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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벽화마을에 등장한 교복족

by 썬도그 2016.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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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사진출사지도 보면 하나의 흐름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일부의 사람만 사진 촬영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찍은 사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사진동호회 출사지로 선정이 됩니다. 이후 일반인들의 데이트 코스나 여행지가 됩니다. 그 시기를 지나면 외국인들이 몰려옵니다. 외국인들의 관광지가 되었다는 것은 대표적인 한국의 관광코스라고 할 수 있죠.


이화동이 그렇습니다. 대학로 뒷편에 있는 이화동은 2007년 경 공공미술프로젝트 일환으로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벽화가 그려진 동네입니다. 지금은 너무 남발해서 공해가 되어 버렸지만 2007년 경 서울에 처음 등장한 벽화마을은 2009년 경을 전후로 입소문이 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됩니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골목과 계단이 가득한 동네입니다. 여기에 종로의 스카이 라인을 볼 수 있다는 장점과 낙산공원의 성곽이 서울을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라서 엄청난 인기를 끕니다. 

이곳을 찾은 지도 이제 내년이면 10년이 되어가네요. 그런데 지겹지 않아요. 오히려 더 찾고 싶어요. 이런 동네가 서울에 흔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찾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카메라 테스트를 하러 다시 이화벽화마을을 찾았습니다. 점점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가네요. 동남아 관광객,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었습니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요즘 한국에서 보기 힘들죠. 



그렇게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데 교복 그것도 70년대 교복인 호크 교복을 입은 젊은 분들이 사진을 찍네요. 순간 별나면서도 역시 젊어서 좋구나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걸 집에서부터 입고 왔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이목을 신경 안 쓰는 젊은 사람들도 그렇게 하긴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러나 그 비밀이 풀렸습니다. 교복을 대여해주는 곳이 있네요. 

이화 벽화마을에 가면 꼭 가봤으면 하는 잘살기기념관 라는 글을 통해서 소개한 곳이네요. 여기는 대명 고등공민학교의 고학생들을 기념하는 공간입니다. 학교 다니기 어려운 형편의 고학생들이 일을 하면서 공부를 했던 형설지공의 학교를 기념하는 기념관입니다. 


이곳 한쪽에 졸리 상점이 있습니다. 



마당에는 테이블도 있고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마당도 있습니다. 



대명 고등공민학교 선생님들의 사진이 가득하네요. 선생님을 그리는 마음이 대단하네요. 이는 공부에 대한 열정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으로 표현된 듯합니다. 고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친 선생님들의 정신이 가득 풍기는 듯합니다. 


잘살기기념관이라는 이름도 흥미롭죠. 70년대 이전에는 먹고 사는 것이 해결이 안 된 시기였습니다. 밥 굶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모두 잘 살아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뚜렸했고 결국은 잘 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잘 살기는 경제적인 면이 크겠죠.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경제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잘 살기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잘 사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정신적으로 잘 사는 사람은 계속 줄어 드는 듯하네요. 그래서 존경 받는 어른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잘사는 것이 국가 기조였던 70년대는 뭐든지 통일이 좋았습니다. 교복도 통일, 생각도 통일, 위에서 지시하면 군소리 말고 따라야 했습니다. 그게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시위나 반대 목소리는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었죠. 

그래서 그랬을까요? 군복 같은 호크 교복을 입고 스포츠 머리로 빡빡 깎은 중고등학생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솔직히 저 호크 교복이 전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제 윗 선배들이 호크 교복 세대였고 전 전두환 정권 시절의 교복 자율화 시대였습니다. 응팔의 덕선이 세대죠. 

호크 교복이 싫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 호크 교복은 일본 교복과 똑같았습니다. 일본을 그렇게 싫어하고 미워해서 일본 문화 수입도 못하던 나라가 왜? 일본 교복과 똑같은 것을 학생들에게 입혔을까요? 그게 참 이해가 안 갔습니다. 왜 일본 교복을 입히면서 일본을 욕하는지.. 어린 나이에 그 모습이 이해가 안 감을 넘어서 어른들이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흘러 그런 기억은 싹 사라졌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신기하게도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이 쓰는 교복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네요. 모자가 멋있어서 쓰나요?  원래는 여자들은 모자 안 쓰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꼰대라고 하겠죠. 뭐 쓰고 안 쓰고는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 것은 즐기면 됩니다. 70년대를 재현하자고 입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놀란 것은 교복 세대들이 추억에 젖어서 입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10,20대 분들이 입어요. 교복 구경도 못하는 세대가 더 열광합니다. 

추억 만들기 일환으로 놀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매스컴의 영향(아마도 숱하게 tv에 나왔겠죠. tv를 안 보니 모르겠네요)도 있을 듯하네요. 


졸리 상점 안에서 1시간 대여료 5,000원 1일 대여료 10,000원을 내면 교복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완장이나 가방은 서비스로 그냥 제공됩니다. 그래서 가방을 그렇게 들고 다녔군요.



대통령이 박힌 우표를 보니 주마등 같이 기억들이 흐르네요. 태어나니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었고 79년 부하의 총탄에맞고 숨지자 전두환, 노태우라는 육사 출신 군인이 정권을 잡습니다. 야합이라고 하는 3당 합당을 통해서 어거지로 문민 정부가 출범하고 1997년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지금은 1970년대로 돌아갔습니다. 


교복족도 재미있지만 최근에 경복궁 일대의 한복족도 흥미롭습니다. 한복 입고 다니는 20대 분들이 많은데 자세히 보니 그 한복도 근처 한복 대여점에서 대여를 하는 것이더군요. 

옷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죠. 여러가지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추억을 만드는 모습이 생그럽습니다. 뽀얀 햇살 같은 젊음은 지켜만 봐도 보기 좋아요. 하루 하루가 추억이죠. 나이들면 그 추억이라는 엔진으로 움직이는 삶이 될 것입니다. 하루 1만 원 정도 내고 이화벽화마을 일대에서 노는 것 꽤 즐거운 추억이 될 거에요. 근처에 볼 곳도 많고요. 

좋은 놀이 아이템 발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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