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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레시피에 삶이란 소스를 얻는 풍경화 같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2 : 겨울과 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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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레시피에 삶이란 소스를 얻는 풍경화 같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2 : 겨울과 봄

썬도그 썬도그 2016. 1. 27. 11:47

세상이 보수화 되면 당장 먹고 사는 걱정부터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발 밑만 보고 살게 됩니다. 그 자기 발 밑만 보고 사는 모습은 우리가 음식을 먹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  머리를 숙이면서 먹으니까요. 

먹방 전성시대입니다. 이는 한국만의 트랜드는 아니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한국이 더 심하죠. 먹방을 지나 음식 영화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큰 스크린으로 보는 음식이 사람의 강한 욕망을 이끌어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대부분의 음식 영화는 먹방과 달리 음식 레시피를 소개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통해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합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심야식당>입니다. 이 영화에서 음식 만드는 제조 과정은 나오지 않습니다. 

허름한 선술집 같은 공간에서 뒷골목 삶을 사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식점에서 나누는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좀 발칙합니다. 대놓고 음식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그래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음식 레시피를 자세히 담고 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2 : 겨울과 봄>

2015년 봄과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1편과 2편이 연달아 개봉을 했습니다. 1편은 여름과 가을, 그리고 2편은 겨울과 봄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한국에 찾아왔지만 많은 분들이 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흔한 먹방 영화구나 생각해서 저도 보지 않았습니다. 

SKT 사용자들은 매달 무료 영화 여러 편을 볼 수 있습니다. T프리미엄 플러스를 설치하면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1편을 보지 못하고 2편부터 봤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영화가 아닌 음식이 중심이 되는 영화라서 1편을 보지 않아도 영화를 이해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이치코(하시모토 아이 분)는 일본 동북 지역인 도호쿠 지방의 코모리라는 농촌 마을에서 혼자 사는 여자 사람입니다. 영화 중간 중간 자기 이야기를 하지만 이 여자가 왜 혼자 여기서 사는 지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텃밭을 가꿔서 나온 채소며 감자와 배추 등을 키워서 직접 음식을 해먹습니다. 이렇게 혼자 밥을 해 먹는 삶이 아주 고즈넉하게 보여줍니다.

다른 영화와 다르게 이 영화는 음식 제조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루하게 음식 하는 과정을 담는 것이 아닌 재료 설명과 조리법을 맛깔스러운 편집과 코모리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섞어서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해도 음식 레시피에 대한 거부감이 꽤 들더군요. 내가 왜 영화에서 이런 것을 봐야지? 차라리 레시피가 담인 동영상을 유튜브로 보는 게 낫지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잘 넘겨 지지가 않네요

그래서 좀 보다 말다 보다 말다 했습니다. 그렇게 1주일 간 안 보다가 또 다시 꺼내 봤는데 놀랍게도 점점 감칠맛이 칼칼하게 올라오네요. 


감칠맛이 나는 이유는 음식 레시피 영상 때문이 아닙니다. 영화 중간 중간 이치코가 자기 이야기를 살며시 하는데 이 이야기가 음식에 곁들어지니 매콤한 맛이 나네요. 이치코는 혼자 삽니다. 어머니가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코모리를 떠났습니다. 이치코는 시내에 나가서 알바를 하긴 했지만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마치 패잔병의 표정을 하고 살던 이치코는 경쟁하지 않는 삶인 농촌의 삶에 은거를 합니다. 그렇다고 혼자 산다고 할 수 없습니다. 킷코라는 동네 동성 친구도 있고 유우타라는 2년 후배 남자 사람도 있습니다. 


킷코와 함께 음식을 먹고 나누고 자신 만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각 음식을 하나의 챕터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 음식에 대한 어떤 대단한 사연을 넣어 놓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고요. 


먹기만 했던 음식과 채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알게 해주는 영화

그런데 이 음식 레시피가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다가 나중에는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이게 먹방의 힘인가요? 내가 해 먹을 것도 아니라서 따라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하나의 음식이 나오기 까지 얼마나 번잡하고 복잡하고 많은 정성이 필요한 지를 알게 되니 마음에 살짝 미풍이 불었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놀라웠던 것은 양파입니다. 이 영화는 음식 레시피뿐 아니라 각종 나물과 채소 키우는 법도 소개합니다. 감자 심고 키우는 방법도 처음 알게 되었고 양파 키우는 것이 꽤 많은 손길과 정성이 필요한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우리는 감자나 양파가 무슨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공산품으로 인식하고 있죠. 그러나 그 양파를 키우는 과정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를 모르죠.

전 그 과정을 이 영화를 통해서 봤습니다. <리틀 포레스트2 : 겨울과 봄>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자라는 지를 깔끔하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이치코의 삶이 주인공이 아닌 채소의 성장 과정이 주인공 같았습니다. 놀랍게도 양파 키우는 모습에 감동을 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왜 자꾸 나이가 들면 사람이 아닌 이런 자연에게서 감동을 받게 될까요?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자연은 정직하니까요.

아이들에게 게임 속 캐릭터 키우는 재미 말고 채소를 키우는 재미를 알게 해주면 어떨까요? 


예쁜 영화입니다. 다만, 너무 예쁘게만 그렸어요. 농촌 생활이 쉬운 게 아니거든요. 수 년 전에 SBS에서 남정네 여러 명이 농촌에서 자급자족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그 모습을 보니 농촌이 무슨 도피처가 도시보다 더 강인한 생활력을 요구하는 곳이더군요. 

그런데 이 <리틀 포레스트2 : 겨울과 봄>은 아무리 농촌에서 나고 자라서 농촌 생활이 몸에 익었다고 해도 여자 혼자 견뎌 나가는 모습을 너무 낭만적으로만 그린 것은 좀 아쉽네요. 영화는 어떤 큰 갈등을 그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로지 농촌 생활도 그리 나쁘지 만은 않다고 달달한 풍경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자 분들이 보면 딱 좋은 영화입니다. 영상도 음식 레시피도 참 달콤합니다. 농촌 브런치 영화라고 할까요? 달콤한 커피 한 잔 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농촌 마을에서 먹는 브런치. 음식 위에 뿌려진 삶이란 쌉사름한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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