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최루성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 제작사들이 영화관을 잘 찾지 않는 40,50대 이상 중,장년을 넘어서 노년층을 노린 영화들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이 그 신호탄이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추억팔이 영화라고 하는 <국제시장>은 제대로 추억을 팔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20,30대의 젊은 층을 외면한 것은 아닙니다. 적당히 웃기고 적당하게 울린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러나 창의성은 전혀 없습니다. 색다른 면은 전혀 없고 누구나 다 아는 영화를 잘 포장했죠. 창의성이 많지 않기에 대종상 같이 꼰대들이 운영하는 영화제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영화 자체로만 보면 상을 줄만한 구석이 거의 없었습니다.
요즘 영화가 흥행 성공하려면 20,30대 관객이 아닌 40,50대 이상의 중장년 층을 노리라는 룰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중장년 층은 한 가족의 가장이기에 발언권이 강합니다. 또한 경제력도 좌지우지합니다. 따라서 아빠나 엄마가 보고 싶은 것은 아이들인 10대,20대들에게 강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 추억팔이 놀이인 70,80년대 풍경을 재현한 테마파크가 인기가 높죠. <응답하라 1988>의 인기도 다 이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했지만 색다른 시선을 던진 영화 <오빠 생각>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대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미 다 지난 이야기인데 다시 끄집어 낸다고 하는 분들도 있죠. 반대로 한국 전쟁을 너무 쉽게 잊었다면서 군복을 입고 시위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전 한국 전쟁 소재까지 정쟁의 소재로 여기는 정치꾼들을 경멸합니다. 다만, 영화 <오빠 생각>은 최근의 한국 전쟁이라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소재에 기승한 점은 좋게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좋은 평가가 내린 영화지만 좋은 시선으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사회에 당첨 되어서 왕십리CGV에서 관람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아주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영화 후반에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 진행에 눈이 질끈 감기기도 했습니다. 설마 그러겠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이 이한 감독이었기 때문이죠. 이한 감독은 영화 완득이를 연출한 감독입니다. 영화 마지막까지 에측 불허의 결말을 내놓고 수시로 빵빵 터트렸습니다. 에측을 빗나가는 것이 이한 감독 영화의 특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오빠 생각> 영화 후반에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네요. 그래서 오글거리는 스토리가 너무나도 아쉽네요.
스토리 전체적인 구성은 뻔하고 예측 가능합니다. 그런데 스토리 자체는 참 예쁘고 색다릅니다.
대부분의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군인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영화 <오빠 생각>도 군인이 주인공 같이 비추어집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주인공은 군인이 아닌 고아들 입니다. 이 점이 다릅니다. 전쟁의 피해자인 고아들을 정조준한 영화는 없었습니다. 1967년에 제작된 한국영화 <사격장의 아이들>이 있긴하지만 전쟁 고아를 주인공으로 담은 영화는 많지 않았습니다.
영화 <오빠 생각>은 전쟁 고아를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이점이 특이하고 색다릅니다.
간단하게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영화가 시작하면 최전방에서 육박전을 하는 살벌한 전투를 벌인 한상렬 소위(임시완 분)가 넋을 잃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소대원과 학도병이 육박전을 한 후 한 소위와 상사만 살아 남습니다.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겪은 한 소위는 부산의 한 보육원에 배정 받습니다. 어떻게 보면 땡보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선린보육원에는 미국에 부모를 나두고 고국의 전쟁 고아를 알뜰살뜰 보살피는 박주미(고아성 분)이 매일 매일 고된 노동을 하지만 고아들 앞에서 절대로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 소위는 이 보육원의 관리 감독 보직을 받았지만 처음에는 잘 적응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고아들과 보육원 근처에서 거지 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추려서 작은 합창단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 작은 어린아이들이 모인 합창단을 통해서 전쟁을 재조명하는 내용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실제로 한국 전쟁 당시 해군 어린이 합창단이 전방 지역을 돌아 다니면서 군인들을 위문했던 모습을 모티브로 한 영화 <오빠 생각>은 전쟁기간에 만들어지 어린이 합창단을 소재로 한 영화니다. 이 소재를 바탕으로 영화 제목인 <오빠 생각>의 정서를 영화로 풀어 냈습니다.
전쟁 고아를 주인공으로 한 점은 상당히 독특하고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던 한국 전쟁에서 수 많은 전쟁 고아가 발생했습니다. 이 전쟁 고아들을 조명한 그 자체가 감동스럽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빨갱이 나쁜 놈을 외치는데 이 영화는 이념을 떠나서 전쟁 고아들이 발생하지 않게 전쟁 자체를 멈춰야 한다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메시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의 이념 전쟁 때문에 원수처럼 지내던 두 아이의 화해 과정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어른들의 잘못이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한 소위의 대사는 가슴이 먹먹하게 합니다. 이는 우리의 흔한 연좌제라는 쓰레기 같은 생각을 꾸짖고 있습니다.
후반의 진부한 스토리는 너무나도 아쉽다
인민군이 내려오면 인민군 노래를 부르다가 국군이 오면 국군 군가를 부르는 흔한 최전선의 마을에서 어린 순이(이레 분)는 아무 생각 없이 인민가를 부르다가 국군에게 걸리고 국군은 순이의 아빠를 빨갱이로 끌어냅내다. 그리고 순이의 아빠는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로 죽임을 당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부른 인민군가 때문에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한 순이는 그 이후로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가 죽은 순이와 순이 오빠인 동구는 하염없이 피난을 가다가 부산에서 갈고리라는 상이 군인 밑에서 앵벌이나 도둑질을 하면서 돈벌이를 합니다. 그러다 선린 보육원에서 합창단원을 모집한다는 소리에 갈고리가 노래를 잘하는 어린아이들을 보육원으로 파견 보냅니다. 그렇게 선린 보육원 합창단이 만들어집니다.
<오빠 생각>의 악역은 갈고리(이희준 분)입니다. 상이용사인데 친일파의 앞잡이 노릇을 하죠. 영화는 이런 갈등 구조로 중반까지 흘러갑니다. 착하디 착한 음악가가 꿈인 한 소위와 보육원 원장 고아성 그리고 상이용사인 속물을 넘어서 아이들을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는 갈고리의 갈등을 보이죠.
전형적인 스토리 구도입니다. 스토리 자체는 무척 성깁니다. 전형적인 억지로 만든 선과 악의 구도이죠. 무엇보다 영화 후반의 스토리 진행은 동요 '오빠 생각'을 짜맞추거나 억지 눈물을 만들기 위한 스토리 같을 정도로 정교하지 못합니다. 뻔한 스토리 진행은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한 마디로 동요 오빠 생각을 영화에 강제로 주입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동구와 순이
영화 배우라고 하기 보다는 드라마 배우 또는 아이돌 가수라고 더 익숙한 장그래가 더 익숙한 임시완의 연기는 군 입대한 장그래 같이 보였습니다. 연기를 못한다고 할 수 없지만 장그래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네요. 나름 연기를 꽤 잘하지만 장그래의 껍질을 깨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임시완이나 고아성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이 영하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부모를 잃은 고아 남매를 연기한 동구와 순이입니다 동구 역을 연기한 정준원의 발악에 가까운 연기는 깜짝 놀라게 합니다. 이념 전쟁으로 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에게 맞아서 죽자 죽창을 들고 울부짖는 모습은 눈시울을 적시네요. 그러나 이 배우, 마음을 설레게 하는 배우는 이레입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스틸샷>
내가 뽑은 2015년 올해의 영화 10편 중에 당당히 들어간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처음 만난 이레양을 <오빠 생각>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이레양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고 연기도 잘하는 아역배우입니다. 제가 아역 배우에게 설레는 것은 처음입니다. 귀엽다라고 끝나는데 이레양은 달라요. 귀여움을 넘어서 맑으면서도 연기도 어쩜 이리 잘하나요. 여기에 노래도 엄청 잘합니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도 엔딩송을 직접 불렀죠.
두 남매의 형제애가 마음 사무치게 합니다. 이레양과 정준원의 이야기와 연기가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영화 <오빠 생각>에서도 이레양이 노래를 부릅니다. 정말 노래 잘해요. 연기는 또 얼마나 잘하는데요. 그러나 영화에서는 많은 분량은 나오지 않습니다. 다시 불만을 꺼내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더 잘 만들 수 있음에도 2개의 이야기 줄기가 잘 섞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 소위가 전쟁통에 동생을 잃습니다. 이 스토리와 고아 형제의 스토리가 섞이는 느낌이 없습니다. 두 인물 사이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없네요. 여기에 악역인 이희준의 귀신들린 듯한 빼어난 연기는 이 영화의 최고의 연기였습니다. 갈고리 역의 이희준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영화 밍밍했을 것입니다. 이희준의 강렬한 연기가 영화 전체의 진한 맛을 잡아내네요. 다만, 이희준이 연기한 갈고리라는 캐릭터가 변하는 과정이 약간은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박자박하게 맺힌 눈물
전체적인 스토리는 성긴면이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전체적으로 눈물이 자박자박 흐르게 하네요. 많은 영화들이 일부러 눈물을 뽑아냅니다. 마치 음식의 주재료에서 나오는 매운 맛이 아닌 조미료로 사용한 고추가루가 눈물을 뽑아내죠. 이런 영화를 최루성 영화라고 합니다. <오빠 생각>은 최루성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제적으로 눈물을 끌어내는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 시작부터 한 소위가 가족을 잃는 과정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힙니다. 그리고 고아 남매를 통해서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대사를 지나서 아이들을 끝까지 보호하는 모습까지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눈물이 가끔 흘렀는데 그 눈물이 맑았습니다.
전쟁 영화 중에 전쟁 고아를 향한 시선이 많지 않았습니다. 보지 못했지만 영화 <금지된 장난>의 느낌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전쟁으로 죽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이 더 무섭다"라는 대사였습니다. 버려짐의 고통을 잘 모릅니다. 버려져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대사를 듣고 작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왕따라는 따돌림의 고통을 많은 사람들이 호소합니다.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것이 저주스러운 그 느낌. 영화 <오빠 생각>은 그 버러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감동스럽게 담고 있습니다. 그 소재가 주는 감동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맑은 노래 소리가 아름다웠던 영화 <오빠 생각>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합니다. 나쁜 점이라면 너무 뻔한 시나리오가 문제입니다. 설마 이러저러하게 흘러가겠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흘러갑니다. 스토리 자체는 너무 예측 가능합니다. 스토리 자체는 별 2개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갈등도 인위적인 면이 큽니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의 아쉬움을 고아성, 임시완 이레양 등이 매꿉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가 굉장히 맑습니다. 이 점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영화 스토리가 상당히 신파조이지만 알면서도 속아주는 어린아이의 거짓말 같은 영화입니다. 볼만합니다. 눈물 흐릅니다. 그 눈물 맑습니다. 다만, 여운은 길지 않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이 다치는 상처를 상기하게 해주는 시의 적절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온 가족이 같이 볼만한 영화 <오빠 생각>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진부한 스토리 맑은 배우들이 매꾸고 넘치게 한다. 전쟁 고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가득한 영화