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 공원 및 대학로 윗동네인 이화 마을은 '이화 벽화마을'로 더 유명합니다. 마을 전체에 벽화가 가득가득 그려져 있고 서울에서 보기 드문 골목 풍경이 남아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옵니다. 이곳이 벽화마을이 된 것은 2007년 경이었습니다. 공공예술 개념이 막 피어나던 시절 서울시는 낙산 및 이화마을의 슬럼화를 막기 위해서 벽화를 그렸습니다.
이후 점점 사진 출사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늘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2010년 경 '1박 2일'이라는 인기 예능에서 소개되면서 엄청난 인파가 마을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동남아 관광객, 일본, 중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서 문화 마을의 이미지까지 심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융화롭게 커갈 줄 알았던 이화 벽화마을에 날벼락이 내리칩니다.
어제 가본 이화 벽화마을의 그 예쁜 계단 벽화가 회색 페인트로 칠해서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예쁜 물고기가 있던 계단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새가 날던 계단입니다. 이 황당한 모습에 지나가던 외국인들도 어떻게 된 것인지 어리둥절해 하더군요.
여기 뿐 아닙니다. 그 옆에 있는 유명한 꽃계단도 회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습니다.
여기는 모자이크로 된 꽃이 있던 곳으로 흔한 벽화가 아닌 모자이크라서 제작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던 곳입니다. 참 예쁜 꽃 계단이 사라졌네요.
2007년 경의 꽃계단은 이랬습니다. 당시는 페인트로만 칠했다가 2010년 경을 전후로 대대적인 보수와 손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라졌네요. 어떻게 된 것일까요?
계단 옆에 이런 글이 있네요. 이화동 주민협의회에서 결정한 일이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민들이 사는 주거지가 관광지가 되면서 각종 소음으로 인해 살기 어려워졌다고 하는 하소연입니다. 이해합니다. 주택가에서 아이들 뛰어 다니는 소리 사람들의 잡담 웃음소리 모든 소리가 다 소음 공해죠. 자다가 시끄러운 사람 소리에 잠을 깨면 얼마나 짜증나겠어요.
이는 전국의 벽화 마을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힘듭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런 소음 문제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면 그 전에 지웠어야 합니다. 오히려 요즘은 예전보다 인기가 덜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왕래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곳곳에 이런 안내판이 있어서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떠들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주민들도 인정하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면 도둑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물론, 그 효과가 미비할 수도 있습니다만 좋은 효과도 있죠. 그럼에도 주민들의 소음에 대한 고통은 공감하고 인정합니다.
제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이렇게 계단의 벽화를 지운 이유는 부동산 가격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길 바라는 마을 주민들의 염원도 있겠지만 최근에 서울시가 이 '이화마을'을 마을재생사업에 대한 반대가 심한 듯하네요
지금까지 소음 공해 잘 참고 있다가 갑자기 분토 폭발한 이유는 이 '이화마을 재생사업' 때문인듯하네요. 무슨 이야기가 나오고 어떻게 진행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변화가 시작되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죠. 뭐 주민들이 개발을 반대한다면 서울시가 강제로 하기도 힘들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점점 낙후되어가는 주거 환경을 그냥 볼 수만은 없겠죠. 뭐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주민들은 변화가 반갑지 않고 무엇보다 이화마을이 관광지가 되어서 이화마을 자체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아서 벽화를 지우고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거지지만 최근에 갤러리 공방 그리고 카페도 많이 생겨서 벽화를 싹 지울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가게 벽에 그려진 벽화는 주민들이 지우고 싶어도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지울 수도 없습니다. 쭉 둘러보니 저 2개의 계단의 벽화만 지워졌습니다. 계단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맘대로 지울 수 있었나 봅니다.
공생의 길을 걸었으면 합니다. 서울시도 이화 마을도 상생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양쪽 입장 모르는 것 아닙니다. 그러니 관광지로써의 역할도 하면서 마을에 수익도 창출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으면 하네요. 최근에 뜨고 있는 인천 차이나타운 송월동 동화마을은 기념품을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것 같던데요.
부디 잘 해결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벽화마을을 관광지화 하는 것은 좋은 관광 정책은 아닙니다. 가장 값싸게 관광 자원화 하는 것이 벽화마을이라고 하죠. 그래서 전국에 수 많은 벽화 마을이 생겼고 이제는 유행이 지났는지 유지 보수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벽화들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면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
동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동네를 꾸미게 냅둬야 하는데 한국은 관이 너무 설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반면, 우리는 너무할 정도로 자신들의 동네를 꾸미지 않습니다. 집이란 오로지 먹고 자는 역할만 하고 공동체 의식도 희미해지고 마을이라는 의식도 사라지니 점점 삭막한 동네 아니 아파트 풍경만 가득한 것 아닐까요?
부조화스럽습니다. 자연스럽지 못하고 항상 부조화의 연속이네요. 그런데 그 부조화와 무질서와 혼돈이 한국적인 이미지가 되었고 이게 오히려 긍정효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는 다른 포스트에서 따로 담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