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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싱 스트리트. 중년에게는 추억을 청년에게는 희망을 주는 음악 영화

by 썬도그 2016.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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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작품보다 좀 느슨하네. 중간에 시계를 잠시 봤습니다. 그러고 10분 후. 아! 역시 '존 카니'감독 감동은 아니지만 벅차오르는 정체모를 감정의 폭풍 속에서 마음 속에서는 어깨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아름답다. 멋지다. 천국이 여기구나라는 추임새가 흘러 나왔습니다. 

"존 카니 감독은 항상 옳다"





80년대 팝 세대를 위한 추억의 레코드판?

영화 <원스>와 <비긴 어게인>으로 음악 영화하면 떠오르는 감독이 '존 카니'감독입니다.  이상하게도 전 이 '존 카니 '감독의 영화를 개봉한 후 한 참이 지나서 보게 되네요. <원스>도 개봉한 지 1달이 지나서 봤고 <비긴 어게인>도 3주가 지나서 봤습니다. 두 영화 모두 입소문으로 봤습니다. 

제가 늦게 본 이유는 음악 영화는 재미없다는 편견 때문일 것입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 대부분의 드라마에 치중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흥미가 없었습니다. 영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오리지널 스코어가 아닌 기존의 히트곡을 되새김질 하는 얄팍함이 싫어서 음악 소재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익숙한 노래가 나오니 귀는 즐겁죠. 그러나 그 즐거움은 바로 휘발됩니다.

그러나 '존 카니'감독은 다릅니다. 이전 2편과 이번에 개봉한 <싱 스트리트> 모두 오리지널 스코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몇몇 곡은 기존 곡이긴 하지만...) 좀 위험부담이 있죠. 생소한 곡이 관객들에게 바로 깊은 인상을 주려면 노래들이 좋아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노래들이 다 좋습니다. <싱 스트리트>도 개봉 당일 보려고 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서 이제서야 봤습니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역시 '존 카니'라고 속으로 작게 외쳤네요. 

영화의 배경은 8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입니다. 
이 시대적 배경을 80년대로 간 이유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음악적 자양분이 가장 강했던 시대가 80년대였기 때문에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 같네요. 또한, 그룹 음악의 전성기가 80년대이기도 했습니다. 아니 음악의 최전성기가 80년대였죠.


80년대가 대중음악의 최전성기였던 이유는 이 80년대는 인터넷도 없었고 TV채널도 많지 않았습니다. 젊은 청춘들의 소일거리는 한정 되어 있었습니다. 국민 취미가 독서와 음악감상, 영화감상이었습니다. 즐길 것에 대한 선택지가 많지 않았기에 많은 청춘들은 음악을 즐겨 들었습니다.  특히 워크맨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즐길 수 있어서 더 폭발적인 성장을 합니다. 여기에 뮤직비디오라는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변해가는 시점이 80년대였습니다.

영화는 대중음악의 격변기 또는 최고전성기였던 뮤직비디오가 태동하던 8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룹 아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85년을 배경으로 한 듯하네요.

1985년이면 무려 30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20대들에게는 확 와닿는 시대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은 80년대가 아닌 10대 20대라는 고속성장기가 더 중요한 배경입니다. 



여자 꼬시려고 밴드를 만든 코너

"넌 학교 안가?"
"난 그런거 안 키워 난 모델이야"
"나 밴드하는데 뮤직비디오 모델이 되어줄 수 있어?"

고등학생인 코너(페리다 윌시-필로 분)의 노래 한 소절을 들어본 코너보다 1살 더 많은 라피나(루시 보인턴 분)은 코너의 노트에 연락처를 알려줍니다. 기다리던 친구에게 야! 이제 밴드 만들러가자라고 합니다. 

그렇게 밴드를 하게 됩니다. 뭐 세계 음악계를 석권하겠어. 대중음악계를 씹어 먹어주겠어라고 시작하기 보다는 사소한 이유로 음악을 하고 노래를 만듭니다. 짝사랑하는 여자(뮤즈)를 상상하면서 노래를 만듭니다. 그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영감의 에너지입니다.

코너의 집안은 평온하지 않습니다. 아일랜드의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해서 실직자가 많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 위기에 놓여 있고 수익이 줄어들자 코너는 규율이 엄격한 카톨릭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엉망진창인 학교에서 갈색 구두를 신고 와서는 안된다는 규율을 윽박지르는 신부님 앞에서 코너는 위축됩니다. 여기에 이유없이 약자를 괴롭히는 친구도 코너의 짜증나는 삶을 거듭니다. 

코너에게 있어 유일한 해방구는 음악입니다. 
음악 매니아인 형의 방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에 대한 관심을 키웠습니다. 듀란 듀란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뮤직 비디오에 빠져듭니다. 밴드를 만들기 위해서 악기를 다루거나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여서 얼기설기 밴드가 만들어집니다. 형은 동생 코너가 싱어로 있는 밴드 음악을 듣더니 남의 노래나 따라 부르는 카피밴드는 아저씨들이나 하는 행동이라면서 스스로 노래를 만들어 보라고 활력을 넣어줍니다.

"음악은 배우는게 아니라 만드는거야"라는 형의 복돋움에 코너는 남의 곡이 아닌 자신의 곡을 밴드 멤버들과 만들기 시작합니다. 


밴드가 만들어지고 공연하기까지의 과정을 잘 담은 영화

그룹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이 80년대 밴드 음악의 풍경을 말할 때 보면 무대에서는 화려하지만 그 밴드가 결성되기 전까지의 과정이나 신해철이 부활의 팬클럽 회장이었던 시절을 말할 때면 웃기면서도 흥미롭습니다.

하나의 밴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밴드가 공연을 하고 세상에 알려지고 인기를 얻는 과정은 하나의 드라마입니다. 
매일 지나다니는 싱 스트리트라는 도로명의 싱이 철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노래의 Sing과 똑같아서 즉석에서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 이름으로 결정한 코너는 밴드 활동을 하면서 범생이에서 점점 엣지 있는 뮤지션이 되어갑니다. 영화 <싱 스트리트>는 밴드가 만들어지고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하고 뮤직 비디오를 만들고 첫 데뷰 공연을 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섬세하게 잘 담았습니다.

특히, 코너의 뮤즈인 라피나에 대한 외사랑에 대한 서글픔을 담은 노래나 라피나를 통해서 영감을 얻고 활력을 얻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잘 담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 멤버들에게 살짝 살짝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않고 배경으로만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로지 코너와 라피나 그리고 형과 가족을 중점적으로 보여줍니다. 밴드 음악이라는 이전 2편의 영화와 다른 음악 장르를 선택했음에도 밴드가 아닌 코너라는 싱어에게만 너무 집중한 것은 아쉽네요. 따라서 밴드 음악의 협업의 큰 감동은 없습니다.

그러나 밴드가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공연을 하게 되는 지는 잘 담겨 있습니다. 


뮤직비디오는 5분짜리 상상극장

영화 <싱 스트리트>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엔딩 장면도 있지만, 제가 느끼는 최고의 절정은 코너가 상상으로 만든 뮤직비디오입니다. 이혼 위기에 놓인 엄마 아빠, 자신의 꿈을 접어버린 형, 떠나가버린 사랑 속에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야 했던 코너는 자신이 상상한 뮤직 비디오를 만듭니다.

그 뮤직 비디오에는 코너를 못마땅해하는 신부님이 덤블링을 하며 엄마 아빠는 손을 잡고 춤을 춥니다. 라피나는 아름다운 미소로 코너를 바라봅니다. 코너에게 있어서 음악은 현실을 잊게 해주는 몰핀이자 해방구였습니다. 5분짜리 상상장면은 잠시동안 천국을 느끼게 해줍니다.

제가 영화에 빠지고 좋아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코너는 음악을 통해서 자신의 현실을 잊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뻔하지만 그 꿈을 상상으로만 끝내지 말고 나아가라고 용기를 줍니다. 코너가 음악에 심취하고 진중해진 이유는 여자에 대한 사랑이지만 음악을 즐긴 이유는 암울한 현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브라질 아이들이 축구 선수가 되어서 큰 돈을 벌어보겠다는 모습이나 미국에서 흑인들이 음악과 스포츠에 전념하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코너도 음악을 통해서 큰 돈을 벌 생각이 가득했고 성공하기 위해서 바다 건너 영국으로 가는 것이 꿈입니다. 
그렇게 꿈을 향해서 코너는 전진하고 성장합니다. 

"너와 나는 사는 세상이 달러. 넌 파괴할 줄만 알지만 난 창조하거든"
자신을 괴롭히던 양아치에게 한 방을 날리는 코너, 점점 코너는 어른이 되어감과 동시에 뮤지션이 되어갑니다. 이 과정을 영화는 상당히 매끄럽게 담고 있습니다. 다만, 짜릿한 에피소드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 예측 가능한 선에서 움직이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행복한 슬픔을 알아가는 코너의 성장 영화

음악가들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한 사람을 위해서 영화를 만들 수는 없지만 음악은 한 사람을 위해서 노래를 만들고 그 사람을 3분 안에 감동 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숨기려고 하는 슬품과 분노를 음악의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깊은 상처를 낸 이별을 해 본 사람이 깊은 슬픔을 담은 음악을 만들 수 있죠.

조숙한 라피나는 "행복한 슬픔"이라는 단어를 말합니다. 행복한 슬픔? 코너는 그 단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라피나를 만나고 사랑하면서 그 단어의 뜻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나브로 뮤지션이 되어갑니다. '존 카니'감독 영화의 특징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촘촘하고 잘 담습니다. 원스도 비긴 어게인도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싱 스트리트>도 마찬가지입니다. 1개의 앨범을 만들 8곡을 창작하는 과정이 잘 만들어진 뮤직비디오 8개를 붙여 놓은 것처럼 매끈하게 잘 담습니다. <비긴 어게인>이 프로듀싱의 과정을 담았다면 <싱 스트리트>는 스쿨 밴드가 만들어지고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Go Now!

어떻게 보면 청춘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엄마는 스페인 여행을 꿈꾸기만 하기만 하고 형은 기타리스트의 꿈을 접었습니다. 라피나도 마찬가지죠. 부모님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모든 것을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면서 "이게 다 널 사랑하기 때문이란다"라는 이해 못할 말을 합니다.

청춘은 깨져봐야 합니다. 깨지고 실패하고 쓰라린 고통도 맛보면서 자기 경험을 늘려가야 합니다. 백날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말하는 어른이나 부모님의 말은 와 닿지가 않습니다. 코너는 앞으로 달려 갑니다. 이 모습은 현재의 청춘들에게 큰 힘과 용기를 줍니다.

한 편으로는 80년대 세계 경제 호황기여서 가능한 모습이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80년대니까 가능한 모습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살짝 했습니다. 요즘은 한 번 쓰러지면 바로 탈락 시켜 버리는 저성장 시대이자 무한 경쟁의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영화 <싱 스트리트>는 뻔하지만 청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Go Now!

원스나 비긴 어게인보다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영화들 보다 좋은 '음악 영화'입니다.
특히. 밴드 음악과 80년대 팝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30대 이상 분들에게는 추억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로 못가니까"라는 노래 가사가 귓가에 울리네요. 좋은 노래들이 많은 것도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울분과 사랑이 가득한 청춘 예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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