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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예술하기 어려운 나라 한국. 디올의 이완 작가의 한국여자 논란에 대해서

by 썬도그 2016.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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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들은 너무 얌전하고 조용해서 가끔은 화가 납니다. 달력 사진이나 너무나 고분고분한 사진들이 가득해서 아름답지만 지루함의 연속입니다. 제가 그런 풍경 사진을 많이 보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통해서 하루에도 10장 이상의 매혹적인 풍경 사진을 보다 보니 실제로 사진전시장에서 보는 거대한 풍경 사진도 크기에 대한 감동은 있지만 사진 자체에 대한 감동은 점점 줄어드네요.


<시각예술가 이완의 '한국 여자' 시리즈 중에서>

그런데 한 장의 사진이 논란에 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촉망 받는 시각예술가 이완의 '한국 여자'시리즈 중 한 장입니다.
이 사진이 논란이 된 이유는 명품 거리인 서울 청담동 '디올 플래그쉽'에서 전시 중인 '레이디 디올 에즈 신 바이'라는 예술품 전시회에서 걸렸습니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이  한국 여자 폄하하는 사진이라면서 이완 작가의 사진을 전시장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성 폄하라는 이유는 명품 가방을 든 여자 뒤에 있는 간판 때문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놀이터 룸 소주방'이 있는데 이걸 보고 '룸싸롱'에서 일하고 번 돈으로 명품 가방을 산 여자를 표현한 것이냐며 여성 비하라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합리적이지도 정확한 비판이 아닙니다.

먼저 저 '룸 소주방'에 대한 몰이해가 문제입니다. 저도 한 번도 안 가봤지만 '룸 소주방'은 검색해보면 어떤 곳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룸 싸롱'처럼 된 방에서 친구들과 모여서 맥주와 소주를 마시면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 밀폐된 공간입니다. 물론, 이런 유흥 공간을 전 반기지 않지만 한 편으로는 '룸 싸롱'과 달리 친구들과 함께 물 걸어 잠그고 노는 곳이라서 건전한 공간으로 보입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은 방 문화가 발달해서 물 걸어 잠그고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과 멀티방 등 좁은 땅덩어리와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항상 다른 사람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스트레스를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방에서 해소하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룸 소주방'은 친구들의 생일파티나 회사의 회식 등 방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노래하고 술도 마시는 공간이지 아가씨를 부르는 '룸 싸롱'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걸 마치 '룸 싸롱'이라고 단정지은 사람들이 명품 가방을 든 모델을 '유흥업소 여자'로오해를 합니다. 이렇게 몰이해에서 출발한 비판은 오히려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룸 소주방'이 아닌 '룸 싸롱'이라고 해도 일단은 작가의 표현 의도를 들어봐야 합니다. 
뉴스 인터뷰를 들어보면 이완 작가는 디올 명품 가방은 여성의 성공의 아이콘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뒷 골목은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을 표현 한 것입니다. 뒷골목을 볼 때마다 '소리 없는 아우성'같은 현란하고 화려한 간판을 보면 현기증이 납니다. 그게 한국적인 모습이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작가는 이런 소리 없는 간판들을 한국적인 이미지라고 상정하고 그 앞에 성공의 아이콘인 명품을 배치했습니다. 이완 작가는 하나의 이미지를 배치할 뿐 여기에 어떠한 해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보여주고 각자 판단하라고 했네요. 

예술가의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예술가는 A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고 표현했는데 관람객이 B라고 생각하면 그게 틀린 감상이 아닙니다. 각자 알아서 느끼는 것입니다. 또한,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살아온 삶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데 예술가의 의도와 동일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예술가의 의도는 참고는 해야 합니다. 제가 느끼는 이완 작가의 작품은 명품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비판하는 사진으로 비추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명품에 대한 과시욕을 비판한 사진으로 보일 수 있고 이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시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사진을 프랑스 디올 본사가 자신들을 디스하는 사진을 명품 플래그쉽 전시회장에 전시를 했다는 것입니다.

요즘 마케팅은 아주 고도로 발달해서 좋아요를 눌러도 좋고 디스를 해도 좋아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선을 끌어 모으는 것입니다. 
어떤 마케팅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본듯한 사진을 내걸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마케팅은 요즘 흔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상한(?)일이 벌어집니다. 위위 사진을 보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자가 명품 가방을 들고 있다는 몰이해에서 나온 시선이 정답이라고 유포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오늘의 먹잇감으로 이 사진을 고른 후 SNS의 집단 구타를 가했습니다. 여성 폄하라고 악다구니들이 날아 들었고 결국 디올 한국 지사는 이 사진을 전시장에서 내립니다.

문제는 이 여론이 올바른 여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성 폄하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고  그것도 하나의 시선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저 '룸 소주방'은 '룸 싸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얼핏 보고 잘못 이해한 상태에서 내놓은 감상은 잘못된 감상입니다. 그럼 디올 한국지사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던가 작가의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줘서 오해를 풀어줬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비난을 한다면 그건 할 수 없죠. 

그런데 이런 과정이 없었습니다. 작가와 대화도 없이 그냥 전시장에서 '한국 여자' 사진을 내려 버립니다. 이는 작가에 대한 모독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어떤 상의도 없이 내리는 것은 예술에 대한 디올의 천박한 시선입니다. 논란이 일어나서 죄송하다는 말도 작가 본인이 해야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진은 논란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물론, 명품 가방을 든 여자를 한국 여자의 표본으로 삼은 시선이 불쾌하고 느끼는 것에 대한 분노라면 뜯어 말리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저 '룸 소주방'에 대한 몰이해에서 출발한 시선입니다. 

이 해프닝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여러모로 예술하기 어려운 나라구나라고 느껴지네요. 
이런 사진은 내리게 하면서 정작 내려야 할 금강송을 벌채한 사진가의 사진전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곳은 이 사진이 아닌 금강송 사진전 아닐까요? 

몰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 디올 한국지사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고 작가와의 대화를 시도를 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언론 매체에 뿌리거나 SNS에 올리면 됩니다. 그런데 천박스럽게 대응을 했네요. 여러모로 씁쓸한 풍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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