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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잠 못들게 한 소설 7년의 밤

by 썬도그 2016.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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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영화계에서 서로 영화로 만들겠다고 줄을 섰다는 소개 말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이미 판권이 비싼 가격에 팔렸고 장동건, 류승룡, 송새벽, 고경표가 출연 확정이 되었다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최근 기사를 보니 이미 촬영은 다 끝났고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인데 내년에 개봉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영화계에서 서로 영화화 하겠다고 한 소설은 '7년의 밤'이라는 소설입니다. 
정유정 작가는 인기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최근에 출간한 '종의 기원'도 큰 인기를 끌고 있죠. 그런데 작가 이력이 독특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07년 세계문학상으로 등단을 하고 28,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까지 연속 히트를 시킵니다.

이중에서 영화로 제작 중인 '7년의 밤'을 읽어 봤습니다.

 

세령댐에서 펼쳐지는 3명의 남자 사이에 펼쳐지는 암투극

프롤로그 부터 아주 장렬합니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이 한 문장은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사형을 선도한 교도관인지 아니면 아버지를 죽게 한 원인 제공자인지 헛깔리더군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 프롤로그는 거대한 사건이 터진 이후를 담담하게 소개합니다.

아버지가 옆집 소녀와어머니를 죽이고 세령댐 수문을 열어서 댐 밑 마을이 물에 잠겨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킨 살인마입니다. 화자인 아들은 잡혀가는 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거대한 사건이 일어났지? 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책을 읽는 내내 만수위를 넘치게 했습니다.

화자인 최서원은 10대 소년으로 아버지가 여러 사람을 죽인 업보를 쓰고 살아갑니다. 친척 집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친척들의 눈치를 이기지 못하고 여러 친척집을 떠돌아 다니다가 아저씨라고 하는 승환에게 전화를 겁니다. 아저씨는 아버지의 부하 직원으로 세령댐 보안팀원이었습니다. 아버지인 최현수는 세령댐의 보안팀장이었습니다.

소설은 그렇게 아저씨와의 재회, 아저씨와 함께 지방을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학교에 입학을 하지만 누군가가 지켜보는지 가는 학교마다 세령댐 방출 사건을 일으킨 최현수의 아들이라는 잡지가 학교에 뿌려지고 그럴때마다 최서원은 학교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아버지의 사형 집행 전보가 도착한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버지의 사형 집행일이 결정되자 갑자기 승환이라는 아저씨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승환이 보낸 택배가 도착합니다. 승환은 소설가 지망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방의 세령댐에서 보안팀원 일을 하고 있었죠.

승환은 7년 전 일어난 일들을 소설로 쓰고 있었습니다. 서원은 사라진 승환 아저씨가 쓴 그날의 일에 대한 일들을 승환이 쓴 소설을 통해서 하나씩 알아갑니다. 승환이 쓴 소설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 부터 왜 일어나게 되었는 지와 서원도 몰랐던 아버지 이야기와 어머니가 자라온 이야기와 세령 마을의 지주 같은 치과의사 오영제 그리고 승환까지 등장하면서 왜 그런 참혹스러운 일이 일어났는 지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소설 속의 소설이라고 하는 액자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7년의 밤의 유일한 아쉬운 점은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가 세령댐 주변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게 사건의 밀도를 높혀주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뭔지 모를 답답함이 가득합니다. 마치, 잠수함을 다룬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세령댐에서 3명의 남자들이 서로를 속이고 또는 권력 관계를 알면서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소설가는 이런 폐쇄적인 공간을 통해서 3명의 인물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했나 봅니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면
야구 포수 출신의 최현수는 1군 진입을 앞두고 어깨를 다칩니다. 덩치가 산만한 최현수는 은퇴 후에 세령댐 보안팀장으로 근무를 하게 됩니다. 세령댐은 지방에 있는 댐으로 온 가족이 이사를 해야 합니다. 은주는 현수에게 세령댐 사택 규모를 알아야 이사하기 편하다면서 미리 집을 보고 오라고 지시합니다. 현수는 지방에서 옛 친구를 만나서 술을 한 잔 하고 마티즈를 타고 세령댐 사택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세령댐 사택에 거의 다 왔을 때 한 소녀와 충돌합니다.

어린 소녀를 차로 친 현수는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음주 운전에 무면허 그리고 인사 사고까지 아이는 목숨이 붙어 있었지만 두려운 나머지 현수는 세령이라는 여자 아이를 죽이고 세령호에 던져 버립니다. 현수는 그렇게 살인자가 됩니다. 소설은 현수의 범행 사실을 캐는 형사와 오영제가 자신의 딸인 세령을 죽인 것으로 의심대는 현수를 의심하는 눈초리, 우연히 살인의 현장에서 호수 속에 잠수를 하고 있었던 승환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같은 마을에 사는 3명 사이에 서로를 의심하는 관계가 아주 밀도 높고 진하게 그려집니다.
이 소설은 앞에 있는 지도를 보고 읽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 이 지도를 놓치고 머리 속으로만 세령댐 마을을 상상했네요.
꼭 지도를 익히고 읽어야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소설을 읽으면서 최서원은 아버지가 어떻게 괴물이 되어갔는지 죽은 세령의 아버지 오영제의 사악함과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등이 알게 됩니다. 소설은 그 소설이 끝난 이후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담깁니다. 너무나도 흥미로워서 밤을 세울뻔 했네요.

7년 전 밤에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 푸는 서사력은 대단한 작가입니다. 다만, 소설 내용이 너무나도 음습합니다. 특히, 죽은 세령에 대한 원한이나 반성이 전혀 담기지 않고 소비용으로만 사용하는 모습은 다 읽고 나도 개운하지가 않네요. 이는 주인공이다 동급생인 화자인 오서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어디에도 세령에 대한 생각이 없네요.

이 소설은 딱 한 가지만 담겨 있는데 그건 바로 최서원을 향한 최현수라는 아버지의 종교와 같은 사랑입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득 펼쳐지지만 그 사랑이 아름답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흉측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게 됩니다. 그런면에서 정유정 소설가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이 어떤 파국을 만드는 지를 잘 조명했습니다. 또한, 세상 일이라는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한 갈망으로 살아가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도 꽤 생각해 볼만 합니다.

영화 7년의 밤은 광해를 만든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현수에 류승룡, 잔혹한 악마 오영제에 장동건, 아저씨 승환에는 송새벽, 아들 최서원은 고경표가 연기를 합니다.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오랜만에 흥미롭게 읽은 소설입니다. 그러나 자꾸 세령이 눈에 밟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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