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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싱글족과 커플족으로 양분된 사랑 공화국을 담은 영화 '더 랍스터'

by 썬도그 2016.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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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가 될 거야?"

"난 랍스터가 될거야. 100년 이상 오래 살고 푸른 피를 가져서 귀족처럼 보여"

참으로 기이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그 기이함이 진중한 농담 같은 영화라서 웃깁니다. 그러나 스크린 속 주인공들은 아주 심각합니다. 영화 <더 랍스터>는 아주 기이한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한 여자가 차를 몰고 갑니다. 카메라는 여자의 옆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여자는 차를 길가에 세우더니 차에서 내려서 도로 옆에 있는 야생마에게 다가가더니 총을 쏴서 죽입니다

뭐지???? 왜 동물을 쏴 죽이지? 많은 영화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봤어도 동물을 죽이는 모습은 보기 힘든데 첫 장면에서 그걸 보여줍니다. 

영화 <더 랍스터>는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세계를 통해서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독특한 세계관이라는 것이 좀 웃깁니다. 주인공인 데이비드(콜린 파렐 분)은 아내가 다름 남자를 만난다는 소리에 어떤 남자야?라고 의기소침하게 물어봅니다. 보통, 바람 핀 것을 당당하게 말하지 않지만 왜인지 아내는 무척 당당하고 남편인 데이비드는 의기소침합니다. 

그렇게 데이비드는 짐을 싸서 한 호텔에 도착합니다. 


호텔에 도착한 데이비드는 이성애자냐 동성애자에 대한 질문에 양성애자라는 답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대답은 용납이 안됩니다. 디지털처럼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만 허용 가능한 성 정체성입니다. 주인공 데이비드가 이 호텔에 온 이유는 이 호텔에서 6주간 집단 생활 하면서 새로운 짝을 만나야 합니다.

데이비드가 사는 세상은 싱글로 살면 벌을 받는 묘한 세상입니다. 커플 천국, 싱글 지옥입니다. 싱글은 호텔에서 기거하면서 다른 싱글을 만나서 커플이 되어야 다시 모든 것을 누리는 삶이 됩니다. 만약 6주 안에 새로운 짝을 만나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합니다. 주변에 개와 고양이가 많은 이유는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를 선택해서 많다는 소리에 관객들은 풉하고 웃어 버립니다. 데이비드는 개로 변한 형을 데리고 호텔에 묶게 됩니다. 



6주간의 생활은 커플에 대한 칭송 가득한 계몽 연극과 사냥과 파티로 이어집니다. 커플이 좋은 이유를 강제 주입하기 위해서 모든 지원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커플이 되면 근처에 떠 있는 요트에서 전혀 모르는 아이와 함께 살면서 훈련 기간을 거쳐서 다시 커플 천국인 세상으로 돌려 보내집니다. 


가끔 사냥을 나가는데 사냥은 동물이 아닌 숲속에 사는 싱글족들을 잡는 것입니다. 마취 총을 쏴서 싱글족을 잡아오면 싱글족 1명당 기거하는 기간이 6주에서 3일이 더 늘어납니다. 커플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싱글족 사냥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이 싱글족들은 커플족을 혐오하는 사람들로 숲속에서 기거하면서 집단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서로 사랑의 감정이나 말도 건네면 안 됩니다. 당연히 썸도 타면 안됩니다. 


6주가 다가올수록 주인공은 불안합니다. 더구나 호텔에서 친해진 젊은 남자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서 커플이 되었습니다. 이 호텔에서 커플이 될 때는 거짓 감정으로 사귀면 안 됩니다. 진짜 서로 사랑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검증 과정은 허술합니다. 젊은 남자는 맘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고 그 여자를 관찰합니다. 코피를 자주 흘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코를 벽에 부딪혀서 일부러 코피가 나게 하고 그 모습을 여자에게 보여줍니다.

사랑은 동질감에서 출발하나요? 코피를 잘 흘리는 공통점을 발견한 그러나 남자의 사기술임에도 두 커플은 알콩달콩 삽니다. 
데이비드는 불안합니다. 형처럼 랍스터가 될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나 데이비드에게 계속 추파를 던지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그 여자를 보고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여자는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자 자살을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데이비드는 냉혈한 여자와 커플이 됩니다.  데이비드도 상당히 차가운 피가 흐르고 있어서 두 커플은 상당히 어울립니다. 그러나 형의 죽음을 목격한 데이비드가 위장한 사랑임을 알게 된 파트너가 데이비드를 신고하려고 하자 여자를 마취총으로 쏘고 숲 속으로 도망칩니다. 



숲은 싱글족 대장(레아 세이두)가 이끌고 있습니다. 이 싱글족 세계는 커플족 세계와 반대 되어서 친목도모도 접촉도 대화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생존술만 배웁니다. 갑갑할 것 같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면 됩니다. 영화는 이렇게 커플천국, 싱글지옥이라는 놀라운 상상력을 실현해 놓았습니다.


사랑은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흥미롭습니다. 신기합니다. 놀랍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습니다. 간단한 상상력이지만 이걸 자연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더 랍스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사랑은 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 회장 선배는 동아리에서 커플이 생기면 회원을 강제 탈퇴 시킨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기는 행동이었어요. 그러나 회장의 말이 법이 되는 곳에서 선배의 뜻대로 되는 것인지 제 동기들은 커플이 하나도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선배가 회장에서 물러나고 우리 동기가 회장이 되었는데 이 회장이라는 녀석이 커플이 되어서 탈퇴를 했습니다. 내쫓김을 당할 것을 알면서도 커플이 된 것인지는 몰라도 사랑은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커플이 되어도 그냥 회장을 하라고 만류하는 동기들의 만류에도 그냥 떠나버리더군요. 회장이었던 선배는 먼 산만 바라보다가 군대에 갔습니다. 
회의를 했습니다. 커플이 되면 동아리에서 탈퇴하는 이 못난 룰을 없애자고요. 그렇게 없앴습니다. 영화 <더 랍스터>를 보면서 오래 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사랑은 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에요. 결혼하라고 법으로 정해도 결혼이 되어지는게 아닙니다. 사랑을 강제한다고 해서 강제 되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날 좋아한다고 해도 내가 그 사람을 저절로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 좋아 해야 합니다. 서로요. 주인공인 데이비드는 짝사랑을 받는 입장이자만 그렇다고 랍스터가 되기 싫어서 짝사랑을 완성 시켜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동물도 되기 싫어서 거짓 사랑을 하지만 들통이 나 버립니다. 

흥미로운 것은 커플이 된 친구가 있는 커플 요트에 침입해서 여자에게 "이 녀석 코피 자주 흘리는 것이 아니라 벽에 코를 찧어서 일부러 낸 코피에요"라는 진실을 알려줍니다. 위장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여자는 주인공 데이비드의 빰을 때려 버립니다. ㅋㅋㅋㅋㅋ 한 참 웃었네요. 사랑이 그래요. 처음은 사기로 시작해도 서로 좋아하면 콩깍지가 쓰여져서 그런 거짓말 따위 쉽게 무시합니다. 사랑은 이성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으니까요.


사랑은 동질감 회복인가?

영화 <더 랍스터>는 나름대로 사랑에 대한 주관적 관점을 보여줍니다. 이게 크게 공감되지 않지만 들어 볼만 합니다. 영화는 사랑은 동질감으로 시작한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코피를 자주 흘리는 여자에 접근하기 위해서 코피를 일부러 내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할 때 비슷한 모습을 찾고 그 연결고리를 통해서 사랑을 키워갑니다.

어! 저도 그 영화 좋아하는데
어! 저도 그 야구팀 좋아해요.
어! 저도 그 배우 좋아해요

식으로 비슷한 면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비슷하다는 것은 이질적이지 않고 안정적이다른 말로 대치할 수 있습니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죠. 그럼에도 전혀 취향도 성향도 다른 사람이 만나기도 합니다. 나에게 없는 모습을 발견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게 보편적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사랑은 어떤 테두리에 가두고 정답을 내고 설명되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좀 더 보펴적으로 설명하면 동질감을 찾는 것이 사랑을 여는 열쇠가 아닐까 하네요. 데이비드는 싱글족이 되어서 삶을 연명합니다. 그러다 그 싱글족 속에서 첫눈에 반한 여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여자도 데이비드를 좋아합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행동인 사랑을 합니다. 사랑을 하라고 강요하는 호텔에서는 사랑을 못 찾고  사랑하지 말라는 싱글족에서는 사랑을 합니다. 금지된 사랑이 더 짜릿해서 그런 것일까요?

사랑은 인력으로 되지 않습니다. 



성긴 구석이 있지만 흥미로운 시선으로 사랑에 대한 현명한 질문을 하는 <더 랍스터>

전체적으로 성긴 구석이 있습니다. 또한, 어떤 결말에 도달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커플족, 싱글족이 있다는 정도만 보여줍니다. 좋은 소재이고 이야기도 좋지만 이걸 뭉쳐서 어떤 깊이 있는 사유를 끌어내지는 못합니다. 다만, 중반까지는 데이비드를 통해서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현명한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그 대답을 관객들이 스스로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못난 대학 동아리 선배의 얼굴이 스치네요. 사랑이 선배 뜻대로 됩니까? 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네요. 사랑을 국가가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유토피아일까요? 결코 아닙니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해야죠. 그런데 크게 보면 우리가 사는 이 한국에서 사랑이 자유로운 세상일까요? 흙수저는 흙수저와 사랑을 하고 금수저는 금수저끼리 사랑을 합니다. 또한, 사랑이라는 것이 첫눈에 반한다고 해도 그게 결혼이 되려면 많은 계산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 통제 국가에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싱글족과 커플족이 공존하는 세상

사랑만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랑과 생활이 공존하다 보니 사랑과 돈은 단단한 결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돈 없이 사랑 할 수 없고 돈만 가지고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영화 <더 랍스터>는 돈에 대한 시선은 싹 제거 했지만 머리 속에서 사랑에 대한 질문이 계속 나오다 보니 현실의 사랑과 연결이 되네요.

사랑을 통제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에 두 남녀 주인공은 길고 험난한 여정을 떠납니다. 싱글족도 커플족도 없는 0과 1 사이의 무한대로 사라집니다. 우리는 그 0과 1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은 아닐까요? 커플이면서 싱글의 자유로움을 꿈꾸고 싱글이여서 자유롭지만 커플의 포근함을 꿈꿉니다. 마치 창 밖의 풍경을 부러워하는 커플과 집안의 포근함을 부러워하는 싱글이 공존하는 세상 같습니다. 

어쩌면 가장 짜릿한 시기는 싱글도 커플도 아닌 썸타는 시간이 아닐까요? 그때의 설레임이 영원하다면 얼머나 좋을까요?
랍스터 등껍질처럼 사랑에 대한 시선이 딱딱해진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이두 등의 유명 배우들이 꽤 많이 나와서 지루함을 싹싹 지워버린 것도 좋습니다.


40자 평 : 사랑이 인력으로 되니?
별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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