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영화를 보고 많은 영화들에 감명을 받습니다. 좋은 영화는 2번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2번 이상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두번 볼 정도로 가치가 있는 영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영화를 모두 2번 이상 보냐 아닙니다. 한 번 보고 10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볼 정도로 긴 텀을 두고 있습니다.
오히려 좋은 영화는 2번 연달아 보기 보다는 10년 정도 텀을 두고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인생의 깊이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하려면 중년 또는 노년이 되어서 보면 그 영화가 더 잘 보입니다. 그래서 전 이창동 감독 영화를 10년 단위로 다시 보고 있습니다. <초록물고기>가 그랬고 <박하사탕>이 그랬습니다. 영화 <시>도 다시 한 번 찾아서 볼 생각입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너무 자주 보면 질립니다. 내 인생 최고의 영화로 꼽는 <시네마 천국>도 20대, 30대 초에 좀 보다가 요즘은 찾아 보지도 않네요.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내 인생 최고의 영화로 남아 있지만 이 자리를 다른 영화에게 넘겨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최신 영화가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닌 2위에 있던 영화가 1위에 올라갈 듯 하네요.
1위에 올라갈 이유는 충분합니다. 가장 많이 본 영화니까요. 무려 30번 넘게 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질리지 않습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의 이름은 1995년 제작된 일본영화 <러브레터>입니다.
이 글은 영화 <러브레터> 줄거리 소개나 감상을 적는 글은 아닙니다. 이미 이전에 충분히 제 블로그에서 소개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소개하는 이유는 며칠 전에 본 <러브레터>에서 또 다른 것을 발견했습니다.
며칠 전 EBS에서 일요일 오후에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를 방영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TV를 끄려고 했습니다. 이미 30번 가까이 또는 넘게 본 영화이고 매년 본 영화였습니다. 몇 년 전에는 재개봉할 때 영화관에서 다시 찾아보기도 했죠. 그런데 이 영화 정말 마력이 있습니다. 또 봐도 또 재미가 있습니다.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네요.
이 영화는 도대체 다시 봐도 처음 보는 듯한 설레임을 주는 이유가 뭘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영화는 많이 봐야 3번 정도인데 이 영화는 수십 번을 보게하는 그 마력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문은 하나 둘 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첫사랑, 첫눈, 첫만남 처음은 항상 새롭다
첫사랑, 첫눈, 첫만남, 처음 겪는 것들은 항상 분홍빛 홍조를 띈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러브레터>는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종류는 많지만 첫사랑은 단 한 명입니다. 처음은 항상 기억에 깊이 각인됩니다. 그리고 그 첫사랑 위에 다른 사랑이 내려도 첫사랑은 빛이 바래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첫사랑을 소재로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 <러브레터>는 이 첫사랑을 정교하게 담고 있습니다. 첫사랑을 밀고 당기기로 담았다면 다른 사랑으로 덮어 씌워지기 싶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시절의 짝사랑 그것도 고백도 하지 못한 첫사랑이라서 더 깊이 오래 기억됩니다.
첫사랑에 대한 느낌을 가장 잘 담은 영화가 <러브레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중학교 시절 쓴 비밀일기를 성인이 되어서 가끔 넘겨 보면서 피식거리게 하는 그 미소가 가득 번지게 하는 영화죠.
영화 <러브레터>를 부패하지 않게 하는 것은 눈입니다. 유난히 눈오는 장면과 눈이 쌓인 장면이 많은 <러브레터>는 순백의 화면이 가득 담깁니다. 눈은 가장 쉽게 더렵혀 지지만 더렵혀지기 전의 눈은 맑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우리는 첫눈을 기다립니다. 눈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매년 내리지만 처음이라는 꾸임 단어가 들어가면 우리는 그 첫눈에 많은 가치를 담죠. 마치 첫눈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눈이 참 많이 내리고 많이 담기는데 그 이미지가 마치 첫눈을 보는 느낌이네요. 여기에 봄에 내리는 눈인 벚꽃도 이 영화의 순백의 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나카야마 미호'의 미모도 큰 역할을 하네요. 아주 예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그런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볼 때 한 순간에 선홍빛 첫사랑 같은 맑은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는 것이 크게 느껴지네요.
이전에도 연기 잘하고 이미지 좋다는 것은 알았지만 배우 자체에 크게 빠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러브레터>는 스토리와 연출이 좋은 영화지 배우가 큰 역할을 한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오히려 연출 보다는 배우의 연기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뭐 제가 늙고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는 스크린 속 배우가 더 크게 다가온 것도 있긴 하겠네요
눈, 첫사랑, 배우 이 요소 그리고 빼어난 스토리가 이 영화 <러브레터>를 부패하지 않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 하나 더 추가해야겠네요. 레메디스의 클래식 선율은 빼먹어선 안되죠. 레메디스의 피아노 곡이 방부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내 인생 최고의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전 <러브레터>라고 할 생각입니다. 정말 마력이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