서 할 공연을 뮤지컬로 한다면 자신도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준은 뮤지컬에 참여하게 됩니다. 참여함을 넘어서 적극 참여합니다. 준은 자신이 쓴 뮤지컬 시나리오를 타쿠미에게 보여주고 타쿠미는 그 스토리에 유명한 곡을 입혀서 뮤지컬 노래로 만듭니다.

타쿠미가 준을 적극적으로 돕는 이유는 준이 이 뮤지컬을 통해서 목소리를  되찾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준은 말을 하지 못할 뿐 문자로 엄청난 수다를 떱니다. 마음 속에는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입을 봉인한 상태라서 그걸 풀지 못합니다. 이런 준을 측은하게 여긴 타쿠미와 같은 반 친구들은 이 뮤지컬을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합니다.


매끄럽지 못한 스토리, 그러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좋은 애니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일본 애니의 강점은 다양한 소재를 애니로 잘 만다는 것입니다. 이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도 그냥 실사 드라마로 만들어도 됩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제작비가 덜 들 수 있습니다. 환상의 장면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서 그냥 실사로 만들어도 충분합니다만 이걸 애니로 만들었네요. 

애니로 만들어서 좋은 점이 뭐가 있을까? 해 봤지만 딱히 있지는 않네요. 그럼에도 애니라서 좋은 점은 전체적인 영화 톤이 파스텔톤의 순수한 느낌이 강합니다. 일본 애니 중에 학원물이 많은 이유가 순수함과 함께 주 소비층인 10,20대들을 위한 것 같기도 하네요. 전체적인 스토리는 약간 어설픈 구석이 있습니다. 말을 하면 배가 아프지만 노래를 부르면 배가 아프지 않다는 설정은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너무 껴 맞추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지브리 애니와 달리 은유도 많지 않습니다. 상처 입은 영혼인 준과 준을 도와주는 타쿠미도 내상이 있던 인물이라는 설정과 어색한 러브라인은 이야기의 힘을 떨어트립니다. 그러나 이 애니가 좋은 이유는 주제를 풀어내는 힘이 좋습니다. 부모의 이혼이 너 때문이라는 아빠의 말 한 마디에 자기 안에 갇혀 살던 준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아름답습니다.


너 때문에가 아닌 너 덕분에의 힘을 말하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애니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 지를 주인공 준을 통해서 잘 보여줍니다. 무심결에 한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옭아매는 오랏줄이 되기도 합니다. 그 말의 무서움과 소중함이 이 애니의 주제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누구 때문에라는 말을 합니다. 아마도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겁쟁이들의 언어가 아닐까 하네요. 너 때문에라는 감옥에 살던 준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 감옥에서 서서히 나오게 됩니다. 이 과정이 소소하지만 강하게 공명이 됩니다. 마치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영화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엔딩 장면은 꽤 힘이 좋고 아름답네요. 


텍스트로만 관계를 맺는 현 세태를 반영한 애니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이 애니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말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제가 느끼는 또 하나의 주제는 관계입니다. 주인공인 준은 타쿠미와 문자로 대화를 합니다. 이런 행태는 이미 흔하죠. 바로 랜선 친구들이 바로 문자로만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입니다. 이 랜선 친구들이 3D 친구들보다 관계 맺기도 쉽지만 끊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랜선 친구들을 3D 친구보다 낮게 보죠. 그런데 그런 쉽게 연결되고 쉽게 끊기기 때문에 더 다양한 이야기와 속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닐까요? 다만, 관계는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적당히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한쪽으로만 연결이 되면 관계라는 성이 단단하지 못합니다. 요즘 젊은 분들이 편하게 연결되고 편한 랜선 친구만 만들고 오프라인 친구들은 돈 들고 시간 뺏기고 감정 소비해야 하는 것을 회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랜선 친구가 더 편하고 효용성이 좋기에 그렇게 흘러가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깊은 상처는 텍스트가 아닌 내 옆에 있는 친구의 말이 치료해 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애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말로 인한 상처를 받은 준을 랜선 친구가 아닌 같은 반 친구가 합심해서 치료해주는 모습. 그게 바로 이 영화가 주는 온기가 아닐까 하네요.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명작은 아니지만 깊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보면 괜찮은 애니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너 때문에가 아닌 너 덕분에의 온기를 알게 해주는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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